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PPL 노출로 마케팅 효과 톡톡히 누린 에몬스가구
- 1분기 영업이익 13.4% 늘어
드라마 ‘부부의 세계’ 열풍에 홈페이지 ‘다운’까지
[한경비즈니스=차완용 기자] 최근 몇 년간 한국 중소 가구업계는 위기의 연속이었다. 저가로 무장한 중국산 가구의 공습과 자본금을 앞세운 대형 가구 업체들의 득세로 좀처럼 숨통이 트이지 않았다.

여기에 2015년 글로벌 가구 공룡 이케아의 공습은 이들 업체들을 생사기로에 내몰았다.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옮겨 간 유통 경쟁 역시 중소 가구 업체들에는 악재였다. 대형 업체들처럼 큰돈을 들여 마케팅에 쏟을 여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최근 몇 년간 중소 가구 업체 중 눈에 띄는 실적을 보여주는 곳을 찾기가 쉽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 이를 극복해 낸 기업이 있다. 바로 에몬스가구다.

아직 대단한 성적은 아니지만 충분히 주목해 볼만하다. 그것도 특별한 방식이 아니라 가구업계에 일반화돼 있는 전통적 마케팅인 TV 드라마 협찬(PPL)을 통해 일궈낸 성공이다.

최근 토종 리빙 가구 업체 에몬스가구는 JTBC 금토 드라마 ‘부부의 세계’에 세트장 가구를 협찬하면서 마케팅 광고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드라마 첫 개봉일이 3월 말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세트장 가구가 주목받으면서 에몬스가구 추산 1분기 매출액이 전 분기 대비 1.6%, 영업이익은 13.4% 증가한 것으로 파악됐다.

◆ ‘지선우 소파’ ‘지선우 식탁’ 인기몰이
드라마 ‘부부의 세계’ 열풍에 홈페이지 ‘다운’까지
드라마가 본격적으로 인기를 끌기 시작한 4월부터는 드라마 속 의사인 지선우(김희애 분)의 거실과 주방에 놓인 소파와 식탁이 인기를 끌었다.

전국의 에몬스가구 대리점에는 해당 제품을 보러 온 고객들로 붐볐고 에몬스가구 홈페이지가 오픈 후 처음으로 다운되는 상황까지 발생했다. 2분기 실적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견됨에 따라 에몬스가구 측의 분위기는 한껏 고무돼 있다.

에몬스가구 관계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진 고객들이 홈 인테리어에 관심이 높아진 상황에서 드라마가 화제를 모으면서 협찬에 들어간 가구도 인기를 끌고 있다”며 “2분기 매출이 얼마나 증가할지 몰라도 문의는 정말 많이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드라마 ‘부부의 세계’는 전국 20.1%, 수도권 22.3%(닐슨코리아 유료 가구 기준)를 기록하며 매회 폭발적 반응을 이어 가고 있다.

또한 극중 주요 촬영지인 지선우 집의 가구와 인테리어가 관심을 보이며 포털 사이트 연관 검색어에 ‘부부의 세계 가구’, ‘지선우 소파’, ‘지선우 식탁’ 등이 올라 시청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이들 가구 모두 에몬스가구가 협찬한 제품이다.

그중에서도 특히 주목받는 제품은 드라마 속에서 가장 많이 노출되는 루치아노 소파다. 이 소파는 차분하고 정돈된 지선우의 이미지인 절제된 세련미를 한층 돋보이게 한다는 평가를 받으면서 인기를 끌고 있다.

이 밖에 ‘부부의 세계’에 나오는 가구 중 주방에 배치된 헤븐 식탁, 침실의 제이드 장롱과 서랍장, 아들방의 로미앤쥴리S 시리즈의 침대와 책상 등도 주목을 받고 있다.

노현관 에몬스가구 홍보부장은 “드라마의 인기와 함께 드라마 속 공간들과 가구에 대한 궁금증으로 ‘부부의 세계’에 나온 소파와 식탁 등을 찾는 고객이 많아졌다”며 “뜨거운 관심에 힘입어 ‘부부의 세계’ 제작 지원을 기념해 협찬 제품을 할인하는 행사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 2000년 초반부터 쌓아 온 협업 노하우

사실 에몬스가구는 지난해 매출 하락으로 상당한 어려움을 겪었다. 2016년 1587억원, 2017년 1904억원, 2018년 매출 2008억원으로 꾸준한 성장세를 보여 왔지만 소비 심리 위축과 대기업들의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인해 지난해에는 전년 대비 15.3% 감소한 1699억원의 매출을 올리는데 그쳤다.

이에 따라 회사 내부에서는 대책 마련에 골머리를 앓던 중이었던 만큼 이번 드라마 협찬 성공에 고무된 상황이다.

하지만 에몬스가구의 TV 드라마 협찬 성공은 단순히 운이 좋아서가 아니다. 오랜 가구 제작 노하우가 쌓인 결과물이다. 에몬스가구는 2000년 초반부터 매년 20여 개의 드라마와 영화에 제작 지원하고 협찬을 진행해 왔다.

화면 속 배경과 배우의 이미지에 어울리는 가구를 배치하기 위해 디자이너와 공간 피팅 전문가가 서로 의견을 교환하면서 가구 제작에 심혈을 기울여 왔다. 그 결과가 이번 ‘부부의 세계’를 통해 나타난 것이다.

특히 이번 부부의 세계에 나오는 주인공의 직업인 의사에 어울리는 가구 선정과 배치 역시 2016년 변호사 전문직이 나오는 전도연 씨 주연의 ‘굿 와이프’에 가구를 협찬했던 경험이 큰 도움이 됐다는 후문이다.

에몬스가구는 이번 드라마 협찬으로 얻은 브랜드 인지도를 한층 더 높이기 위해 노력할 계획이다. 점차 세분화 되는 소비자의 니즈를 반영하는 방향으로 시장에 대응해 나갈 방침이다.

또 소비자의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품질력과 서비스를 엄격히 관리하는 한편 ‘안심하고 판매할 수 있는 영업 환경 조성’에 박차를 가하기로 했다. 특히 수도권을 중심으로 대형 매장 10개점을 개설하는 등 상권을 재정비해 소비자의 접근성을 높이고 브랜드 인지도를 제고하는 데 역량을 기울이기로 했다.

에몬스가구의 프리미엄 브랜드 에르디앙스(ERDIANCE)의 유통망 재정비와 함께 올해 지점을 30개로 확대 운영할 계획이다. 백화점 입점, 팝업 매장 오픈을 통해서도 고객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한다는 전략이다.

◆ 돋보기 김경수 에몬스가구 회장은…
- 집무실보다 현장에, 직원들과 스스럼없이 지내
드라마 ‘부부의 세계’ 열풍에 홈페이지 ‘다운’까지
에몬스가구는 창업자인 김경수 회장이 1979년 설립한 목화가구가 모태다. 현재의 모습을 갖춘 시점은 1997년이다. 사명을 에몬스가구로 바꾸고 가정용 목재 가구뿐만 아니라 사무용 가구까지 아우르는 포트폴리오를 확충했다.

내로라하는 가구 업체들이 1997년 외환 위기, 건설 경기 위축 등의 영향으로 모습을 감췄지만 에몬스가구는 건재했다. 집무실보다 현장에서 더 오래 머무르는 김 회장의 현장 경영 스타일 덕분에 위기 때마다 발 빠르게 대응할 수 있었다.

김 회장은 직원들과 스스럼없이 지내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특히 비즈니스와 관련된 일로 이야기를 나눌 때는 직원들의 의견을 잘 경청하고 자신의 생각을 전달하며 토의를 이끌어 내는 능력이 탁월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재 에몬스가구는 전국 200여 곳의 직영점과 대리점 등 유통망을 통해 B2C(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 접점을 넓혀 왔다. 이 밖에 아파트 특판과 기업체 등 B2B(기업 간 거래) 또한 강화하고 있다.

cwy@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75호(2020.05.04 ~ 2020.05.10)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