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흥옌성에 123만 평 경협 산단 조성
- 중부에는 경제특구 개발 및 사회주택 건설 추진
LH도 베트남 진출…‘K스마트시티’ 확산 속도 낸다
[한경비즈니스=차완용 기자] 이곳은 한국이 아닌 베트남이다. 그런데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산업단지를 만들고 경제특구 개발과 사회 주택 건설 등을 추진한다.

개발이 완료되면 다수의 한국 기업들이 이곳에 입주할 것으로 예상돼 베트남 속 한국(K)-스마트 시티가 조성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동안 민간 기업이 베트남으로 넘어가 산업단지를 비롯해 주택을 조성하는 경우는 많았지만 LH처럼 국내 공공부문이 베트남 산업단지 시장에 첫발을 내딛는 것은 최초다.

해를 거듭할수록 베트남에 진출하는 기업과 투자 금액이 늘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 공기업의 현지 진출로 한국과 베트남 양국의 경제 협력과 교류는 더욱 힘을 얻을 것으로 예상된다.

더욱이 정부가 올해 1월 한국 주도의 스마트 시티 글로벌 협력 체계인 ‘K시티 네트워크’를 출범시키고 외국 진출 확대에 나서고 있는 상황이라 이번 LH의 베트남 진출이 큰 관심을 끌고 있다.

◆ 공공 부문 베트남 산업단지 시장 첫발

LH는 지난 6월 29일 해외 진출 희망 기업 지원을 통한 상생 협력 및 동반 성장을 목표로 추진 중인 한국·베트남 경제 협력 산업단지(이하 ‘경협산단’) 조성 사업 407만㎡(약 123만 평)의 개발 계획을 베트남 정부로부터 최초로 승인받았다.

승인된 구역은 흥옌성 산업도시 내 LH의 사업 참여가 예정된 3개 대상지(클린산단 143만㎡, 산단1구역 264만㎡, 도시구역 378만㎡) 중 클린산단 산단1구역으로, 이번 인허가 승인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세계적인 확산에 따른 입국 제한 등의 리스크를 극복하고 이뤄낸 값진 성과로 평가된다.

한·베트남 경협산단 조성 사업은 정부가 추진하는 ‘신남방정책’의 핵심이자 작년 11월 개최된 한·아세안 특별 정상회의 당시 양국 정상이 합의한 국가적 경제 협력 프로젝트다.

LH는 2017년 ‘베트남 흥옌성과 민간 회사와의 개발 협력에 관한 포괄적 양해각서(MOU)’를 시작으로 2019년 베트남 현지 디벨로퍼인 에코랜드와 ‘사업 예비 시행 약정’을 체결하는 등 정부 협력에 기반한 해외로의 진출을 적극적으로 추진해 왔다.

이번 개발 계획 승인에 따라 LH는 클린산단 구역을 시작으로 산단 1구역·도시구역을 단계적으로 개발할 계획이며 이를 위해 올해 현지 합작 투자 법인을 설립하고 내년 상반기 조성 공사를 시작할 예정이다.

한·베트남 경협산단은 하노이 중심으로부터 남동쪽 약 30km에 자리한 2645만㎡ 규모의 흥옌성 산업도시 내에 조성된다.

하노이~하이퐁 간 고속도로와 인접해 인근 국제공항·항만까지 1시간 이내에 접근할 수 있고 배후에 삼성·LG 등 한국 기업들의 생산 시설이 들어서 있어 기존 공장들과 시너지 창출이 가능해 투자 여건이 우수하다.

또 베트남은 1986년 자유시장경제 개방 이후 정부의 적극적인 투자 육성 정책을 바탕으로 저렴하고 풍부한 노동력과 빠른 도시화 등의 강점을 활용해 지난 30여 년간 평균 경제성장률 6% 이상의 지속적인 경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또한 최근 코로나19의 세계적 확산으로 다국적 기업들이 중국을 중심으로 한 생산 거점을 탈피하고 전략적 생산 기지로 다변화를 추진함과 함께 미·중 무역 분쟁 격화에 따른 글로벌 경제 구도 재편이 예상됨에 따라 큰 반사 이익을 누릴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은 1988년부터 작년 6월까지 베트남에 약 7000개 이상의 프로젝트, 646억 달러를 투자한 베트남 해외 직접투자(FDI) 1위 국가로, 이번에 LH가 추진하는 한·베트남 경협산단은 그동안 싱가포르와 일본 등이 주도한 베트남 산업단지 시장에 국내 공공 부문이 첫발을 내디뎌 한국 기업들의 진출 기반을 마련한다는 점에 큰 의의가 있다.

변창흠 LH 사장은 “한·베트남 경협산단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대비하는 신남방 정책의 핵심 사업으로, 한계 상황에 직면한 우리 기업들에 새로운 활로를 열어 주는 것은 물론 양국 경제 협력 관계에도 커다란 이정표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 공들이는 중부지역 개발, 수주 소식 기대
LH도 베트남 진출…‘K스마트시티’ 확산 속도 낸다
LH는 흥옌성 산업단지 조성 외에도 베트남에서 다양한 사업을 준비 중이다. 특히 LH가 베트남 중부지역 개발에 큰 공을 들이고 있는 만큼 머지않아 사업 수주 소식이 잇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지난해 말에는 베트남 중부지역에서 경제특구 개발과 사회 주택 건설을 위한 MOU를 잇따라 체결하기도 했다. 먼저 베트남 중부지방의 핵심 경제 권역인 후에성에 산업단지를 포함한 복합 단지를 조성할 계획을 세우고 추진 중이다.

베트남 응우웬 왕조의 고도인 후에성은 북중부의 거점 지역으로 서울시의 약 8배 면적에 128만 명이 거주하고 있다.

LH는 그동안 후에성의 수도인 후에시 도시 계획 마스터플랜 수립 사업, 향강 종합 개발 지원 사업, 스마트 시티 마스터플랜 수립 등을 통해 후에성 도시 계획에 참여해 왔다.

지난해 말 채결한 협약에 따라 후에성 쩐마이랑꼬 경제구역 2만7000ha(8200만 평)에 들어설 산업단지 2개소 815ha(250만 평)와 도시구역 1000ha(300만 평) 개발에 참여할 수 있는 기반을 구축했다.

이와 함께 LH는 베트남 다낭시에 한국의 스마트 시티 기술을 접목한 사회 주택 건설도 추진 중이다.

관광 도시로 유명한 다낭은 베트남·라오스·태국·미얀마 등 인도차이나반도 4개국을 관통하는 동서경제회랑(EWEC)과 베트남 남북을 가로지르는 1번 국도가 교차하는 물류의 거점이다.

베트남 중부지역 정치·경제·문화의 중심지로서 베트남 정부가 2018년 8월 스마트 시티 추진 계획 시범 도시로 지정한 곳이다. LH는 ‘베트남 사회 주택 종합 정책 수립’ 공적개발원조(ODA) 사업과 연계해 다낭에 사회 주택 개발, 토지 재개발, 기반 시설을 공급하기로 했다.

LH의 중부지방 개발 계획은 상당히 긍정적이다. 베트남은 북부 지역(박닌·박장·빈폭·타이응웬·푸토·하남·하노이·하이증·하이퐁·흥옌 등)과 남부 지역(동나이·따이닌·룽안·메콩경제구역·붕따오·호찌민 등)의 개발이 포화 상태에 접어들면서 그동안 개발이 이뤄지지 않았던 중부 지역의 개발이 본격화되고 있다.

그중에서도 중부 연안에 자리한 13개 성·시(꽝찌·트어티엔후에·다낭·꽝남·꽝응아이·꼰툼·자라이·빈딩·닥락성·푸엔·닥농·카인화·럼동 등)가 개발에 나서며 해외 기업 투자 유치에 적극적이다.

2000년 이후 시작된 이들의 개발은 한동안 주춤했지만 최근 몇 년 사이 베트남이 해외 기업들의 투자처로 다시 주목받으면서 탄력 받는 모습이다. 이미 중부 지역 13개 성에 하이테크공단 1곳, 경제특구 4곳, 산업공단 60곳 등이 조성돼 있고 이들 공단의 수는 계속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LH는 베트남 이외의 국가에서도 한국형 스마트 시티 해외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쿠웨이트·미얀마·말레이시아 등 9개국에서 10개의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해외 스마트 시티 사업 중 속도가 가장 빠른 사업은 쿠웨이트 압둘라 신도시 개발 사업이다.

이 사업은 한국형 스마트 시티 수출 1호 사업으로 꼽힌다. 압둘라 신도시는 쿠웨이트 수도인 쿠웨이트시티 중심에서 남쪽으로 3.5km 떨어진 지역이다. LH는 이 일대 64.4㎢에 주택 4만5000가구를 조성한다. 추정 사업비는 약 26조원에 달한다.

LH는 올해 11월 쿠웨이트 정부와 개발 사업 협력 추진을 위한 본사업 약정을 체결하고 내년 상반기까지 스마트 시티 개발 특수목적법인(SPV)을 설립해 본격적인 사업 참여에 나설 계획이다. SPV 설립 후 착공에 들어서면 국내 건설사 등 기업의 참여가 활발해질 것으로 보인다.

cwy@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86호(2020.07.18 ~ 2020.07.24)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