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제 1289호 (2020년 08월 10일)

‘코로나19 시대’ 진화하는 백신 기술...기반기술 플랫폼 활용해 개발 속도전

기사입력 2020.08.10 오후 06:25

[커버스토리=다가오는 2차 팬데믹의 공포…속도 내는 코로나19 백신 개발] 
- 1796년 천연두 백신이 최초 개발…‘가짜 침입자’ 통해 면역 체계 강화

‘코로나19 시대’ 진화하는 백신 기술...기반기술 플랫폼 활용해 개발 속도전

[한경비즈니스=이현주 기자] 전 세계 연구자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개발에 박차를 가하는 가운데 첫 성공 주자는 누가 될까. 백신 개발 선두 주자들의 임상 시험 결과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아스트라제네카·옥스퍼드대, 모더나, 화이자·바이오엔테크가 후보군으로 꼽힌다. 중국 기업 가운데 시노백바이오테크, 캔시노바이오로직스도 임상 3상에 들어갔다.  


이들이 백신 개발을 앞당길 수 있었던 배경에는 플랫폼 기술이 있다. 플랫폼 기술을 기반으로 임상 시험을 축약해 시간을 단축할 수 있었다. 2단계를 동시에 진행하거나 전임상 단계의 동물 챌린지 실험을 3상 이전에 완료하면 허가해 주는 식이다. 


백신은 어떻게 작동하고 구분되며 선두 주자들은 어떤 플랫폼에 승부수를 던지고 있을까. 


‘왕관’처럼 생긴 코로나 바이러스 
코로나19 바이러스는 80~200nm 정도의 크기로, 바이러스 입자 표면에 스파이크 단백질(S protein)을 갖는다. 가장 안쪽에는 코로나 바이러스의 유전자인 RNA가 있다. 현미경으로 들여다보면 스파이크 단백질이 삐죽삐죽 돌출돼 있고 ‘왕관(corona)’처럼 보여 코로나 바이러스라는 이름이 붙었다. 


바이러스가 인체에서 감염을 일으키기 위해서는 세포와 상호 접촉해야 한다. 바이러스의 스파이크 단백질이 세포의 표면에 부착해 세포 안으로 유전자를 침투시킨다. 이때 세포에 부착되는 물질을 수용체라고 한다. 스파이크 단백질과 수용체는 열쇠와 자물통과 같은 관계다. 코로나19 바이러스는 2003년 유행한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와 동일하게 ACE-2라는 단백질을 수용체로 사용한다. 그래서 사스-코로나바이러스-2(SARS-CoV-2)라고 불리기도 한다. 


바이러스는 크게 세 가지의 발병 메커니즘을 갖는다. 첫째, 수용체를 통해 세포 안으로 침투해 복제·증식한다. 둘째, 우리 몸의 면역 물질인 인터페론의 대응 메커니즘을 무력화한다. 셋째, 사이토카인 폭풍(cytokine storm)과 같은 내부 교란을 우리 몸속에서 일으켜 정상 세포까지 죽게 한다. 그러면 성공적으로 감염을 확산시키게 된다. 


백신은 일종의 가짜 침입자를 통해 우리 몸의 면역 체계가 인식할 수 있게 한다. 우리 몸의 면역 시스템은 외부의 침입에 대응하고 이를 제거하도록 작동한다. 체내에 들어온 백신의 항원 성분들이 B세포를 자극하면 자극된 B세포에서 바이러스를 제거할 수 있는 중화 항체를 만들어 몸속에 보관하게 된다. 이후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침입하면 몸속의 중화 항체가 침입한 코로나19 바이러스를 제거한다. 혹은 T세포에 의해 바이러스가 사멸되는 작동 원리를 갖는다.

 
즉, 백신의 첫째 기능은 열쇠로 문을 열지 못하도록 스파이크 단백질에 일종의 장갑과 족쇄를 채우는 것이다. 그것이 항체가 하는 일이다. 처음부터 세포에 침투하지 못하도록 바이러스를 무력화(중화)시키는 게 핵심이다. 그래서 백신을 통해 방어 효능이 있는 항체, 즉 중화항체가 얼마만큼 생성됐는지가 중요한 지표가 된다. 대부분의 백신 개발 회사에선 중화항체 형성 여부를 자사의 역량으로 강조한다. 이때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은 부작용이 있는 항체가 없어야 한다는 것이다. 일부 항체가 제대로 역할을 하지 못하면 오히려 바이러스 감염을 촉진할 수 있다.   


더 나은 백신은 2차 방어막을 갖는다. 초기 방어에 실패해 세포에 바이러스가 침투해도 다른 세포로  번지지 않도록 막아 주는 것이다. 세포 감염에서 보호한다고 하의 세포성 면역(cell-mediated immunity)이라고 부른다. 현재 임상을 진행하는 코로나19 백신은 B세포에 의한 체액성 면역 반응(antibody-mediated immunity)에서만 효과를 논하고 있다. 

‘코로나19 시대’ 진화하는 백신 기술...기반기술 플랫폼 활용해 개발 속도전

바이러스 벡터 백신 vs 핵신 백신
인류 최초의 백신은 1796년 영국의 의사인 에드워드 제너가 발명한 천연두 백신이다. 마마라고 불리는 천연두는 당시 치사율이 30%에 달해 사람들을 공포에 떨게 했다. 제너는 소에 있는 천연두 바이러스를 사람에게 주입하면 살짝 앓은 뒤 천연두에 걸리지 않는 점에 착안해 우두 접종을 시행했다. 


백신은 플랫폼 중심으로 진화하고 있다. 바이오에서 플랫폼은 일종의 기저 기술이다. 차량을 생산할 때 차의 종류에 따라 일관된 공정을 거치는 것과 유사하다. 신종 감염병이 출현했을 때 새로운 바이러스를 플랫폼, 범용 기술로 다루면 후보 물질 발굴과 비임상 시험 등에 걸리는 기간을 획기적으로 단축할 수 있다. 바이러스에 따른 항원 물질만 교체해 적용하는 방식이다. 플랫폼 자체에 대한 안전성이 증명돼 현재 코로나19 백신 개발이 빠르게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플랫폼 기술을 주창했던 주요 그룹은 빌&멀린다재단에서 후원하는 감염병예방혁신연합(CEPI)이다. 전 세계에서 자금을 모아 플랫폼 기술을 만드는 회사에 투자해 왔다. 현재 코로나19 백신 선두 주자들은 백신 플랫폼 연구를 꾸준히 해오면서 사스·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에볼라 바이러스 등을 거치며 기초 연구와 동물 시험 자료를 쌓아 온 곳들이다. 


백신 개발 과정은 전임상·1상·2상·3상으로 구분해 볼 수 있다. 전임상은 원숭이·쥐와 같은 동물에게 백신을 투여해 결과를 보는 과정이다. 


1상에서는 소수의 건강한 사람들에게 백신을 제공해 부작용이 없는지 주로 안전성을 확인한다. 2상에서는 백신의 효능과 적정 용량 등을 주요하게 확인한다. 이후 3상에서는 통계를 위한 대규모 효력 비교 실험을 진행한다. 백신을 투여한 그룹과 투여하지 않은 그룹(가짜 약물 투여)으로 나눠 감염 환경에 노출하고 실제 몇 명이 걸렸는지 확인한다. 백신 접종 그룹에서 1명, 비접종 그룹에서 10명이 걸렸다면 효과를 90%로 본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효능이 50%를 충족하면 백신으로 승인하겠다고 밝혔다. 


과거 뎅기열 백신과 같이 임상 3상을 통과해도 실제 접종 단계에서 부작용이 확인될 우려도 제기된다. 모더나와 화이자는 현재 3만 명 이상을 대상으로 3상을 진행하고 있다. 마지막 접종 후 2년까지 모니터링하겠다고 밝혔다. 


백신의 종류는 크게 4개의 플랫폼으로 구분된다. 바이러스 백신, 단백질 기반 백신, 바이러스 벡터 백신(virus-vector vaccines), 핵산 백신이 그것이다.


바이러스 백신은 약독화 백신(attenuated virus), 불활성화 백신(inactivated virus)으로도 불린다. 생백신·사백신으로 불리기도 한다. 제너가 사용한 우두와 같이 원인 균을 몸 안에 주입해 항체를 만드는 전통적인 방법이다. 다만 살아 있는 균을 넣으면 감염되기 때문에 바이러스에 약물 처리한 후 사용한다. 이 방법으로 소아마비와 일본뇌염 등 많은 백신이 개발됐지만 생산 공장 주변이 오염될 가능성이 있어 중국 이외의 국가에서는 시도하지 않고 있다. 


단백질 기반 백신은 코로나 바이러스 표면에 있는 단백질만 잘라 사용한다. 단백질 서브 유닛(protein subunit), 바이러스 유사 입자(virus-like particle) 방식이 있다. 현재 약 28개 팀이 단백질 서브 유닛 방법으로 코로나19 백신을 연구 중이다. 노바백스가 단백질 서브 유닛 방식으로 백신을 만드는 대표 주자다. 한국에서는 주로 이 방식으로 백신을 개발해 왔다. 제조 시 안전성과 신속 대응이 가능하지만 다른 방법에 비해 개발 시간이 오래 걸리는 단점이 지적된다.   


바이러스 벡터 백신은 차세대 백신으로 분류된다. 선두 주자는 영국 아스트라제네카다. 감기 바이러스와 같이 감염이 잘되는 바이러스의 유전자에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스파이크 유전자를 조합하는 방식으로 개발된다. 에볼라 백신이 이 방법으로 개발에 성공했다. 미국 존슨앤드존슨도 바이러스 벡터 방식으로 코로나19 백신을 개발하고 있다. 성공 가능성이 높은 플랫폼이지만 면역력 저하자에게는 대안이 필요한 방식이다.


차세대 백신으로 핵산 백신(유전자 백신)도 있다. RNA와 DNA 유전자 정보를 넣어 스스로 항원을 만들고 항체를 유발한다. 신속·대량 생산이 가능하고 안전한 장점이 있는 반면 전기 충격기로 접종하는 단점이 있다. 아직까지 이 플랫폼으로 인간에게 허가된 백신이 없는 가운데 모더나 등이 개발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chari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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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89호(2020.08.08 ~ 2020.08.14)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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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일시 : 2020-08-11 13: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