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 포커스]-코로나19·경기 악화·저금리 속 비은행 강화해 ‘수익 다변화’ 성공
[한경비즈니스=이정흔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직격탄을 지방 금융지주들도 피해 가지 못했다. 3대 지방 금융지주인 BNK금융지주·DGB금융지주·JB금융지주의 상반기 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소폭 감소했다. 코로나19 사태의 장기화에 대비해 대손 충당금을 적립한 것이 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 지방 경기 악화, 저금리 기조 등 ‘3대 악재’에 대한 우려가 컸던 것을 감안하면 지방 금융지주 3사 모두 어려운 상황에서도 비교적 ‘선방’한 셈이다. 특히 비은행 계열사들이 약진하며 지방 금융지주의 실적 하락의 ‘방패막이’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3대 악재’에도 실적 선방한 지방금융지주, 비결은

◆BNK금융지주-‘열매’ 맺은 비즈니스 포트폴리오 재편


지방 금융지주 3사의 맏형인 BNK금융지주는 7월 28일 2020년 상반기 그룹 당기순이익(지배 지분) 3109억원을 올렸다고 발표했다. 전년 동기와 비교하면 11.5% 감소했지만 반기 순이익 3000억원대를 지키는 데는 성공했다. 코로나19 관련 충당금 255억원, 라임펀드 보상 116억원을 적립한 게 영향을 미쳤다. 2분기 당기순이익은 1732억원으로 전 분기(1485억원) 대비 소폭 증가했다.

부문별로 살펴보면 이자 이익은 기준금리 인하의 영향으로 전년 동기 대비 3.3% 감소한 1조741억원으로 나타났다. 이에 비해 수수료 이익은 계열사들의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수수료 호조와 주식·채권 위탁 매매 수수료 증가가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전년 동기 대비 57.4% 급증한 1966억원을 기록했다.

계열사별로 살펴보면 BNK금융지주의 양 날개인 부산은행과 경남은행 모두 지난해 상반기보다 실적이 감소했다. 상반기 당기순이익은 부산은행 1781억원, 경남은행 1046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상반기보다 각각 20%와 13.1% 감소했다.

하지만 비은행 계열사들의 실적 상승이 두드러졌다. 투자은행 수수료와 주식·채권 위탁 매매 수수료가 증가하며 BNK캐피탈은 448억원, BNK투자증권은 225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4.0%, 77.2% 증가한 금액이다.

백두산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코로나19 관련 선제적 충당금 적립에도 불구하고 전반적으로 시장 금리 상황을 고려할 때 순이자 마진(NIM)이 선방했다”며 “여기에 PF 자문 수수료가 대규모로 인식되며 호실적을 기록했다”고 분석했다.

BNK금융지주는 2017년 김지완 회장의 취임 이후 비은행과 비이자 중심의 그룹 비즈니스 포트폴리오 재편을 중점적으로 추진해 왔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두 차례에 걸쳐 BNK투자증권의 유상 증자를 실시하며 몸집을 키우고 있다. BNK자산운용에도 300억원 자본 확충을 진행했다. 지난해 11월에는 ‘BNK벤처투자’의 자회사로 편입을 마무리했다. 이를 통해 은행뿐만 아니라 증권·자산운용 등 그룹 계열사들 간의 협업 시스템을 바탕으로 투자금융과 자산 관리(WM) 부문에서 시너지를 키워가는 중이다. 이와 같은 ‘비은행 강화’ 전략에 힘입어 BNK금융지주는 올 상반기 비은행 부문의 수익 비율이 처음으로 20%를 넘어섰다. BNK금융지주는 2023년까지 비은행 부문을 30%까지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다.

◆DGB금융지주-하이투자증권이 ‘복덩이’

7월 30일 상반기 실적을 발표한 DGB금융지주도 2020 상반기 당기순이익 1851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2%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주력 계열사인 대구은행의 실적 악화가 치명타가 됐다. 대구은행의 당기순이익은 1388억원으로 지난해 대비 22.1%가 감소했다.
대구은행의 실적 악화의 주 요인은 코로나19 대비에 추가로 쌓은 충당금 236억원과 4.1%의 이자 이익 감소로 분석된다. 지난 2~3월 코로나19가 급격히 확산되며 대구은행은 지방 금융지주 3사 가운데 충당금 전입액이 가장 많아져 상반기에만 1117억원에 이른다. 전년과 비교하면 45.1% 늘었다. DGB금융지주 관계자는 “코로나19 충당금을 제외하면 실적은 전년 동기와 유사한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코로나19의 확산과 그로 인한 지역 경기 침체 등 타격이 클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도 DGB금융지주가 상대적으로 선방할 수 있었던 데는 비은행 계열사의 힘이 컸다. 실제로 DGB금융지주의 이자 이익은 706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0.1% 늘어난 것과 비교해 비이자 이익은 1643억원으로 68.5% 증가했다.

특히 증권 계열사인 하이투자증권이 ‘복덩이’였다. 하이투자증권의 상반기 순이익은 481억원으로 지난해와 비교해 56.7% 늘어났는데 증권 거래 수수료와 PF 등 투자금융 부문의 성장이 두드러졌다. 김태오 DGB금융지주 회장 겸 대구은행장이 2018년 회장에 취임하자마자 금융감독원과 금융위원회를 방문하는 등 하이투자증권의 인수를 마무리하기 위해 매우 공을 들인 바 있다. 2018년 하이투자증권이 자회사로 편입된 뒤 DGB금융지주의 비은행 부문 수익 비율은 10% 미만에서 20%대로 높아졌다. DGB생명과 DGB캐피탈의 순이익도 크게 늘었다. DGB생명의 상반기 순이익은 225억원으로, 지난해에 비해 48% 늘었고 DGB캐피탈은 22.4% 늘어난 180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전배승 이베스트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코로나19 충당금 등으로 인한 대손 부담 확대와 판관비 증가에도 이자 이익이 전 분기 수준을 유지한데다 비이자 이익이 크게 증가하면서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비교적 양호한 실적을 올렸다”며 “하이투자증권의 수수료 수익 확대와 DGB생명의 이익 개선이 비이자 이익 증가를 견인했다”고 설명했다.

‘3대 악재’에도 실적 선방한 지방금융지주, 비결은
◆JB금융지주-비은행 계열사 M&A, ‘강력 의지’

JB금융지주는 7월 28일 2020년 상반기 당기순이익 1882억원을 올렸다고 발표했다. 전년 동기와 비교하면 7.8% 감소했다. 2분기만 보면 917억원으로, 지난해 동기(1115억원)보다 17.8% 줄었다. 다만 JB금융지주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인한 선제적 추가 대손 충당금 적립(150억원) 등 일회성 요인을 제거하면 순이익은 오히려 4.7% 증가했다”고 덧붙였다.

JB금융지주도 다른 지방 금융지주사들과 마찬가지로 비이자 이익 부문에서의 순익이 크게 늘었다. 상반기 비이자 이익은 46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6.2% 급증했다. 수수료 이익과 유가증권 관련 이익, 카드 관련 이익 등이 크게 증가한 영향이다.

하지만 JB금융지주는 비은행 계열사가 JB우리캐피탈과 JB자산운용뿐이어서 BNK금융지주·DGB금융지주와 비교하면 비이자 이익의 절대적인 규모가 작은 편이다. JB우리캐피탈은 상반기 순이익 548억원을 기록, 23.7% 성장했고 JB자산운용의 순이익은 2억원으로 81.8% 감소했다.

김기홍 JB금융지주 회장은 ‘강소 금융그룹으로 도약’하기 위해 비은행 부문 강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지난해 7월 취임 100일을 맞이한 기자 간담회에서 그는 “국내는 물론 동남아 지역으로 인수·합병(M&A)을 추진해 보겠다”며 강력한 의지를 내비치고 실제로 지난해 말 글로벌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로부터 베트남 중소형 증권사인 ‘모건스탠리 게이트웨이(MSGS)의 지분 100%를 인수하기도 했다.

최정욱 하나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코로나19 추가 충당금 적립에도 불구하고 주요 계열사인 전북은행과 광주은행 모두 실적을 선방했다”고 분석했다.

vivajh@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89호(2020.08.08 ~ 2020.08.14)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