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고객을 구독자로 만든 뉴 비즈니스 18=직접 체험한 구독 경제②]
-주거 공간도 구독하는 시대
-밀레니얼 주거 트렌드로 떠오른 코리빙 하우스
‘집도 넷플릭스처럼’…밀레니얼 라이프스타일에 맞춘 주거 공간 ‘에피소드 성수’
[한경비즈니스=안옥희 기자] “트렌드에 민감한 밀레니얼 세대가 추구하는 라이프스타일을 충족하면서 실제 주거의 관점에서도 각종 인프라(지하철·버스·공원·문화 시설)가 잘 구축된 동네.”

SK D&D(디앤디)가 밀레니얼 세대를 위한 주거 브랜드 ‘에피소드’를 만들고 1호점으로 성수동을 선택한 이유다. 성수동은 옛것과 현대적인 것들이 조화를 이루는 오묘한 매력을 가진 곳이다. 준공업 지역 안 한쪽에는 장인이 망치질을 해가며 구두를 만들고 있고 바로 옆에는 낡은 건물을 개조한 힙한 카페와 식당이 곳곳에 들어서 있다.

과거와 현재가 혼재된 듯한 특유의 동네 분위기 때문에 유행에 민감한 밀레니얼 세대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곳이다. ‘에피소드(EPISODE)’라는 대형 타이포그래피가 새겨진 큰 건물을 찾아 걷다 보면 밀레니얼 세대들이 가장 머무르고 싶어 하는 ‘에피소드 성수’를 만날 수 있다.
‘집도 넷플릭스처럼’…밀레니얼 라이프스타일에 맞춘 주거 공간 ‘에피소드 성수’


◆ 연결되고 싶을 때 원하는 만큼만 연결


성수동에는 에피소드 1·2호점이 있다. 올해 초 오픈한 1호점인 에피소드 성수 101과 2호점 에피소드 성수 121은 개인 주거 공간뿐만 아니라 공용 공간을 통해 다양한 커뮤니티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특징이다.

에피소드 성수 101 지하에 있는 공용 공간 ‘에피제로(ep Ø)’에서는 소규모 음악 공연과 강연, 쿠킹 스튜디오 등의 프로그램이 상시로 열린다. 최근 오픈한 에피소드 성수 121은 높은 층고를 활용한 복층 구조 설계로 오피스텔의 정형성에서 탈피했다. 1인 가구가 늘면서 반려동물 인구도 증가하는 추세를 반영해 에피소드 성수 121 옥상에는 반려동물 산책이 가능한 펫 파크도 조성했다.

두 곳 모두 기본형 생활 서비스로 피트니스 공간, 세탁실, 창고, 무인 마켓, 룸 클리닝 등 1인 가구가 원하는 편리한 라이프스타일 서비스를 제공한다. 주거 공간은 개방형 화장실, 월 패널을 기조로 한 수납 솔루션을 옵션으로 제공해 좁은 공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또 밀레니얼 세대의 폭넓은 라이프스타일을 반영하기 위해 다양한 가구와 조명, 데커레이션 아이템으로 구성된 렌털 서비스도 제공한다.

7월 7일 방문한 에피소드 성수 121에는 젊은 층의 다양한 취향을 고려한 세련된 인테리어의 방들을 볼 수 있었다. 공유 주택(코리빙 하우스)이라고 하면 모든 공간을 다른 사람과 함께 공유해야 한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에피소드는 방마다 주방과 화장실(욕실)이 있어 입주자가 원할 때만 타인과 연결될 수 있도록 공간이 설계돼 있다.

셰어 하우스가 모든 공간을 타인과 공유하게끔 설계돼 독립된 공간을 보장받지 못하는 것과 달리 에피소드는 공용 공간과 프라이빗한 공간을 확실하게 분리했다. 공용 공간을 통해서는 취향이나 지식 등 다양한 교류가 이뤄지면서 커뮤니티 문화가 만들어지도록 설계에 공을 들였다.
‘집도 넷플릭스처럼’…밀레니얼 라이프스타일에 맞춘 주거 공간 ‘에피소드 성수’
◆ 밀레니얼에 의한, 밀레니얼을 위한 곳

SK D&D가 에피소드를 론칭하게 된 이유는 소유하기보다 경험을 더 중시하는 밀레니얼 세대의 등장 이후 주거 공간에 대한 개념이 변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밀레니얼 세대는 넷플릭스를 구독하듯이 주거 공간도 원하는 기간만큼 구독하기를 원한다.

음악을 다운로드하지 않고 정기 결제권을 끊어 스트리밍 서비스로 즐기는 것처럼 밀레니얼 세대들은 집·가구·차량도 구매를 통해 소유하기보다 원하는 기간만큼만 경험하는 ‘스트리밍 라이프’를 지향한다.

이들에게 주거 공간은 단순히 잠만 자는 공간이 아니라 거주자의 라이프스타일을 추구할 수 있는 ‘스트리밍’의 공간인 셈이다. 최근 몇 년 사이 ‘제주 한 달 살기’와 같은 라이프스타일 트렌드가 유행했던 것도 이와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미국과 유럽 등 해외에서는 주거 공간 역시 소유가 아닌 일정 기간 동안 머무르는 경험의 개념으로 사용하는 현상이 보편화돼 있다. 공간에 대한 인식과 개념이 변화하면서 국내에서도 공유 오피스와 공유 주택 비즈니스 모델이 주목받고 있다.

에피소드 성수 이름 옆에 붙은 숫자 101과 121는 해당 건물 내 공간의 총 개수를 의미한다. 에피소드라는 이름 안에는 다양한 삶을 추구하는 사람들이 모여 살면서 새로운 에피소드를 만들어 나간다는 뜻이 담겨 있다. 단순 주거를 넘어 입주자 개인의 개성과 취향을 담을 수 있는 다양한 교류 기회를 제공해 더 나은 도시 생활을 위한 공간과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 목표다.

에피소드를 기획한 김도현 SK디앤디 RESI 솔루션개발운용 본부장은 “지금까지는 소유와 재산 가치, 하드웨어에 편중된 주택만이 존재했지만 밀레니얼 세대의 등장과 함께 공간 안에서 시간을 어떻게 보내는지에 대한 주거의 이야기가 더 중요해졌다”며 “에피소드 성수는 이들이 원하는 이야기가 담긴 첫 주거 실험의 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인터뷰]
‘집도 넷플릭스처럼’…밀레니얼 라이프스타일에 맞춘 주거 공간 ‘에피소드 성수’
“에피소드는 밀레니얼 주거 트렌드와 라이프스타일이 담긴 공간”


에피소드 성수는 밀레니얼 세대들의 라이프스타일을 공간에 반영하는 주거 실험의 장이다. SK D&D는 성수동을 시작으로 2021년 하반기 서울 신촌과 서초·수유 등 4개 지역에서 신규 오픈할 예정이다.

이충헌 SK D&D RESI솔루션개발운영본부 PL은 “앞으로 전개할 신규 프로젝트에서는 각 지역 특성에 맞는 프로그램을 만들 계획”이라며 “내년에 오픈하는 에피소드 신촌은 대학가 주변의 특성을 고려해 글로벌 밍글링(Mingling) 콘셉트로 풀었다. 한국의 코리빙 문화를 경험하기 위해 찾아오는 외국인 입주자들과도 교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밀레니얼 타깃의 주거 브랜드를 만들면서 가장 신경 쓴 부분은 무엇인가.

“밀레니얼 세대들은 집이라는 공간에 자신의 취향과 개성을 담고 싶어 하고 그것을 적극적으로 보여주고 싶어 하는 니즈가 일반화돼 있다. 에피소드 기획 단계에서도 밀레니얼 세대의 주거 트렌드와 라이프스타일을 공간에 반영하기 위해 서울대 김난도 교수팀과 함께 소비자 연구를 4개월 정도 진행했다. 결국 ‘수 미주라(반맞춤 제작)’라는 결론을 얻었다. 1인 가구는 기본적으로 간단한 짐만 챙겨 와 살 수 있는 옵션을 선호한다. 그래서 완성된 서비스를 제공하기보다 부분적으로는 입주자가 옵션으로 취향에 맞는 가구나 가전제품을 선택할 수 있도록 렌털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실제 입주자들은 어떤 사람들인가.

“에피소드 입주자들은 1·3·6개월 정도로 짧게 사는 단기 가구가 꽤 많다. 특이한 점은 다른 지역 코리빙 하우스에 살다가 에피소드 성수를 경험해 보고 싶어 온 사람들이 많았다. 성수동은 패션·정보기술(IT)·출판 등 다양한 산업이 포진돼 있어 해당 산업에 종사하거나 크리에이티브한 영역에서 일하는 자영업자도 많다. 1인 가구도 있지만 신혼부부 등 2인 가구도 있고 연령대는 30대 중·후반이 많다.”

-공간 설계에서 어떤 부분에 중점을 뒀나.

“단순히 주거 공간을 제공한다기보다 일상에서 자기다움을 완성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데 중점을 뒀다. 주거 공간(유닛)은 개인 공간이 협소할 수밖에 없으므로 좁은 공간을 조금 더 넓게 쓸 수 있도록 공간을 최적화했다.”

-에피소드가 어떤 브랜드가 되길 바라나.

“에피소드는 밀레니얼 세대들이 주거 공간을 통해 삶의 질을 높이고 발전하고 성장할 수 있도록 SK D&D가 고민한 결과다. SK D&D의 작품이 아니라 에피소드라는 브랜드에 주목했으면 좋겠다.”



ahnoh05@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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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85호(2020.07.11 ~ 2020.07.17)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