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곰의 부동산 산책]
- 외환위기 이후 5번의 하락기의 공통점
- 투자는 ‘내일’이 아닌 ‘모레’를 향해 가는 일
코로나19에 휘청이는 부동산 시장, “전고점 회복까지 최소 22개월 걸릴 것”
[아기곰 ‘아기곰의 재테크 불변의 법칙’ 저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전 세계를 강타하고 있다. 바이러스라는 질병 자체는 언젠가는 극복될 것이지만 문제는 그다음이다.

코로나19 사태로 정상적인 경제 활동이 어렵게 되면서 실물 경제에 악영향을 끼치고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19는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 세계 경제 시스템에 영향을 준다.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도 선진국의 소비 축소 사태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코로나19 사태가 언제 진정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이런 사태가 장기적으로 지속된다면 지금부터 영향을 받고 있는 영세 자영업자에 이어 상당수의 직장인들이 직장을 잃거나 급여가 삭감되는 고통을 받을 수도 있다.

1997년의 외환위기 사태와 2008년의 국제 금융 위기에 버금가는 경제 위기를 맞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코로나19 감염도 무섭지만 그 이후에 들이닥칠 경제 쓰나미를 조심해야 한다는 뜻이다.

◆ 하락 기간에 비해 2배 더 걸리는 상승기
코로나19에 휘청이는 부동산 시장, “전고점 회복까지 최소 22개월 걸릴 것”
많은 사람들이 세계 경제의 급락을 우려한다. 현 상태를 가만히 두면 경제 위기가 발생할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 하지만 각국 정부나 중앙은행에서도 이를 인지하고 있기 때문에 선제적으로 여러 조치를 취하고 있다.

3월 들어 미국 중앙은행(Fed)은 기준금리를 1.5%포인트나 인하해 제로 금리 수준으로 맞췄다. 이것도 모자라 경기가 살아날 때까지 무차별로 자금을 살포하겠다고 발표했다. 인위적인 인플레이션을 일으키겠다는 뜻이다.

그러면 개인은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경제 위기 발발 가능성을 크게 보고 현재 자산을 모두 현금화해 가지고 있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하지만 시중에 풀릴 돈을 감안하면 나중에 본인이 가지고 있는 돈의 가치는 상당히 감소될 가능성이 있다.

반대로 인플레이션을 기대하고 자신의 능력 이상으로 투자하는 것은 언제 있을지 모를 동네잔치를 굶으며 기다리는 것과 같다.

그러므로 개인이 택할 첫째 수칙은 먼저 자신의 능력이나 상황을 냉정하게 평가하는 것이다. 본인이 타고 있는 배가 크루즈인지 아니면 조그만 보트인지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크루즈는 작은 파도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

이때는 보다 먼 바다를 바라봐도 된다. 하지만 본인이 타고 있는 배가 보트라면 작은 파도의 흔들림에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한가롭게 먼 바다만 바라보고 있다가는 배가 뒤집힐 수도 있다는 뜻이다.

여기서 배는 본인의 자산일 수도 있고 소득 수준일 수도 있고 직업의 안정성일 수도 있다.

둘째 수칙은 투자를 너무 조급하게 보지 말라는 것이다. 요즘 개인 투자자들이 주식 시장에 많이 투자한다고 한다. 보통 주식 시장은 떨어질 때 폭포처럼 떨어지고 오를 때 등산처럼 오른다.

떨어질 때는 생각할 여유도 없이 너무 급하게 떨어진다. ‘어어’ 하다 보면 쪼그라든 계좌만 남아 있게 된다. 하지만 반등이 시작되면 하루도 빠짐없이 오르는 것이 아니라 ‘오르다 내리다’를 반복하면서 지루하게 천천히 오르게 된다.

그러면 투자자는 생각이 많아질 수밖에 없다. 오르다 조금 떨어지면 고민 고민하다가 덜컥 팔게 되는 것이다.

미국 통계에 따르면 1957년 이후 주가가 20% 이상 빠졌던 때는 딱 열 번 있었다. 그중 주가가 바닥을 쳤던 기간은 271일이었고 전고점을 회복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536일이었다.

다시 말해 어떤 위기가 닥쳤을 때 평균 하락기는 9개월이고 이전 가격을 회복하는 데는 18개월이 걸렸다는 것을 의미한다.

대부분 주식 투자를 처음 하는 사람들은 주가가 상당히 빠졌을 때 본인이 산 다음 날부터 주가가 V자 형태로 급반등해 상당한 수익을 거두는 것을 상상한다. 하지만 평균적으로 27개월(하락기 9개월+회복기 18개월) 이상 견딜 뚝심이 없는 사람은 절대 주식 투자를 해서는 안 된다.

◆ 자신의 상황 먼저 파악해야

그러면 한국의 부동산 시장은 어떨까. 1997년 외환 위기부터 지금까지 전고점에 비해 1% 이상 하락했던 적은 다섯 번이 있었다. 다섯 번의 하락기를 살펴보면 위기가 닥쳤을 때 평균적으로 11개월 하락하다가 바닥을 찍고 재상승해 11개월 만에 전고점을 회복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식과 부동산 시장 흐름의 공통점은 첫째, 어떤 위기가 닥쳤을 때 단기간에 반등하는 것이 아니라 전고점을 회복하는 데 최소 22개월에서 27개월 정도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투자는 장기적인 시각을 가지고 해야 하는 이유는 이 때문이다.

둘째 공통점은 어떤 종류의 위기라도 시간이 흐르면 전고점을 회복한다는 것이다. 정부 개입에 따른 인플레이션의 영향 때문이다.

물론 아무거나 사 놓아도 무조건 손해를 보지 않는다는 뜻은 아니다. 위기가 닥치면 많은 상장사들이 망해 상장 폐지되는 곳도 있다. 현재 주택 시장에서도 2006년의 전고점을 회복하지 못한 아파트가 수두룩하다.

코로나19 사태가 얼마나 더 지속될지 알 수 없다. 다만 확실한 것은 이 사태가 지속되는 기간이 길어질수록 경제가 입게 되는 상처는 커진다는 것이다. 어떤 사람에게는 지금의 상황이 일생일대 최대의 위기일 수도 있다.

다른 어떤 사람에게는 십 몇 년 만에 찾아오는 기회일 수도 있다. 조심하는 것은 좋지만 필요 이상으로 공포에 휩싸이거나 탐욕에 휩싸여 섣부르게 투자하는 것은 피해야 한다.

준비되지 않은 사람은 이번 위기를 잘 헤쳐 나가기 바라고 준비된 사람이라면 평정심을 잃지 말고 기회를 살리는 것이 좋다.

코로나19 사태가 쉽게 진정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그러므로 오늘(today) 닥친 코로나19에 감염되지 않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겠지만 그 이후(tomorrow) 불어 닥칠 경제 위기라는 쓰나미에 대비하는 것도 중요하다.

지혜로운 사람이라면 쓰나미 뒤(The day after tomorrow)에 나타나는 무지개까지 볼 수 있어야 한다. 몇 년 전 개봉된 영화 중 ‘모레(The day after tomorrow)’라는 영화가 있다. 그런데 정작 한국에서는 영화 제목이 ‘모레’가 아니라 ‘투모로우(내일)’라고 소개됐다.

영화에서 내일은 공포의 날이고 모레는 희망의 날이다. 원작자는 모레를 보라고 하는데 내일만 보는 우리 상황과 비슷한 것이 신기하기까지 하다.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70호(2020.03.30 ~ 2020.04.05)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