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따상’ 맛본 투자자, 타오르는 공모주 시장]
-연말까지 신규·이전 상장 줄줄이 대기
-장외 주식시장 과열 주의보도
바이오에 열광하는 투자자…코로나 특수에 IPO ‘봇물’
[한경비즈니스=최은석 기자] 올해 하반기 기업공개(IPO) 시장에서는 바이오 기업이 본격적인 흥행몰이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연관 산업에 대한 기대치가 한결 높아진 데다 7월 초 유가증권시장에 입성한 SK바이오팜의 성공 스토리가 투자 심리를 자극하는 기폭제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시장의 일부 무리한 투기 심리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는 여전하다.

◆8~9월 일반 청약 9개 기업 중 4곳 바이오

SK바이오팜은 역대 최대인 31조원 규모의 청약 증거금을 모집했다. 국내 IPO 역사를 새로 썼다. 오는 9월 11일께는 코스피200지수 조기 편입도 예상된다. 흥행의 연속이다. 코스피200지수 구성 종목이 되면 외국인이 한국 증시에 대한 패시브 펀드 투자를 할 때 매수 대상이 되는 만큼 주가가 오르는 효과가 있다.

유진투자증권은 이에 따른 외국인 자금 유입 규모를 약 900억원으로 추산한다. 유가증권시장 신규 상장 종목은 상장일로부터 15거래일 동안의 일평균 시가총액이 전체 보통주 중 상위 50위에 해당하면 코스피200 특례 편입 심사를 받을 수 있다. 한국거래소는 유동성과 산업군별 비중 등을 바탕으로 심사를 거쳐 특례 편입 여부를 결정한다.

SK바이오팜은 7월 2일 상장과 동시에 주가가 공모가(4만9000원) 대비 160% 상승하면서 유가증권시장 시총 20위권에 안착했다. SK바이오팜의 이날 종가 기준 시총은 14조181억원이었다. 유가증권시장 내 시가총액 순위는 22위를 기록했다. 유진투자증권은 코스피200에 편입되면 SK바이오팜에 약 1300억원의 패시브 자금이 유입될 것으로 내다봤다.

SK바이오팜의 이 같은 성공은 하반기 IPO 시장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당장 8월 일반 청약 절차에 나선 9개 기업 중 4곳이 바이오 기업이다. 8월 21일 코스닥시장에 상장한 진단 업체 셀레믹스가 대표적이다. 셀레믹스는 코로나19 사태로 몸값이 높아진 진단 업체로 꼽힌다.

셀레믹스는 8월 10일부터 이틀간 일반 투자자를 대상으로 공모 청약을 진행해 1177 대 1의 청약률을 기록했다. 셀레믹스는 2010년 설립됐다. 차세대염기서열분석(NGS) 기반의 고효율 대량 분자 클로닝 기술과 차세대 시퀀싱 솔루션 등의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자체 개발한 기술을 바탕으로 바이오 의약품 개발에도 나선다는 목표다.

코넥스시장에서 코스닥 시장으로 이전 상장을 앞둔 미코바이오메드도 기대를 모은다. 2009년 설립한 곳으로 분자 진단, 생화학 진단, 면역 진단 등에 특화한 체외 진단 기업이다. 코로나19 진단 키트로 올해 매출이 급증했다. 지난해 매출 41억원, 영업적자 117억원에서 올 상반기 매출 217억원, 영업이익 24억원으로 흑자 전환했다.

김성우 미코바이오메드 대표는 서울 여의도에서 8월 19일 열린 IPO 간담회에서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사업 기회가 더욱 확대될 것으로 기대된다”며 “코스닥시장 상장을 계기로 글로벌 진단 시장 트렌드를 선도하는 것은 물론 외형과 수익도 본격적으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 피엔케이피부임상연구센타와 퀀타매트릭스는 바이오·헬스케어 유망주로 기대를 모은다. 피엔케이피부임상연구센타는 화장품 소재와 원료 의약품 전문 기업인 대봉엘에스의 자회사다. 화장품 재료는 물론 원료 의약품 재료 제조에도 일정 수준의 기술력을 갖춘 것으로 알려져 있다. 8월 31일~9월 1일 일반 투자자 모집에 나선다.

퀀타매트릭스는 미생물 진단 전문 기업이다. 신속 항균제 감수성 검사 시스템 ‘디라스트’를 주력으로 하는 곳이다. 디라스트는 응급 패혈증 환자의 혈액을 검사해 약 5~7시간 만에 최적의 항균제를 찾아주는 검사법이다. 이틀 이상 소요되는 기존 검사법의 한계를 개선한 업체로 주목을 끌고 있다. 9월 15일 일반 투자자를 모집한다.
바이오에 열광하는 투자자…코로나 특수에 IPO ‘봇물’
◆장외 주식시장 과열에 우려의 목소리도

9월 이후에는 시장의 평가를 받는 ‘바이오 기대주’의 등장 속도가 더욱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압타머사이언스는 9월 130만 주를 공모한다고 8월 10일 공시했다. 공모 희망가는 2만~2만5000원이다. 지난 3월 IPO를 시도했다가 코로나19 사태로 상장을 철회한 IPO ‘재수생’이다.

압타머사이언스는 바이오 소재 압타머를 활용하는 바이오 기업으로 2011년 설립됐다. 압타머는 화학적 합성을 통해 만들어진 RNA·DNA 구조체다. 이 회사는 압타머 기술 플랫폼을 바탕으로 폐암·췌장암 조기 진단 키트와 관련 신약을 개발하고 있다. 폐암 진단 키트는 양산 준비 단계에 진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코스닥시장 이전 상장을 추진 중인 지놈앤컴퍼니도 기대주로 주목된다. 지놈앤컴퍼니는 2015년 설립된 회사다. 마이크로바이옴과 신규 타깃 면역 관문 억제제, 융합단백질 등 면역 항암제 분야 신약을 개발하고 있다.

지놈앤컴퍼니는 올해 안에 코넥스시장에서 코스닥시장으로 둥지를 옮긴다는 목표다. 이 회사는 최근 미국 마이크로바이옴 회사의 1대 주주에 올라 화제가 되기도 했다. 지놈앤컴퍼니가 지분 투자를 진행하는 곳은 미국 ‘사이오토 바이오사이언스’다.

두 회사는 사이오토의 신약 후보 물질(파이프라인) ‘SB-121’을 자폐증 치료 신약으로 공동 개발할 계획이다. 사이오토의 ABT 플랫폼 기술을 활용해 새로운 마이크로바이옴 파이프라인을 탐색하는 연구도 함께 진행한다.

다만 정부의 부동산 규제 등에 따른 유동 자금이 바이오 업종을 중심으로 한 IPO 시장을 넘어 장외시장으로 번질 조짐을 보이면서 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개인들은 SK바이오팜의 IPO 성공을 계기로 장외 주식 시장(K-OTC)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K-OTC는 증권사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에 연동돼 있다. 간단한 절차를 거치면 장외 주식을 일반 주식처럼 매매할 수 있다. 다만 막연한 기대감에 빚을 내 무리하게 투자하는 ‘빚투’에 나섰다가는 ‘쪽박’을 찰 확률이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공모가보다 높은 가격에 장외 주식을 산다거나 무리한 욕심에 상장 이후 차익을 실현할 수 있는 매도 시점을 놓치는 사례가 허다하다”며 “주식 초보자라면 ‘봉이 김선달’ 격의 업종에 무리한 투자를 감행하기보다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아 신약 개발 경험 등을 가진 기업에 안정적으로 투자하는 게 현명하다”고 조언했다.

choies@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91호(2020.08.22 ~ 2020.08.28)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