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폴리틱스]
- 세율 인상 법안 20대 국회 폐기 전망
- 與 일각 “세 부담 완화”에 당·청 세율 조정 논의할 듯
총선 뒤 종부세율 운명은…인상? 인하? 유지?
[한경비즈니스 = 홍영식 대기자] 여야의 ‘4·15 총선’ 경제 공약 중 가장 이목을 끈 것은 부동산 대책이다. 각 정당 모두 ‘집값 안정’에 방점을 두고 있다. 그러나 방법론은 다르다. 더불어민주당은 서민·취약계층 주거 복지 강화와 투기 억제라는 기존의 정부 기조를 반영하는 정책을 내놓았다. 공공 주택 확대는 그런 대책의 일환이다. 반면 미래통합당은 재건축·재개발 규제 완화를 통한 공급 확대, 세 부담 완화를 중점적으로 내세웠다. 주목되는 것은 총선 과정에서 민주당 일부 후보들이 종합부동산세 완화를 주장한 것이 실제 정책에 반영될지 여부다.


◆민주당 “청년·신혼부부 10만 가구 등 공공주택 확대”




민주당이 ‘주(住)토피아’라는 이름의 총선 3호 공약으로 내놓은 부동산 대책의 핵심은 청년·신혼부부 공공 주택 10만 가구 공급이다. 수도권 3기 신도시와 택지개발지구에 청년벤처타운과 신혼부부 특화타운을 조성해 5만 가구를 공급하기로 했다. 청년벤처타운은 내년부터 역세권 인근에 짓고 주변에 신혼 특화 단지를 조성해 신혼부부들의 출퇴근을 용이하게 한다는 것이다. 신혼희망타운은 분양 주택과 임대 주택이 혼합돼 있고 단지 내에 육아 시설도 공급할 계획이다. 또 지역 거점 구도심과 혁신지구 도시 재생 사업 등을 통해 4만 가구, 서울 용산을 비롯한 코레일 부지에 1만 가구를 짓겠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이런 공약은 정부가 이미 내놓은 정책과 비슷해 ‘재탕 공약’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는 이미 2018년 7월 신혼희망타운 10만 가구 공급 방안을 내놓았고 이후 2022년까지 분양 10만 가구, 장기 임대 5만 가구 등 총 15만 가구로 늘리겠다는 계획도 제시한 바 있다. 지난 3월 20일엔 ‘주거 복지 로드맵 2.0’을 통해 2025년까지 공공 분양과 공공 임대 형식으로 총 15만 가구의 신혼 희망타운을 짓겠다고 발표했다.


민주당은 이 밖에 신혼부부 맞춤형 금융 지원도 내놓았다. 신혼부부가 집을 살 때 최대 3억원까지 빌려주는 수익 공유형 모기지 도입, 청년 디딤돌 전세 자금 금리 인하, 세입자가 원하면 전월세 계약 기간을 2년 연장할 수 있는 ‘계약갱신요구권’ 도입 등도 시행하기로 했다. 부모와 떨어져 사는 취업 준비생과 대학생에 대한 주거 급여 신설, 시중은행의 청년 전월세 대출 규모 확대 등도 약속했다.
총선 뒤 종부세율 운명은…인상? 인하? 유지?
◆통합당 “도심 재건축·재개발 규제 완화로 공급 확대”




미래통합당은 현 정부의 규제 중심의 정책을 비판하며 시장 자율을 중시하는 쪽으로 방점을 찍었다. 황교안 대표는 연초 한경비즈니스와의 인터뷰에서 방향을 제시했다. “집값도 시장 경제 원리에 맡겨 놓으면 된다. 그러면 집이 필요한 사람과 팔려는 사람들이 가장 좋은 방법으로 거래할 수 있다. 시장 원리에 따라 공급자와 수요자가 자율적으로 결정하게 하고 너무나 명백하고 검증된 문제가 생겼을 때만 규제해야 한다.”


통합당은 이런 차원에서 인허가 간소화 등 도심 재건축·재개발 규제 완화 등을 통한 공급 확대를 주요 공약으로 제시했다. 서울에서 집을 지을 만한 새로운 토지를 찾기 쉽지 않고 맞벌이 부부들이 자녀 부양 등 문제로 서울에 있는 집을 선호하는 만큼 재개발·재건축 활성화가 효과적인 부동산 대책이라는 판단이 깔려 있다. 통합당 관계자는 “서울의 집값을 잡으려면 수요가 몰리는 곳에 공급을 늘려주는 게 가장 적절한 대책”이라고 말했다.


통합당은 분양가 상한제 폐지와 일부 지역 고도 제한 완화, 아파트 공시 가격 상향 속도 조절, 핵심 상업지구 용적률 상한 완화, 1주택자 재산세 부담 완화, 주택담보대출비율(LTV) 현행 40%에서 60%로 환원(서울 기준), 소득 없이 1주택을 보유한 만 65세 이상에 대한 재산세 상한 특례 확대, 최초 자가 주택 구입자와 일시적 1가구 2주택자에 대한 규제 완화 등도 내놓았다. 현 정부가 발표한 3기 신도시가 자칫 유령 도시가 될 수 있다며 시행 시기와 규모 등을 전면 재검토하고 고가 주택 기준도 현행 ‘시세 9억원 초과’에서 ‘공시 지가 12억원 이상’으로 조정하기로 했다.



◆“종부세 강화” “3.3㎡당 1000만원대 주택 공급”


정의당은 종부세를 1주택은 0.3~1.0%포인트, 다주택은 1.1~3.5%포인트 인상하는 등 규제 강화 방안을 제시했다. 또 고위 공직자 1가구 2주택 이상 보유 금지, 전세 계약 기간 연장(2년에서 3년으로) 및 계약갱신청구권 2회 보장, 모든 선분양 아파트로 분양가 상한제 확대, 임대 사업자 세금 감면 혜택 폐지 등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월세를 사는 청년에게 주거수당(월 20만원) 지급 공약도 있다.


민생당은 수도권과 지방 도시에 분양가 3.3㎡당 1000만원대의 공공 주택 단지를 조성하고 종부세제를 개편해 보유 주택이 많을수록 더 내도록 하며 LTV와 총부채상환비율(DTI)을 모두 없애는 대신 대출 수준을 시장과 금융사가 자율적으로 결정하도록 했다. 다만 1가구 1주택자의 종부세는 면제하자고 했다.


◆“민주당 새 지도부 들어서고 시장 흐름 더 살펴봐야”




여야가 이런 대책을 내놓아도 정부의 정책 전환이 없다면 부동산 정책의 근본 틀을 바꾸기는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국회를 통과해야 하는 세제를 제외하고 나머지는 대부분 정부의 정책적 영역이기 때문이다. 정부와 여당이 추진해도 야당이 막을 방도가 없다. 하지만 종부세는 다르다. 야당뿐만 아니라 여당 일각에서 종부세 부담 완화를 주장했다는 점에서 실현 가능성이 주목 받을 수밖에 없다.


현재 국회에는 ‘12·16 부동산 대책’의 일환으로 정부가 발표한 종부세 인상 법안이 제출돼 있다. 종부세율을 다주택자는 0.2~0.8%포인트, 1주택자는 0.1~0.3%포인트 올려 다주택자에게 최고 4%, 1주택자에게 최고 3%의 세율이 적용되도록 했다. 또 조정 대상 지역 2주택자의 세 부담 상한을 300%로 인상했다. 이에 대해 통합당은 거꾸로 종부세 인하를 주장하고 있다. 이미 2018년 9·13 대책으로 종부세가 한 차례 인상됐고 현 정부 들어 공시 가격이 크게 올랐다는 점을 인하 이유로 내세우고 있다.


여야가 이렇게 맞서면서 종부세 인상 법안은 20대 국회 임기가 종료되는 5월 말까지 국회를 통과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워 보인다. 이 법안은 20대 국회에서 자동 폐기되고 21대 국회에서 다시 제출돼 논의될 것으로 전망된다. 여야의 의견 차이 속에 변수가 생겼다. 최재성 의원(서울 송파을), 전현희 의원(서울 강남을) 등 서울 서초·강남·송파·강동·용산·양천, 경기 분당 지역 민주당 출마자 14명이 종부세 부담 완화를 주장했기 때문이다. 이들은 1가구 1주택자의 종부세 부담을 완화하겠다며 장기 실거주자는 면제, 주택연금 가입 기준 9억원 상한 폐지 등을 약속했다. 최 의원은 지난해 14년 이상 1주택을 소유하고 거주한 사람에게 종부세를 부과하지 않는 법 개정안을 냈다.


이낙연 민주당 공동선거대책위원장도 지난 4월 5일 종부세와 관련해 ‘정부 여당의 방침에 변화가 있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당 지도부가 협의했다. 그렇게 조정이 됐다”고 답했다. 앞으로 당·청 간 논의도 하겠다고 말했다. 종부세 정책 변화 가능성을 암시한 대목이다. 하지만 종부세 부담 완화가 현실화할지는 미지수다. 민주당 정책위 관계자는 “아직 집값이 완전하게 안정됐다고 보기 어렵고 국회에 종부세율 인상 법안이 제출돼 있는 상황에서 거꾸로 인하를 논의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라며 “민주당에 새 지도부가 들어서고 부동산 시장 흐름을 좀 더 살펴본 뒤 결정해야 할 사안”이라고 했다. yshong@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72호(2020.04.13 ~ 2020.04.19)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