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 리포트Ⅱ]
-‘마스크 필수’ 된 코로나19 시대 맞아 자율복 확산
-삼성·현대차·롯데도 반바지 출근 ‘OK’
쿨한 복장으로 만드는 쿨한 성과…앞서가는 기업들의 비밀 병기 ‘쿨비즈룩’
[한경비즈니스=안옥희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여파가 직장인들의 옷차림까지 바꾸고 있다. 기업들이 코로나19 시대에 더 창의적이고 유연한 조직 문화를 만들기 위해 원격 근무제와 거점 오피스 등을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있지만 업무 공간의 변화만으로는 2% 부족하다. 남은 것은 옷차림이다.

코로나19 이후 넥타이와 정장을 버리고 반바지를 입는 직장인들이 많아졌다. 삼복더위에 마스크까지 늘 착용해야 하는 상황에서 답답한 정장 차림은 불편함을 줄 뿐만 아니라 업무 능률까지 떨어뜨린다. 본격적인 여름을 맞아 임직원에게 시원하고 편안한 비즈니스 캐주얼 차림을 권장하는 기업이 느는 이유다.


◆ 업무 효율·만족도 ‘두 마리 토끼’ 잡아

기업들은 코로나19 사태로 시시각각 변화하는 업무 환경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방책으로 일하는 방식의 변화를 유도하면서 자율 복장 제도를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있다. 삼성전자·현대차그룹 등 대기업들은 이미 몇 년 전부터 남성 직원의 반바지 차림을 허용했다. 옷차림에 보수적인 은행권도 예외는 아니다. 우리은행은 지난 6월 복장 자율화를 전면 시행하며 유니폼을 폐지했다.

롯데지주는 매주 금요일만 자율 복장이 가능한 ‘캐주얼 데이’를 운영하다가 7월부터 모든 임직원을 대상으로 복장 자율화를 시행했다. 롯데지주에 이어 롯데건설도 최근 라운드 티셔츠·청바지·운동화 등 캐주얼 의류, 비즈니스 캐주얼, 비즈니스 포멀 룩 등을 근무 복장으로 자유롭게 착용할 수 있는 전면 복장 자율화를 시작했다. 앞서 롯데그룹에서는 롯데케미칼·롯데홈쇼핑·롯데컬처웍스·롯데멤버스 등이 자율 복장 제도를 시행해 왔다.

2019년 3월부터 화학업계에서 선도적으로 복장 자율화를 도입한 롯데케미칼에서는 자율 복장 제도를 통해 무엇보다 외부에서 롯데케미칼을 바라보는 시선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끼쳤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직원들이 청바지·티셔츠·스니커즈 차림으로 거래처를 방문하면서 기존의 석유화학 회사가 가지고 있던 딱딱하고 경직된 이미지가 상당 부분 해소됐다는 것이다. 롯데케미칼에 근무하는 한 직원은 “입고 싶은 옷, 일할 때 편안한 복장으로 근무하게 되면서 예전보다 업무 효율도 높아졌다”며 “목적과 장소에 맞는 복장을 갖춘다면 자율 복장 제도는 서로의 개성을 인정하고 더욱 수평적인 조직 문화가 자리 잡는 데도 도움을 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자율 복장은 단순한 패션을 넘어 업무 성과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취업 포털 사람인이 직장인 1200명을 대상으로 복장 자율화에 대한 생각을 조사한 결과 76.4%가 자율 복장에 찬성했다. 자율 복장에 찬성하는 주된 이유는 ‘유연한 조직 문화가 조성될 것 같아서(53.5%)’, ‘업무 효율이 높아질 것 같아서(48.3%)’, ‘개인의 취향을 존중해 주는 것이어서(45.3%)’ 등이 꼽혔다.


◆ ‘쿨비즈룩 콘테스트’ 연 롯데홈쇼핑

직원들에게 입고 싶은 옷을 입고 일할 자유를 주고 패션을 활용해 조직 문화 혁신을 꾀하는 곳도 있다. 롯데홈쇼핑이 대표적이다. 자율 복장 제도가 이미 정착돼 있는 롯데홈쇼핑은 한 단계 더 나아가 지난 7월 사내 행사로 ‘쿨비즈룩 콘테스트’를 개최했다. 직원들이 각자 쿨비즈룩을 입고 사진을 찍어 제출하는 방식으로 임직원들의 투표를 거쳐 가장 많은 표를 받은 직원들을 사내 베스트 드레서로 선정했다.

롯데홈쇼핑이 이같이 쿨비즈룩을 유도하는 사내 행사를 열게 된 이유는 최고경영자(CEO)의 의지가 크게 작용했다. 쿨비즈룩 콘테스트는 이완신 롯데홈쇼핑 사장이 여름을 맞이해 직접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장은 1987년 롯데쇼핑에 입사해 백화점사업부 여성의류팀장을 거쳐 30년 이상을 백화점에서 일한 만큼 여느 CEO들 보다 패션에 관심이 높다.

이향수 롯데홈쇼핑 조직문화혁신팀 책임은 “이미 전일 자율 복장이긴 하지만 특히 남성 직원들은 반바지나 샌들까지는 쉽게 착용하지 못하는 분위기가 있었다”며 “쿨비즈룩을 더 재미있게 임직원들에게 전파하고 정착 속도도 높이기 위해 ‘쿨비즈룩 콘테스트’를 기획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 책임은 “기존의 회사 정서를 더 유연하게 하자는 최고경영자(CEO)의 제안과 의지를 담아 반바지와 샌들을 독려하는 이른바 ‘쿨비즈룩’을 제시하게 됐다”며 “여름철이라는 계절적 특수성에 맞춰 시원하고 간편한 복장이 업무 효율 증대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쿨비즈룩 콘테스트에서 직원 5명이 베스트 드레서로 뽑혔다. 7월 29일 방문한 서울 영등포구 양평동 롯데홈쇼핑 본사에서 쿨비즈룩 콘테스트에서 우승한 직원들을 만날 수 있었다. 이들은 자기 표현에 적극적인 20~30대 밀레니얼 세대다.

반바지+로퍼, 체형에 맞는 하이웨이스트 점프 슈트, 화려한 패턴의 와이드 팬츠와 액세서리 스타일링 등 트렌디하면서도 각자의 개성을 살린 옷차림이 가장 먼저 눈길을 사로잡았다. 딱딱하고 갑갑한 정장보다 현재의 자율 복장 제도가 매 순간 창의성을 발휘해야 하는 홈쇼핑 업무 특성에도 부합한다며 모두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무엇보다 자율 복장이 업무 분위기를 유연하게 만드는 데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허호정(프로젝트 2셀) 씨는 “복장의 자율성이 직장 동료들과의 소통과 업무 태도에 밀접한 영향을 끼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성규(OneTV 패션팀) 씨는 “경직된 조직 문화를 패션을 통해 유연하게 만들 수 있다. 패션의 자율화는 궁극적으로 좋은 아이디어를 내는 데도 도움이 된다”고 강조했다.

사내에서 옷 잘 입기로 소문난 롯데홈쇼핑 직원들은 자율 복장을 할 때 멋과 패션도 중요하지만 타인의 시선이 불편할 수 있는 복장은 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심다형(OneTV 리빙팀) 씨는 “입는 사람도, 보는 사람도 불편하지 않은 자연스러운 복장이 가장 중요하다. 어렵게 생각하기보다 신발과 가방 컬러를 맞추거나 컬러를 3가지 이상 쓰지 않고 무엇이든 포인트 한 가지만 준다면 누구나 멋스러운 쿨비즈룩을 연출할 수 있다”고 말했다.

쿨비즈룩을 업무 성과와 연결하기 위해서는 시간·장소·상황(TPO)에 맞는 옷차림이 중요하다. 양지혜(조직문화팀) 씨는 “쿨비즈룩이라고 해서 반바지에 샌들이 무조건 허용되는 것은 아니다. ‘쿨’과 ‘비즈니스’가 혼용된 말 그대로 쿨한 느낌은 가지고 가되 비즈니스 느낌을 줄 수 있는 단정하고 깔끔한 패션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장원(패션의류팀) 씨도 “활동성이 높은 옷차림도 좋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TPO”라며 “자율 복장이라도 직장인의 본분을 잊지 않고 상황에 맞게 입어야 한다”고 말했다.


[인터뷰 : 이향수 롯데홈쇼핑 조직문화혁신팀 책임]

-“복장 자율화, 조직 문화·성과에 큰 영향…CEO·임직원의 실천 의지가 중요”
쿨한 복장으로 만드는 쿨한 성과…앞서가는 기업들의 비밀 병기 ‘쿨비즈룩’
롯데홈쇼핑은 2016년부터 조직문화혁신팀을 신설해 매주 금요일을 ‘캐주얼 데이’로 운영하다가 전면 자율 복장을 채택했다. 자유로운 복장을 통해 기업 문화 개선과 업무 효율화를 위해 최근 임직원들을 대상으로 ‘쿨비즈룩 콘테스트’를 열기도 했다. 이향수 롯데홈쇼핑 조직문화혁심팀 책임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기업들에 확산되고 있는 자율 복장 제도가 형식에 그치지 않고 업무 성과로 이어지기 위해 “경영진의 의지와 주무 부서, 임직원들의 실천 노력이 조화를 이뤄야 한다”고 말했다.

-그동안 시행해 온 자율 복장 제도는 어땠나.

“장점으로는 직원들의 복장에 대한 스트레스가 즐어들고 편안하고 효율적인 복장을 통해 업무에 집중할 수 있게 된 점을 들 수 있다. 그리고 창의성·유연성·효율성을 중시하는 회사의 의지가 임직원들에게 잘 전달된 것도 긍정적이다.”

-임직원들의 만족도는 어떤가.

“복장 획일화로 인한 업무적 비효율이 감소해 자유롭고 개방적인 사내 분위기 조성에 기여했다고 본다. 자신을 표현하는 데 익숙한 젊은 세대의 특성을 존중해 각자의 개성을 뽐낼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 것에 대한 만족도가 특히 높다.”

-자율 복장의 가이드라인은 있나.

“자율 복장의 기준은 ‘누가 보더라도 단정하고 깔끔한’ 복장이다. 전일 자율 복장이지만 트레이닝복, 과하게 찢어지거나 짧은 하의는 금지하고 있다.”

-시행착오는 없었나.

“처음 제도를 시행할 때 직원들의 복장에 대한 제약을 최소화하기 위해 기본적인 가이드라인만 공지하고 문의 사항은 개별적으로 받았는데 개인 복장의 허용 종류와 범위에 대한 문의가 많았다. 다른 직원의 패션을 보고 ‘저런 옷도 허용되느냐’는 신고성 문의도 적지 않았다. 그러한 사례들이 쌓여 지금은 자율 복장의 기준이 어느 정도 정착된 상태다.”

-자율 복장이 업무에 어떤 영향을 끼친다고 보나.

“정장 형태의 복장은 활동하기 불편한 부분이 있고 사고나 정서적으로도 획일화된 느낌이 강하지만 자율 복장은 편안함 속의 효율 증대, 사고와 커뮤니케이션 개방화에 기여한다고 본다. 자율 복장 시행 전과 비교해 달라진 점은 조직 내 분위기다. 임직원들의 마인드나 커뮤니케이션이 전보다 자유롭고 유연해졌고 기존의 틀을 깨는 창의적 발상이 장려되는 효과도 크다.”

-자율 복장 제도를 조직 문화 개선과 업무 성과로 연결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점은 무엇인가.

“자율 복장 제도는 개방적 사고와 창의성, 업무 효율 중시라는 조직 문화에 대한 회사의 관점과 의지의 상징이다. 회사가 추구하는 조직 문화의 정체성을 먼저 구축해야 하고 그 이후에는 정체성을 실제화하는 실질적인 제도들이 균형감 있게 실행돼야 한다. 실행 단계에서는 최고경영자(CEO)의 의지와 주무 부서, 임직원들의 적극적인 노력이 조화를 이루는 것이 중요하다.

롯데홈쇼핑은 조직 문화 혁신에 대한 CEO의 강력한 의지가 제도 실행에 큰 추진 동력이 됐다. CEO가 솔선수범해 쿨비즈룩을 입고 온택트 트렌드에 맞춘 유튜브 라이브를 먼저 제안해 직원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하면서 주무 부서에서도 제약 없이 CEO에게 아이디어를 제안하는 선순환 문화가 조성됐다. 조직 문화가 변화하면서 실제 회사의 경영 실적이 상승하는 것도 고무적인 현상이다.”


[TPO에 맞는 직장인 ‘쿨비즈룩’ 연출법]
쿨한 복장으로 만드는 쿨한 성과…앞서가는 기업들의 비밀 병기 ‘쿨비즈룩’
무더운 날씨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영향으로 유연해진 근무 환경에 따라 자율 복장 제도를 도입하는 기업이 늘면서 쿨비즈룩을 어떻게 입어야 할지 고민하는 직장인들이 적지 않다. LF의 김현진 마에스트로 디자인실장은 “직장 내에서 비즈니스 캐주얼을 입을 때는 개성과 감각에 맞는 조화를 유지하면서도 기본적인 격식을 갖춰야 한다”며 “TPO(시간·장소·상황)에 맞게 격식에 어긋나지 않는 캐주얼을 선택해야 한다”고 말했다.

◆ 남성 “기본 아이템으로 네이비 블레이저 활용”
쿨한 복장으로 만드는 쿨한 성과…앞서가는 기업들의 비밀 병기 ‘쿨비즈룩’
네이비·그레이 블레이저는 가장 편안하게 코디할 수 있는 캐주얼 아이템으로 이너와 바지를 어떻게 코디하느냐에 따라 각기 다르게 입을 수 있다. 블레이저와 패턴이 있는 셔츠를 코디하면 좀 더 격식을 갖춘 비즈니스 캐주얼을 연출할 수 있다. 조금 더 편안하게 입고 싶을 때는 니트를 면바지와 함께 코디하면 된다.

캐주얼 재킷을 선택해 남방이나 티셔츠를 안에 받쳐 입으면 정장을 응용한 비즈니스 캐주얼 차림이 된다. LF의 윤종현 마에스트로 디자인실장은 “정장을 입을 때는 정장 안에 받쳐 입는 브이존(V-존)이 포인트이므로 셔츠와 타이의 매치가 중요하다”며 “하지만 비즈니스 캐주얼 차림에서는 상의·하의·이너웨어(티셔츠·남방) 등 각 단품 간의 3박자가 맞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 여성 “베이직 셔츠에 액세서리를 적절히 매치”
쿨한 복장으로 만드는 쿨한 성과…앞서가는 기업들의 비밀 병기 ‘쿨비즈룩’
비즈니스 캐주얼룩은 검은색 스커트에 타이트한 흰색 블라우스를 매치하는 것이 기본이다. 여름철에는 검은색 대신 화이트 컬러의 원 버튼 재킷을 선택하거나 일반 스커트 대신 펜슬 스커트를 매치하면 스타일리시하고 시원해 보이는 여름 오피스룩을 완성할 수 있다. 베이직한 셔츠·블라우스를 활용하고 액세서리를 함께 연출하면 스타일로 시선을 모을 수 있다. 구두와 가방은 전체적인 룩을 생각하면서 소재를 통일해 안정된 느낌을 주는 것이 좋다.

김규희 질스튜어트뉴욕 여성 디자인실장은 “TPO에 맞춘 적절한 옷차림을 통해 프로페셔널한 인상을 줄 필요가 있다”며 “스커트와 바지 정장, 베이직한 셔츠와 함께 시즌에 맞는 ‘잇(it) 아이템’을 적절히 조화시키면 패션성을 강조할 수 있다. 시즌 유행을 반영한 스카프나 코르사주 등 액세서리를 통해 오피스룩을 연출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ahnoh05@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88호(2020.08.01 ~ 2020.08.07)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