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 리포트Ⅰ]
- 용적률 완화 대신 일부 기부채납
- LH·SH 참여 새로운 재건축 방식 도입
‘한강변 풍경 바뀔까’…50층 높이 아파트가 몰려온다
[한경비즈니스=차완용 기자] 서울 한강변의 하늘 풍경이 바뀔 것으로 보인다. 최고 50층 높이의 아파트가 곳곳에 들어서 마천루를 뽐내게 된다. 그동안 규제 일변도의 부동산 정책을 펼쳐 왔던 정부가 모처럼 규제를 완화한 덕분이다.

물론 정부는 ‘대가’를 요구하고 있다. 50층 아파트를 지으려면 공공이 재건축조합과 함께 사업 시행에 참여하고 주택 등을 기부채납해야 한다. 시장은 혼란스럽기 그지없다. 한쪽에서는 찬성하고 또 다른 쪽에서는 반대하고 있다.

다만 분명한 것은 현재 서울에 50층 높이의 아파트(주상복합 포함)가 10여 채뿐인데 앞으로 그 숫자가 크게 늘어날 것이라는 점이다.

서울의 스카이라인이 다시 변곡점에 섰다. 정부가 ‘8·4 주택 공급 대책’에서 서울의 ‘35층 규제’를 푼 것이다. 정부는 일반주거지역 아파트도 50층까지 재건축하되 공공기관(LH·SH)이 참여하고 추가 물량의 50~70%는 공공 임대·분양으로 내놓는 조건을 걸었다.

이른바 ‘공공 참여형 고밀 재건축’ 도입이다. 정부는 공공 참여형 고밀 재건축을 통해 5년간 5만 호 이상을 공급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종 상향(일반주거지역→준주거지역 변경)’도 적극적으로 허용할 방침이다.

정부는 이러한 고밀 재건축을 통해 기부채납 받은 주택의 절반 이상은 장기 공공 임대로 공급하고 나머지는 무주택·신혼부부·청년 등을 위한 공공 분양으로 활용하기로 했다.

한 예로 원래 용적률 250%이면서 조합원 분양과 일반 분양 가구 수가 500가구인 재건축 단지가 용적률을 300%까지 올린다고 하면 가구 수는 100가구 늘어나는 데 그친다. 100가구 중 50가구는 기부채납 받아 임대로 돌리고 나머지 50가구는 일반 분양된다.

하지만 이 단지가 용적률을 250% 더해 총 500%까지 받으면 가구 수는 500가구가 늘어나게 된다. 늘어난 500가구 중 250가구는 일반 분양되고 나머지 250가구는 기부채납 받아 절반씩 공공 임대와 공공 분양으로 배분된다. 재건축 단지의 용적률 상향이 추진되면서 서울시의 35층 층수 제한도 자연스럽게 풀리는 모양새다.

◆ 짓기만 하면 ‘대박’…하지만 35층 규제로
‘한강변 풍경 바뀔까’…50층 높이 아파트가 몰려온다
지난 6년간 서울에선 초고층 아파트를 보기 어려웠다. 2014년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2030 서울플랜’을 만들면서 한강변 아파트를 중심으로 35층 규제가 생겼고 이에 따라 서울시 심의에서부터 초고층 아파트 심의 통과는 거의 이뤄지지 못했다.

올해 청량리 일대에서 최고 65층에 달하는 초고층 주상복합(청량리역 롯데캐슬 SKY-L65) 분양이 있었지만 이들은 이미 오래전에 심의 받은 것이다. 범위를 넓혀 2015년 이후 입주한 서울 아파트 중 35층이 넘는 곳을 살펴봐도 사례는 극히 적다.

서초구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38층)’, 용산구 이촌동 ‘래미안 첼리투스(56층)’, 성동구 성수동 ‘서울숲 트리마제(47층)’가 있는데 이 역시 오세훈 전 서울시장 재임 시기 층수 가이드라인이 마련된 곳들이다. 이 밖의 곳들은 대부분 최고 35층에 묶여 있다.

이들 단지는 희소성 높은 만큼 높은 몸값을 형성하고 있다. 아크로리버파크는 3.3㎡당 1억원 시대를 연 단지로 이름을 높이고 있다. 작년 8월 전용면적 59㎡ 타입의 실거래가격이 23억9000만원에 거래됐고 이어 10월 전용 84㎡이 34억원을 찍으면서 세간의 이목이 집중됐다.

3.3㎡당 평균 3800만원 선이었던 분양가에서 2.5배 정도 뛴 것이다. 인근 쟁쟁한 아파트들을 모두 제치고 현재 강남권 최고 대장주 아파트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래미안 첼리투스는 강북의 최고급 랜드마크 단지다. 전통 부촌인 용산에서 보기 드문 초고층 아파트라는 점도 가치를 더한다. 가장 성공한 일대일 재건축 단지로도 잘 알려져 있다. 일반 분양 물량이 단 1가구밖에 나오지 않았다.

이 때문에 조합원당 분담금은 무려 5억4000만원에 달했지만 현재는 그 이상의 값어치를 하고 있다. 전용 124.4㎡는 몸값이 33억원을 웃돈다. 입주 당시 17억5000만원 안팎이었던 가격이 5년 만에 2배 정도 치솟은 것이다.

서울숲 트리마제는 강북 부촌의 또 다른 축을 형성하고 있다. 인근에 자리한 ‘갤러리아 포레’와 함께 그 일대 부동산 시장을 평정했다.

한때 고분양가 논란으로 미분양을 털어내는 데 애를 태웠지만 입주를 시작하면서 몸값이 고공 행진했다. 지난 7월 전용 136.6㎡가 40억5000만원에 거래돼 화제를 모았다. 입주 당시 24억원대였던 시세가 배로 뛴 것이다.

◆ 생각보다 싸늘한 반응 ‘이유는’
‘한강변 풍경 바뀔까’…50층 높이 아파트가 몰려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공 참여형 고밀 재건축은 대체적으로 환영받지 못하는 분위기다. 이미 분양가상한제·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등으로 재건축 소유자들의 부담이 가중된 상황에서 임대 주택 공급 의무까지 더해지면 사업성이 크게 악화할 것이라는 이유 때문이다.

특히 강남권 재건축 단지들의 반발이 거세다. 용적률 상향이나 층수 제한 완화 등을 받기 위해 임대 주택을 늘리느니 차라리 일반 분양을 줄이더라도 일대일 재건축이나 리모델링을 선택하는 게 낫다는 말까지 나온다.

서울 강남구의 대표적 재건축 단지인 대치동 은마아파트는 현재 계획 중인 재건축 용적률 300%가 500%로 높아지면 최소 4000가구 이상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곳이지만 반응은 차갑다.

주민들의 반대가 심해 조합원 총회 등 의견 수렴 절차를 진행할 수 있을지조차 불투명한 상황이다. 압구정동 현대아파트와 잠실주공5단지 등도 회의적인 반응이 대부분이다.

최근 일부 단지 정밀 안전 진단을 시작으로 재건축 사업에 잇따라 나서고 있는 목동신시가지아파트도 공공 참여형 고밀 재건축에 선을 긋는 분위기다. 비강남권도 시큰둥하긴 마찬가지다.

2만7000여 가구에 달하는 양천구 목동 신시가지와 강북 재건축 최대어로 불리는 마포구 성산시영(3710가구) 등도 공공 재건축을 검토하지 않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지고 있다.

다만 재건축 연한은 채웠지만 용적률이 낮은 노원구 상계·중계동 주공아파트 등은 공공 재건축 참여 가능성을 가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상계주공은 층수가 11~15층에 용적률이 140~180%에 불과한데 현행 서울시 조례에 따르면 최대 250%밖에 용적률을 올릴 수 없어 고밀 재건축으로 사업성을 높여야 한다는 의견이 있다.

하지만 이 역시 일대 주민들 사이에 반대 여론이 높아 실제 추진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강변 풍경 바뀔까’…50층 높이 아파트가 몰려온다
◆ 공공 재개발 통한 초고층 아파트 카드도

상황이 이렇게 흐르자 정부도 스탠스를 바꾸고 있다. 당초 정부는 공공 재건축을 통해 도심에 5만 가구를 공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봤다.

서울에서 사업시행인가를 받지 않은 93개 사업장(26만 가구) 가운데 약 20%가 참여할 것을 예상한 수치였다. 하지만 정부의 기대와 달리 시장의 반응이 싸늘하자 다음 플랜을 추진하기 시작했다. 공공 재건축뿐만 아니라 공공 재개발까지 포함해 추진하는 방안이다.

업계에 따르면 서울시는 진행 중인 도시환경정비사업 가운데 공공 재개발이 가능한 곳을 물색 중이다. 최근 도시환경정비사업이 진행 중인 각 자치구에 공공 재개발 가능 구역을 추천해 달라는 공문까지 보냈다.

공공 재개발 대상지를 일반 재개발 구역에서 도시 환경 정비 구역까지 확대하기로 방침을 정한 것이다. 도시환경정비사업은 2018년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전면 개정으로 현재는 도시정비형 재개발정비사업으로 명칭이 변경돼 운영되고 있다. 이전 명칭은 도심재개발 사업이다.

일반 재개발 사업과 가장 큰 차이는 용도 지역상 준주거지역·상업지역·준공업지역을 재개발한다는 점이다. 일반 재개발 사업은 통상 주거 지역에서 이뤄진다. 주거 지역에 국한됐던 공공 재개발 사업을 상업·공업 지역으로까지 확대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대상지가 도시환경정비사업까지 확대되면 공급 가능 가구 수는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50층을 지으려면 종상향을 하고 도심 지역으로 전환해야 하는 재건축 아파트와 달리 이미 준주거·상업지역에 자리해 있기 때문에 50층 주상복합을 건립할 수도 있다.

그만큼 공급 확대 효과가 클 수 있다. 더구나 공공 재건축과 달리 공공 재개발은 분양가 상한제 적용도 받지 않는다. 서울시 재개발·재건축 클린업 시스템에 따르면 현재 도시환경정비사업이 추진 중인 사업장은 서울시 내 총 77곳이다.

이 가운데 14곳이 관리처분인가를 거쳐 사업이 완료됐거나 마무리 단계에 있다. 사업시행인가 중이거나 이전 단계인 사업지는 총 63곳이다. 기본 계획 수립 단계 2곳, 정비 구역 지정 24곳, 추진위원회 승인 19곳, 조합설립인가 14곳, 사업시행인가 4곳 등이다. 이 63곳이 공공 재개발 검토 대상지가 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들 사업장이 공공 재개발 방식의 사업에 매력을 느낄지는 아직 속단하기 어렵다. 도시환경정비사업은 일반 재개발과 용적률 상한이 달라 용적률 인센티브를 누리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서울시 도시계획조례에 따르면 주거 지역은 종별로 용적률 상한이 100~250%인데 반해 준주거지역은 400%, 상업지역은 600~1000%로 높다. 특히 역사 도심은 500~800% 수준으로 높이를 제한하고 있다.

◆ 서울·수도권 127만 가구 공급
‘한강변 풍경 바뀔까’…50층 높이 아파트가 몰려온다
한편 규제 일변도의 부동산 정책을 펼쳐 오던 정부가 올해부터 ‘완화’와 ‘공급’이라는 당근책을 적극 꺼내들면서 서울과 수도권의 부동산 안정에 사력을 다하는 모습이다. 이렇게 모아 서울과 수도권에 공급하기로 한 주택 물량은 총 127만 가구에 이른다.

새로 지을 땅인 공공 택지를 확보해 공급하는 것이 84만 가구, 재건축·재개발 등 정비 사업으로 확보하는 것이 39만 가구다. 나머지 4만 가구는 소규모 정비 사업이나 노후 임대 재건축 등 기타 사업을 통해 공급된다.

정부는 이 물량을 올해부터 2022년까지 순차적으로 공급할 방침이다. 구체적으로 서울시에 36만4000가구, 인천시에 15만1000가구, 경기도에 75만7000가구를 공급하며 이 중 서울시는 공공 택지를 통해 11만8000가구, 정비사업을 통해 20만6000가구, 기타 4만 가구 등 총 36만4000가구 물량이다.

입지가 확정된 공공 택지는 서울 동남권에 4만1000가구, 서남권에 1만9000가구, 서북권에 2만6000가구, 동북권에 2만5000가구 등 권역별로 균형 분산됐다.

우선 동남권은 고덕강일(1만2000가구), 개포구룡마을(2만8000가구 이상), 서울의료원(3000가구), 수서역세권(2만1000가구), 구성동구치소(1만3000가구), 서초염곡(1만3000가구), 사당역복합환승센터(1만2000가구), 서초성뒤마을(1000가구), 서울지방조달청(1000가구) 등 4만1000가구가 들어선다.

서남권은 서남물재생센터(2만4000가구), 동작 환경지원센터(1만9000가구), 대방동군부지(1만6000가구), 강서군부지(1만2000가구), 영등포 쪽방촌(1만2000가구), 마곡 미매각 부지(1만2000가구), 서부트럭터미널(1000가구) 등 1만9000가구를 공급된다.

서북권에는 용산정비창(1만 가구), 캠프킴(3만1000가구), 서부면허시험장(3만5000가구), 수색역세권(2만1000가구), 상암DMC 미매각 부지(2000가구), 서울역북부역세권(500가구), 중구청사 부지(500가구) 등 2만 6000가구가 예정돼 있다.

동북권은 태릉CC(1000가구), 광운역세권(2만8000가구), 서울양원(1만4000가구), 도봉성대야구장(1만3000가구), 북부간선도로입체화(1000가구), 면목행정복합타운(1000가구), 중랑물재생센터(800가구) 등 2만5000가구가 계획됐다.

특히 사전 청약제를 태릉골프장 등에 적용해 공급 일정을 앞당길 예정이다. 서울시에서 나오는 정비 사업 물량 20만6000가구 중 기존 민간 정비 사업 물량은 11만6000가구, 공공 재개발·재건축 물량은 9만 가구다.

국토교통부는 127만 가구 외에도 민간이 주택법·도시개발법 등에 따라 직접 택지를 개발해 공급하는 주택 물량도 연평균 4000~5000가구로 예상했다. 도심 내 주택을 공공이 매입해 임대로 공급하는 매입 임대도 서울에 최소 연 1만 가구 이상 확충할 방침이다.

예상보다 많은 주택을 공급하겠다고 밝힌 만큼 풀어야 할 숙제도 많다. 특히 이번에 나온 공급 대책은 일러야 내년 말부터 사전 청약이나 분양이 이뤄질 수 있어 실제 입주가 이뤄지려면 족히 2~3년은 더 기다려야 한다. 실수요자로서는 당장 살 집이 필요한데 임대차 3법 등 전월세 시장 변수가 커 시장이 불안해 이에 대한 대책이 필요한 상황이다.

주택 형태가 공공·임대주택에 쏠려 있다는 점이 불안 요인을 잠재우기에는 제한적이라는 비판도 있다. 최근 집을 사려는 수요는 공공·임대가 아닌 온전한 자기 집을 가지려는 수요인데 이들의 수요를 채우기에는 부족하다는 것이다.


◆ [돋보기]
“내가 사는 아파트도 꽤 높은데 ‘초고층’ 맞나”

초고층 아파트의 기준은 무엇일가. 보통 30~40층만 돼도 초고층이라고 부르기도 하지만 엄밀히 따지면 잘못된 표현이다. 초고층에 대한 기준은 나라마다 다른데 한국 건축법은 ‘높이 200m 이상이거나 50층 이상’으로 정하고 있다.

이를 고려할 때 국내에 초고층 아파트가 들어서기 시작한 것은 2002년부터다.

첫 주자는 삼성물산 건설부문이 서울 강남구 도곡동에 지은 타워팰리스 1차(최고 66층, 233m 규모)다. 하지만 2003년 현대건설이 서울 양천구 목동에 현대 하이페리온 1차를 69층, 256m로 지으면서 타이틀을 빼앗았다.

이도 잠시 삼성물산이 2004년 타워팰리스 3차(69층·262m)를 완공하면서 다시 초고층 1위 자리를 탈환했다. 건설업계 1·2위 간의 자존심 싸움이었다.

이후 초고층 아파트는 부산으로 넘어갔다. 2010년 이후 해운대 일대에 초고층 아파트가 잇따라 들어섰는데 한국의 초고층 아파트 1~3위가 이곳에 다 모여 있다.

1위는 2019년 완공된 엘시티 더샵으로 무려 85층, 333m로 63스퀘어보다 80m 이상 더 높다. 뒤를 이어 두산위브더제니스(80층·301m)가 전국 2위, 해운대 아이파크(72층·298m)가 3위를 각각 기록 중이다.

초고층 아파트가 늘어난 이유는 간단하다. 그만큼 수요가 많기 때문이다. 2000년대 들어 조망권이 크게 부각되면서 갈수록 고층을 선호하는 현상이 뚜렷해졌다. 과거에는 단열성이 떨어져 냉난방에 적합하지 않다는 지적이 강했지만 기술이 발전하면서 시선이 바뀌었다.

‘초고층 아파트=고급 아파트’라는 인식도 한몫했다. 대부분이 대형 건설사가 입지 여건이 뛰어난 곳에 고급 자재로 짓기 때문에 해당 지역의 랜드마크(대표 건물)로 자리 잡았다.

신기한 것은 대부분의 초고층 아파트가 주상복합이라는 점이다. 주상복합이 들어설 수 있는 땅은 상업 용지인데, 이는 일반 아파트가 지어지는 주거 용지보다 높은 용적률(대지 면적 대비 건축물 총면적의 비율)을 적용받기 때문이다.

cwy@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90호(2020.08.17 ~ 2020.08.23)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