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전략]-플랫폼의 핵심은 참여자의 선택…서비스로 소비자 사로잡아야
‘온라인 시대’에서 살아남기 위한 오프라인 전략 [박찬희의 경영전략]
[박찬희 중앙대 경영학부 교수] 인터넷과 모바일로 연결되는 네트워크 세상에서 ‘연결의 중심’이 되는 사업자는 주도권을 잡고 이른바 ‘플랫폼’이 돼 ‘갑(甲)의 지위’를 누리게 된다. 이는 네트워크 참여자들(사용자와 사업자)이 선택한 결과다.

현재 미국 유통업계의 중심이 아마존인 것에서도 잘 나타난다. 아마존이 중심이 될 때 더 많은 가치가 만들어지기 때문에 이런 구조가 형성됐다고 볼 수 있다. 이 선택은 ‘오프라인 세상에서 숨 쉬며 사는’ 사람들의 일이고 편하고 제값 하는 서비스는 핵심 전략이 될 수 있다.
인터넷이 세상을 뒤흔들던 1990년대 말 국제 무역의 거래와 결제가 이베이 같은 온라인 거래처럼 통합되는 ‘원 클릭 무역’이 된다는 주장이 있었다.
국제 금융 결제의 구조나 실물의 흐름, 특히 국경을 넘는 물류와 통관의 과정을 전혀 모르는 얘기였다.

앞선 주자가 절대적으로 유리한 온라인 세상의 쏠림 현상 때문에 이베이나 아마존의 거센 공세 속에서 월마트 같은 오프라인 기반의 유통 업체들은 버텨내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었다. 하지만 유통에서 오프라인 기반은 오히려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사업의 구체적 속사정을 모른 호들갑이 잠시 거품만 일으켰을 뿐이다.
사람들이 모이고 여러 사업들이 연결돼 만들어지는 가치가 네트워크 경제의 핵심이다. 더 잘 모이고 연결되는 사업 모델을 갖추려면 시스템 구성과 거래 규칙, 부가 서비스가 받쳐 줘야 한다.

더 빠르고 편한 거래를 위해 월마트 매장에 가지 않고 아마존을 쓰는데 막상 택배 받는데 오래 걸리고 반품 처리하기 불편하면 짜증만 더 난다. 온라인 시대에 오히려 오프라인 전략, 특히 사용자 접점의 서비스가 중요한 이유다.
아마존과 월마트의 배송 경쟁

인터넷과 모바일을 통한 이커머스의 확대는 세계적인 현상이다. 전 세계적으로 불어 닥친 방역 위기 속에 더욱 빠르게 전개되고 있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최근 아마존과 월마트의 사업 전략에서 보듯이 고객 접점 서비스에 초점을 둔 배송 전략과 이를 위한 오프라인 기반 확충이 눈에 띈다.

아마존은 단순 중개 형식의 오픈 마켓 서비스에 집중하던 사업 모델에서 시작해 직접 확보해 둔 상품을 일정 가입비를 낸 회원 고객에게 빠르게 배송하는 ‘프라임 서비스’를 제공하고 이를 위해 식료품 체인 인수, 물류 시스템 투자를 통해 오프라인 기반을 확대하고 있다.

빠른 배송을 위해서는 미리 확보해 둔 재고가 필요한데 이를 위해 아마존은 직접 매입한 상품에 더해 입점한 판매자들의 상품을 맡아 보관·분류·포장·배송·반품 등 일련의 과정을 대행하는 ‘풀필먼트 서비스’를 제공해 물량을 확보한다.
판매자는 상품 재고를 확보·관리하고 주문에 맞춰 발송하는 일련의 과정을 일정한 수수료를 내고 아마존에 위탁하는 대신 마케팅이나 상품 개발 등에 집중할 수 있다. 아마존은 해당 과정이 자신의 통제하에 효과적으로 통합되므로 판매자 쪽의 오류나 지연으로 인한 구매자 불만을 줄일 수 있다.
월마트는 오프라인 사업 기반에 온라인 부문을 강화하는 새로운 사업 모델을 도입해 대응하고 있다. 적극적 인수·합병(M&A)과 시스템 개편으로 온라인 사업을 강화하는 한편 오프라인 매장을 개편해 빠른 배송을 위한 물류 거점으로 활용하거나 고객이 퇴근길에 직접 주문한 상품을 찾아가고 반품도 처리하는 오프라인 서비스 창구로 삼고 있다.
‘온라인 시대’에서 살아남기 위한 오프라인 전략 [박찬희의 경영전략]
온라인 중심의 유통 시스템을 만드는 데 걸림돌로 여겨지던 오프라인 시설이 오히려 차별화된 서비스를 위한 기반이 되는 셈이다. 실제로 월마트는 아마존과 같은 온라인 상거래 업체들에 빼앗겼던 부분을 되찾고 새로운 고객을 만들어 내고 있다.
최첨단 인공지능(AI) 시스템으로 온라인 쇼핑을 해도 물건을 받는데 오래 걸리고 잘못된 상품 때문에 짜증나면 동네 시장만 못하다. ‘아이언 맨’이 날아다니며 배송해도 창고 보관과 배송은 필요하다. 온라인이 발전할수록 오프라인의 문제를 해결하는 서비스 전략이 필요하고 이를 통해 사용자 선택을 얻은 사업자가 ‘갑’이 된다.
◆부족한 서비스, 차라리 돈을 받으면 어떨까

사용자의 선택이 긍정적 체험으로 이어지고 이것이 쌓이면 경쟁 우위의 원천이 된다. 서비스는 이런 사용자 선택과 체험을 이끌어 내는 핵심 수단이다.

자동차는 안전 점검과 정비 서비스가 받쳐 줘야 편하게 탈 수 있고 중고차 값도 제대로 받을 수 있다. 보험도 문제가 생겼을 때 얼마나 빠르고 친절하게 지원해 주느냐가 결정적인 평가 요소가 된다.

사업 활동에서 온라인의 비중이 커지고 사용자의 선택 폭이 넓어질수록 잘 모르거나 답답한 사연도 늘어나고 이를 해결해 주는 서비스의 역할도 커진다.
서비스를 문제 해결을 넘어 수익 모델의 중심으로 삼은 경우도 있다. 1990년대 제너럴일렉트릭(GE)은 고가 장비에 대한 금융 지원과 함께 정기 점검과 정비, 시스템 업그레이드를 제공하는 ‘서비스화’를 내건 바 있다.

사실 이런 서비스는 금융·자동차·조선업계 등에서 오래전부터 제공해 왔다. 하지만 짜증만 유발하는 답답한 서비스가 너무나 많다. 바쁜데 안내 음성만 계속 들어야 하는 고객센터, 별것도 아닌 일에 지점을 방문해 시간을 소모하는 은행 업무가 대표적인 경우다.

문제는 ‘당장 돈이 되느냐’에 있다. 사용자 선택과 체험이 중요하지만 고객센터나 은행 지점의 서비스를 잘한다고 해당 부문에 수익이 잡히지는 않는다. ‘소비자 만족(CS)’을 위한 지출일 뿐이다.
생각해 보면 은행도 고액 예금주에게는 프라이빗 뱅크(PB) 서비스를 제공하고 통신사는 사용 실적이 좋은 사용자에게 별도로 마련된 고객 상담을 제공한다.
원래 고객이 지불한 돈에서 고객 상담도 하고 창구 업무도 하는데 돈을 더 쓰면 특별 대우를 한다니 억울할 수도 있는데 차라리 ‘특별’만 따로 두지 말고 기본 서비스만 무료로 하면서 조금 더 세분화된 서비스를 유료로 제공하면 어떨까.
아마존은 창업 초기의 서적 판매 시절부터 2주일 기다려도 되는 기본 배송료에 더해 빠른 배송에 추가 요금을 받았다. 지금의 아마존 프라임과 구독 서비스는 이런 차별적 서비스 요금이 진화된 형태다.
막연하게 고객 감동만 내걸기보다 감동의 요소들을 찾아 원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돈을 받으면 서비스의 실적도 잡히니 보상을 줄 수 있고 고객 또한 정확하고 당당하게 요구할 수 있다.

돈 많은 사람만 좋은 서비스를 받으면 불만일 수 있지만 시간이 돈인 세상에서 사람마다 사정이 다르고 무엇보다 가격이 정해지면 경쟁 포인트가 뚜렷해져 경쟁이 시작된다.
통신사가 30초 이내 고객 상담에 1000원을 책정해 사정 급한 가입자를 끌면 경쟁사는 500원을 내걸고 결국 ‘조조할인’도 나온다. 내부 실적은 원가인 300원이 잡히고 가입자 부담은 줄어든다.
방문 점검과 필터 교체를 위해 ‘고객의 집에 수시로 드나드는’ 정수기 회사는 막강한 사용자 접점을 활용해 큰돈을 벌었지만 몇 배나 비싼 가전제품을 파는 회사들은 여전히 서비스의 잠재력을 살리지 못하고 있다.

TV 설치와 수리를 하면서 스마트폰 백업이나 공유기 설정을 도와주고 가전제품 중고 매입, 기종 교체를 도와주면 다양한 사업 기회가 가능하겠지만 아직도 서비스 기사의 정성과 헌신만 기대할 뿐이다.
방문 서비스를 아이템별로 정하고 요금을 받으면 사정이 달라지지 않을까. 고장 수리가 아닌 ‘시스템 통합 컨설팅’이 되고 홈 인테리어 사업까지 주도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공유 경제로 불리는 렌털과 중고 활용의 시대에는 더욱 중요한 일인데 역할을 잃어 가는 통신 대리점의 새로운 기회일지도 모른다.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89호(2020.08.08 ~ 2020.08.14)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