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영식의 정치판]

“집값 안 잡히면 재집권 물 건너가”…靑 노영민 실장·수석 5명 전격 사의 표명은 위기감 반영


[홍영식의 정치판] 부동산법 일방처리한 巨與, 대선 부메랑 될까 ‘긴장’
[한경비즈니스=홍영식 대기자] “주사위는 던져졌다. 여당이 부동산 관련 법들을 처리하면서 루비콘 강을 건넜다. 이 법안들은 차기 대선 판도를 좌우할 결정적 변수가 될 것이다. 이렇게 해도 집값을 잡지 못하면 재집권은 물 건너간다.”

더불어민주당의 전략가로 꼽히는 한 재선 의원의 분석이다. 민주당이 7월 임시국회(7월 6일~8월 4일)에서 일방적으로 처리한 부동산 관련 법안들로 집값을 잡지 못한다면 ‘독박’을 쓸 수 있는 데 대한 우려다. 여당은 법안 처리 과정에서 야당과 제대로 된 논의 절차를 거치지 않고 군사 작전 하듯이 처리했다. 국회법에 명시된 상임위원회 소위원회 구성, 축조 심사, 토론 절차를 거치지 않아 거여(巨與)의 독주라는 비판을 받을 뿐만 아니라 법 위반 논란도 거세다. 법안의 관련 상임위 상정부터 본회의 처리까지 1주일밖에 걸리지 않았다. 그런 만큼 그 책임도 고스란히 여권이 져야 한다. 여당이 일방적으로 처리한 법안들은 하나같이 시장에 큰 파급력을 몰고 올 것들이어서 더욱 그렇다.

‘임대차 3법’은 이미 전세 시장에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 ‘부동산 거래 신고 등에 관한 법 개정안’은 부동산 매매에만 의무적으로 적용했던 신고제를 전월세로 확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은 계약갱신청구권제와 전월세상한제 도입을 골자로 하고 있다. 계약갱신청구권은 세입자가 기본 계약 2년에 추가 2년의 연장을 요구할 수 있다. 집주인은 자신이 직접 거주하지 않는 한 이를 받아들여야 한다. 전월세상한제는 임대료를 직전 계약액의 5%를 초과해 인상할 수 없게 했다.

‘7·10 부동산 대책’ 실행을 위한 소득세법·법인세법·종합부동산세법 개정안 등 ‘부동산 3법’을 비롯한 세법 후속 입법도 완료됐다. 소득세법 개정안은 2년 미만 단기 보유 주택, 다주택자의 조정 대상 지역 내 주택에 대한 양도세 중과 세율을 최대 72%로 인상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법인세법 개정안은 법인이 보유한 주택 양도세 기본 세율에 더해 매기는 법인세 추가 세율을 현행 10%에서 20%로 올렸다. 종부세법 개정안은 3주택 이상 또는 조정 대상 지역 2주택 소유자에 대해 세율을 과세 표준 구간별로 현행 0.6~3.2%에서 1.2~6.0%로 올렸다.

지방세 관련 개정안도 국회를 통과했다. 지방세법 개정안은 조정 지역 내 3억원 이상 주택을 증여받을 때 취득세율을 최대 12%(현행 3.5%)로 올렸다. 지방세 특례제한법은 신혼부부에게만 허용하는 생애 최초 주택 구입 시 취득세 50% 감면 혜택을 연령과 혼인 여부와 관계없이 확대 적용한다.

부동산 관련 법뿐만이 아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후속 3법(인사청문회법 개정안, 국회법 개정안, 공수처장 후보 추천위원회 운영 규칙안)도 국회 문턱을 넘었다. 인사청문회법과 국회법 개정안은 국회 인사 청문회 대상에 공수처장을 넣었고 청문 보고서가 채택되지 않아도 대통령이 공수처장을 임명할 수 있도록 했다. 민주당은 공정거래법과 상법 개정안, 금융그룹통합감독법 등 기업 구조 개혁 명목으로 추진했다가 20대 국회에서 폐기된 규제 법안들도 올해 정기 국회에서 반드시 처리할 방침이다.

◆일방 처리, 내년 대선 국면·극렬 지지층 압박도 작용


여당이 위험 부담을 무릅쓰고 이른바 개혁 법안 처리에 나선 이유는 뭘까. 여당의 이런 태도는 이해찬 대표가 총선 압승 직후 “열린우리당의 아픔을 깊이 반성한다. 우리는 승리에 취했고 과반 의석을 과신해 겸손하지 못했다. 그 결과 우리는 (2007년) 17대 대선에 패했고 뒤이은 (2008년) 18대 총선에서 나락으로 떨어졌다. 우리는 이 교훈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한 것과 정면으로 배치돼 그 배경이 주목된다.

민주당의 한 의원은 “지금 입법화를 해야 정책 적응기를 거쳐 대선을 앞둔 시점에 집값이 안정 국면에 접어들 것으로 보기 때문”이라고 했다. 또 다른 민주당 의원은 “내년으로 넘어가면 대선 국면에 접어들어 법안 처리가 여의치 않다는 점, 문재인 대통령이 약속한 각종 개혁을 제도적으로 마무리 지어야 한다는 부담감 등이 작용했다”고 말했다. 민주당 ‘8·29 전당대회’에 최고위원 도전에 나선 한 의원은 “‘문빠’라고 불리는 극렬 지지층이 ‘다수당을 만들어 준 이유가 뭐냐. 기회는 올해밖에 없다’고 압박하고 있는 것이 법안 처리를 서두르는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 내 일각에선 우려도 제기된다. 전당대회 대표, 최고위원 도전에 나선 후보들부터 당 위기 언급을 거론하는 횟수가 부쩍 늘었다. 김부겸 후보는 “지금 누구나 우리 당의 위기를 말한다”며 “그 위기의 정점은 내년 4월 보궐선거가 아니냐”고 말했다. 박주민 후보는 “최근 2030 청년들이 우리 당에 등을 돌리고 있다고 한다”고 했고 이원욱 후보도 여권의 ‘내로남불’식 태도를 위기 원인으로 꼽으며 “절체절명의 기로에 서 있다”고 했다. 노웅래 후보는 “당이 부동산 문제에서 국민의 눈높이에 맞추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장을 맡고 있는 정성호 의원은 부동산법 처리에 대해 바둑 용어인 ‘공고피아(攻顧彼我 : 상대방을 공격하기 전에 나를 살피고 돌아본다)’를 인용해 “욕심내고 서두를 게 아니라 국민이 무엇을 원하는지 숙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홍영식의 정치판] 부동산법 일방처리한 巨與, 대선 부메랑 될까 ‘긴장’
◆“재집권 명운 걸려…법안들 효과 못 보면 여당이 독박”

부동산 관련 법안들이 대선에 미칠 영향에 대해선 민주당 내에서 엇갈린 반응들이 나온다. 수도권의 한 재선 의원은 “지난해 12·16 대책들이 오랫동안 입법화되지 못한 것이 집값 상승을 제어하지 못한 한 원인”이라며 “더 이상 미루다가는 대선에 악영향을 끼칠 우려가 있기 때문에 처리에 나섰다. 필요하면 강력한 추가 대책을 더 내놓을 예정이기 때문에 본격 대선전에 들어가기 전까지는 시장이 안정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초조함도 엿보인다. 또 다른 의원은 “이 법안들과 함께 ‘8·4 대책’들은 재집권 명운이 걸린 문제”라며 “시장에 먹혀들지 않으면 여당이 그 책임을 오롯이 질 수밖에 없다. 부동산 문제가 자칫 대선의 ‘판도라 상자’가 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여론 조사 전문가들은 부동산 문제로 중도마저 잃는다면 민주당은 내년 서울시장과 부산시장 보궐선거는 물론 다음 대선에서도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는다. 그렇지 않아도 여당 지지 성향이 강한 수도권과 젊은 층 지지 이탈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상황이다. 리얼미터가 8월 3~5일 전국 18세 이상 151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95% 신뢰 수준에 표본 오차 ±2.5%포인트.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서 민주당 지지도는 전주보다 2.7%포인트 하락한 35.6%로 조사됐다. 통합당 지지도는 3.1%포인트 오른 34.8%로, 두 당의 지지도 격차는 0.8%포인트로, 처음으로 소수점대로 좁혀졌다. 특히 서울에서는 통합당(37.1%)이 민주당(34.9%)을 넘어섰다. 30대(10.1%포인트 하락)와 여성(3.4%포인트 하락)의 지지율 하락이 두드러졌다. 여당의 부동산법 일방 처리가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과 수석비서관 5명이 8월 7일 문재인 대통령에게 전격적으로 사의를 표명한 것도 지지율 하락에 따른 위기 의식이 반영된 결과다.?

통합당은 부동산 문제를 대선과 연관 짓는 전략으로 가고 있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설익은 정책, 부작용 많은 정책을 밀어붙이다 보면 결국 민주당이 넘어질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대선 주자인 원희룡 제주지사도 한경비즈니스와의 인터뷰에서 “부동산 정책 실패가 문재인 정권의 무덤이 되고 정권 재창출의 큰 걸림돌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해찬 대표는 총선 압승 뒤 “국민의 뜻에 책임감과 동시에 서늘한 두려움도 느낀다”며 “언제든 심판 받을 수 있다는 두려움”이라고 했다. 최근 민주당은 부동산법 처리를 국민의 명령이라고 했다. 2022년 3월 9일(차기 대선일) 나타날 국민의 뜻과 명령은 무엇일까.
yshong@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89호(2020.08.08 ~ 2020.08.14)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