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 뉴타운급 대단지·상업시설 개발 예정
- 주변 노후 아파트는 ‘재건축·리모델링’ 바람
공단지역 신도림동 ‘상전벽해’…293번지 ‘마지막 퍼즐’ 맞춘다
[한경비즈니스=차완용 기자] 서울 구로구 신도림 일대가 들썩이고 있다. 서울시가 추진하고 있는 대규모 주거·산업 복합 단지 개발과 맞물려 기존 노후 아파트들의 재건축·리모델링 사업이 속속 추진을 예고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들 사업지 모두 개발 초기 단계인 행정 절차를 밟고 있는 상황이어서 본격적인 개발이 추진되기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일대 부동산 시장을 눈여겨보는 이들이 점점 늘고 있다.

◆ 마지막 준공업지엔 복합 타운 개발

현재 신도림에서 추진되고 있는 정비사업은 총 3건이다. 2008년부터 서울시가 꾸준히 추진하고 있는 신림동 293 일대 ‘신도림동 도시환경정비사업’과 우성 1·2·3·5차 리모델링 사업 그리고 미성아파트 재건축 사업 등이다.

이 중에서도 가장 주목받고 있는 정비사업은 293 일대에서 추진되고 있는 재개발 사업으로 현재 2722가구 규모의 아파트와 지식산업센터 개발이 준비 중이다.

293 정비 사업은 1990년대 후반부터 추진돼 온 신도림 재개발의 마지막 퍼즐이다. 개발이 추진되기 전 신도림은 대한민국의 산업화를 이끌어 온 서울의 대표적 준공업 지역이었다.

곳곳에 자리한 중소 공장들이 운영되며 이곳에서 뿜어져 나오는 매캐한 매연과 시커먼 먼지가 도시를 휘감았다. 여기에 다수의 노동자들이 신도림역을 통해 출퇴근해 1, 2호선 환승역인 신도림역은 항상 혼잡했다.

이런 신도림이 지금은 많이 바뀌었다. 그동안 추진돼 온 꾸준한 재개발 덕에 공장이 떠난 자리에는 아파트와 주상복합, 상가 건물이 속속 들어섰다. 아파트 단지와 도시형생활주택 수만 해도 230여 개에 이를 정도로 서울의 대표 주거 지역으로 거듭났다. 혼잡한 지하철역 주변도 대형 빌딩과 호텔·컨벤션센터 등이 들어서 깔끔하게 정비됐다.

하지만 293 일대는 아직 옛 공장 지역의 흔적을 지우지 못하고 있다. 면적이 19만6648㎡에 달하는 이곳은 안양천과 서부간선도로에 접해 있는 한편 지하철 1호선 구로역, 지하철 2호선 도림천역과 신도림역 등도 가까운 최고의 지리적 이점을 품고 있는 곳이다.

신도림 내에서도 알짜배기 땅으로 꼽히지만 그동안 이해관계인들의 의견이 좀처럼 조율되지 못하며 재개발 추진과 좌초가 반복돼 왔다.

293 재개발이 처음 추진된 시기는 2008년이다. 이후 행정 절차를 거쳐 2012년 10월 정비구역으로 지정됐지만 주민 간 갈등으로 복수의 추진위원회가 생기면서 사업이 난항에 빠졌다.

그러는 사이 공동 시행자로 선정돼 사업비를 대여했던 건설사들로부터 압류가 들어오고 사업성에 회의를 품은 건설사가 이탈하는 등의 우여곡절을 겪었다. 2017년 다시 재개발이 추진됐지만 이번에는 지역 주민 간 갈등 등의 문제로 정비사업 추진이 계속 지연됐다.

결국 정부가 나섰다. 정부가 주택 공급 대책의 일환으로 준공업 지역에 대한 규제 완화와 인센티브를 추진할 것으로 알려지며 그동안 갈등을 빚어오던 주민들이 적극적으로 사업 추진에 나서고 있다.

건축 계획에 따르면 해당 사업지는 주거와 산업이 공존하는 복합 주거 단지로 탈바꿈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하 2층, 지상 25~42층 총 2722가구 규모의 아파트 공급이 예정돼 있고 지하 2층, 지상 12~18층 규모의 지식산업센터(아파트형 공장)도 3개 동이 지어질 계획이다.

현재 신도림 293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신도림 도시환경정비사업 추진위원회는 293 일대의 환경영향평가를 지난해 12월 신청한 상태이며 사업 시행 참여를 위해 다수의 건설사들이 눈독을 들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도림에는 노후 아파트의 리모델링과 재건축도 속속 진행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지난해 ‘서울형 리모델링’ 시범 단지로 선정돼 개발을 추진하고 있는 우성 1·2·3·5차다.

이들 아파트들은 지어진 지 최소 25년 이상 됐다. 당초 리모델링 사업은 우성 1·2·3차 542가구만 예정돼 있었지만 최근 우성 5차(154가구)까지 통합해 추진하기로 하면서 사업 규모가 더 커졌다.

통상 리모델링 사업이 추진되면 15% 내외의 가구 수가 증가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약 1000가구 규모의 대형 사업이다.

◆ 1000가구 규모 재건축·리모델링 동시 추진
공단지역 신도림동 ‘상전벽해’…293번지 ‘마지막 퍼즐’ 맞춘다
서울형 리모델링 사업은 지역 주민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커뮤니티 시설을 개방하는 대신 서울시가 리모델링 비용 일부와 행정 절차 등을 지원하는 사업 모델이다.

지난해 6월 우성 1·2·3차 3개 단지를 비롯해 중구 남산타운아파트, 송파구 문정시영아파트 2개 단지, 길동 우성2차아파트 등 7곳이 선정됐다.

이후 각 구청에서 리모델링 사업 타당성 검토를 포함한 용역을 진행해 왔다. 현재 이들 아파트들은 각 지자체와 협의를 통해 사업을 진행 중이다. 우성 1·2·3·5차는 모두 추진위원회를 결성했고 올해 안에 조합 설립을 완료할 방침이다.

2008년 시공사까지 선정하며 리모델링을 추진했다가 글로벌 금융 위기 여파로 사업을 접었던 미성아파트는 재개발로 방향을 틀어 다시 정비에 나서고 있다.

이 아파트는 1989년 총 824가구 14층, 6개 동으로 준공됐고 신도림동 290에 자리해 있다. 재개발이 완료되면 1000가구가 넘는 대형 단지로 거듭나게 된다.

특히 미성아파트는 이번 재개발 추진이 최고의 적기라는 판단으로 입주민들의 기대치가 높은 상황이다. 대규모 주거·산업 복합 단지 개발이 추진되는 293 개발 예정지와 붙어 있어 직접적인 수혜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미성아파트는 사업 추진에 고삐를 바짝 죄고 있다. 최근 재건축추진위원회를 새로 결성했고 예비 안전 진단을 신청한 상태다.

이 밖에 신도림에는 정비사업 외 신규 공급도 예정돼 있다. 현대엔지니어링은 5월 신도림동 432의 12 일대에 711실 규모의 오피스텔을 공급할 계획이다.

cwy@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68호(2020.03.16 ~ 2020.03.22)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