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달라진 위기 재테크…개미의 반란]
-“저금리 등 금융 환경 우호적, 언택트 수혜 업종 유망”
[한경비즈니스=최은석 기자] 미국 중앙은행(Fed)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팬데믹(세계적 유행) 사태에 따른 경제 충격을 줄이기 위해 사실상 ‘무제한 양적 완화’ 카드를 꺼내 들었다.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때의 ‘헬리콥터 머니’에 당시에는 쓰지 않았던 회사채 매입 방안까지 추가로 제시했다. 한국 정부도 100조원 규모의 부양책을 꺼내 들었다.
한경비즈니스는 홍춘욱 EAR리서치 대표, 신동준 KB증권 리서치센터장, 서철수 미래에셋대우 리서치센터장 등 3인의 투자 전문가와 ‘코로나19 대응 전략’에 관한 좌담을 열었다. 사회는 이홍표 한경비즈니스 취재편집부장이 맡았다.
키움증권 이코노미스트 출신인 홍 대표는 투자 전략가로 명성이 높다. 신 센터장은 채권과 글로벌 자산 배분 전문가로 꼽힌다. 서 센터장은 채권 애널리스트를 거쳐 채권 운용과 자산 관리 등을 두루 경험한 전략통이다. ▶각국의 부양책에도 증시가 연일 출렁이고 있습니다.
신동준 “최근 KB증권 지점에 젊은 층을 중심으로 신규 계좌 개설 건수가 크게 늘고 있습니다. 향후 6개월 또는 1년 뒤를 보고 유망 종목을 분할 매수하면 분명 이익을 거둘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 심리가 작용한 것 같습니다. 다만 주가가 벌써 저점 대비 이미 20% 내외로 오른 상황에서 전고점까지 상승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주가가 최근 단기적으로 급반등했음에도 불구하고 4월부터는 충격적인 기업 실적을 접할 가능성도 열어둬야 하는 상황입니다. 장기적 관점에서 주가가 지금보다 일시적으로 더 폭락할 가능성에 대해서도 대비할 필요가 있다는 얘깁니다.”
서철수 “Fed의 양적 완화 조치로 극심한 변동성 장세는 거의 끝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특히 코로나19 사태가 어느 정도 진정된 이후의 상황을 미리 예측해 보면 0%대 금리와 시중에 풀린 풍부한 유동성 등을 감안할 때 금융 환경은 우호적입니다. 다만 2분기 기업 실적이 예상보다 훨씬 나빠질 가능성이 있고 하반기 회복 경로에도 불확실성은 남아 있습니다.”
▶현시점에서 어떤 업종이 유망할까요.
신동준 “자산 배분 차원에서 볼 때 성장과 안정을 동시에 추구하는 바벨 전략이 좋습니다. 화학이나 은행을 한 축으로 하고 다른 한 축으로 헬스케어 업종을 동시에 보유하는 게 좋아 보입니다. 중·장기적으로는 당연히 정보기술(IT)을 비롯해 게임이나 전기차 관련주를 유망하게 보고 있습니다.”
서철수 “코로나19 사태 이후 핵심 키워드는 ‘디지털 언택트(비대면)’입니다. 그에 따른 소비 패턴의 의미 있는 변화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IT 서비스 업종을 가장 유망하게 봅니다. 빅테크 기업들은 그동안 규제가 가장 큰 리스크였습니다. 하지만 이번 사태를 계기로 소비자들도 디지털 서비스에 익숙해졌고 정부도 불가피성을 인정하면서 앞으로는 규제가 줄어들 것으로 보입니다. 언택트 트렌드 확산에 따라 트래픽이 증가하면서 5세대 이통통신(5G)이나 데이터 센터 등의 수요가 다시 늘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반도체 수요도 덩달아 늘어나는 국면이죠. 또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건강에 대한 경각심이 한층 커진 만큼 바이오테크놀로지·예방의학·헬스케어 관련주에 투자하는 것도 현명한 선택이 될 겁니다. 관련 종목으로는 네이버·삼성전자·셀트리온을 꼽을 수 있습니다. 해외 주식 중에서는 마이크로소프트와 아마존을 유망 종목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번 사태로 부동산 시장이 한풀 꺾일 것이라는 전망도 있습니다. 홍춘욱 “부동산은 주식 시장이 충격을 받으면 1~2년의 터울을 두고 조정을 받는 게 특징입니다. 또한 금융 시장의 컨디션이 나쁘면 무리해서 집을 산 사람은 무너질 수밖에 없죠. 그런 측면에서 최근 주식 시장에 충격이 발생한 가운데 강남의 집값이 빠지기 시작한 것은 좋은 징후는 아니라고 봅니다. 향후 조정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거 사례를 보면 기회는 있습니다. 2008년 금융 위기 때 서울 부동산과 전국 광역시 부동산은 전혀 다른 행보를 보였어요. 당시 이명박 정부는 보금자리 주택 54만 호를 공급하면서 서울의 집값을 잡았습니다. 반면 ‘차화정(자동차·화학·정유) 경기’가 회복되면서 대구·부산·광주 등 광역시 부동산 가격이 뛰었습니다. 이들 지역에 일자리가 늘면서 수요 대비 공급이 부족했기 때문이죠. 향후 유망 업종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IT와 바이오 기업이 몰려 있는 곳에 가능성이 있을 수 있다는 얘깁니다. 실수요자라면 올 하반기나 내년 상반기 용인 기흥이나 충북 오송 지역 등의 급매물을 잡아볼 타이밍이라고 봅니다.”
▶달러·오일·금 등의 상품 자산은 어떨까요.
홍춘욱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때를 되새겨 보면 당시 양적 완화에도 달러는 바로 약세로 돌아서지 않았습니다. 꽤 오랫동안 강세를 보이다가 2차 양적 완화 때인 2010년께 약세로 돌아섰죠. 이번에도 마찬가지일 겁니다. 반면 금은 다르죠. 금은 화폐에 대한 수요가 강할 때 가장 팔기 쉬운 자산입니다. 2008년에도 금값이 두 달 사이 30% 정도 빠졌습니다. 물론 이번에는 그 정도 수준까지 내려가지는 않았지만 당분간 상승세를 보이긴 어려워 보입니다. 오일은 모든 자산 중 가장 비관적으로 보고 있습니다. 앞으로는 셰일 기업들의 파산 리스크가 미국 경제의 걸림돌이 될 가능성도 있다고 봅니다.”
신동준 “국제 유가 하락으로 에너지 업체들은 이미 가능성을 기대하기 어려운 수준이 돼버렸습니다. 다만 큰 리스크는 아니라고 봅니다. 에너지 기업들이 하이일드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15% 정도 됩니다. 그런데 이들 기업은 최근 2년 가까이 이미 자본 잠식 상태를 이어 오고 있어요. 코로나19 사태 이전에도 투자를 받지 못해 힘든 상황이었습니다. 소규모 기업들은 파산이 불가피한 상황이지만 에너지 대기업이 이들 기업을 인수·합병(M&A)하면서 시장은 안정을 찾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후 감산 조치가 시행되면 유가는 하반기에 상승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금에 대한 수요는 꾸준할 것으로 봅니다. 글로벌 금융 위기 당시 강렬하게 남은 기억이 있을 겁니다. 미국이 금리를 왕창 내리고 양적 완화 조치를 취하면서 처음 보는 규모의 돈이 풀리다 보니 저러다가 큰일 나는 것 아니냐는 우려로 투자자들이 물가 연동 국채와 금을 사기 시작했습니다. 이번에도 비슷한 양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Fed가 무제한 양적 완화를 발표한 이후 금값이 폭락하다가 차츰 회복되는 상황입니다. 인플레이션에 대한 기대라기보다 화폐 가치에 대한 믿음이 약화하면서 금에 대한 수요는 꾸준히 존재할 것 같습니다.”
서철수 “연말까지 본다고 하면 달러 가격은 흘러내리는 쪽으로 보고 있습니다. 반면 금값은 상대적으로 상승할 것으로 봅니다. 금은 세계 법정 통화의 대체재 수단이기 때문에 수요가 꾸준할 것 같습니다. 따라서 포트포리오 관리 차원에서 금 또는 관련 자산을 일정 부분 담을 수도 있다고 봅니다. 유가도 달러가 내리면 어느 정도 상승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올해 세계 경제는 어떨 것 같습니까.
서철수 “코로나19로 멈춰 섰던 세계의 공장이자 주요 소비국인 중국이 다시 살아나는 게 중요한 상황입니다. 다만 정상화까지는 시간이 더 필요해 보입니다. 중국 정부는 공장 가동률이 70~80% 정도 회복됐다고 발표했습니다. 하지만 추측이 가능한 전력 사용량 등의 통계를 보면 아직 정상적인 상황은 아닌 것 같습니다.” 신동준 “한국과 중국은 1분기 전망이 가장 어둡고 미국과 유럽은 2분기 성적이 가장 안 좋을 것 같습니다. KB증권이 최근 수정한 1분기 미국 경제성장률은 전년 동기 대비 마이너스 12.1% 수준입니다. 연간 성장률도 전년 대비 마이너스 0.8%의 역성장이 예상됩니다. 한국의 올해 성장률은 0.8%, 중국은 3% 초반으로 예상되지만 1~2분기 주요국의 상황이 워낙 좋지 않은 만큼 글로벌 경제의 회복 속도는 더 느려질 것으로 보입니다. 당초 지난해 예상했던 수치를 회복하는 시점은 내년 연말께나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홍춘욱 “저는 의견이 조금 다릅니다. 한국은 1분기보다 2~3분기에 최악의 위기 국면을 맞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한국 경제는 수출에 의존하는 비율이 높습니다. 물건을 만들어도 팔리지 않으면 답이 없죠. 모건스탠리의 최근 보고서를 보면 2분기 미국의 경제성장률은 전년 동기 대비 마이너스 30%로 최악의 상황이 예상됩니다. 5월께 격리 조치를 해제한다고 하더라도 당장 소비 수요가 회복되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3분기에 접어들어서야 정상화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한국의 3월 수출 실적을 보면 아직은 선방하고 있다고 판단됩니다. 아직 충격이 제대로 전해지지 않은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미국의 상황을 감안하면 한국은 결국 2~3분기에 수출 부진으로 어려움을 겪게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미국이 사상 최대 규모의 부양책을 내놓았는데 충분한지요.
홍춘욱 “유럽에 ‘복스’라는 이코노미스트 커뮤니티가 있습니다. 여기에서 ‘코로나19 사태와 관련해 어떤 정책을 쓸 것인지에 대해 논의하는 시간조차 아깝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3월 18일 발표했습니다. 코로나19의 확산을 막기 위해 사회적 거리 두기 등을 시행할수록 글로벌 경제성장률은 떨어지고 기업의 파산 등 위기로 이어질 것이라는 게 이코노미스트들의 진단입니다. 이코노미스트들은 해결책으로 각국 중앙은행이 회사채를 매입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또 각국 정부가 돈을 최대한 빨리 살포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런 관점에서 트럼프 정부의 헬리콥터 머니 조치도 다소 늦은 감이 있습니다. 의회에서 두 번 부결됐기 때문이죠. 규모도 2조5000억 달러에서 2조 달러로 줄어든 만큼 추가 조치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신동준 “이번 사태는 코로나19라는 외부 충격에 의한 자연재해에 가까운 위기입니다. 과거 위기 때는 은행이나 기업이 파산하면서 위에서 아래로 어려움이 확산됐습니다. 반면 지금은 중소기업·자영업자·소상공인 등에게 먼저 충격이 가해지고 있습니다. 사태가 종식되는 과정에서 경제가 완전히 멈춰 현금 흐름이 끊기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중소기업 등이 어떻게든 견뎌낼 수 있도록 하는 게 핵심입니다. 더욱 중요한 것은 코로나19 사태가 종료된 후에도 경제가 제대로 돌아갈 수 있도록 추가적인 부양책이 필요하다는 점입니다. 따라서 미국의 부양책은 당연하다고 봅니다.”
서철수 “현재의 양적 완화 정책은 범위나 규모 면에서 이례적으로 압도적인 상황입니다. 벤 버냉키 Fed 전 의장은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때 장기 국채와 주택 저당 증권을 사들이는 등 시중에 돈을 푸는 정책으로 위기를 극복했습니다. 극도의 신용 경색이 우려되던 상황에 이번에도 Fed가 역할을 제대로 했다고 판단됩니다. 실제로 3월 중순부터 신용 경색 상황이 조금씩 풀리기 시작했습니다. 다만 걱정되는 부분은 ‘엑시트’입니다. 코로나19 사태가 종결된 이후 어떻게 정상화된 경제로 돌아갈 것인지에 대해 장기적으로 고민해야 할 겁니다. 물론 그렇다고 하더라도 그에 앞서 급한 불을 끄는 게 우선인 것은 분명합니다.”
▶코로나19 사태는 언제쯤 종식될까요.
신동준 “중국이나 한국의 사례를 보면 코로나19 확진자가 크게 늘었다가 양상이 진정되는 시점까지 약 25~28일 정도 소요됐습니다. 유럽과 미국에서는 3월 초 확진자가 급증하기 시작했습니다. 만약 중국과 한국처럼 사회적 거리 두기 등을 잘 실천한다면 4월 중순께 증가세가 꺾일 것으로 예상됩니다. 보수적으로 보더라도 4월 말부터는 지금의 한국처럼 어느 정도 경제 활동을 하면서 주의하는 정도의 수준에 접어들 것 같습니다. 다만 완전한 정상화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입니다. 코로나19를 근본적으로 예방할 수 있는 백신이 올해 안에 개발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기 때문입니다.”
홍춘욱 “중국 우한이 그동안의 격리 조치를 4월 8일 해제한다는 데 주목하고 있습니다. 1월 말 조치를 시작한 이후 약 2개월 만에 빗장을 푸는 거죠. 만약 이때 중국 내에서 2차 확산이 진행된다면 상황은 달라질 겁니다. 중국에 이어 5월께 한국과 일본 미국도 격리를 해제할 것으로 전망되는데, 아직 2차 확산 가능성이 남아 있는 만큼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서철수 “백신 개발에 앞서 5월께 치료제가 나온다면 글로벌 경제는 ‘V자’ 반등이 가능할 것으로 봅니다. 하지만 치료제 없이 인류의 면역력만으로 버텨야 하는 상황이라면 경제의 회복도 상당히 더딘 속도로 진행될 겁니다.”
▶올 하반기에는 미국 대선이라는 변수가 있습니다.
신동준 “현재로서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재선 가능성이 높아 큰 혼란은 없을 것 같습니다. 11월 미국 대선 즈음에는 코로나19 확산세가 꺾일 가능성이 높은 만큼 트럼프 대통령은 관련 치적을 선거전에 활용할 겁니다. 중국과의 무역 합의 이슈가 남아 있긴 하지만 선거 직전에 중국이 판을 흔들기는 어려울 겁니다. 만약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에 실패하면 그동안 펼쳐 왔던 감세 정책 등이 후퇴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습니다. 하지만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이 당선된다고 하더라도 그동안의 기조를 바꾸기는 어려울 겁니다.”
서철수 “같은 생각입니다. 4년 전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과의 대결에 비해서는 훨씬 유리한 상황이죠. 현직 대통령으로서 쓸 수 있는 수단도 굉장히 많습니다. 다만 중국과의 마찰 시점은 코로나19 사태에 의해 대선 전으로 앞당겨질 가능성도 있어 보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차이니즈 바이러스’라는 표현을 써가며 코로나19 팬데믹의 책임이 중국에 있다고 강조하는 것은 우려스러운 대목입니다.”
홍춘욱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세계가 ‘민족주의’를 앞세워 대립각을 세울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점은 분명 걱정되는 부분입니다. 앞으로는 여행·이민 등 인구 이동이 과거에 비해 훨씬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국가 간 인구 이동에 대한 인종 혐오 의식 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죠. 이와 관련해 각국 정부가 중재에 나선다고 하더라도 각 국민의 폐쇄성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불행한 사건이죠.”
▶마지막으로 한국 경제가 풀어 나가야 할 과제들은 뭐가 있을까요.
홍춘욱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코로나19에 따른 충격을 최소화하는 게 우선입니다. 정부가 최근 100조원 규모의 부양책을 꺼내 들었지만 아직 한참 멀었습니다. 1차 추가경정예산의 내용으로만 볼 때 만기 5년짜리 전통 시장 상품권을 배포하는 방안 등을 보면 그야말로 ‘한가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한국 정부의 경제 정책 목표는 국가 신용 등급을 ‘트리플 A’로 만드는 것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그것은 결코 좋은 게 아닙니다. 이 불황에 원화의 통화 가치가 강세를 보이면 수출로 먹고사는 한국에는 타격이 클 수밖에 없어요. 더 나아가 명목 이자율이 명목 성장률 밑에 있을 때는 정부가 돈을 아무리 써도 재정의 악화로 이어지지 않습니다. 제로 금리 상황의 경제 구조를 가지고 있을 때 승수 효과가 1만 넘어가도 세수가 훨씬 잘 걷히고 아무리 돈을 풀어도 정부의 이자 부담은 오히려 줄어요. 채권 시장의 참가자들이 미래를 비관적으로 보는 현 상황에서의 경제 정책은 단호해야 합니다. 저소득층에게 돈을 더 풀고 고용 유발 효과가 높은 산업에 신속히 자금을 투입해야 합니다. 그런 측면에서 한국은 너무 위축돼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아마도 과거 국제통화기금(IMF) 관리체제 시절의 트라우마 때문인 것 같습니다. 그때와는 상황이 분명히 다른 만큼 더욱 강력한 부양책이 필요합니다.”
서철수 “최근 들어 국제 정세의 판이 바뀌고 있다는 점에서 관련 대응책도 필요한 상황입니다. 지난 20년간은 중국과 미국이 협업을 통해 글로벌 경제의 균형 성장을 이끌었습니다. 한국은 그 한가운데서 최고의 수혜를 본 국가 중 하나였습니다. 그러던 판이 미·중 간 패권 다툼으로 깨져 버렸습니다. 한국은 최대 수출 시장인 중국의 눈치를 보면서 미국과의 관계도 고민하는 줄타기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과거처럼 수출에만 의존하지 않고도 먹고살 수 있는 새로운 길을 모색해야 하는 시점입니다. 지금이라도 적극적으로 내수 시장을 키워야 합니다.”
신동준 “축소 균형의 시대에 대해서도 고민할 필요가 있어요. 한국 경제는 그동안 인구가 증가하고 경제가 성장하고 금리가 안정되고 자본 시장이 커지는 안정적 형태의 그림을 그리는 데 집중해 왔습니다. 하지만 생산가능인구가 이미 줄고 있는 상황에서 마이너스 성장은 불가피한 게 현실입니다. 2~3% 수준의 성장률을 유지하기 힘들다면 우리 경제에 적정한 수준은 어느 정도인지, 적정한 금리의 수준은 어느 정도인지 고민하고 수정해야 합니다. 과거의 숫자에 집착하기보다 과감하게 발상을 전환해야 할 타이밍이 아닌가 싶습니다. 축소 균형의 시대가 무조건 불행한 것은 아닙니다. 인구가 감소하고 국가 전체의 국내총생산(GDP)이 줄어도 1인당 GDP는 늘어날 수 있거든요. 즉 한 개인의 삶의 질은 개선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이에 초점을 맞춰 정책의 전환이 필요한 시기입니다.”
choie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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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71호(2020.04.06 ~ 2020.04.12)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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