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 포커스]
-아모레퍼시픽그룹 본사의 명당 자리 차지한 ‘오설록1979’
-매출 적지만 ‘기업 정체성’ 보여주는 브랜드로


화장품 회사가 사옥 1층에서 녹차를 파는 이유
[한경비즈니스=안옥희 기자] 국내 대표 뷰티 기업인 아모레퍼시픽그룹의 용산 사옥에 가면 ‘오설록1979’와 ‘오설록 티하우스’가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다. 보통 기업 본사 건물 1층에 커피 가게를 두는 곳이 많지만 아모레퍼시픽그룹은 녹차를 파는 오설록 티하우스를 두고 있다.

오설록 매장이 사옥 1층의 명당 자리를 차지하게 된 배경은 단순히 아모레퍼시픽의 계열사 중 유일한 식음료(F&B) 브랜드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오설록은 연매출 6조원 규모인 그룹 내에서 차지하는 매출 비중이 높지 않지만 ‘아름다움과 건강으로 인류에 공헌한다’는 아모레퍼시픽의 창업 정신과 사명을 상징한다.

오설록은 아모레퍼시픽 창업자 고(故) 서성환 회장의 차(茶) 문화 부흥에 대한 열망에서 출발했다. 서성환 창업자는 1980년대 초 330만5785㎡(100만 평) 규모의 척박한 돌밭을 뚝심으로 개간해 ‘오설록 유기농 차밭’으로 일궈 냈다. 오설록이 그룹의 헤리티지 브랜드로서 특별한 지위를 점하고 있는 이유다.

이 때문에 오설록은 차와 제주가 선사하는 가치 있는 쉼을 브랜드 에센스로 지니고 차 산업에 대한 소명 의식을 가지고 사업 전반을 꾸려 가고 있다. 농업회사법인 오설록 농장에서 재배한 원물을 가져와 가공해 유통 판매하는 오설록은 차 재배에서 상품까지 풀 밸류 체인(full value chain)을 구축하고 있다.

세계 뷰티 기업 중 직접 원료 농사까지 지으면서 재배한 생산물을 판매하고 자사 헤리티지 원료로도 쓰는 기업은 아모레퍼시픽그룹이 유일하다.
화장품 회사가 사옥 1층에서 녹차를 파는 이유
◆ 제주산 녹차, 원료로 폭넓게 활용

제주 차밭을 통해 얻은 원료로 녹차 관련 특허도 다수 보유하면서 오설록은 그룹의 화장품·건강기능식품 사업 등에 차별화된 고품질 국내산 원료를 공급하는 역할도 하고 있다. 바이탈뷰티의 메타그린·녹차 유산균, 아모레퍼시픽의 빈티지 에센스, 아모스프로페셔널의 녹차 실감 샴푸를 비롯해 제주를 브랜딩한 이니스프리 제품에도 다수 녹차 원료가 활용됐다.

프리미엄 티룸 ‘오설록1979’는 서성환 창업자가 제주 한라산 도순 지역의 황무지를 차 밭으로 개간하기 시작한 1979년을 모티브로 만들어졌다. 바로 옆에는 조금 더 캐주얼한 분위기의 오설록 티하우스 신용산점이 있다. 이곳은 티 소믈리에의 전문적이면서도 감각적인 차 제조 방식이 돋보이는 티바(tea bar)를 갖춘 것이 특징이다.

오설록1979는 우리 차와 차 문화를 알리기 위한 공간으로 제주에서 태동한 브랜드인 만큼 차뿐만 아니라 디저트 메뉴 하나에도 브랜드 아이덴티티가 담겨 있다. 애프터눈 티 세트는 오직 오설록1979에서만 판매하는 시그니처 메뉴로 방문 전 예약을 필수로 해야 한다.

오설록은 최근 애프터눈 티 세트를 ‘오 스윗 메모리 인 제주’ 콘셉트로 리뉴얼했다. 8월 5일 오설록1979를 방문해 애프터눈 티 세트를 체험했다. 언뜻 보기에는 서양식 디저트의 모습이지만 핵심 식재료는 모두 제주산이다.

제주 기정떡 샌드위치, 녹차 포춘쿠키, 감귤을 품은 봉봉 쇼콜라 등 제주 대표 식재료를 활용한 디저트들이 도예가 이인화 작가가 만든 3단 트레이와 4단 찬합에 담겨 나온다. 3단 트레이는 층마다 다른 구성으로 제주의 다양한 맛을 보여준다. 4단 찬합에 든 전통 과자 모양의 디저트들은 반전의 묘미를 선사했다.

다식인 줄 알고 한입 베어 무니 진한 녹차 초콜릿이었고 겉보기에 인절미 떡이라고 확신했던 디저트는 인절미 맛 마시멜로였다. 오설록1979가 다른 티하우스와 구별되는 것은 오설록이 직접 재배한 차를 체험하며 고객이 차 취향을 찾을 수 있는 공간이라는 점이다.

이곳에서는 티 소믈리에를 통해 당일 매장에서 로스팅한 여러 가지 찻잎의 향을 맡아보고 취향에 맞는 차를 직접 고를 수 있다. 오설록의 베스트 제품 ‘메모리 인 제주’를 한국적이면서 트렌디하게 재해석한 디저트들은 맛뿐만 아니라 모양도 아름다워 미각과 시각을 만족시켜 주기에 충분했다.
화장품 회사가 사옥 1층에서 녹차를 파는 이유
◆ ‘홀로서기’ 이후 신사업 속도 내는 오설록

오설록은 그동안 아모레퍼시픽 산하의 사업부로 운영돼 왔지만 2019년 10월 독립 법인으로 출범, 독립적인 경영 활동을 이어 가고 있다. 사업의 전문성과 효율성을 제고해 40년간 쌓아 온 최고급 명차 브랜드의 명성을 더욱 공고하게 하기 위해서다.

홀로서기를 계기로 신사업과 해외 진출도 적극적으로 모색하고 있다. 지난해 말 구독 경제에도 뛰어들어 정기적으로 차를 큐레이션해 배송해 주는 월정액 2만9000원인 차 구독 서비스 ‘다다일상’도 시작했다. 주 고객층인 밀레니얼·Z(MZ)세대를 공략하기 위해 고객 접점도 다양화하고 있다. 네이버 셀렉티브를 통해 라이브 방송으로 워터플러스를 판매한 것이 대표적이다.

해외 진출에도 속도를 내는 중이다. 최근 미국 아마존과 동남아시아의 이커머스 업체인 쇼피에도 입점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세계적으로 차 시장이 성장하고 있는 점도 긍정적이다. 중국의 차 시장 규모는 4000억 위안(한화 약 67조)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되며, 이는 중국 커피 시장의 두 배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웰빙 트렌드에 따라 차 음료(RTD TEA) 시장도 성장세다. 이 같은 트렌드에 맞춰 오설록은 녹차와 우롱차를 시그니처 비법으로 우려내 간편하게 즐길 수 있는 캔 음료를 출시해 카카오메이커스에서 단독으로 판매하고 있다. 한기은 오설록 홍보담당은 “아마존을 통해 미주 지역, 쇼피를 통해 동남아시아 국가의 반응을 살펴본 뒤 해외 시장 진출을 검토할 것”이라면서 “향후 중국 티몰 등으로의 확대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터뷰 : 한기은 오설록 홍보담당]

-“MZ세대가 향유하고 싶은 ‘차 문화’ 전파하는 브랜드”
화장품 회사가 사옥 1층에서 녹차를 파는 이유
오설록은 고객 트렌드 변화에 따른 ‘홈(home)’ 기반의 라이프스타일 제안을 통해 MZ세대(밀레니얼·Z세대) 고객에 트렌디한 티 문화, 향유하고 싶은 티 라이프를 전파하는 것이 목표다. 뉴 노멀 시대를 맞아 브랜드 리프레이밍의 온·오프라인 적용을 통해 브랜드 매력도를 한층 높인다는 계획이다. 한기은 오설록 홍보담당은 “올해 매력 있는 상품과 메뉴 라인업을 갖춰 고객의 일상에 트렌디한 티 라이프스타일을 전달하도록 접점을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차 문화 대중화를 위해 오설록은 어떤 일을 하나.

“국내 차류 주요 생산지에서 수출 시장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국내만 한정해 보면 녹차 외에 아직까지 다양한 종류의 차류에 대한 인지도를 높이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트렌드를 보면 건강한 식습관을 선호하고 사회 전반으로는 바쁜 현대 사회에서 여유와 향기로움을 제공하는 차(茶)에 대한 관심과 선호도가 높아졌다고 본다. 우선 차를 통한 힙한 라이프스타일 콘텐츠를 제공하는 것과 동시에 식문화와 함께하는 TPO(시간·장소·상황) 확장, 트렌드 기반 상품 운영, 시드(seed) 발굴에 주력하고 있다. 외부 쇼핑몰 등에서 눈에 띄는 성장세를 보이고 있어 직영 몰을 활성화하고 오설록과 톤앤 매너가 맞는 쇼핑몰에 계속 입점할 예정이다.”

-지난해 말부터 정기 구독 ‘다다일상’ 서비스를 하고 있다.

“플랫폼 기반 주문과 구매 증가는 이미 트렌드가 됐다. 구독 경제의 종류 역시 다변화되고 있다. 아직 차라는 제품군을 어려워하는 고객이 생각보다 많다고 판단해 차에 대한 친절한 설명을 모티브로 ‘다다일상’을 시작했다. 점진적으로 새로운 즐길거리를 제공할 계획이다.”

-오설록을 어떻게 즐겨야 하나.

“차를 마시는 법은 워낙 다양해 한마디로 정의하기 어렵다. 녹차는 물의 10분의 1 정도 양이 적당하다. 차의 종류와 기호도에 따라 다르고 1인 기준 찻잎은 약 2~3g이 적당하다. 물 온도는 가루차 혹은 고급 잎녹차는 저온 섭씨 영상 60~70도가 적당하며 청차 혹은 황차는 70~90도, 홍차 등 발효차는 90~100도를 추천한다. 녹차는 2~3분 기다리는 것이 적당하며 둘째 잔은 30초 정도로 충분하다. 가루녹차는 음식의 레시피 등에 활용할 수 있다. 가볍게 마실 수 있는 워터플러스나 아이스티 종류는 탄산수 등 다른 음료군과 함께 레시피를 만들어 먹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ahnoh05@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89호(2020.08.08 ~ 2020.08.14)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