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크놀로지]- 코로나19 이후 뜨는 가상·증강현실…이용자 경험 향상과 콘텐츠 확보로 생태계 구축이 관건
‘줌은 이제 잊어라’… ‘아바타’와 함께하는 소셜 VR의 세계
[심용운 SKI 딥체인지연구원 수석연구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회사나 학교에서 줌이나 웹엑스 등을 이용한 비대면 회의나 온라인 강의가 보편화되고 있다. 물리적인 공간에서 만나 발생할 수 있는 바이러스 감염 위험을 피하기 위해서는 현실적으로 이들 화상 회의나 협업 툴이 대안이 될 수밖에 없어 보인다.

하지만 온라인을 통한 비대면 소통은 여전히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 인간이란 언어적 소통뿐만 아니라 몸짓·표정·어감 등 비언어적 소통을 통해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미묘한 감정을 주고받기 때문이다. 물론 화상 통화 같이 영상을 통한 대화나 회의가 문자 메시지나 채팅보다 낫기는 하지만 이 또한 실제 현실 세계에서 얼굴을 마주 보고 이야기하는 것과는 느낌이 똑같을 수가 없다.

최근 많은 기업들이 코로나19로 인해 재택근무를 시행하고 있다. 임직원들의 의지와 상관없이 강제로 시행된 재택근무에 대해 초기 우려에도 불구하고 물리적인 공간에서 같이 일하지 않더라도 업무 생산성 측면에서 별다른 문제가 발생되지 않는다는 긍정적인 의견들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재택근무로 발생하는 고충도 적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같은 공간에서 함께 일하면서 느끼는 동질감이나 우연히 지나치면 나누는 소소한 대화(small talk)가 없어 외로움이나 우울증이 생겼다는 불만의 목소리도 들린다.

이러한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대화하는 사람과 마치 같은 공간에 있는 것처럼 느끼게 하는 방법은 없을까.

가상 공간 속의 새 커뮤니케이션 플랫폼
사실 이 문제는 오랫동안 테크 기업이나 스타트업들의 주요 관심 사항으로, 이미 기술 개발이 상당히 진전돼 있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가상현실(VR)·증강현실(AR)이 그것이다. 최근에는 인공지능(AI)을 이용해 이용자와 유사한 또 다른 자아, 즉 아바타(avata)를 만들고 이를 VR이나 AR 공간에서 만나 소통하게 하는 소셜 VR이 주목받고 있다.

소셜 VR은 개인이 자신의 분신인 아바타를 통해 가상 공간에서 다른 가상 주체와 이야기를 나누고 함께 놀이도 하며 정보도 공유할 수 있게 설계된 3차원 VR 플랫폼 기술이다.

이러한 소셜 VR로 대표적인 것은 알트스페이스 VR(Altspace VR)·브이타임(vTime)·VR챗(VRChat) 등이다. 알트스페이스는 가상 공간에서 이용자 간 대화와 비디오 시청, 게임을 할 수 있는 소셜 VR 플랫폼 중 하나다. 특히 알트스페이스 VR 아바타는 마이크로소프트의 키넥트를 이용해 이용자의 신체 언어를 자동으로 모방할 수 있다. 브이타임은 가상 공간에서 사람들과 어울릴 수 있는 최초의 XR 소셜 네트워크이고 VR챗은 사용자가 게임 커뮤니티에서 만든 가상 공간에서 서로의 경험을 나누고 채팅할 수 있도록 한 소셜 VR 애플리케이션이다. 이 밖에 사람들이 마치 같은 공간에 있는 것처럼 가상 세계에서 함께 일하고 커뮤니케이션할 수 있는 루미이(rumii)라는 소셜 VR 솔루션도 있다. 이들 소셜 VR은 최근 코로나19 이후 이용률이 급증하고 있다.

하지만 소셜 VR 분야에서 가장 두드러진 활약을 펼치고 있는 회사는 페이스북이다. 페이스북은 이미 2014년 VR 헤드셋 개발 업체인 오큘러스를 디지털 미래 전략의 일환으로 20억 달러(약 2조4000억원)에 인수하면서 일찌감치 소셜 VR 시장에 발을 내디뎠다.

2017년에는 페이스북 개발자 콘퍼런스인 F8에서 페이스북 스페이스라고 불리는 소셜 VR 베타 버전을 발표했다. VR 헤드셋인 오큘러스 리프트와 컨트롤러인 오큘러스 터치로 자신의 분신인 아바타를 통해 가상 공간에서 지인들과 만나 상호작용할 수 있게 만든 프로그램이다.

2018년에는 199달러짜리 보급형 헤드셋인 오큘러스 고와 이를 통해 즐길 수 있는 3개의 플랫폼(오큘러스 TV, 오큘러스 룸, 오큘러스 베뉴)을 선보였다. 특히 페이스북 계정을 통해 친구들 중 누가 접속하고 있는지 쉽게 파악해 함께 즐길 수 있는 소셜 커뮤니티 기능이 강점이다.


페이스북은 이어 2019년 9월 오큘러스 커넥트 이벤트에서 소셜 VR 플랫폼인 호라이즌을 발표했다. 호라이즌은 한때 선풍적 인기를 끌었던 ‘세컨드 라이프’처럼 VR 아바타가 가상 공간에서 서로 만나 함께 게임도 하고 영화도 볼 수 있게 만든 소셜 기반의 VR 세계다. 11월에는 국내 최대 이통사인 SK텔레콤·카카오·넥슨과 함께 한국 소셜 VR 시장에 본격적으로 들어올 것이라고 선언하기도 했다.

최근 페이스북은 업그레이드된 아바타 기능을 선보였다. 2019년 처음 소개돼 호주·뉴질랜드·유럽·캐나다에서 사용되고 있는 페이스북의 아바타는 2020년 5월 미국 출시와 함께 헤어스타일·안색·의상을 사용자가 선택할 수 있는 옵션을 확장해 더 많은 사람들이 실제 자신과 닮은 아바타를 만들 수 있도록 했다. 이 아바타 기능은 소셜 서비스에 대한 재미·젊음·시각적 의사소통 등 보다 가벼운 참여를 특징으로 한다. 스토리·댓글·메신저 채팅에서 스티커로 사용하기 위해 자신과 비슷한 가상 모양을 사용자가 지정할 수도 있다.

사용자 경험 향상과 콘텐츠 확보가 시급한 과제
지금부터 6년 전 팔머 루키 오큘러스 창업자는 VR이 세계를 변화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그의 주장은 코로나19 이후 비대면 일상이 일상화되고 VR에 기반한 언택트(비대면) 기술이 부상하면서 힘이 실리는 듯 보인다.

하지만 그동안 VR 산업의 성적표로 봐서는 섣부르게 예단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페이스북·밸브·HTC 같은 회사들이 VR 헤드셋을 만드는 데 수십억 달러를 투자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VR 시장은 틈새시장에 머물러 있다.

비록 게임에서의 활용도가 크다고는 하지만 착용하기도 번거롭고 사용자 경험도 좋지 않은 수십에서 수백만원 하는 비싼 헤드셋을 사도록 유인할 만한 콘텐츠가 없다는 것도 문제다. 2019년에는 구글마저 자사 VR 플랫폼인 데이드림 VR 플랫폼을 포기하기도 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간한 ‘가상·증강현실 콘텐츠 산업 실태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2019년 기준 VR·AR 관련 콘텐츠 제품의 소득 발생률은 58.7%에 불과하고 폐업률도 15.6%로 높은 편이다.

이러한 비관적 상황에서도 마치 살아 있는 사람이 옆에 있는 것처럼 현실적으로 구현되는 3D나 홀로그램을 이용하는 혁신적인 VR 솔루션들이 등장하고 있는 것은 고무적이다.

최근 이 분야에서 주목 받고 있는 회사는 미국 VR·AR 협업 플랫폼 개발 업체인 스페이셜(Spatial)이다. 스페이셜은 AR·VR 기술을 이용해 멀리 떨어져 있는 사람들과 3D 아바타를 통해 마치 같은 공간에서 함께 있는 것처럼 일할 수 있는 협업 플랫폼이다.

스페이셜을 이용하려면 AR·VR 기기를 사용해야 하지만 향후 마이크로소프트의 홀로렌즈에서도 작동할 수 있다. 무엇보다 스페이셜의 강점은 스페이셜 헤드셋의 센서를 통해 이용자 움직임이 실제처럼 구현돼 현실감을 더해 준다는 이다. 스페이셜을 이용해 회의를 하면 사람뿐만 아니라 사진·메모·주변 사물까지 3D 이미지로 전송할 수 있다.

앞으로 AI를 통해 창조된 나와 똑 닮은 아바타를 통해 직장 동료들과 함께 가상 공간에서 협업하며 소소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날이 오길 기대해 본다.
‘줌은 이제 잊어라’… ‘아바타’와 함께하는 소셜 VR의 세계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80호(2020.06.06 ~ 2020.06.12)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