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명의 독특한 사람들을 통해 알아보는 따뜻한 뇌과학 이야기
[서평] ‘이상한 뇌’는 언제나 답을 알려준다
◆집에서 길을 잃는 이상한 여자
헬렌 톰슨 지음 | 김보은 역 | 한국경제신문 | 1만7000원

[한경비즈니스= 노민정 한경BP 출판편집자]인간의 뇌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특별하고 훨씬 이상하다. 우리는 기억하고 감정을 느끼고 길을 찾고 공감하고 주변 세계를 이해하는 일을 당연하게 여긴다. 하지만 이런 능력이 하룻밤 새 극적으로 강화되거나 사라진다면 우리의 삶은 어떻게 바뀔까.


저자 헬렌 톰슨은 여러 해 동안 세계를 돌아다니며 놀랍고 희소한 뇌 장애를 추적했다. 헬렌은 이 여행에서 만난 특별한 아홉 명, 즉 자신의 삶을 하루도 잊지 않고 기억하는 남자와 자기 집에서조차 길을 잃는 영원한 미아인 여자를 비롯해 오라를 보는 남자, 하룻밤 사이에 성격이 완전히 바뀐 남자, 존재하지 않는 노래를 듣는 여자, 자신이 호랑이라고 생각하는 남자, 기억이 자신의 것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여자, 자신이 죽었다고 믿는 남자, 타인의 고통을 느끼는 남자 등 자신의 이상한 뇌를 수년 동안 끌어안고 살아온 사람들을 만났다. 이들의 삶을 관찰하면서 저자는 우리 모두의 뇌가 어떻게 움직이는지 전체적으로 그릴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리고 특별한 이들의 이야기를 통해 뇌가 예상하지 못한, 때로는 영리하고도 놀라운 방법으로 우리의 삶을 빚어내는 신비로운 방식을 밝혀냈다. 이 이상한 뇌들은 이른바 ‘정상 뇌’의 수수께끼를 들여다보는 독특한 창 역할을 한다. 그리고 우리 모두에게 잠재된 특출한 재능이 있고 이런 능력이 자유롭게 해방되기를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저자가 만난 아홉 명의 사람들은 모두 매우 특별한 뇌를 소유하고 있다. 저자는 각 장에서 한 명씩 인터뷰하면서 그들의 살아온 이야기를 통해 일반인의 뇌와 이들의 뇌가 어떻게 다른지, 관련된 배경 정보와 유명한 실험까지 서술하며 자유롭게 이야기를 구성해 나간다. 그리고 해마에서 측두엽에 이르기까지 일상생활에서 뇌의 여러 부분을 어떻게 사용하는지 설명한다.
먼 옛날 사람들은 우리의 뇌 속에 영혼이 담겨 있다고 생각했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이상한 행동을 하면 광기나 저주, 악마의 탓으로 여겼다.


정신 질환이라는 용어는 약 200년 전부터 사용되기 시작했다. 점차 생물학적 관측을 할 수 있게 되면서 관점이 많이 바뀌었다. 오늘날 우리는 정신 질환이 전기적 활성이나 호르몬 불균형, 손상, 종양, 유전적 변이처럼 아주 작은 비정상성의 결과로 나타날 수 있다는 사실을 이해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아직 뇌를 총체적으로 이해하지 못한다. ‘고차원’ 기능이라고 부르는 기억·의사결정·창의성·의식 중 어느 것도 만족할 만큼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


인간의 뇌에는 아직 풀리지 않은 수수께끼가 많이 남아 있다. 과학자들은 정신 질환, 뇌 이상을 겪고 있는 사람들의 뇌를 연구해 이러한 수수께끼를 파헤치려고 노력한다. 저자는 특별히 이러한 사람들의 개인적인 면에 주목해 과학자 대 환자의 관점이 아닌 사람 대 사람으로서 그들과 편하게 이야기를 나누며 이 책을 완성했다. 어떤 과학자들은 한 사람의 한 이야기에 집중하는 것이 너무나 주관적이고 그러한 방식으로는 우리의 뇌에 대해 아무것도 알 수 없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저자는 그러한 주장에 동의하지 않는다. 물론 과학은 삶에 대해 측정 가능하고 실험 가능한 객관적인 데이터를 요구한다. 그리고 객관성이야말로 과학의 뼈대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저자는 주관적인 것들이야말로 살이요 피라고 생각한다. 뼈대와 살, 피 모두가 필수적이며 무엇 하나도 홀로는 완전한 설명이 불가하다.


독자들은 이 책에 나온 독특한 뇌를 가진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그들의 인간적인 고충을 비롯해 정상 뇌와 이들의 뇌가 어떤 점이 다른지 그리고 뇌의 각 부분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뇌가 가진 수수께끼의 해답에 조금 더 가까워질 수 있을 것이다.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68호(2020.03.16 ~ 2020.03.22)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