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돋보기]
갈림길에 선 한국, 정부의 결단 필요하다 [이정희의 경제 돋보기]
[한경비즈니스 칼럼=이정희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 세계보건기구(WHO)는 3월 11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대해 전염병의 세계적 대유행을 뜻하는 팬데믹(pandemic)을 선언했다. 팬데믹은 새로운 전염병에 대한 최고 경보 단계다.

작년 12월 말부터 중국에서 시작된 코로나19 감염은 3개월이 채 안 된 상태에서 전 세계 120개국에서 12만 명이 넘는 확진자가 발생했다. 그 수도 계속 늘고 있는 중이다. 이에 따라 세계적인 경기 불안이 커지면서 세계 금융 시장도 요동치고 있다.

국내에서는 전 국민의 손발이 묶였다. 경제 문제는 그 피해 정도를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커지고 있는 실정이다.

코로나19 이전에도 한국은 여러 차례 경제 위기를 맞았다. 한국은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때 실질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 5.1%를 기록한 후 그다음 해에 바로 11.5%로 상승하며 빠르게 회복됐다. 그 이후 2003년 다시 중국발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사태를 겪으며 경제성장률이 3.1%로 하락했다가 그다음 해 다시 5.2%로 반등하며 위기를 벗어났었다.

그러다가 2009년 신종플루에 미국발 글로벌 금융 위기까지 겹치면서 0.8%로 크게 하락한 후 그다음 해 6.8%로 회복됐다. 2015년에는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를 겪으면서 잠시 경제가 어려웠지만 빠른 회복을 보이면서 경제성장률은 2.8%로 선방했다.

지난해는 일본발 대한국 수출 규제에 따른 여파와 함께 내수 경기 부진 등으로 2.0%의 저조한 경제성장률을 기록했다. 지난해 부진했으니 이제 한국 경제가 반등해야 하는 시점인데 코로나19라는 큰 복병을 만나면서 한 치 앞을 예측하기 어려운 지경에 이른 것이다.

특히 이번 코로나19 사태는 지난 사스·신종플루·메르스 사태와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코로나19는 지난 중국발 사스 사태 때와 달리 중국의 경제 규모나 그 영향력이 매우 커진 상태에서 발생했다. 또 그 여파가 유럽·미국·일본 등 주요 선진국을 포함해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세계의 생산 기지이자 이제는 세계 최대의 소비국의 하나가 된 중국발 경기 침체에 따른 여파는 그 어느 때보다 크다고 할 수 있다.

정부는 코로나19 감염 확산을 막기 위한 격리와 방역에 온 힘을 쏟으면서 경제 살리기에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하지만 이번 코로나19 사태는 현재도 진행 중이며 언제 종식될지도 불확실하다. 국내에서 사태가 진정된다고 하더라도 해외에서 그 확산세가 계속된다면 한국 경제는 계속 피해를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따라서 이에 대한 대응은 단계적인 대책 마련과 함께 이뤄져야 한다. 먼저 당장에는 기업들에 운전 자금을 지원해야 한다. 이와 함께 피해 정도가 큰 산업이나 업종에 대해 비용을 줄여주는 지원책이 필요할 것이다. 특히 영세한 소상공인 자영업자들은 당장의 생계유지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 때문에 이들에게는 생계유지를 위한 기본 소득과 같은 직접 지원책이 필요해 보인다.

그리고 사태가 진정된다고 하더라도 경기 회복은 시차가 있을 것이다. 이에 따른 피해 산업이나 업종에서는 상당한 구조 조정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여기에 잠재적인 경쟁력이 있는 기업들이 무너지지 않도록 자금을 지원해야 헌다. 기업들의 경쟁력을 증대시키기 위한 각종 지원책도 함께 마련해야 한다.

이번 사태로 당장의 경제 문제도 중요하지만 그 이후에 발생하는 경제적 여파를 얼마나 적절히 해결하느냐가 더 중요하다. 향후 한국 경제가 장기적인 불황으로 가느냐 아니면 경제가 회복 국면으로 가느냐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번 사태 이후 나타날 국내외 경제 상황에 따라 정부의 결단이 필요해 보인다.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68호(2020.03.16 ~ 2020.03.22)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