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최저 금리·커지는 시장 변동성 -위기에 빛나는 ‘절세’의 매력, 투자는 ‘분할매수’로
‘공포에 길 잃은 재테크’ …국내 4대 은행 스타 PB들의 조언
[한경비즈니스=이정흔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팬데믹(세계적 유행) 공포가 글로벌 금융 시장을 뒤덮었다. 월가의 ‘공포지수’로 불리는 시카고옵션거래소(CBOE) 변동성지수(VIX)는 3월 16일 82.69까지 치솟기도 했다. 2008년 금융 위기의 악몽을 떠올리게 만드는 금융 시장의 징후들이 두드러지면서 투자자들 또한 ‘재테크의 길’을 잃고 혼돈 속을 헤매고 있다. 모든 것이 ‘불확실한’ 시기지만 이럴 때일수록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확실한 길잡이가 필요하다. 국내 시중은행의 대표 프라이빗 뱅커(PB)들에게 ‘위기를 넘는 추천 투자법’을 들었다.
◆조언①=‘한 방’보다 ‘매달 꾸준히’, 인컴형 자산에 관심

한국은행은 3월 16일 임시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기준 금리를 0.5%포인트 긴급 인하(1.25%→0.75%)했다. 사상 처음으로 0%대 ‘제로 금리’ 시대를 맞게 된 것이다. 시장에 돈이 풀렸지만 투자자들은 여전히 혼란스럽다. 코로나19로 시장이 꽁꽁 얼어붙으면서 ‘어디에 돈을 투자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어려움을 호소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안은영 신한PWM판교센터 팀장은 이와 같은 최근의 분위기를 전하며 “지금은 ‘생존 재테크’가 필요한 시기”라고 거듭 강조했다. 한동안 시장의 변동성이 더욱 커질 가능성이 높다. 리스크를 안기에는 불안하고 그렇다고 정기 예금은 이율이 너무 낮다. 그러니 지금으로서는 보유한 자산을 잃지 않고 ‘생존’에 무게 중심을 둬야 한다는 조언이다.

먼저 언제든 현금으로 유동화할 수 있는 ‘인컴형 자산’의 비율을 높일 것을 추천했다. 인컴형 자산은 정기적인 소득이나 수입(income)을 창출하는 자산을 일컫는다. 각종 채권과 고배당 주식, 부동산투자신탁(리츠) 등이 대표적이다. 안 팀장은 “당장 시장이 출렁이더라도 그때그때 수익을 통해 현금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위기의 시기를 버티기에 적당한 상품일 수 있다”며 “시장의 움직임을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현금 유동화’를 고려한다면 만기를 지나치게 길게 잡는 것보다 1년 미만 상품으로 ‘방망이를 짧게 잡고’ 가는 게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임은순 KB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PB팀장(압구정스타 PB센터)은 “제로 금리 시대에 손실을 만회하기는 너무 어렵기 때문에 절대 잃지 않는 투자를 해야 한다”며 “저금리 시대의 자산 포트폴리오는 인컴 상품 위주로 구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컴 수익은 예측이 상대적으로 쉬운 데다 보유하는 것만으로도 수익이 발생한다는 점에서 강점이 크다. 단기 투자자보다 중·장기 투자자에게 적합한 측면이 있다. 임은순 팀장은 “일본의 사례를 보면 0% 수준의 초저금리 환경에서 새로운 투자 대안으로 부상했던 게 배당주, 부동산 리츠, 인프라와 같은 인컴형 자산”이라고 설명했다.

◆조언②-사상 최저 금리, ‘절세’가 돈 버는 지름길

사상 최저 금리의 시대에 절세·비과세 상품의 중요성은 두 번 말할 필요도 없다.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개인형퇴직연금계좌(IRP)·연금저축펀드는 기본적으로 챙겨야 할 ‘절세 상품 3대장’이다. ISA는 각 상품에서 발생한 수익과 손실을 통산할 수 있고 만기 인출 시 순이익의 200만원까지 비과세돼 절세 효과가 크다. 연간 총급여 5500만원의 직장인이라면 연금저축과 IRP를 합쳐 연간 700만원까지, 16.5%의 세액 공제를 받을 수 있다. 연소득 5500만원일 경우에도 13.2%의 세액 공제 혜택을 챙길 수 있다.

김학수 하나은행 글로벌PB팀장은 “지금까지 자신이 가입하지 않았던 비과세 상품들은 이번 기간에 꼭 챙겨 놓는 것이 좋다”며 “연금저축과 IRP는 보통 많이 하고 있지만 특히 매월 말에 자금 이체를 걸어두면 낮은 시세에 분할 매수 효과도 누릴 수 있어 지금과 같은 시기에 잘 맞는다”고 말했다.

조현수 우리은행 양재남금융센터 PB팀장은 “은퇴 후 기존에 어느 정도 안정적인 금융 자산을 운용하고 있는 60대 이상 투자자들에게는 ‘즉시 연금’ 상품을 눈여겨볼 만하다”며 “현재 비과세 상품이 지속적으로 한도가 줄어들거나 사라지는 상황에서 과세 이연 효과(세금을 납부하는 시점을 일정 기간 동안 연기해 주는)를 활용한다면 이와 비슷한 ‘절세 효과’를 누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건강보험료 등도 줄일 수 있다.

그중 ‘확정 기간형 즉시연금’은 매달 정기적으로 수익을 얻으면서 과세 이연 효과도 누릴 수 있다는 점에서 일석이조다. ‘확정 기간형 연금’은 정해진 기간 동안 연금을 지급받는 상품인데 쉽게 말하면 원금과 이자를 같이 받는 개념이다. 자녀에게 사전 증여 등을 충분히 한 경우 매달 정기적으로 ‘여유 자금’을 확보할 수 있어 매우 유용한 상품이다. 조 팀장은 “예를 들어 확정 기간 연금형 즉시연금 10년형을 선택해 10억원을 가입했다고 하면 대략 매월 800만원 정도를 10년에 걸쳐 수령할 수 있다”고 말했다.

◆조언③-커지는 시장 변동성, 투자의 기본은 ‘적립식 혹은 분할 매수’

지금처럼 금융 시장이 요동칠 때는 모두가 ‘바닥’을 확인하는 데 분주해진다. 하지만 그 누구도 정확하게 바닥을 예측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단기적으로는 시장의 변동성이 더욱 커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더욱이 코로나19의 진행 상황에 따라 시장의 분위기는 언제든 급변할 수 있다는 것이 국내 시중은행 스타 PB들의 한결같은 조언이다.
그럼에도 ‘위기 속 기회’를 찾고자 하는 투자자들은 언제나 존재한다. 지금과 같은 경제 위기가 ‘기회’가 되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위기를 기회’로 바꾸기 위해서는 그 어느 때보다 신중할 필요가 있다. 원금의 50~70%는 원금 손실 가능성이 낮은 안전 자산에 두고 나머지는 수익을 위한 공격적인 자산으로 운용하길 권하는 의견이 많았다. 위험 자산의 가격이 많이 빠져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이를 늘리는 것도 좋지만 언제든 또 빠질 가능성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정기 적립식 혹은 분할 매수 전략이 유용하다.

조현수 팀장은 “예를 들어 상장지수펀드(ETF)와 같은 인덱스 펀드에 지수가 10%씩 빠질 때마다 조금씩 나눠 들어가는 식의 규칙에 따르는 것이 도움이 된다”고 조언했다. 임은순 팀장은 “코스피 인덱스와 삼성그룹주·고배당주 등의 우량주 펀드를 추천한다”며 “최근 급락으로 인해 주요 증시 밸류에이션이 과거의 위기 수준으로 낮아진 상황”이라고 말했다.

지금처럼 시장의 변동성이 커진 시기에 절대 ‘피해야 할’ 자산으로 모든 PB들이 경고한 상품이 있다. ‘레버리지’나 ‘인버스’ ETF 상품이 그것이다. 김학수 하나은행 팀장은 “국내 주식은 해외 주식에 비해 비과세 효과를 누릴 수 있는 데다 ETF 상품들은 수수료도 저렴해 권할 만하다”며 “하지만 ‘레버리지·인버스’ 상품들은 기본적으로 시간에 불리한 상품”이라고 짚었다. 간단히 예를 들어 ETF 상품에 투자할 때 코스피지수가 10% 빠졌다가 다시 10% 올랐다면 ‘원금’을 회복해야 한다.

하지만 레버리지 상품은 이와 같은 공식이 통하지 않는다. 복리 효과 때문이다. 코스피지수가 100에서 20%(-20) 빠져 80이 된 상황에서 다시 20%(+16)가 오른다면 결과적으로 96으로 4의 손실이 발생하는 것이다. 조현수 팀장은 “시장이 요동칠수록 이처럼 시간 가치를 반영하는 상품들이 불리할 수밖에 없다”며 “특히 빚을 내 이와 같은 상품들에 전부를 거는 투자는 절대 금물”이라고 경고했다.

◆조언④-안전자산+환차익(비과세)+수익률 ‘일석삼조’, 달러에 올라타라

경제 위기가 본격화되면서 ‘달러’에 대한 관심도 늘고 있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 3월 19일 달러당 1285.7원으로 11년 만의 최고치를 찍었다. 현재는 이보다 소폭 하락해 달러당 1200원대에서 움직이고 있다. 이미 달러 가치가 오를 만큼 오른 상황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달러 확보전’의 열기는 여전히 뜨겁다. 위기에 대한 공포감이 커질수록 안전 자산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있는 영향이다.

달러는 안전 자산이라는 점 외에도 환차익(비과세)과 수익률의 일석삼조 효과를 누릴 수 있다는 점에서도 주목받고 있다. 스타 PB들은 대체로 금융 자산의 10~20%는 기축 통화인 달러를 담아두는 것을 권했다. 다만 달러 상품에 투자할 때도 기본적으로 강조되는 것은 ‘분할 매수’다.

민병혁 KB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PB팀장(분당 PB센터)은 “원·달러 환율 상승(원화 가치 하락)으로 당장은 아니지만 환율 하락(원화 가치 상승) 시 달러 매입 관련 상품들에 투자하는 것도 고려할 만하다”며 “요즘과 같은 변동성이 큰 장세에 좋은 대안 투자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학수 팀장은 “달러는 아래로 떨어질 때는 천천히 떨어지고 위로 오를 때는 빨리 오르는 경향이 있다”며 “특히 국내 주식 시장이 크게 불안해질 때 환차익을 통해 상쇄 효과를 낼 수 있다는 점에서도 고려해볼 만하다”고 말했다.

vivajh@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71호(2020.04.06 ~ 2020.04.12)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