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중원의 머니 인사이트]
-달러화 약세 수혜 예상되는 신흥국 증시와 달러의 대체재 금의 투자 매력 지속 상승

[한경비즈니스=김중원 현대차증권 투자전략팀장] 올해 초 다보스 포럼에서 세계 최대 헤지펀드인 미국 브리지워터어소시에이츠의 레이 달리오 최고경영자(CEO)는 “현금은 쓰레기(Cash is trash)”라며 향후 글로벌 유동성 급증에 따른 통화 가치 하락에 대비하라고 제안했다.

그리고 올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인해 미국을 중심으로 전 세계적으로 통화량이 크게 늘어난 가운데 금값이 급등하는 등 자산 가격 상승이 금융 시장의 화두로 떠올랐다.
넘치는 돈의 시대, 자산 가격 인플레이션을 대비할 때
◆통화 공급 확대 지속 가능성 높아

돈의 역사를 살펴보면 2500년 이상 금을 중심으로 하는 귀금속이 경제적 거래를 위한 상품 화폐로 사용됐다. 그러나 귀금속 자원의 유한성에 따른 화폐 공급 문제로 현대 사회는 국가 신용을 바탕으로 하는 법정 화폐 제도를 도입한 상황이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고(故) 폴 새뮤얼슨은 인류의 3대 발명품으로 ‘불’, ‘수레바퀴’, ‘화폐’를 제시했다.

흔히 경제를 몸에 비유하면 돈은 몸에 흐르는 피로 설명한다. 이처럼 돈은 경제를 움직이는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경제학에서도 돈과 경제의 관계에 대한 연구는 오랫동안 이어져 왔다. 특히 16세기 유럽 물가혁명과 20세기 미국 대공황 사례 등을 통해 통화량(돈의 양)이 물가와 경기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확인했다.

실증 분석 결과 통화량은 경제 규모에 비례하는 가운데 통화량 증가가 통화 가치 하락에 따른 물가 상승을 견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인플레이션은 물가가 지속적으로 상승하는 현상으로 통화량 증가에 따른 통화 가치의 하락에 기인한다.

투자는 기본적으로 인플레이션에 따른 자산 가치 하락을 방어하기 위한 싸움이다. 돈의 가격인 금리는 물가 상승률을 차감한 실질 금리가 가장 중요한 변수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미국의 화폐 발행 규모는 미국 중앙은행(Fed)의 금융 시장 안정을 위한 자산 매입과 경기 부양책 지원 등으로 50% 이상 증가했다. 이러한 통화량(유동성) 급증은 통화 가치 하락을 통해 금과 은 등 자산 가격을 크게 상승하게 만든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향후에도 전 세계적인 코로나19 뉴딜 정책이 추진될 것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중·장기적으로 통화 공급 확대가 지속될 가능성에 주목해야 한다. 또 주요국 채권 금리의 사상 최저 경신과 향후 물가 상승률 확대에 따른 실질 금리의 마이너스 상황도 금융 시장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변수다.
넘치는 돈의 시대, 자산 가격 인플레이션을 대비할 때
◆달러화 약세의 흐름 당분간 지속

현재 나타나고 있는 자산 가격 버블은 우리가 금융 위기 이전 경험했던 금융 시장의 인플레이션과 차이가 있다. 금융 위기 이전 인플레이션에 따른 주요한 고민은 금리 상승이었다.

Fed는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기 위해 금리를 인상하게 됐고 금리 인상으로 실물 경제에서 조달비용이 크게 증가하며 부작용이 발생했다. 하지만 현재 자산 가격 버블은 금리가 상승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과거 인플레이션과는 큰 차이가 있다.

달러화 등 통화를 제외한 모든 금융 자산은 유동성의 힘으로 가치가 상승한다. 다른 자산과 달리 채권 가격의 상승은 금리 하락을 의미한다. 따라서 자산 가격 버블 시대에 채권 가격 상승은 금리 하락을 의미하는 것이다. 이는 현재 자산 가격 인플레이션이 과거 금융 위기 이전 인플레이션과는 크게 다른 부분이다.

이에 따라 향후 금융 시장에서는 주요국의 통화량 급증에 따른 자산 가격 인플레이션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 통화량 증가는 통화 가치 하락에 따른 자산 가격 상승을 견인할 것으로 보인다. 실질 금리의 마이너스 상황으로 인해 주식 등 위험 자산의 상대적 투자 매력이 부각한다.

또 이번 코로나19 사태에서는 미국의 본원 통화 증가율이 주요국을 압도하며 달러화 약세를 견인하고 있다. 실제 연초 유로존과 유사한 수준의 미국의 본원 통화 증가율이 최근까지 유로존 대비 50% 넘게 증가하는 등 유로화 대비 달러화 약세가 가속화되고 있다. 이에 따라 당분간 달러화 약세 흐름이 예상된다.
넘치는 돈의 시대, 자산 가격 인플레이션을 대비할 때
2009년 금융 위기 당시에도 Fed의 양적 완화 영향으로 달러화지수는 75까지 하락했었다. 2009년과 같이 달러화 약세가 지속된다면 달러화의 대체재인 금의 투자 매력이 높을 것으로 판단된다. 또한 달러화 약세의 수혜가 예상되는 신흥국 증시에 관심을 둘 필요가 있다고 판단된다.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89호(2020.08.08 ~ 2020.08.14)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