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테크 제 1284호 (2020년 07월 06일)

상식에서 벗어난 ‘규제 지역 지정’, 부동산 시장 혼란 부추긴다

기사입력 2020.07.06 오전 10:42

[아기곰의 부동산 산책]
- 집값 17.3% 오른 대전, 9.9% 떨어진 청주가 똑같이 규제 지역으로…“형평성 어긋나”


국토부는 6월 17일 수도권의 서쪽 절반과 대전·청주를 조정대상지역이나 투기과열지구 등 규제지역으로 묶었다. 규제 지역으로 묶인 청주의 지웰시티 푸르지오 전경./ 한국경제신문

국토부는 6월 17일 수도권의 서쪽 절반과 대전·청주를 조정대상지역이나 투기과열지구 등 규제지역으로 묶었다. 규제 지역으로 묶인 청주의 지웰시티 푸르지오 전경./ 한국경제신문



[아기곰 ‘아기곰의 재테크 불변의 법칙’ 저자] 최근 부동산 대책이라고 할 수 있는 6·17조치 중에서도 규제 지역 지정은 투자자뿐만 아니라 실수요자들에게 초미의 관심사다. 규제 지역으로 지정되면 집값이 오르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투자자뿐만 아니라 1가구 1주택자라도 본인 자산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부동산 시세의 변동에 민감하고 본인이 거주하는 지역이 아닌 다른 지역의 집값 흐름에도 예민하게 반응하는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재산권 행사에 여러 제약이 있는 규제 지역 지정은 많은 사람의 관심사다.

◆ 규제 지역 요건이 너무 허술하게 책정

문제는 이런 규제 지역 지정이 칼로 무를 자르듯 명쾌하게 정해질 수 없다는 데 있다. 퀴즈를 내 보자. <표1>은 현 정부 출범 직전을 100으로 놓았을 때의 지역별 매매가지수를 나타낸 것이다. <표1>에서 이번 6·17조치로 규제 지역으로 새로 지정된 지역은 어디일까.

상식에서 벗어난 ‘규제 지역 지정’, 부동산 시장 혼란 부추긴다


<표1>을 보면 13.4%나 오른 A 지역이 규제 지역(투기지역·투기과열지구·조정지역)으로 지정됐을 것으로 누구나 쉽게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놀랍게도 A 지역은 지금까지도 비규제 지역으로 남아 있다.

이번 6·17조치로 규제 지역에 묶인 지역은 B 지역이다. 현 정부 출범 후 최근까지 집값이 오르기는커녕 9.9%나 하락했지만 최근 몇 주간 집값이 상승하자 규제 지역으로 묶였다. 정확히는 올해 5월 초까지 지속적으로 집값이 내리다가 7주간 집값이 오르자 규제 지역으로 묶인 것이다.

C 지역은 더 황당하다. 현 정부 출범 후 12.4%나 하락한 C 지역도 이번에 규제 지역에 묶였다. B 지역은 그래도 몇 주간 눈에 띄게 집값이 상승했지만 C 지역은 A 지역에 비해 최근 상승 폭도 그리 크지 않다.

최근 한 달간 A 지역이 0.82% 오르는 동안 C 지역은 0.91% 오르는 데 그쳤기 때문이다. 계속 집값이 빠지다가 최근 조금 상승해 겨우 1년 전 가격을 회복한 것이다.

일반인의 상식으로는 집값이 많이 오른 지역이 규제 지역으로 묶이고 적게 오르거나 오르지 않은 지역은 비규제 지역으로 돼야 할 것으로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규제 지역 요건은 일반인의 상식과는 조금 다르다.

주택법 및 시행규칙을 보면 조정대상지역은 직전 달부터 소급해 3개월간 해당 지역의 주택 가격 상승률이 그 지역 물가 상승률의 1.3배를 초과한 지역 가운데 청약률이 높거나 분양권 거래가 많은 지역을 선별해 지정한다.

쉽게 말해 30개월 연속 폭락한 지역이더라도 최근 3개월만 집값이 오르면 규제 지역 지정 요건을 충족한다는 뜻이다.

더구나 최근 3개월간 집값이 많이 오른 지역만 지정되는 것이 아니다. 물가 상승률의 1.3배보다 많이 오른 지역은 지정 요건이 되는 것인데 올해 2월부터 5월까지 최근 3개월간 물가 상승률이 마이너스가 아닌 지역은 전국에서 한 군데도 없다.

가장 적게 떨어진 곳이 서울로 0.70% 하락했고 가장 많이 떨어진 곳은 경북으로 1.63%나 하락했다. 다시 말해 현행법은 최근 3개월간 집값이 떨어져도 (물가 하락률보다 적게 떨어졌으면) 규제 지역으로 지정될 수 있다.

나머지 지정 요건이라고 할 수 있는 청약률이나 분양권 거래는 최근 새 아파트 선호 현상과 맞물리면서 해당되지 않은 지역을 찾을 수 없을 정도다.

결론적으로 전국에서 규제 지역 요건이 되지 않은 지역을 찾기 어려울 정도라는 것이고 이 말은 규제 지역 지정 요건이 너무 낮게 책정됐다는 뜻이다.

이렇게 느슨한 요건이다 보니 정책을 집행하는 측에서는 정책 목표나 정치적 고려에 의해 규제 지역을 자의적으로 지정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 김포·파주도 규제 지역으로 묶일까

상식에서 벗어난 ‘규제 지역 지정’, 부동산 시장 혼란 부추긴다


<표2>는 이번 6·17조치로 규제 지역에 편입된 충청도의 대전과 청주 두 지역을 비교한 표다. 우선 대전은 현 정부 출범 후 17.3%가 오른 곳이다.

반면 청주는 같은 기간 동안 9.9% 떨어진 지역이다. 하지만 두 지역 모두 이번에 규제 지역으로 묶였다. 물론 청주도 최근 집값이 급등해 규제 지역 지정 요건에는 들어간다.

하지만 대전과 비교하면 집값이 오른 기간과 집값 상승률이 현저한 차이를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청주가 대전과 함께 규제 지역으로 묶이게 된 것은 형평성에 문제가 있다.

같은 이유로 이번 6·17조치에서 비켜 간 경기도 김포와 파주가 다음번 규제 지역 1순위에 올랐다고 한다. 둘째 문제를 보자. <표3>에서 규제 지역으로 지정될 만한 지역은 어디일까.

상식에서 벗어난 ‘규제 지역 지정’, 부동산 시장 혼란 부추긴다


E 지역은 김포다. 현 정부 출범 이후 지금까지 김포 지역 아파트 값이 3.8%밖에 오르지 않았지만 그래프에서 보듯이 최근 몇 주간 집값이 오르기 시작했기 때문에 규제 지역으로 지정될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흥미로운 것은 최근에 그렇게 많이 올랐다고 하는 것까지 포함해도 3년여 기간 동안 3.8%밖에 오르지 않았다.

F 지역인 파주는 더 황당하다. 최근에 많이 올랐다는 것까지 포함해도 현 정부 출범 이후 상승률은 0.9%에 불과하다.

그러면 현 정부 출범 이후 6.7%나 올랐고 최근 상승세도 무서운 D 지역은 어디일까. 놀랍게도 D 지역은 어느 특정 지역이 아니라 전국 평균 지수다.

다시 말해 김포나 파주는 전국 평균적인 지역보다 적게 오른 지역이고 반대로 표현하면 이 두 지역보다 규제 지역으로 묶일 만한 요건을 충족한 다른 지역이 더 많다는 뜻이다.

현 정부 출범 후 지금까지 김포는 3.8%, 파주는 0.9%밖에 오르지 않았다고 하면 의아해 하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현장에 나가보면 급매물들이 씨가 마르고 집주인들이 호가를 계속 높이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체감적으로는 몇 십 % 정도는 올랐다고 해야 할 것 같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 집값이 오르고 있는 곳은 역세권 신축 아파트 몇 단지에 불과하고 역에서 멀리 떨어진 ‘구축(舊築)’ 아파트는 거래조차 되지 않고 있다.

문제는 가격이 급등한 역세권 신축 아파트 몇 개 단지 때문에 대부분의 ‘구축’ 아파트도 규제 지역에 같이 지정된다는 점이다.

세상의 모든 사람을 만족시키는 룰을 만들기는 불가능하다. 하지만 고물가 시대에 만들어진 낡은 규제를 경제 위기로 인한 저물가 시대에 기계적으로 들이대는 것은 맞지 않는다고 할 수 있다. 솔로몬의 지혜가 필요한 때다.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84호(2020.07.04 ~ 2020.07.10)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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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일시 : 2020-07-08 09: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