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곰의 부동산 산책]
- 전국 평균보다 전셋값 높고 매매가 낮아
- “서울 광풍이 만든 ‘저평가’가 핵심”
집값 들썩이는 ‘경기 남부’, 정부 규제 따른 풍선 효과 때문일까
[아기곰 ‘아기곰의 재테크 불변의 법칙’ 저자] 경기 남부 지역을 중심으로 집값 오름세가 확산되고 있다. 시중의 넘치는 유동성과 규제 강화에 따른 풍선 효과 때문이라고 한다.

그런데 여러 비규제 지역 중에서 하필 경기도가 강세를 보이고 있다. 국토교통부 당국자의 지적대로 경기도가 다른 지역에 비해 저평가됐기 때문이다.

KB국민은행 통계가 시작된 2003년 6월부터 올해 2월까지 전국 아파트 전셋값 상승률은 85.7%다. 그런데 전국 평균 상승률보다 더 많이 전셋값이 오른 지역은 딱 세 군데가 있는데, 서울(101.6%)과 광주(95.6%) 그리고 경기도(97.8%)다.

어느 지역의 전셋값이 많이 오른다는 것은 그 지역의 주택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는 증거다. 전셋값이 오르지 못하는데 매매가만 오른다는 것은 거품이 쌓인다는 증거다. 반대로 전셋값이 꾸준히 오르는데 매매가가 오르지 않는다는 것은 그 지역이 저평가됐다는 증거로 볼 수 있다.

이런 측면에서 볼 때 한국에서 주택 수요가 가장 많이 늘어난 곳은 서울·경기도·광주광역시 순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 전국 평균보다 적게 오른 유일한 지역
집값 들썩이는 ‘경기 남부’, 정부 규제 따른 풍선 효과 때문일까
매매가 상승률을 살펴보자. 2003년 6월부터 지난 2월까지 전국 아파트 매매가 상승률은 69.3%다. 그런데 전국 평균 상승률보다 매매가가 적게 오른 지역은 딱 세 군데가 있는데, 인천(37.3%)과 부산(67.9%) 그리고 경기도(57.6%)다.

다시 말해 전셋값은 전국 평균보다 많이 올랐지만 매매가는 전국 평균보다 적게 오른 유일한 지역이 경기도다. 한마디로 저평가됐다는 뜻이고 이는 실수요는 풍부하지만 투자자에게 외면받아 왔다는 의미다.

그동안 경기도가 투자자들에게 외면받은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첫째는 지난 몇 년간 이어 온 서울 열풍 때문이다. 서울 투자가 왜 중요한지 따지지 않고 ‘그래도 수도권에 투자하려면 서울에 해야지’라는 막연한 믿음이 경기도 투자를 외면했던 것이다.

둘째는 경기도 투자의 위험성 때문이다. 이를 바꿔 말하면 서울 투자의 안정성으로 해석할 수 있다. 그러면 서울의 장점은 무엇일까. 서울은 한국에서 가장 양질의 일자리가 많은 지역이지만 주택 추가 공급 가능성이 가장 낮은 지역이다.

이를 반대로 해석하면 경기도 투자가 서울에 비해 상대적으로 리스크가 있다고 할 수 있다. 는 어느 지역의 일자리 수를 그 지역에 거주하는 주민 수로 나눈 비율이다. 이 비율이 높을수록 그 지역에 일자리가 풍부하다는 뜻이고 낮을수록 일자리가 부족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 같은 수도권이라고 해도 경기도나 인천은 전국 평균보다 일자리가 적은 지역이다. 베드타운 지역이라는 뜻이다. 이에 비해 서울은 압도적으로 일자리가 많은 지역이다. 더 심각한 것은 지난 16년간 경기도나 인천의 일자리 증가 추세는 전국 평균치보다 낮다는 것이다.

이는 서울과의 격차가 점점 벌어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때문에 지난 몇 년간 서울 집값이 초강세를 보여도 경기도나 인천은 상대적으로 적게 오른 것이다.

◆ 조건 갖춘 곳은 언젠가 오른다

공급 문제를 살펴보자. 어느 지역이 공급 과잉에 빠졌는지, 공급 부족 상태에 있는지 여부를 살펴보려면 미분양 현황을 보는 것이 좋다. 어느 지역에 미분양이 많다는 것은 그 지역의 수요 대비 공급이 많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서울은 압도적으로 공급이 부족한 지역이다. 물론 경기도도 가구당 미분양 아파트 수가 전국 평균의 3분의 1 정도밖에 되지 않는 공급 부족 지역이기는 하지만 서울에 비하면 23배나 높은 수치다.

어떤 지역의 주택 수요와 밀접한 관계가 있는 양질의 일자리와 공급이라는 두 가지 변수로 볼 때 서울이 경기도나 인천보다 월등한 것은 사실이다. 이런 이유로 서울 집값이 경기도나 인천보다 비싼 것이고 더 많이 올랐던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단순한 논리로 시장에 접근하면 문제가 있을 수 있다. 예를 들어 A라는 학교의 평균 성적이 B라는 학교보다 높다고 가정해 보자. 하지만 A학교의 성적이 더 높다는 의미는 A학교에서 전교 꼴찌 하는 학생의 성적이 B학교에서 전교 1등하는 학생보다 높다는 것이 결코 아니다.

투자도 마찬가지다. 서울보다 경기도의 미분양 아파트가 많다고 하지만 미분양 아파트가 한 채도 없는 지역이 여섯 군데(성남·부천·광명·과천·군포·의왕)나 된다. 서울 평균보다 낮다는 뜻이다.

반대로 서울에 있지만 경기도 평균치(39.6%)는 물론 그보다 일자리가 부족한 인천(36.2%)보다 일자리가 적은 자치구가 서울의 절반에 가까운 12개나 된다. 예를 들어 은평구는 일자리 비율이 18.6%로 인천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전형적인 베드타운인 것을 의미한다.

서울에서 일자리가 부족한 지역임에도 불구하고 집값이 비싼 이유는 일자리가 많은 강북 업무 중심지로의 접근성이 경기도나 인천 지역보다 좋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같은 베드타운이더라도 출퇴근 시간이 짧게 걸리는 지역의 집값이 강세를 보인다고 할 수 있다.

이는 경기도나 인천도 마찬가지다. 수도권에서 일자리가 많은 서울 업무 중심지로의 접근성이 좋은 지역은 집값이 비싼 것이다. 또 예전에는 접근성이 나빴지만 앞으로 좋아질 지역은 집값이 오르는 것이다.

정리하면 서울이라고 모두 집값이 비싸거나 많이 오를 것이 아니고 경기도나 인천이라고 집값이 싸거나 적게 오르는 것은 아니다. 집값이 오를 조건을 갖춘 곳은 언젠가는 오를 것이다. 하지만 그런 조건을 갖추지 못했음에도 투기적 수요가 몰린 지역은 시장이 냉정을 찾으면 긴 조정의 시간을 맞이하게 될 것이다.

다시 말해 서울이냐 경기도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첫째, 그 지역에 양질의 일자리가 주민 수에 비해 얼마나 많은지 여부. 둘째, 일자리가 많은 지역과의 접근성이 좋은 곳. 셋째, 공급이 부족한 곳이라는 세 가지 조건을 갖춘 곳의 집값이 강세를 보이는 것이다.

더 나아가 집값이 오를 지역은 첫째, 양질의 일자리가 늘어나는 곳. 둘째, 주요 업무 중심지까지 접근성이 개선되는 곳. 셋째, 공급 가능성이 적은 곳이라고 할 수 있다. 같은 경기도라고 하더라도 집값이 차별화되는 이유다.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68호(2020.03.16 ~ 2020.03.22)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