[BUSINESS FOCUS] - ‘위기의 국민 기업’ GE 살려낸 세기의 경영인- 호불호 갈리지만 최근 재평가 움직임
‘6시그마’에서 ‘불도저식 경영’까지…다시 보는 잭 웰치
(사진) 미국 뉴욕증권거래소가 3월 2일 타계한 잭 웰치 전 제너럴일렉트릭 회장의 업적을 기리는 의미로 그의 사진을 입회장 스크린에 비추고 있다. / AP연합뉴스

[한경비즈니스 = 이홍표 기자] ‘세기의 경영인’으로 불리는 잭 웰치 제너럴일렉트릭(GE) 전 회장이 3월 1일 별세했다. 향년 85세. 뉴욕타임스는 3월 2일 “동시대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경영인으로 평가받는 잭 웰치가 신부전증으로 사망했다”고 전했다.

웰치 전 회장은 1980년대와 1990년대를 수놓은 훌륭한 최고경영자(CEO)이자 성공적인 경영 원칙을 지닌 ‘미국판 경영의 신(神)’이었다. 그는 엄청난 강도로 구조 조정을 진두지휘해 뒷걸음질치던 GE를 다시 한 번 빛을 발하는 기업으로 만들었다.

웰치 전 회장은 1935년 미국 매사추세츠에서 아일랜드계 철도기관사의 아들로 태어났다. 애머스트대를 졸업한 뒤 일리노이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그는 1960년 GE에 엔지니어로 입사해 1981년부터 20년간 CEO를 지냈다.

웰치 전 회장은 입사 이후 특유의 방식으로 업무 성과를 올리며 고속 승진했다. 1973년 기획전략실장, 1979년 부회장을 거쳐 1981년 46세에 GE 역사상 최연소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에 올랐다.

◆20년간 매출 4배·시총 30배 키워

그의 회장 재임 기간 GE는 성장을 거듭했다. 발명왕 토머스 에디슨이 창업한 GE는 미국의 국민 기업이다. 하지만 그가 회장 자리에 오르기 전의 GE는 새 성장 동력을 찾지 못하고 실적이 연일 악화돼 갔다.

웰치 전 회장은 CEO가 되자마자 ‘불도저식 경영’으로 혹독한 구조 조정을 시작했다. 실적 하위 10%인 직원을 해고했고 성과가 없는 임직원도 내보냈다. 시장에서 1위를 차지하지 못한다면 흑자를 내고 있는 부문도 가차 없이 정리했다. “실적이 나쁜 이들을 빨리 내보내는 게 더 인간적”이라고 말한 일화는 유명하다. 취임 직후 5년 동안 11만 명이 직장을 잃으면서 그에게는 ‘뉴트론 잭(Neutron Jack : 중성자탄 잭)’이라는 악명도 붙었다.

운영에는 새바람을 불어넣었다. 웰치 전 회장은 엄격한 품질 관리 시스템인 ‘식스(6) 시그마’를 도입했다. 직장 내 업무 절차를 간소화하고 관료주의적 문화를 없애는 ‘워크아웃’ 프로그램도 도입했다. GE 회장직에서 물러날 때까지 그는 1700여 건에 달하는 기업의 인수·합병(M&A)을 성사시켰다.

웰치 전 회장의 재임 기간 동안 GE의 연매출은 250억 달러에서 1300억 달러로 4배 이상 증가했고 시가총액은 30배 이상 늘었다. 그는 ‘세기의 관리자(포천)’, ‘세계에서 가장 존경받는 경영인(파이낸셜타임스)’ 등의 평가를 받았다. 뉴욕타임스는 웰치 전 회장 퇴임 뒤 “그는 급진적인 변화를 꾀하고 안일한 기성세대를 타파한 ‘화이트칼라 혁명가’였다”며 “미국의 기업가 정신을 만들어 낸 것이 그의 가장 큰 유산”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회사를 운영하며 여러 스캔들에 휘말리기도 했다. 1992년 GE 항공기 엔진부는 제트 엔진을 주문받기 위해 이스라엘 장군에게 미 국방부에서 빼돌린 4200만 달러를 제공한 혐의로 유죄를 인정받았다. 수년간 오염 물질을 허드슨강에 버렸다는 폭로가 나오기도 했다.

이 때문에 그에게는 항상 양면적 평가가 따라붙었다. 한쪽에서는 ‘경영의 귀재’라고 부르지만 다른 한쪽에서는 ‘구(舊)경영’의 화신이라고 평가 절하했다. 특히 세계 최고의 기업 중 하나였던 GE가 웰치 전 회장이 퇴임한 2001년 이후 고질적 경영난을 겪고 2018년 결국 미국을 대표하는 30개 우량 종목 리스트인 다우존스지수에서 퇴출당하자 이런 비난은 더욱 따가워졌다.

◆‘유능한 직원에게 자유를’ 관료주의 타파 강조


하지만 최근 세계적인 혁신 기업들을 보면 웰치 전 회장이 주장한 경영 기법을 그대로 따르는 추세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고용 안정이 직원들에게 일할 동기를 부여한다’는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했던 점을 높이 평가했다. ‘조직 내에서 적절한 보상과 질책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오히려 조직에 더 필요한 유능한 인재의 의욕이 꺾일 가능성이 높다’는 그의 지론은 오늘날 넷플릭스과 구글의 인사 정책과 꼭 맞아떨어진다.

최근 구찌와 같은 트렌디한 기업들에 각광받는 ‘리버스 멘토링(reverse mentoring)’ 기법도 웰치 전 회장이 시작한 ‘타운 미팅’에 뿌리를 두고 있다.

비즈니스 인사이더는 “기업이 효율성을 제고하는 방법이 구조 조정과 해고가 아닌 신기술 개발과 새로운 경영 모델 개발 같은 차원으로 변하면서 웰치 전 회장의 이론이 구닥다리로 취급되는 경향이 있지만 과감한 결단과 추진력을 통해 효율성을 높인다는 기본 원칙은 달라지지 않았다”며 “그가 어려운 시기에도 오히려 유능한 직원에게는 연봉을 올려주고 장기적으로 성과에 따른 주식 양도까지 약속했을 만큼 사람을 아끼는 경영자였다는 점도 기억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웰치 전 회장은 2001년 GE의 CEO 자리에서 물러난 뒤에도 비즈니스 최전선에서 활약했다. 40여 개 기업의 M&A를 주도했고 100여 개 기업의 컨설팅을 했다.

그는 2015년 마지막 도서인 ‘잭 웰치의 마지막 강의’에서 ‘관대한 리더’를 강조했다. 그는 “첨단 기술이 등장하고 혁신하는 세계에서는 유능한 직원에게 자유를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hawlling@hankyung.com

[돋보기 ]잭 웰치 GE 전 회장의 10가지 성공 비결

1. 사람에게 투자하라.
가장 소중한 것은 당신과 일하는 사람들이며 그들의 능력을 개발하면서
함께 일해 나갈 수 있는 자질이다.

2. 시장을 지배하지 못하면 차라리 물러나라.
망설임은 시간과 돈을 낭비할 뿐이다. 만약 선두에 설 수 없다면 당장 포
기하고 다른 일을 알아보아야 한다.

3 현실에 안주하지 마라.
한곳에 머무르지 않고 끊임없이 변화함으로써 목표에 보다 가까이 다가설 수 있다.

4. 서비스를 지향하라.
잭 웰치 전 회장은 서비스 개념을 도입해 GE를 제조업체 겸 서비스 업체
로 변모시켰다.

5. 과거는 버리고 미래를 준비하라.
GE는 정보기술(IT)이든 인터넷이든 새로운 것은 무엇이든 포용한다. 경영
자는 미래를 지향하고 회사는 미래를 창조한다.


6. 학습하는 리더가 되라.
끊임없이 학습하고 올바른 의사결정을 위해 노력하라. 실패를 통한 학습은
성공의 환희보다 훨씬 중요하다.

7. 독불장군은 곤란하다.
젝 웰치 전 회장은 사람들과의 의사소통을 중시한다. 그는 늘 솔직하며 있
는 그대로를 말한다.

8. 관료주의를 타파하라.
잭 웰치 전 회장은 입사 후부터 바로 GE를 떠날 결심을 했다. 그리고 최고
경영자에 오른 직후 관료제와의 전면전에 돌입했다.

9. 인내심을 가져라.
하나의 조직에만 머무르는 사람은 도태될 수 있다. 하지만 잭 웰치 전 회
장은 한 조직에 머무르면서 모든 것을 이뤄 냈다.

10. 구멍가게를 경영하듯 하라.
잭 웰치 전 회장은 GE를 구멍가게처럼 경영한다. 막대사탕을 팔든, 원자
력발전소를 팔든 그것이 중요한 것은 아니다.

자료 : ‘잭 웰치 성공에 감춰진 10가지 비밀’ 중에서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67호(2020.03.09 ~ 2020.03.15)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