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재계 리더 박주형 금호석유화학 상무 [한경비즈니스=차완용 기자] 금호가(家)의 금기를 깨고 오너가 여성 중 처음으로 경영에 참여한 박주형(40) 금호석유화학 자금담당 상무가 지분(26만7673주, 0.88%)을 늘리며 경영 보폭을 넓히고 있다.
아직 지분은 미미한 수준이지만 재무 분야에서의 능력을 인정받고 있을 만큼 탄탄한 입지를 굳힌 상태다.
1980년생인 박 상무는 이화여대 특수교육과를 졸업한 뒤 2010년 대우인터내셔널에 입사해 관리와 영업 업무를 맡았다. 그룹 경영에 참여한 시점은 2015년 7월 구매·자금부문 담당 임원으로 입사하면서다.
금호그룹은 창업자 고(故) 박인천 명예회장의 뜻에 따라 남성에게만 경영권이 대물림됐다. 창업자는 평소 ‘여자는 지분 소유는 물론 경영 참여는 안 된다’는 지론을 펼쳤다.
하지만 박찬구 회장은 ‘능력이 있으면 딸도 경영에 참여할 수 있다’며 박 상무에게 ‘돈’을 관리하는 요직을 맡겼다. 특히 박 회장이 ‘한 우물 경영’을 펼치며 재무 관리를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만큼 그룹 내에서 박 상무의 역할이 큰 상황이다.
◆ 금호가 첫 여성…그룹 핵심 부서에서 활약 사실 박 상무의 업적을 찾기는 쉽지 않다. 그룹 자체가 신규 사업 전개나 조직에 큰 변화를 주지 않고 정중동의 행보를 보여 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올해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 세계 각국의 보호무역주의와 주요국의 무역 갈등이 지속되는 등 대내외 불확실성이 짙어지자 이를 대비하기 위해 자금을 담당하는 박 상무가 움직이고 있다. 재무 안정과 주력 사업 강화라는 투 트랙 전략을 추진 중이다.
우선 박 상무는 재무 안정을 위해 전자 소재 사업을 매각했다. 지난 2월 포토레지스트 연구·생산 관련 인력·시설·장비 모두를 SK머티리얼즈에 넘기며 400억원의 자금을 확보했다.
금호석유화학이 매각을 추진한 데는 크게 두 가지 요인이 작용했다. 우선 미국·일본 경쟁사들과 시장에서 제대로 경쟁하기 위해 투자해야 하는 자금이 부담이었다.
포토레지스트는 일본·미국 기업들과 기술 격차를 좁히기 위해 지속적인 대규모 투자와 인내심이 요구되는데 금호석유화학과 같은 화학 기업이 육성하기엔 버거웠던 것이 사실이다.
둘째는 합성고무와 합성수지 등이 주력 사업인 금호석유화학이 전자 소재 사업을 품고 가기엔 계열사 간의 시너지가 부족했다.
전자 소재 사업의 주력 제품인 포토레지스트는 빛의 노출에 반응해 화학적 성질이 바뀌는 감광액으로, 반도체 웨이퍼 위에 정밀한 회로 패턴을 형성하는 노광 공정에 쓰이는 핵심 소재다.
현재 금호석유화학의 주요 업종인 합성고무·합성수지·정밀화학·나노탄소·에너지·건자재 등 사업과의 연계성이 낮다. 한마디로 전자 소재 사업을 주력으로 키우기엔 모험이 필요했다.
그 대신 박 상무는 주력 사업을 한층 더 공고히 하는 전략을 세웠다. 금호석유화학은 라텍스 장갑의 원료로 사용되는 NB 라텍스 제품의 견조한 수요에 발맞춰 수익성을 극대화하는 전략으로 영업·생산의 청사진을 그리고 있다.
기존의 의료용 장갑 소재는 물론 산업 현장에서 작업자의 손을 보호하는 산업용 장갑 NB 라텍스 소재 판매를 확대하고 있고 사용 목적에 따른 제품 다변화를 논의 중이다.
합성수지 부문의 역량 강화도 모색 중이다. 자동차업계의 소재 경량화와 전장 기술에 필수적인 차세대 플라스틱 PS(Poly
Styrene)와 ABS(Acrylonitrile Butadiene Styrene), 엔지니어링 플라스틱(PS 및 ABS Alloy 제품) 등의 연구·개발(R&D)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cw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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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92호(2020.08.31 ~ 2020.09.06)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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