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백판지·화장지도 코로나19 이후 수요 폭증
- 비대면·페이퍼리스로 인쇄용지는 매출 하락
택배 특수에 웃는 골판지업계…폐지 가격 하락에 수익성도 ‘쑥’
[한경비즈니스=차완용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제지업계의 지종별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언택트(비대면) 소비와 재택근무 확산의 영향으로 골판지·위생용지·백판지 등 산업용지 수요가 급증한 반면 인쇄용지는 비대면·페이퍼리스(종이 없는) 업무가 확산되면서 타격이 크다.

2000년대 이후 인터넷 사용 증가와 정보통신기술(ICT)이 고도화되면서 시작된 인쇄용지에서 산업용지로 이동한 종이의 쓰임새 변화가 코로나19로 인해 한층 더 가팔라지고 있다.

◆ 올 상반기 ‘수요·생산·수출’ 급증
택배 특수에 웃는 골판지업계…폐지 가격 하락에 수익성도 ‘쑥’
인쇄용지 시장은 매년 줄어들고 있지만 산업용지 시장은 오히려 성장세다. 골판지와 백판지가 주요 품목인 산업용지는 각종 제품의 포장재·박스·내장재로 사용된다.

산업 구조가 고도화될수록 다양한 산업과 영역에서 신제품이 등장하고 있어 이 제품들을 포장하고 보관하기 위해 산업용지 수요도 자연스럽게 증가하는 상황이다.

이런 현상은 올해 더욱 도드라지고 있다. 한국제지연합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1~6월) 생산된 전체 제지 총 558만2862톤 중 골판지·백판지·포장용지·위생용지 등 산업용지로 생산된 제지는 387만3277톤으로 비율이 69.38%에 이른다.

지난해 생산된 제지 중 산업용지가 차지한 비율 67.48%에 비해 약 2%가까이 증가했다. 제지산업에서 산업용지 비율은 매년 높아지는 추세다. 2015년 59.25%였던 산업용지 비율은 2016년 60.88%, 2017년 63.33%, 2018년 64.68%를 기록 중이다.

산업용지 수출도 늘었다. 특히 올해는 코로나19로 인한 중국의 산업용지 생산 공장 가동률이 현저히 떨어지면서 대중 수출이 크게 증가했다.

올해 상반기 수출된 전체 제지 총 146만6406톤 중 산업용지는 78만6695톤(53.65%)이다. 지난해 수출된 전체 제지 283만7930톤 중 143만140톤(50.40%)이 수출됐으니 올해 상반기 수출 비율이 3% 넘게 늘어난 것이다.

특히 산업용지 중에서도 골판지·위생용지·포장용지의 수출량이 늘었다. 우선 골판지는 올해 상반기 36만1690톤을 수출, 지난해 전체 수출량 51만3630톤의 70%를 넘어섰다.

위생용지도 올해 상반기 2만5425톤을 수출해 4만6778톤을 수출한 지난해 물량의 54.36%를 달성했다. 특히 포장용지는 3만2262톤을 수출해 2만6015톤을 수출했던 지난해 물량을 이미 넘어섰다.

코로나19가 덮친 상황에 많은 산업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과 반대로 제지 산업은 포장용지를 앞세워 성장 가도를 달리고 있다. 특히 생산 현장에서는 24시간 공장을 가동해도 쏟아지는 물량을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다.

일부 골판지 기업들에 따르면 리드 타임(주문 업체가 물량 발주 후 실제 제품을 받아보기까지 시간)이 3일에서 7~8일로 두 배 이상 길어졌다고 한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골판지를 필두로 한 포장재 등의 수요가 급증했다”며 “사람들이 코로나19로 온라인 주문이 늘어난 영향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백판지·화장지 ‘호황’, 인쇄용지 ‘부진’
택배 특수에 웃는 골판지업계…폐지 가격 하락에 수익성도 ‘쑥’
산업용지를 생산하는 업체들은 특수를 누리고 있다. 제지업계에 따르면 한솔제지·깨끗한나라·세하 등 국내 대표 백판지 업체들은 2분기 영업이익과 순이익이 급증했다.

우선 백판지업계 1위인 한솔제지는 2분기 영업이익이 33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4.3%증가했고 순이익은 279억원으로 전년(49억원)보다 5배 넘게 늘어났다.

업계 2위인 깨끗한나라는 코로나19에 따른 소비 감소로 대부분 제지 업체들의 매출이 줄어든 것과 달리 2분기 매출 1503억원을 기록, 전년 동기 대비 1.9%증가했다. 영업이익은 작년 2분기 46억원 적자에서 올해 176억원 흑자로 전환했다.

세하 역시 매출이 7.7% 증가한 473억원을 올렸고 영업이익도 91.8% 증가한 71억원을 기록했다.

업계에선 코로나19 여파에 따른 언택트 소비문화가 확산되면서 화장품·제약·가정간편식 등 포장지 수요가 늘어난 데다 경쟁사였던 신풍제지의 생산 중단과 원·달러 환율의 영향으로 수출에 유리한 국면이 형성된 영향이 컸다는 분석이다.

세하의 매출 대비 영업이익 비율(영업이익률)은 15%에 달했고 깨끗한나라는 11%로 제조업 평균 영업이익률(7%)을 크게 웃돌았다.

특히 깨끗한나라 실적 상승은 코로나19로 호황을 맞은 위생용지 사업의 영향도 컸다. 이 회사는 위생용지업계 2위로 마스크도 판매하면서 수익이 늘었다.

위생용지 업체인 삼정펄프는 2분기 매출이 전년 대비 6.6%증가했고 영업이익은 43억원으로 전년(17억원)의 2.5배로 늘었다. 같은 업종의 모나리자 역시 매출이 4.3% 늘었고 영업이익은 8억에서 29억원으로 3.6배 증가했다.

코로나19로 두루마리 화장지, 미용 티슈, 키친타월 등의 수요가 급증한데다 매년 위생용지 시장이 커지고 있어 하반기 실적 전망도 밝은 편이다.

골판지업계도 호실적을 이어 가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사태가 시작된 1분기에는 각 기업별로 깜짝 실적을 기록할 정도로 분위기가 좋았다. 실제로 골판지 원지 제조하는 아세아제지의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은 179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9.25% 늘었다.

한국수출포장공업은 올해 1분기 46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 33억원을 올렸던 지난해 1분기보다 37.73% 증가했다. 영풍제지는 올해 1분기 영업이익으로 377억원을 기록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영업이익이 2배 이상(123%) 성장했다.

특히 이들 골판지 업체들은 폐지 가격 하락으로 톡톡히 마진을 남기면서 내실까지 다졌다. 폐지 가격 하락은 중국이 2018년부터 환경 보호를 이유로 골판지 박스 원료인 폐지 수입을 제한했기 때문이다.

한국에 폐지 재고가 늘어나면서 폐지 가격이 폭락했고 원재료 비용 부담이 줄어들자 제지 업체의 수익성도 개선됐다. 한국환경공단에 따르면 폐지 가격은 2018년 kg당 평균 100원에서 올해 1분기에는 65원으로 35% 정도 하락한 상태다.

다만 2분기 들어 골판지의 주요 원자재인 폐지 수급 불균형으로 인해 폐지 단가가 올라가면서 수익성은 다소 줄어들었다.

물론 모든 제지 산업이 좋은 것은 아니다. 전통적으로 제지업계를 주도했던 인쇄용지 분야는 부진한 실적을 보였다. 코로나19의 여파로 사회 각 분야에서 비대면·페이퍼리스 업무가 확산되는 가운데 온라인 등교에 따라 학습 교재, 필기 용지 등 신학기 수요가 급감했기 때문이다.

인쇄용지업계 ‘빅2’인 무림페이퍼와 한솔제지 모두 2분기 매출이 감소한 것도 이 영향이 컸다는 분석이다. 인쇄용지 특수지 매출 비율이 65%인 한솔제지의 2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7.9% 하락한 3491억원을 기록했다.

현대차증권은 “인쇄용지와 특수지 부문은 다소 저조하지만 최소 전년 수준의 실적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무림페이퍼 역시 2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6.6% 하락한 2360억원을 기록했다.

cwy@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92호(2020.08.31 ~ 2020.09.06)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