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레이딩 플랫폼 자회사 ‘아퀴스’ 설립
채팅에 타이쿤 게임 방식 접목...‘게임왕’ 김정주, 밀레니얼 세대 자산 관리 노린다
1세대 창업가 김정주 NXC 대표가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투자를 ‘게임’처럼 하는 금융 자산 거래 플랫폼 ‘아퀴스’가 그 주인공이다.

넥슨의 지주회사 NXC는 3월 30일 트레이딩(투자·금융 거래) 플랫폼 자회사 ‘아퀴스’를 설립했다고 밝혔다. 생소한 전문 용어나 번거로운 거래 과정, 복잡한 차트를 없애고 기존 자산 관리 시장의 문턱을 낮추는 것이 핵심이다.

NXC가 겨냥하는 소비층은 글로벌 시장의 ‘밀레니얼·Z세대(MZ세대)’다. 새로운 세대를 위해 새로운 사용자 경험을 제공한다. 아퀴스는 투자 서비스를 메신저처럼 대화하는 방식에 기반해 타이쿤 게임(경영 시뮬레이션) 요소를 접목했다.

투자 경험이 없는 MZ세대를 대상으로 알고리즘 기반 투자에 대한 거부감을 없애고 게임형 인터페이스로 친근하게 다가가기 위해서다. 부동산·주식·금융 등 투자 대상도 다양하다.

◆김정주 대표, 핀테크 투자 속도

이번 아퀴스에 대한 투자는 그동안 김 대표가 주목하던 ‘핀테크’와 ‘밀레니얼 세대’에 대한 관심을 반영했다. 김 대표는 그동안 비게임업계에 대한 투자를 이어 왔다. 그중에서도 디지털 금융에 대해 적극적인 행보를 보였다.

NXC는 지난 3월 인도의 핀테크 전문 금융회사에 1141억원을 투자했다. NIS 인드라 펀드를 통한 간접 투자로, NXC는 해당 펀드 지분 92.23%를 확보했다.

2017년에는 국내 최초 암호화폐 거래소 코빗을, 2018년에는 유럽 최대 암호화폐 거래소 비트스탬프를 인수했다. 2018년 말에는 미국 암호화폐 위탁 매매 업체 ‘타고미’에 투자했다.
채팅에 타이쿤 게임 방식 접목...‘게임왕’ 김정주, 밀레니얼 세대 자산 관리 노린다
김 대표는 밀레니얼 세대가 가치를 두는 새로운 아이디어에도 집중 투자해 왔다. ‘식물성 고기’ 등 대안적 미래 먹거리를 내세운 ‘임파서블푸드’와 ‘비욘드미트’, 차량 배기가스를 줄이자는 의식적인 움직임에서 시작된 승차 공유 서비스 ‘리프트’ 등에 투자해 왔다. 아퀴스는 김 대표의 평소 관심사였던 핀테크와 MZ세대를 모두 겨냥한 플랫폼인 셈이다.

NXC가 MZ세대를 겨냥한 자산 거래 플랫폼을 내놓은 이유는 이들이 보유한 자산의 규모가 커지고 자산 관리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MZ세대는 기존 세대와 비교할 때 투자 방법도, 투자 성향도 다르다.

서영미 금융투자협회 연구원에 따르면 2030년까지 현재 부유층이 보유하고 있는 자산 중 약 68조 달러 규모가 다음 세대로 이전될 것으로 전망된다. 서 연구원은 “금융회사들이 기존 부유층과는 성향이 다른 밀레니얼 세대에 대한 대비가 부족한 상황에서 글로벌 예비 상속자의 80% 이상이 자산 상속 이후 금융회사를 변경할 계획이라고 응답했다”고 분석했다.

또 자산 관리 시장에서 젊은층을 중심으로 지속 가능 투자, 초개인화 서비스 등에 대한 니즈가 높아지는 만큼 차별화된 고객 경험 구현뿐만 아니라 업무 프로세스 자동화 등 혁신 기술을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한국 밀레니얼 세대 역시 자산 관리에 대한 투자와 관심을 이어 가고 있다. 카카오페이증권은 지난 3월 서비스를 시작한 지 28일 만에 50만 계좌를 넘어섰다고 밝혔다. 이 중 2030세대가 가입자의 68.4%를 차지했다. 밀레니얼 세대의 투자 성향이 기존 세대보다 공격적이라는 연구 결과도 있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가 펴낸 ‘밀레니얼 세대와 86세대의 금융 행동 이해’ 보고서에 따르면 “밀레니얼 세대는 상대적으로 소득 수준과 금융 투자 경험이 낮은 데도 옵션·암호화폐처럼 고위험 투자에 더 열려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밀레니얼 세대의 21.3%는 고위험 투자 상품인 선물·옵션·암호화폐를 보유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기성세대인 86세대의 보유 비율(11.5%)에 비해 2배 가까이 높은 수준이다.
채팅에 타이쿤 게임 방식 접목...‘게임왕’ 김정주, 밀레니얼 세대 자산 관리 노린다
◆‘로빈후드’ 처럼 쉬운 투자로 밀레니얼 겨냥

그렇다면 NXC가 바라보는 밀레니얼 세대는 어떤 투자 성향을 가지고 있을까. NXC가 분석한 MZ세대는 경제적 안정성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성향이 있고 저축 목적이 매우 다양하다. 또 계획적인 소비보다 즐거움을 위한 소비에 더 관심을 두고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실제로 자산 관리와 투자의 트렌드가 변하면서 미국에서는 꽤 오래전부터 기존 금융을 탈피한 서비스가 자리 잡았다.

아퀴스가 ‘롤모델’로 삼은 로빈후드·베터멘트·웰스프런트가 대표적이다. 기존 금융 시장의 관행을 뒤집거나 빈자리를 채우기 위해 나온 미국 핀테크 스타트업은 ‘로보어드바이저’ 등 혁신적인 기술을 내세워 금융 시장 판도를 뒤집었다.

2014년 미국에서 탄생한 로빈후드는 ‘미국 금융 시스템의 민주화’를 목표로 탄생한 디지털 자산 거래 플랫폼이다. 로빈후드는 중개 수수료가 높았던 미국 증시에서 ‘수수료 무료’를 내세워 시장 질서를 뒤흔들며 돌풍을 일으켰다. 로빈후드는 구글 벤처스와 유명 래퍼 스눕독, 제이 지가 투자하면서 유명해지기 시작했다. 현재 사용자는 1000만 명이고 이들 중 대부분이 밀레니얼 세대다.

로빈후드는 주식 거래로 시작해 상장지수펀드(ETF)·옵션·암호화폐 등 다양한 투자 자산으로 서비스를 확대했다. 주식뿐만 아니라 다른 투자 자산 역시 수수료가 없다. 다른 가상화폐 거래소 거래 수수료가 1.4~4%의 거래 수수료를 받고 있는 것과 대비된다.

비즈니스인사이더 등 외신은 로빈후드의 인기 비결로 압도적인 편의성을 꼽는다. 로빈후드가 탄생하기 전에는 금융 거래 초보자가 봐도 이해하기 쉬운 주식 거래 애플리케이션(앱)이 없었다. 로빈후드는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설계된 사용자 인터페이스를 통해 ‘주식 거래를 쇼핑처럼 만들었다’는 평을 받는다. 로빈후드가 2019년 기준 76억 달러의 기업 가치를 인정받은 이유다.

NXC가 아퀴스를 출시하며 언급한 또 다른 기업은 로보어드바이저 투자의 시초인 ‘베터멘트’다. 베터멘트는 지난해 기준 164억 달러 규모의 자산을 운용하고 있다. 계좌 수는 40만 개에 달한다.

베터멘트는 글로벌 금융 위기 직후인 2008년 세계 최초로 로보 어드바이저 서비스를 출시했다. 존 스타인 베터멘트 최고경영자(CEO)는 당시 비용 때문에 전문적인 투자 자문을 구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해 로보 어드바이저를 고안해 냈다.

베터멘트는 적은 수수료와 최소 투자 금액이 없어 1달러 만으로도 투자할 수 있다는 장점을 내세워 성장했다. 베터멘트가 시작한 ‘로보 어드바이저’는 이후 전 세계 금융 시장의 화두로 떠올랐다. 비즈니스인사이더에 따르면 현재 로보 어드바이저 이용자의 60%가 밀레니얼 세대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 다른 로보어드바이저 플랫폼 웰스프런트는 2011년부터 AI를 활용한 자산 관리를 하면서 투자 금액이 1만5000달러 이하면 수수료를 받지 않았다. 2017년 26억 달러 정도던 웰스프런트의 자산 운용 규모는 지난해 기준 200억 달러까지 늘어난 것으로 추산된다.

국내에서도 뱅크샐러드·에임·카카오뱅크 등 자산 관리 플랫폼의 성장세가 거세다. 로보 어드바이저 플랫폼을 운영하는 스타트업 ‘에임’은 최근 누적 관리 자산 2000억원을 돌파했다. 글로벌 시장을 목표로 하는 ‘아퀴스’는 자산 관리 앱 시장의 성장세에 올라탈 수 있을까.

김정주 대표가 그려 놓은 아퀴스의 운전대는 김성민 전 넥슨코리아 인텔리전스랩스 개발실장이 맡았다. 김성민 대표는 “게임 분야에 국한되지 않고 빅데이터·머신러닝·분산 서버 등 다양한 기술을 토대로 금융 영역에서 새로운 도전을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김영은 기자 kye0218@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72호(2020.04.13 ~ 2020.04.19)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