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지방선거 · 2016년 총선 때 자만이 패배 불러
2012년 총선 · 2014년 지방선거 땐 엄살론 주효 ‘교훈’

[한경비즈니스=홍영식 대기자] 선거 때마다 등장하는 것이 ‘엄살론’이다. 특정 정당이 실제 선거전이 어려워 그런 ‘읍소 전략’을 동원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여론조사 결과 등에 나타난 민심이 누가보더라도 유리한 국면임에도 이런 엄살을 부리는 사례도 적지 않다. 선거 막바지 위기론을 부각시켜 지지층을 투표장으로 유인하려는 고전적 전략이다.
박형준 미래통합당 공동 선거대책위원장이 13일 “이대로 가면 개헌저지선(100석)도 위태롭다”고 한 의도를 두고 뒷 말이 많다. “그 정도는 아닌데, 위기를 과장한 엄살이다” “아니다. 현실이 그렇다” 등 분분한 말이 오가고 있다.
박 위원장은 “주말 자체 여론조사를 갖고 분석을 해보니 너무나 심각한 위기 의식을 느끼고 있다. 여당이 국회를 독점적, 일방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180석을 저지해주길 간곡하게 부탁한다”며 엄살론이 아님을 강조했다.
이 같은 발언에 대해 김종인 통합당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은 “그런 이야기는 다 부질 없다”며 “결과를 보고 이야기해야지 지금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해봐야 아무 소용 없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줄곧 “여론조사는 믿을 수 없다”며 “승리를 자신한다”고 해왔다. 박 위원장의 얘기를 엄살로 치부한 것이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박 위원장 발언에 대해 “(통합당이)일주일 전만 해도 과반을 넘긴다고 큰소리치다 지금은 무릎을 꿇는 읍소작전을 하고 있다”며 ‘추태’라고 비판했다.
그러나 통합당 내에선 우려감이 적지 않다. 실제 통합당은 자체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를 근거로 최악의 경우 지역구 80석 정도에 칠 것이라는 분석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실시된 각 여론조사를 종합해보면 민주당이 우세를 보이는 곳은 105~110곳, 통합당 우세 지역은 85~90 곳 정도 된다. 50~60곳은 박빙의 승부를 펼치고 있어 최종 승부는 뚜껑을 열어봐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비례대표 의석을 합하면 통합당이 “100석이 위태롭다”고 할 정도는 아니라는 얘기다.
통합당이 실제 선거가 어렵다, 아니다를 떠나 엄살론을 펴는 것은 2010년 지방선거와 2016년 20대 총선 때의 뼈아픈 경험의 교훈 때문이기도 하다. 2010년 5회 지방선거를 앞두고 당시 여당이었던 한나라당(현 미래통합당) 내에선 완승 기대감이 컸다.
이명박 당시 대통령 지지율이 50% 안팎을 기록하는 등 누가보더라도 여당이 승리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한나라당은 패배했다. 선거 직전인 그해 3월 천안함 폭침 사건도 있어서 선거는 해볼 필요가 있겠느냐라는 말이 나올 정도였지만, 한나라당의 자만이 패배를 불렀다는 지적이 많았다.
2016년 4월에 실시된 20대 총선 땐 새누리당(현 미래통합당)은 ‘180석 확보’를 호언했다. 한국갤럽이 총선 직전인 4월 4~6일 실시한 조사에서 새누리당이 39%, 더불어민주당은 21%의 지지율을 나타내 새누리당 압승이 예고됐다 .그러나 새누리당은 패배했다. 친박-비박 간 극심한 공천 갈등이 그런 결과를 불렀다.
반면 2012년 19대 총선 땐 ‘엄살 전략’이 통했다. 이명박 정부 말기 대통령 지지율이 떨어지는 등 실제 새누리당에 위기감이 퍼졌다. 당시 새누리당은 ‘야권 190석 획득론’을 내세우면서 “한 번만 도와달라”고 읍소했다. 그 결과 새누리당은 과반(152석)을 얻는 대승을 거뒀다.
2014년 지방선거 때도 새누리당은 ‘엄살 전략’을 펴 효과를 봤다. ‘4·15 총선’을 앞두고 위기론을 펴는 박 위원장의 전략이 어떤 결과를 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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