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렌드] -발 묶인 대면 영업, ‘웹+세미나’가 대안으로 급부상
-유튜브·카카오TV·줌이 대세
코로나19로 인한 신풍속도, 기업들의 ‘웨비나 활용법’
[한경비즈니스=이정흔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장기화하면서 상당수의 직장인들이 재택근무로 일하고 있지만 업무의 특성에 따라 재택근무가 어려운 직종 역시 적지 않다. 비즈니스는 기본적으로 ‘사람과 사람 사이의 교류’를 바탕으로 이뤄지는 활동이기 때문이다. ‘사회적 거리 두기’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이다. 그렇다고 기업들이 마냥 손 놓고 있을 수만도 없다. 최근 이와 같은 기업들에 ‘웨비나(웹+세미나)’가 대안으로 각광받고 있다.


◆투자설명회·학술심포지엄 등 ‘웨비나’로 전환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은 3월 12일 기자 회견을 통해 코로나19 치료제와 백신 개발 계획을 발표했다. 그런데 이날 기자 회견의 풍경은 조금 달랐다. 서 회장은 기자들과 직접 마주하는 대신 유튜브 실시간 스트리밍을 통했다. 기자들의 질문은 카카오톡 오픈 채팅방을 통해 이뤄졌다.


현장에 기자가 한 명도 없어도 기자 회견이 가능했던 것은 웨비나 기술의 발전 덕분이다. 웨비나는 웹과 세미나의 합성어로, 인터넷을 통해 열리는 ‘온라인 회의’를 일컫는다. 코로나19로 대규모 모임을 갖기 어려워진 상황에서 ‘웨비나’가 그 부족한 틈을 채워 주는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분야는 제약이다. 전통적으로 신제품이 출시되면 신제품 론칭 심포지엄이나 학술 심포지엄 등의 이름으로 대규모 행사를 개최한 후 영업 사원들이 의사들을 직접 찾아다니며 신제품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방식이 대부분이었다. 방식이 이렇다 보니 코로나19 이후 이와 같은 대면 영업이 거의 이뤄지지 못하는 상황에서 매출 타격 또한 클 수밖에 없었다. 제약 업체들은 이를 만회하기 위해 빠르게 비대면 ‘디지털 영업’을 확대하고 있는 추세다.


보령제약은 3월 17일 ‘2020 넥스트(NEXT) 듀카로 발매 웹 심포지엄’을 열었다. 웨비나를 통해 신약을 발표한 사례는 국내 처음이다. 이날 웨비나의 동시 접속자 수는 2524명에 달했다.
유한양행은 자체 의료 정보 포털인 유메디를 통한 디지털 마케팅 활동을 강화하고 있다. 유메디에 가입한 의사들은 직접 접속해 자신이 필요한 정보를 검색할 수 있고 유메디 웨비나 프로그램을 활용해 국내외의 실시간 온라인 강연을 시청하며 제품에 대한 새로운 정보를 접하고 자유롭게 의견을 나눌 수 있다. JW중외제약은 3월 26일 이상지질혈증 신약 리바로 학술 심포지엄을 웨비나 형태로 개최했다.


증권사·자산운용사 등 그동안 고객들과의 만남에서 ‘대면 상담’이 주를 이뤄 왔던 금융 투자업계에서도 웨비나가 대세다. 한국투자증권은 지난해 3월부터 분기별로 유튜브를 통한 온라인 투자 설명회를 진행 중이다. 이번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향후 활용도가 더욱 높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3월 24일 ‘경험하지 못한 최악의 한 달. 버틸까 vs 팔까 vs 살까’를 주제로 유튜브 웨비나를 진행했다. 오전 9시부터 30분 정도 진행된 이 ‘온라인 투자 설명회’에는 총 720여 명의 투자자들이 참여했다. 이후 제공된 주문형 비디오(VOD) 조회 수는 1500여 회 정도로 집계됐다.


◆코로나19 장기화, ‘웨비나’ 노하우 쌓는 계기로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지난해 6월부터 유튜브를 통해 현재까지 총 13차례의 웨비나를 개최했다. 특히 코로나19 사태가 본격화된 3월 11일 진행된 ‘변화무쌍 세계경제, 향후 글로벌 투자전략’ 편은 약 3745명에 달하는 신청자가 몰렸고 동시 접속자만 1450명을 기록해 화제를 낳기도 했다.


이 밖에 온라인에 강점을 지닌 키움증권도 오프라인 투자 설명회를 유튜브 등을 통한 라이브 강의 등으로 빠르게 전환하고 있다. 삼성증권은 유튜브 채널을 통해 최근 미국 증시가 폭락하는 시점에 맞춰 시황 점검과 전략을 주제로 긴급 편성 영상을 올려 큰 호응을 얻었다.


사실 웨비나가 일상화된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글로벌화가 진행되면서 웨비나는 각국의 전문가들이 시공간에 구애받지 않고 함께 모여 소통하고 논의를 진전시키는 데 곧잘 사용되곤 했다. 하지만 수십 명에서 수백 명의 인원이 참석하는 ‘세미나’는 일대일 혹은 10명 안쪽의 인원이 참여하는 화상 회의에 비해 여전히 낯선 게 사실이다. 기업들도 기술적인 돌발 상황 등을 감안해야 하기 때문에 부담이 없을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직접적인 만남’이 원천 봉쇄된 상황 때문에 기업들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웨비나에 대한 경험과 노하우를 쌓는 데 주력하고 있다.


현재 국내 기업들이 웨비나를 위해 가장 자주 사용하는 채널은 ‘유튜브’와 ‘카카오TV’다. 카메라 등의 장비만 갖추면 손쉽게 웨비나를 열수 있는 데다 무엇보다 웨비나에 참석해야 하는 사용자들에게 가장 친숙한 채널이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여기에서 한 발짝 더 나아가 ‘참석자 관리’, ‘파일 공유’ 등과 같은 전문적인 기능을 갖춘 웨비나 프로그램을 사용하는 곳도 적지 않다. 전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활용되는 대표적인 프로그램은 재택근무 화상 회의 애플리케이션으로도 널리 이용되고 있는 ‘줌’이다. 상대적으로 합리적인 가격에 100여 명이 넘는 참석자들에게도 안정적인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부각되고 있다.


최근에는 ‘줌’의 아성에 도전하는 프로그램들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웨비나잼(webinarjam)’과 ‘고투웨비나(Gotowebinar)’ 등의 프로그램을 활용하면 컴퓨터를 잘 다루지 못하는 이들도 손쉽게 웨비나를 조직하고 사람들을 모아 행사를 진행할 수 있다.

◆성공적인 웨비나를 위한 준비 팁

1. 웨비나는 화·수·목요일에

웨비나 플랫폼 업체인 ON24에 따르면 웨비나 개최는 월요일과 금요일은 피하는 것이 좋다. 대체로 화·수·목요일에 개최한 웨비나들에 청중의 몰입도가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시간대는 청중의 특징에 따라 다르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너무 이른 아침(오전 8~9시)이나 늦은 오후(오후 4시 30분 이후)는 피하는 것이 좋다. 점심시간 바로 직후(오후 12~1시)도 피하는 것이 좋다.

2. 짤막한 비디오 영상으로 예고편 제작

웨비나를 프로모션하는 데는 짤막한 예고편을 만드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다. 청중의 흥미를 자극하는 데는 30~90초 정도의 짧은 동영상만으로도 충분하다. 웨비나가 열리기 최소 몇 주 전부터 e메일이나 페이스북 등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웹사이트 등을 통해 동영상을 띄운다. 웨비나에 대한 공지는 행사가 열리기 1주일 전과 하루 전, 행사 바로 직전에 한 번씩 보낼 것을 권한다.

3. 최소 하루 전 ‘리허설’ 진행은 필수

웨비나는 인터넷을 통해 실시간 생중계로 이뤄지는 것이 많기 때문에 언제든 돌발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마이크와 카메라 등을 포함한 장비 테스트부터 시작해 모든 기획자가 자신의 역할을 정확히 인지하고 있는지 미리 확인해 둘 필요가 있다.

4. 최대한 늘어지지 않게, 약 45분 정도가 적당

웨비나는 아무래도 현장이 아니라 참석자들마다 각자의 장소에서 따로 참석하게 되는 만큼 집중력이 쉽게 떨어질 수 있다. 웨비나를 진행할 때 이상적인 시간은 약 45분에서 60분 사이다. 그 이상 길어지면 청중의 집중력과 관심이 급속도로 떨어지기 시작한다.

5. 청중이 직접 참여하게 만들어야

웨비나의 핵심은 ‘쌍방향 교류’다. 청중이 적극적으로 웨비나에 참석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마련해야 한다. Q&A 세션이 가장 자주 활용되는 방식이다. 이 밖에 청중을 상대로 설문 조사를 진행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

6. 다시 보기를 지원하라

실시간으로 진행되는 웨비나가 끝난 후에도 녹화 영상을 웹사이트에 올려두면 웨비나의 개최 효과를 더욱 증대시킬 수 있다. 실제로 웨비나 등록자의 42% 정도는 당일 웨비나를 시청하지 않는다는 것이 ON24의 연구 결과다. 또 이를 통해 사전에 웨비나 참석이 예정에 없던 새로운 청중도 끌어들일 수 있다.

vivajh@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70호(2020.03.30 ~ 2020.04.05)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