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CJ오쇼핑, 부당이득 없다”…판매촉진비 부과 등에 대해선 42억원 과징금
전략이냐 갑질이냐…홈쇼핑 ‘모바일 주문 유도’ 판결은?
홈쇼핑을 통해 상품을 구매하는 방법은 크게 전화 주문과 모바일 주문으로 나눌 수 있다. 소비자들은 어떤 방식을 선호할까. 아마 스마트폰에 익숙한 젊은 층은 모바일 주문을, 장·고령층은 전화 주문을 선호하지 않을까 싶다.



공급자인 홈쇼핑 업체들은 어떨까. 적어도 CJ오쇼핑은 모바일 주문을 선호했을 것으로 보인다. CJ오쇼핑은 2014년 납품 업체들과 계약하면서 구매자들이 모바일로 상품을 주문할 때의 수수료율을 전화 주문보다 2~29% 높게 책정했다.



또 홈쇼핑 방송 화면 오른쪽 하단에 ‘스마트폰 주문 시 5% 추가 적립’이란 문구를 넣으며 구매자들의 모바일 주문을 유도했다.



이를 전략으로 봐야 할까, ‘갑질’로 봐야 할까. 공정거래위원회는 갑질로 보고 과징금을 부과했다. 하지만 이에 불복해 소송을 제기한 CJ오쇼핑은 6월 25일 대법원으로부터 과징금 처분이 잘못됐다는 확정 판결을 받아 냈다.


대법원은 CJ오쇼핑이 모바일 주문을 유도한 것이 납품 업체에도 반드시 불리한 것은 아니라고 봤다. 과징금을 둘러싼 CJ오쇼핑과 공정위의 법적 다툼을 따라가 본다.


◆“납품 업체에 불리했다고 단정 못해”



공정위는 모바일 주문 유도가 ‘납품 업자에게 상당한 경제적 손해를 끼칠 우려가 있는 행위’라고 보고 CJ오쇼핑에 과징금 3억9000만원을 부과했다.


CJ오쇼핑은 “모바일 주문 방식을 활성화해 주문량을 늘림으로써 납품 업자와 CJ오쇼핑 모두에게 이익이 되도록 하기 위해 모바일 주문 방식을 권유한 것”이라며 “CJ오쇼핑이 이로 인해 부당 이득을 얻었거나 납품 업자가 손해를 봤다고 볼 수 없으며 이 같은 방식으로 소비자의 후생이 증대됐다”고 맞섰다.



공정거래법의 취지는 한 사업자가 거래상 지위를 남용해 상대방에게 불이익을 주는 것을 금지하는 데 있다.


서울고등법원은 “해당 행위의 내용이 상대방에게 다소 불이익하다는 점만으로는 부족하고 구입 강제, 이익 제공 강요, 판매 목표 강제 등과 동일시할 수 있을 정도로 지위를 부당하게 이용한 것이 인정돼야 한다”고 판단했다.


참고로 과징금이나 경고 처분 등 공정위의 제재는 법원의 1심 효력을 가져 이 사건은 곧바로 고등법원의 판단을 받게 된 것이다.



재판부는 “CJ오쇼핑의 자막과 구두 안내로 구매 의사가 이미 확정된 소비자가 전화로 주문하려다가 모바일로 바꾸는 경우도 있겠지만 구매 의사가 확정되지 않은 소비자가 할인·적립금 혜택을 이유로 구매를 결정하는 경우도 있다고 할 것”이라고도 했다.

기술의 발전과 소비 패턴의 변화에 따라 모바일을 통한 홈쇼핑 시장의 활성화가 이미 거스를 수 없는 사업 방향이 된 점도 재판부는 고려했다. 대법원도 원심 판단에 잘못이 없다고 봤다. 결국 3억9000만원 상당의 과징금은 취소됐다.



하지만 CJ오쇼핑은 다른 사유로 과징금 42억원을 확정 받았다. CJ오쇼핑에 대한 공정위의 지적 사항은 크게 세 가지였다. 모바일 주문 유도를 통한 불이익 이외에도 계약서면 교부 의무 위반, 판매촉진비용 부담 전가가 있었다.



CJ오쇼핑은 2012년 1월부터 2014년 10월까지 한국콜마 등 351개 납품 업체와 상품 위탁 판매 계약을 체결했다. 이 과정에서 CJ오쇼핑은 공인 전자 서명을 완료했지만 해당 납품 업체들의 서명이 완료되지 않은 상태에서 3533건의 상품 발송이 실시됐다.


공정위는 CJ오쇼핑이 대규모유통업법을 위반했다고 봤다. 관련 법에선 대규모 유통 업자가 납품 업자 등과 계약을 체결한 즉시 납품 업자에게 계약 사항이 명시된 서면을 주고 이 서면에는 대규모 유통 업자와 납품 업자의 서명 또는 기명 날인을 반드시 포함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CJ오쇼핑은 부당한 과징금 처분이라고 반박했다. “계약 조건을 반영한 서면에 전자 서명한 후 이를 납품 업자들에게 발송해 더 이상 그 내용을 수정할 수 없게 된 이상 계약서면 교부 의무를 이행했다고 봐야 한다”는 논리를 펼쳤다.



CJ오쇼핑은 “납품 업자에게 불이익하게 계약을 변경하거나 납품 업자의 권리 구제를 어렵게 하는 등 공정 거래 질서를 저해할 우려가 없다”고도 했다.


하지만 법원은 CJ오쇼핑의 손을 들어주지 않았다. 재판부는 “홈쇼핑의 경우 방송일 수개월 전부터 홈쇼핑 사업자가 납품 업자와 구두로 기본 계약을 체결한 뒤 구체적인 상품의 거래 조건, 판매량과 방송 시간은 방송일에 임박해 정하는 것이 통상적”이라고 지적했다.


대규모 유통 업자가 방송일 직전에 편성을 변경·취소해 납품 업자에게 불이익을 줄 여지를 없애는 것이 법 취지인 만큼 CJ오쇼핑이 법을 위반했다는 것이다.



공정위는 CJ오쇼핑이 판매촉진비용을 납품 업체들에 부당하게 떠넘겼다고도 판단했다. 구체적으로 CJ오쇼핑이 2012년 1월부터 2013년 12월까지 146개 납품 업체와 방송을 하면서 발생한 판매촉진비용 56억6900만원 가운데 99.8%를 납품 업자가 부담하도록 했다는 것이다.


◆‘판매촉진비용 부당 전가’는 인정



법원의 판단도 같았다. 법원은 “대규모유통업법에서 판매촉진비용의 부담을 납품 업자에게 전가하는 행위를 제한하는 취지는 대규모 유통 업자가 임의로 판매 촉진 행사를 기획하고 그 비용을 전적으로 납품 업자에게 부담시키더라도 납품 업자가 이를 거부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판매 촉진 활동을 빙자한 부당한 판매촉진비용의 부담 강요를 방지하고자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대법원도 원심 판단이 옳다고 봤다.



결국 CJ오쇼핑은 당초 공정위가 부과한 46억원의 과징금 가운데 모바일 주문 유도 부분에 해당하는 금액(4억원)만 감액 받고 나머지 42억원을 납부하게 됐다.


◆[돋보기] 과징금부터 형사 고발까지 매서워지는 ‘공정위 리스크’…로펌들은 공정거래팀 강화


법무법인(로펌)들이 공정 거래 담당 조직을 앞다퉈 강화하고 있다. 담합과 부당 내부 거래 등 불공정 거래 사건을 조사해 과징금을 부과하고 수사 의뢰까지 하는 공정거래위원회는 ‘재계 저승사자’로 불린다.


공정위의 전속 고발권을 폐지하는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21대 국회에 다시 제출되면서 공정 거래 관련 사건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로펌업계 관계자들은 공정 거래 사건이 로펌들의 미래 먹거리가 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공정위가 펴낸 ‘2019 통계 연보’에 따르면 공정위가 지난해 기업들에 부과한 과징금 규모는 1273억원으로 전년보다 60% 가까이 줄었다.


하지만 지난해 대형 사건이 없어 나온 결과일 뿐 기업들의 ‘공정위 리스크’는 여전하다는 평가다.


공정위가 과징금이나 시정 명령 조치 등의 선에서 끝내는 게 아니라 검찰에 고발하는 경우는 지난해 82건으로 역대 둘째를 기록했다.



검찰 고발은 공정위가 내리는 가장 센 처분으로 꼽힌다. 여당이 180석을 갖게 된 현 국회 지형을 감안할 때 공정위의 전속 고발권이 폐지될 가능성도 높아 보인다.

자연스레 공정 거래 사건으로 검찰 수사를 받는 기업들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윤석열 검찰총장도 지난해 취임 일성으로 ‘공정 경쟁 질서 확립’을 외쳤다.



기업들이 공정위의 과징금이나 시정 명령 등 처분에 불복해 소송을 제기하는 경우도 있다. 비율로 따지면 20% 내외다.



이 같은 행정소송 역시 로펌 공정거래팀이 도맡아 한다. 한 대형 로펌의 공정거래팀 변호사는 “로펌들은 저마다 공정위 조사 단계부터 민·형사상 대응까지 기업들에 원스톱 토털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인혁 한국경제 기자 twopeople@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86호(2020.07.18 ~ 2020.07.24)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