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주문량, ‘요기요’ 제친 군산시 ‘배달의명수’…예산 낭비 안 하려면 ‘시장 중심’ 돼야
‘착한 배달’이냐 ‘과한 개입’이냐…공공 배달 앱 보는 두 가지 시선
‘착한 배달’이냐 ‘과한 개입’이냐…공공 배달 앱 보는 두 가지 시선
공공 배달 애플리케이션(앱)이 수많은 논란을 딛고 성과를 내고 있다. 군산시가 출시한 공공 배달 앱 ‘배달의명수’는 최근 한 달 동안 주문량이 민간 배달 앱 ‘요기요’를 제쳤다.

자영업자들은 수수료와 광고비가 0원이어서, 군산 소비자들은 재난지원금으로 받은 군산사랑상품권 ‘10만원’을 사용할 수 있어서 ‘배달의명수’에 주문이 몰렸다.

군산시가 공공 배달 앱으로 초기 성과를 보이자 다른 지자체도 너 나 할 것 없이 공공 배달 앱 개발에 뛰어들었다. 가장 먼저 이재명 경기지사가 ‘배달의민족’을 잡겠다며 벤치마킹하기 위해 군산으로 달려갔다. 이어 진주시·제천시·춘천시 등 많은 지자체가 공공 배달 앱 개발에 발을 벗고 나섰다.

◆지자체들 자체 공공 배달 앱’ 개발 열풍
경기도는 공공 배달 앱 개발에 본격적인 시동을 걸었다. 경기도는 경기스타트업캠퍼스에서 4월 29일 열린 산하 기관 코리아경기도주식회사 임시 이사회에서 공공 배달 앱 개발 사업이 승인됐다고 밝혔다.
경기도주식회사를 중심으로 산하 기관과 민간 기업 등이 협업하는 컨소시엄을 구성해 시스템 개발에 나설 방침이다. 먼저 5월 중 앱 개발을 담당할 사업자를 공모한다.

공공 배달 앱 개발에 불을 지핀 발단은 배달의민족(이하 배민)의 수수료 체계 개편안이다. 지난 4월 1일 배민은 자영업자의 입점 수수료를 기존 정액제(8만8000원)에서 매출액의 5.8%를 수수료로 매기는 정률제로 변경하려고 했다. 매출이 올라가면 업체에 따라서는 배민에 내야 할 수수료가 더 늘어날 수도 있다는 비판이 나왔다.

여기에 배민이 ‘영세한 소상공인을 위한 수수료 체계 변화’라고 해명하자 여론이 싸늘하게 돌아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던 자영업자들에게 기름을 붓는 격이었다. 이에 대해 이재명 지사는 배민을 강하게 비판했다.

지난 총선에 나선 정치인들도 저마다 지역 배달 앱을 만들겠다는 공약을 내놓았다. 결국 배민은 여론을 잠재우기 위해 사과문을 발표하며 수수료 체계 개편을 없던 일로 했다.

그동안 정부와 지자체가 개발한 공공 앱은 탁상행정으로 탄생한 ‘애물단지’ 취급을 받아 왔다. 서울시는 2017년 승차 거부를 없애겠다며 약 10억원을 들여 택시 호출 앱 ‘지브로(GBRO)’를 개발했다. 하지만 승객과 택시 운전사의 사용률이 저조해 1년 만에 사업을 접었다.

서울시는 지브로의 실패에도 불구하고 지브로 시스템에 3000만원을 더 투입해 작년 6월 신규 서비스 ‘S택시’를 선보였다. 하지만 S택시의 수명도 한 달 만에 끝났다.

서울시뿐만이 아니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2019년 기준 정부와 지자체가 내놓은 공공 앱 715개 중 절반 수준인 357개만이 실효성이 있다고 판단돼 ‘유지’ 판정을 받았다. ‘폐기’ 권고를 받은 앱은 234개에 달한다. 이 중 60개 앱은 아예 성과가 측정되지 않고 개선 계획도 제출되지 않았다.
‘착한 배달’이냐 ‘과한 개입’이냐…공공 배달 앱 보는 두 가지 시선
하지만 현재 공공 배달 앱에 대한 반응은 기존과 좀 다르다. 다른 공공 앱과 달리 소비자의 니즈가 확인되고 있기 때문이다. 군산시에 따르면 3월 13일 ‘배달의명수’ 출시 후 지역 내 음식 배달이 가능한 업소 1000여 곳 가운데 770곳이 배달의명수 가맹점으로 등록했고 매출액은 5억7042만원(주문량 2만3900건)으로 나타났다.

소비자들의 반응도 긍정적이다. 오픈서베이가 최근 발표한 ‘배달 서비스 트렌드 2020’ 자료에 따르면 1500명의 전체 응답자 중 67%가 공공 배달 앱의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고 66%가 향후 이용할 의향이 있다는 긍정적 의견을 보였다.

민간 배달 앱의 ‘배달비’와 ‘수수료’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도 공공 배달 앱 지지에 한몫했다. 오픈서베이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45.9%가 ‘배달비를 추가로 내야 해서’ 음식 배달 서비스 이용 빈도가 감소했다고 밝혔다.

또 응답자의 21.9%는 배달 서비스 이용 빈도 감소 이유에 대해 ‘최근 배달 서비스 수수료의 부정적 의견을 접해서’라고 답했다. 연령층 중에서는 40대가 특히 배달비와 수수료에 민감하게 반응했다.

◆소상공인 지원으로 방향 잡는 지자체도

이 때문에 공공 배달 앱을 향한 두 개의 시선이 공존한다. 한쪽은 시장 독과점을 막고 소상공인을 위한 ‘착한 배달’ 시장이 형성될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이다. 반면 다른 한쪽은 지자체가 스타트업의 성장을 저해하고 시장에 과도하게 개입하고 있다는 우려의 시선이다.

김익성 동덕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시장은 소비자의 선택을 받게 돼 있다”며 “배민과 요기요가 과도한 수수료와 독과점 우려가 있어 문제라면 법과 규제를 통해 해결하면 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소비자의 선택을 받기 위해 이 문제점을 극복한 민간 앱이 또다시 탄생할 수 있는 기회”라고 말했다.

정부와 지자체가 시장에 과도하게 개입해 자칫 혁신 생태계에 왜곡을 일으킬 수 있다는 의미다. 특히 ‘배달 서비스’는 국가의 기간산업도 아니다.

이성훈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지자체가 주도하는 공공 배달 앱은 소비자 선택의 다양성을 넓힌다는 취지에서는 긍정적이지만 ‘착한 소비’ 프레임을 씌우며 소비를 강요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배달의민족이 쌓은 소비자 데이터는 다양한 마케팅과 소비자 친화적인 응대로 쌓은 브랜드 자산”이라며 “공공 배달앱이 기업의 마케팅이나 운영 노하우를 따라갈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일례로 인천시의 공공 배달 앱은 ‘반쪽자리 배달 앱’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외형은 모바일 앱이지만 실상은 앱을 통해 들어가도 전화 주문만 가능하다.

공공 배달 앱이 세금으로 운영된다는 점 또한 문제로 꼽힌다. 군산시는 ‘배달의명수’ 앱 제작·홍보·운영비용으로 총 3억7054만원의 예산을 집행했다. 올해 앱 홍보를 위해 책정된 예산은 2억원이 넘는다.

그동안 자영업자를 살리기 위한 방안으로 임대료 규제, 골목상권을 위한 마트 영업 규제, 프랜차이즈 가맹점 원가 공개 등 수많은 규제와 지원이 이어져 왔다. 하지만 자영업자의 자생력은 높아지지 않았다.

한국 자영업자의 비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다섯째로 높다. 그중에서도 비율이 높은 음식점 사업체의 5년 생존율은 18.9%에 그친다. 이를 두고 자영업자의 자생력을 살릴 수 있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필요하지 기업과의 선악 구조를 만들며 지자체가 직접 개입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의견도 나온다.

김 교수는 “정부가 주도하는 비즈니스는 많은 예산을 투입하고도 정권이 바뀌면 사라질 수 있다”며 “장기적인 관점에서 볼 때 공적 모델이 사적 영역과 결합할 수 있는 새로운 비즈니스를 창출하는 것이 옳은 방향”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공공 배달 앱의 실효성에 대해 지자체 간 의견도 갈린다. 울산시에서도 공공 배달 앱 도입 요구가 있었지만 시는 이에 대해 부정적이라고 발표했다. 초기 앱 개발 비용에 비해 앱 도입 후 보안 유지, 고객 관리 등을 위한 많은 유지·보수비용이 발생하고 소비자의 외면으로 지속 가능성이 불투명하다고 생각해서다.

울산시는 향후 단순 배달 앱 대신 소상공인 전반을 지원할 수 있는 플랫폼 도입 방안을 모색하겠다고 밝혔다.

김영은 기자 kye0218@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75호(2020.05.04 ~ 2020.05.10)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