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측면에서 씨젠은 한국이 코로나19 확산을 저지하는 과정에서 ‘일등 공신’ 역할을 했다고 평가받는다. 씨젠은 한국에서 코로나19 확산이 시작되던 당시 진단 키트 ‘올플렉스(Allplex 2019-nCoV Assay)’를 자체 개발했다.
이전에 사용되던 진단 키트는 코로나19 확진 여부가 나올 때까지 꼬박 하루가 걸렸다. 씨젠의 진단 키트는 6시간 만에 결과를 도출해 내 정부가 빠르게 코로나19에 대응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씨젠은 이 진단 키트를 국내뿐만 아니라 수많은 해외 국가로 수출하며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기업이 됐다. 씨젠은 현재 전 세계 48개국 1324개 검사센터와 병원에 올플렉스를 공급하고 있다.
◆2000년 설립 후 ‘분자 진단’ 한 우물에 집중
실적에서도 나타난다. 올해 1분기 씨젠이 거둬들인 성적표는 기대 이상이었다. 코로나19의 여파가 온전히 반영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매출은 전년 동기(약 270억원) 대비 3배 정도 늘어난 821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전체 매출액(1220억원) 약 70% 정도를 1분기에 벌어들인 셈이다. 영업이익은 약 400억원을 기록하며 지난해 벌어들인 전체 금액(약 220억원)을 이미 훌쩍 뛰어넘었다.
호실적을 거둔 중심에는 단연 올플렉스가 자리한다. 씨젠에 따르면 1분기 올플렉스 판매액만 약 290억원으로 집계됐다. 전체 매출의 약 35%가 여기에서 나왔다. 씨젠 관계자는 “2분기에 코로나19가 본격적으로 확산된 점을 감안하면 실적 상승세는 더욱 가팔라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씨젠이 코로나19를 계기로 전 세계의 주목을 받기까지는 천종윤 대표의 ‘혜안’이 한몫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씨젠에 따르면 그는 올해 1월 내부 직원들을 불러 진행 중이던 모든 작업을 중단하고 최우선으로 코로나19 진단 시약 개발에 착수할 것을 지시했다.
당시 상황을 돌이켜 보면 중국 우한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서서히 증가하던 시기였다. 코로나19가 지금처럼 세계적으로 확산될 줄 아무도 몰랐고 국내에서도 단 한 명의 확진자도 나오지 않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는 것이 진단 시약 제조사의 역할이라고 판단해 모든 역량을 집중할 것을 주문했다. 그 결과 약 2주 만에 올플렉스를 만들어 내는 데 성공했다. 오랜 기간 쌓아 온 기술력은 씨젠이 빠르게 코로나19 진단 키트를 만들어 낼 수 있는 밑바탕이 됐다는 설명이다. 씨젠은 2000년 설립 이후부터 혈액·객담·소변 등 체외 진단 방식으로 유전자를 검사해 질병을 파악하는 ‘분자 진단’이라는 한 우물에만 집중해 왔다.
코로나19로 유명세를 떨치기 전에도 분자 진단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씨젠 관계자는 “이런 기술력과 경험을 활용해 올플렉스도 신속하게 개발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업계 일각에서는 씨젠이 최근 ‘올플렉스 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높아진 위상을 토대로 다른 제품들의 매출까지 동반 상승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회사 개요
2000년 설립 이후 혈액·객담·소변 등 체외 진단 방식으로 유전자를 검사해 질병을 파악하는 ‘분자 진단’ 분야에 집중. 그간 축적한 기술력을 토대로 올해 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진탄 키트 ‘올플렉스’ 개발 성공. 현재 48개국에 올플렉스 공급
enyo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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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81호(2020.06.13 ~ 2020.06.19)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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