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택트(비대면)의 작동 방식은 빠르게 확산된다. 반면 업무·거래·교육·취미 등 생활 전반에서 ‘대면=정상’의 고정관념은 무너져 간다. 감염 상황이 통제돼도 거리 두기는 적어도 보완재로서의 역할이 굳건할 것으로 전망된다. 소비도 그렇다. 거리 두기는 기존의 관습을 일순간에 무너뜨렸다. 그 대신 새로운 방식이 급부상했다. 현장 판매를 대체할 배달 소비다. 택배는 팬데믹(세계적 유행) 이후의 강력한 소비 트렌드로 회자된다.
◆코로나19로 배달 늘리는 일본 점포들
택배 소비가 일약 확산세에 올라탔다. 코로나19가 많은 곳에 위기감·충격파를 던졌지만 택배만큼은 예외다. 되레 최대 수혜로 떠오르며 영향력을 확대한다. 거리 두기로 현장·사람과 접촉하지 않으려는 대안 소비를 실현시켜 줄 유력한 판매 방식이기 때문이다. 원하는 곳까지 원할 때 직접 배달해 주니 성가신 귀찮음도 제거해 준다. 갈수록 품목·방식 등 선택지가 넓어지며 서비스 품질이 고도화된다.
그 무엇보다 코로나19처럼 언제 닥칠지 모를 감염 위험으로부터 비켜 설 수 있다는 안심감이 주효했다. 이에 따라 구매 방식의 새로운 패턴에 불과한 택배는 일종의 생활 문화로까지 자리 잡을 기세다.
당장 배달망을 갖춘 생협(생활협동조합)의 택배 우위가 돋보인다. 회원제를 도입해 일찌감치 식료품·일용품 등을 희망하는 요일에 배달해 주는 시스템인데, 코로나19 이후 회원 가입이 잇따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례로 일본의 수도권 대표 생협인 ‘팔시스템’은 코로나19가 한창이던 4월 매출이 전년 동월 대비 30% 급증했다. 학교의 휴업이나 재택근무 등 가정 소비가 주문 증가로 연결된 결과다.
인터넷 쇼핑몰도 매출이 확연히 늘었다. 인터넷으로 주문해 집까지 배달해 주는 루트가 접촉을 기피하는 거리 두기와 맞물린 덕이다. 온라인·오프라인 모두를 커버하는 병용적인 소매 메이커의 비중 변화를 보면 거리 두기의 온도차가 단적으로 확인된다. 미쓰코시 이세탄은 전체 매출이 줄어도 온라인 화장품은 4월 매출이 전년보다 40% 뛰었다. 월드는 양복 주문이 2.5배나 급증했다고 밝혔다.
관심 확대와 수요 증가에 힘입어 택배 시스템은 새롭게 진화한다. 감염 우려를 차단할 언택트 수령 방식이 대표적이다, 수령 사인 없이 집 앞 등 사전 지정 공간에 두는 방식이다. 고객도 배달원도 안심감이 높아진다. 택배 주문이 급증한 음식은 아예 택배 전용점까지 개점한다.
패밀리레스토랑 데니즈는 5월부터 요리 택배에 특화한 주방 운영에 나섰다. 비즈니스호텔 등 연계한 타사 주방을 빌려 배달 시간을 단축하고 휴업을 염려하는 직원 부담도 덜어준다. 배달 거점의 네트워크로 편리성과 효율성을 높인다는 전략이다. 점포 내의 접객 직원을 배달원으로 전환해 기존의 오토바이에 도보 배달까지 확충하는 외식업계도 적지 않다. 외출 자제가 촉발한 ‘현장 매식→배달 주문’으로의 무게 이동이다.
◆‘직원 공유’ 통해 돌파구 찾는 요식업계
배달 확대와 점포 영업은 제로섬 게임에 가깝다. 점포 영업분을 벌충하는 몸부림으로 적극적인 배달 카드가 활용된다. 점포 경영자로선 매출 증진은커녕 이전으로의 회귀만 해도 다행스럽다. 이때 기존 직원의 고용 유지는 뜨거운 감자로 부각된다. 배달 시스템에 녹여 내지 않는 한 단축 근무나 해고 수순은 불가피하다. 고용 유지가 전제된 배달 구조로의 재편이 중대한 과제로 떠오른다.
행정도 거든다. 도쿄도는 배달 확대를 꾀하는 중소·개인사업자의 음식점을 대상으로 보조금 지급을 결정했다. 택배 때 쓰는 용기나 오토바이 리스 요금 등 비용을 최대 100만 엔(약 1126만원)까지 보조할 방침이다. 갚지 않아도 되는 보조금이라 신청이 줄을 잇는다. 오사카·후쿠오카시는 배달 대행 사업자와 연계, 카드 결제 때 1000엔 이상 주문하면 고객에게 500엔을 포인트로 돌려주는 정책을 실시했다.
갑작스러운 배달 수요의 급증은 새로운 과제로 연결된다. 수요 증가에 못 미치는 공급 부족이 그렇다. 가령 생협은 주문량이 설비·인원 등의 한계를 넘어 배달 작업에 차질을 빚는 경우가 발생한다.
일부 상품은 재고가 없어 카탈로그를 교체하는 일도 빈번하다. 배달 특화로 시작한 인터넷 쇼핑몰조차 인원·차량 부족으로 편리성을 변질시키는 불편함이 목격된다. 지역별로는 주문 불가가 지속되는 사례도 나온다. 음식점도 배달 수요를 따라잡지 못해 실망한 고객의 이탈이 늘어나는 추세다. 그렇다고 증원·증차 등 신규 투자는 고민스럽다. 제한적으로 대응 체계를 강화하지만 감염 사태가 끝나면 유휴화될 염려 때문이다. 이 때문에 최대한 보수적인 접근을 채택할 수밖에 없다.
여기에 맞선 새로운 해결책으로 워크셰어링이 제안된다. 일종의 ‘고용 공유’다. 흐름은 2가지로 압축된다. 우선 직원 공유다. 요리 택배 대행 서비스로 전국망을 갖춘 ‘데마에칸’ 등 3개사는 임시 휴업 등으로 일자리를 잃은 음식점 아르바이트 직원을 일시적으로 함께 고용하기로 했다. 약 70개 휴업 현장에서 모두 2000명 정도의 취업을 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음식점이 통상 영업으로 환원하면 이들은 이전 직장으로 되돌아가는 구조다.
노동자로선 원래 업무는 아니지만 적어도 수입 유지가 가능해 고무적이다. 다음은 고객 감소의 직격탄을 맞은 택시 운전사를 택배원으로 활용하는 방식이다. 택시가 돈을 받고 사람이 아닌 물건을 배달하는 것은 정부의 허가 요건이다. 다만 사태의 심각성을 받아들여 간단한 신청만으로 배달 의뢰를 수행할 수 있도록 9월까지 허용했다. 전국 900개 택시 회사가 허가받은 상태다. 일부 지방자치단체는 택시 요금도 일부 지원한다.
고용 공유는 음식 배달을 넘어 실험 영역을 확장한다. 고용이 남는 곳에서 모자라는 곳으로 직원을 파견, 위기를 돌파해 보자는 차원이다. 수도권을 중심으로 하는 슈퍼마켓 마이바스켓토는 외식업 8개 회사에서 150명의 단기 아르바이트를 받아 자사 점포에 배치했다.
또 대형 주점 프랜차이즈인 와타미는 130명의 직원을 슈퍼마켓인 로피아에 내보냈다. 외식 점포답게 접객·조리 경험을 갖춘 이들이라 슈퍼마켓으로서도 활용도가 높다. 와타미로선 고용 유지는 물론 인사 교류로 이업종에서의 업무 경험이 새로운 상승 효과를 낳을 것으로 기대한다. 실제 업계 장벽을 뛰어넘은 인사 연계의 기대 효과는 충분하다는 평가가 많다.
정부의 실업 대책이 제한적인 상황에서 민간끼리의 고용 유지책은 점차 확산세다. 한편 정부 재정만으로 휴업 보상을 떠맡기엔 힘들다는 점에서 노동자의 타사 파견을 엄격히 제한하는 일본형 고용 제도를 고치자는 요구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은 확실히 위기다. 배달 수요의 급증처럼 새로운 기회가 있지만 불확실성도 많아 경영 판단을 제한한다. 이 와중에 고용 위기는 갈수록 높아진다. 접촉 기반의 기존 방식이 유효한 업종·현장일수록 연관 위기는 실체적이고 확장된다. 위기 종착지는 대면 판매 감소 여파에 따른 고객 접점 일자리의 감축 불안으로 귀결된다. 거리 두기로 오프라인 쇼핑이 줄어든 만큼 관련 고용은 부담거리로 남는다. 정부의 대책과는 별개로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서의 민간 기업발 고용 공유가 남다른 의미를 갖는 이유다.
고용 공유를 타사에 타진하는 회사가 늘면서 긴급 해고의 안전판으로 삼자는 취지다. 가령 음식점 대상의 긴급 고용 공유 사이트도 생겨났다. 4월엔 일종의 사회적 대타협 과제로 ‘재난 시 고용 유지 셰어링 네트워크’의 발기 작업도 경영자 중심으로 시작됐다. 고용 유연성이 높은 미국조차 힐튼·아마존 등이 채택한 타사로의 직원 파견이 증가세다. 고용 경직적인 일본에선 파급 효과가 더 커진다. 위기 때 고용을 지켜내는 새로운 방식의 제도 안착이 어떻게 진행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83호(2020.06.27 ~ 2020.07.03)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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