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곰의 부동산 산책]
- 문재인 정부 들어 임대 사업 등록 건수 ‘폭증’
- 강행 시 전세 시장 불안 더 커질 것

‘주택 임대 사업 제도’ 폐지하려면 임대3법 효과 확인하고 해야
[아기곰 ‘아기곰의 재테크 불변의 법칙’ 저자] 6·17 조치가 법인 투자자에 대한 사망 선고였다면 7·10 조치는 주택 임대 사업자에 대한 사망 선고다.

발표일 이후부터 주택 임대 사업 신청을 받지 않기 때문이다. 다만 헌법에서 금지하는 소급 적용 논란을 잠재우기 위해 기존의 임대 물건에 대해서는 의무 임대 기간 만료 때까지 기존 혜택을 주기로 했다.

주택을 사 국가에 등록하고 임대하는 주택 임대 사업 제도는 현 정부에서 만든 것이 아니라 상당히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었지만 그동안 유명무실한 제도로 남아 있었다.

이 제도를 살려낸 것은 박근혜 정부다. 등록 임대 사업자에 대해 양도세나 종합부동산세 등 파격적 혜택을 주면서 임대 물건 등록을 유도한 것이다.

임대 등록을 하면 임대소득세를 내야 하는 불이익이 있지만 종부세나 양도소득세의 절감 효과가 더 크다고 생각한 다주택자들이 임대 물건을 등록하기 시작했다.

◆ 박근혜 정부에서는 왜 임대 등록을 유도했나
‘주택 임대 사업 제도’ 폐지하려면 임대3법 효과 확인하고 해야
박근혜 정부가 출범할 당시 주택 정책에서 가장 시급한 일은 하우스 푸어 문제를 해결하는 것과 전셋값 폭등 사태를 잡는 것이었다. 전셋값 폭등 사태를 잡기 위해 다주택자에게 손을 내민 것이 주택 임대 사업자 제도다.

이에 따라 박근혜 정부 이후 임대 사업자가 급증했고 이들이 등록한 임대 주택 수도 급증했다. 그러자 에서 볼 수 있듯이 전셋값 상승 추세가 잡히기 시작했다.

임대 사업 주택 수가 2015년 이후 임계치를 넘어서면서 전세 시장에 일정 부분 영향을 주기 시작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주택 임대 사업 제도의 수혜자는 세입자라고 할 수 있는 무주택 서민이다. 임대 사업을 등록하게 되면 계약 기간이라고 할 수 있는 2년간 임대료를 5%밖에 인상할 수 없다.

세입자에게 더 좋은 것은 현실적으로 임대 의무 기간 동안 본인이 원하면 계속 계약을 연장할 수 있다는 것이다. 기존의 전월세 상한제와 달리 임대 사업자는 새 세입자가 들어와도 기존 임대료에서 5%밖에 올릴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에서는 7·10 조치를 통해 주택 임대 사업의 사망 선고를 내렸다. 주택 임대 사업자에게 돌아가는 혜택이 의무에 비해 과도하게 크다는 여론 때문이다. 앞서 주택 임대 사업 제도는 박근혜 정부 때 활성화를 시작했다고 했다.

그런데 정작 임대 사업 등록이 급증한 것은 현 정부 들어서다. 주택 임대 사업 제도에서 가장 혜택이 큰 것이 지금은 ‘장기 일반 임대 주택 사업’으로 이름이 바뀐 준공공 임대 주택 사업이다.

장기 일반 임대 주택을 포함한 준공공 임대 등록 주택 수를 보면 2014년 501호, 2015년 3570호, 2016년 1만6865호, 2017년 5만7264호였다가 2018년에는 무려 28만1079호로 급증했다. 2017년도에 적은 것이 아니지만 2018년에 급증한 것이다.

이는 현 정부의 주택 정책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2017년 8월 이전에는 임대 사업자 제도는 일부 투자자에게만 눈길을 끌었지 큰 인기가 없었다. 임대 등록을 하지 않고 전세금을 크게 인상해 그 자금으로 다른 주택에 투자하고 수익을 내는 것이 세금 혜택보다 더 컸기 때문이다.

◆ 임대3법 부작용 정확히 따져야
‘주택 임대 사업 제도’ 폐지하려면 임대3법 효과 확인하고 해야
하지만 8·2 조치가 나오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중과 조치가 실시됐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양도세 중과도 되지 않고 장기 보유 특별 공제도 적용되는 준공공 임대 사업으로 투자자의 관심이 쏠리게 됐다.

다시 말해 다주택자에 대한 규제가 적었던 박근혜 정부 이전에는 임대 사업의 단점이 더 크게 보였지만 현 정부 들어 다주택자에 대한 규제가 시작되자 임대 사업의 장점이 더 크게 부각됐다. 이에 따라 2018년 이후 임대 사업의 등록 건수가 크게 늘게 된 것이다.

이렇게 등록 주택 수가 늘어나 전세 시장이 안정된 것은 좋았는데 문제는 임대 등록 기간 동안에는 매매 시장에 매물로 나올 수 없으니 매매 시장의 수급에 악영향을 끼치게 된다는 데 있다. 이로 인해 주택 임대 사업자가 본의 아니게 집값을 올린 주범으로 지목 받게 된 상황이다.

정부에서 7·10 조치를 통해 주택 임대 사업의 사망 선고를 내린 둘째 이유는 현실적으로 임대 사업자의 도움이 이제는 필요 없다는 자신감 때문이다.

전셋값 상승이 문제가 됐던 박근혜 정부 초기에는 임대 사업 활성화가 전세 시장 안정화를 위한 좋은 수단이었지만 지난 몇 년간 전세 시장이 안정되면서 임대 사업자 없이도 전세 시장은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판단이 들었을 것이다.

현 정부 들어 지금까지 전국 아파트 전셋값 상승률은 0.2%에 불과하다. 이러니 임대 시장 안정이라는 목표는 우선순위가 뒤로 밀려날 수밖에 없다.

더구나 임대 시장이 조금 불안해지더라도 임대3법이라는 새로운 제도를 통해 임대 사업자가 아닌 일반 다주택자에게도 규제를 가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 이러한 정부의 의도가 제대로 작동될까. 첫째, 올해 가을 이사철 이후 전세 시장이 불안해질 가능성이 높다.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 때문이다.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 방향은 실수요자 우선 정책이다. 문제는 실거주하려면 기존의 세입자를 내보내야 한다는 데 있다. 그런데 세입자는 집을 살 자금이 부족해 임대로 사는 이도 있지만 본인의 집이 있지만 다른 지역에서 임대로 사는 사람도 있다.

자녀 학군이나 본인 직장 위치 때문이다. 하지만 앞으로는 이런 지역에 임대 물건이 크게 줄어들면서 임대 물건을 찾으려는 사람의 경쟁률이 높아지게 된다.

둘째, 정치권에서 한창 논의 중인 임대3법은 검증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여러 가지 부작용이 나타날 수도 있다. 어떤 형태의 임대3법을 내세운다고 해도 세입자로서는 임대 사업 제도보다 완벽할 수 없다.

가장 큰 차이가 임대 사업 제도 하에서의 임대 물건에는 집주인이 절대 입주할 수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일반 다주택자가 자기 집으로 들어가는 것을 막을 방법이 없다.

결론적으로 말해 이번 7·10 조치를 통한 주택 임대 사업 제도 폐지는 성급한 결정이다. 지금까지 나온 여러 조치가 시장, 특히 임대 시장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그리고 새로 도입되는 임대3법이 시장에서 제대로 먹히는지 확인하고 임대 사업 제도를 폐지해도 될 것이다.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86호(2020.07.18 ~ 2020.07.24)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