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총 12개 단지, 총 7682가구 공급에 해외 수주도 호조
- 건설명가 재건에 한발짝 '성큼'
‘위기를 기회로’…쌍용건설, 건설업 불황 속 ‘나 홀로 독주’
[한경비즈니스=차완용 기자] 요즘 건설업계는 ‘비상’이다. 매년 업그레이드되는 정부의 강력한 부동산 규제와 건설 투자 축소라는 불확실성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까지 덮쳤다.

이에 따라 대부분의 건설사들은 외형보다 내실을 다지는 데 정신없는 모습이다. 예전처럼 공격적으로 사업에 나서는 건설사를 찾기 힘들다. 당연히 건설업계의 채용 시장도 찬바람만 거세게 불고 있다. 대체적인 분위기가 그렇다.

그런데 이런 건설업계의 움직임과 다른 모습을 보이는 기업이 있다. 바로 쌍용건설이다. 경영진이 ‘위기는 기회’라는 판단을 내린 것인지는 모르지만 유독 공격적인 행보다.

일단은 ‘대성공’이다. 올해 들어 내놓는 분양 단지마다 ‘청약 대박’을 기록하며 신바람을 내고 있다. 일거리가 늘어나니 요즘의 건설업계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채용 시장도 열었다. 이런 추세라면 쌍용건설이 그토록 외치던 ‘주택 명가(名家) 재건’도 머지않은 모습이다.

◆ 오피스텔·아파트 모두 완판 행진

쌍용건설은 올해 아파트 청약 시장에서 연이은 흥행을 기록 중이다. 현재(4월 9일 기준)까지 총 4차례 분양(오피스텔 2건, 아파트 2건)에 나섰는데 1곳만 제외하고 완판이다.

우선 처음 분양에 나섰던 서울 중구 중림동 ‘쌍용 더 플래티넘 서울역’은 평균 경쟁률 4.2 대 1, 최고 경쟁률 91 대 1을 기록했다. 특히 아파트에 비해 인기가 없는 오피스텔임에도 불구하고 계약 시작 1주일 만에 100% 계약률을 기록하는 저력을 보였다.

이 단지는 서울 중림동 일대에서 17년 만에 들어서는 새 오피스텔이다. 인근 종합병원과 호텔·대학·관공서 등 풍부한 배후 수요를 바탕으로 쌍용건설이라는 브랜드 파워가 투자자의 발길을 모았다.

정부의 2·20 부동산 대책에서 조정 지역으로 묶인 수원 권선구 오목천동에 공급한 ‘쌍용 더 플래티넘 오목천역’도 평균 경쟁률 16.64 대 1, 최고 경쟁률 31.83 대 1로 1순위 청약을 마감했다. 이 단지는 지하 4층~지상 22층 아파트 10개 동 총 930가구 규모로 조성된다.

쌍용건설은 부산에서도 청약 흥행 돌풍을 이어 갔다. 부산광역시 해운대구 중동에 공급하는 ‘쌍용 더 플래티넘 해운대’ 청약 결과 총 88가구 모집에 1만9928명이 몰려 평균 226.45 대 1의 경쟁률로 1순위에서 마감됐다.

유일하게 ‘쌍용 더 플래티넘 잠실’이 완판 행렬에 끼지 못해 아쉬움을 남겼지만 현재 90% 이상의 분양률을 보이고 있다. 이곳은 서울 송파구 잠실동에서 선보인 오피스텔로 192실과 상업 시설 74실이 함께 분양을 진행했다. 아파트에 비해 수요가 적은 오피스텔 시장 특성상 성공적인 분양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쌍용건설은 여기에서 멈추지 않고 있다. 당장 4월에도 대구 수성구 범어동 480의 25 일대에서 ‘쌍용 더 플래티넘 범어’ 주거 복합 단지 분양을 준비하고 있다. 지하 5층~지상 39층 3개 동, 아파트 207가구와 오피스텔 85실 등 총 292가구로 구성된다. 이 단지 역시 수요자들의 관심이 높은 상황으로 분양업계에서는 높은 분양률을 기록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앞으로 잡혀 있는 사업 계획도 빡빡하다. 서울(2건)·경기·부산·창원·인천·완도 등 7개 지역에서 5500여 가구의 분양이 예정돼 있다.

쌍용건설이 다른 건설사들과 달리 분양 시장에 적극 나서며 성공을 거두고 있는 데는 오랜 준비 기간과 철저한 사업성 분석이 바탕이 됐다는 평가다. 실제로 쌍용건설은 현재 진행하고 있는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2~3년 전부터 준비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쌍용건설은 2018년 10월 기존 아파트 브랜드 ‘예가’와 주상 복합 브랜드 ‘플래티넘’을 ‘더 플래티넘’으로 일원화하며 그간 정체됐던 주택 사업에 활력을 불어넣는 작업을 진행했다. 이는 곧바로 성과로 이어졌다.

한국기업평판연구소에 따르면 작년까지 20~30위권에 머물러 있던 쌍용건설의 브랜드 평판도가 올해 1월 16위에 이어 3월에는 9위까지 오르며 상승세를 타고 있다.
‘위기를 기회로’…쌍용건설, 건설업 불황 속 ‘나 홀로 독주’
◆ 진행 중인 해외 프로젝트만 8개국 26개

쌍용건설의 주택 사업 광폭 행보는 건설 명가의 부활을 예고한다. 올해 주택 실적 개선을 계기로 쌍용건설의 시공능력평가 순위도 오를 것으로 기대된다.

쌍용건설은 최근 3년간 2017년 1300여 가구, 2018년 1600여 가구, 2019년 1000여 가구의 주택을 공급하며 제자리 수준에 머물렀다. 쌍용건설의 시공능력평가는 법정 관리를 졸업한 2015년 20위에서 2019년 32위로 떨어진 상황이다.

1990년대 중반 6위까지 올랐던 시공능력평가 순위는 워크아웃과 법정 관리를 거치면서 하락했다. 하지만 올해는 예년과 다르다. 전년 대비 7배가 넘는 주택 공급을 진행하고 있는 데다 분양도 성공적이다.

쌍용건설 관계자는 “2018년 ‘더 플래티넘’으로 아파트 브랜드를 리뉴얼한 후 수익성이 양호한 사업 수주와 상품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며 “올해 총 12개 단지, 총 7682가구 공급을 통해 매출 증가와 함께 향후 시공능력평가 순위 상승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쌍용건설의 과감한 행보는 국내에만 한정된 것은 아니다. 해외 건설 명가답게 글로벌에서의 활약상이 대단하다. 현재 쌍용건설은 해외 21개국에서 약 130억 달러 규모의 167개 프로젝트를 수주한 상태다. 공사를 진행하고 있는 프로젝트만 8개국 26개로 약 30억 달러 규모에 이른다.

쌍용건설의 대표적 해외 사업으로는 두바이의 로열아틀란티스 호텔, ICD 브룩필드 플레이스, 두바이 안다즈 호텔 등 총 15억8000만 달러 규모의 프로젝트 3건을 비롯해 말레이시아에서 수주한 옥슬리 타워(약 3억1000만 달러), 싱가포르 WHC 프로젝트(7억4000만 달러) 등이 있다.

이 밖에 쌍용건설은 입찰자격사전심사제 통과 후 입찰을 진행 중인 해외 프로젝트만 총 34건이 있어 앞으로 해외 수주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이처럼 국내 주택 사업을 비롯해 해외 수주량이 쌓여 있는 쌍용건설은 국내 건설업계에서는 이례적으로 신규 인력 채용에 적극 나서고 있다.

국내 건설사 중 보기 드물게 올해 들어 30여 명의 경력 사원을 채용했고 상반기 중에는 신입 사원 공채도 진행할 예정이다. 중·대형 건설사 대부분이 채용을 고사하고 구조 조정을 단행하고 있는 모습과 상반된다.

쌍용건설 관계자는 “영업력 확대와 수주 현장 증가로 6년 연속 신입·경력·인턴 사원 약 300명을 신규 채용해 왔다”며 “최근 회사가 강점을 지닌 국내외 고급 건축 분야의 수주 증가와 주택 사업 확대에 따라 경력직을 채용하게 됐다”고 말했다.

cwy@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72호(2020.04.13 ~ 2020.04.19)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