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시가총액 100조 시대 열린다 'K-게임 폭풍 성장의 비밀']
-‘언택트 특수’‘신작 흥행’ 날개 달고 깜짝 실적 행진…IP 경쟁력으로 해외 시장 겨냥
뜨거워지는 ‘게임판’, 흥행 이끈 키워드3
‘58조원’. 지난 9월 3일 카카오게임즈 공모주에 몰린 자금이다. 1500 대 1이 넘는 경쟁률은 달라진 ‘게임의 위상’을 실감나게 한다.



‘언택트(비대면)’ 시대가 도래하자 게임판이 다시 들썩이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경기 침체에도 불구하고 게임이 대표적인 ‘언택트 비즈니스로 꼽히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한 국내 게임 기업 합산 시가총액도 어느덧 50조원에 육박하고 있다. 일본 도쿄증시에 상장한 넥슨과 하반기 기업공개(IPO)를 앞둔 크래프톤을 더 하면 게임주의 시가총액은 100조원 시대를 바라본다. 올 상반기 한국 게임 시장의 부흥을 이끈 키워드는 무엇일까.
뜨거워지는 ‘게임판’, 흥행 이끈 키워드3


◆키워드 1

집콕족 : 게임 시간 증가하며 매출 점프



코로나19로 외부 활동이 위축되자 게임 유저들의 사용 시간이 증가했다. 콘텐츠 소비를 위한 지출도 확대됐고 이는 게임 회사 매출 확대로 이어졌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간한 ‘2020년 게임 이용자 실태 조사’에 따르면 꾸준히 게임을 이용한 국민 중 코로나19 확산 후 게임 이용 시간이 늘었다고 답한 응답자는 모바일 게임 이용자의 47.1%, PC 게임 이용자의 45.6%, 콘솔 게임 이용자의 41.4%로 나타났다.



게임에 쓰는 지출도 증가했다. 모바일 데이터와 분석 플랫폼 앱애니가 발표한 ‘2020 상반기 전 세계 모바일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올 상반기 글로벌 모바일 게임 소비자 지출은 360억 달러(약 42조7500억원)다. 이는 지난해 하반기 대비 11% 늘어난 수치다.



게임 이용 시간과 지출이 증가하자 게임업계에 거는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한국 게임 업체들의 전체 시가총액은 30조원 내외에서 유지되다가 최근 45조원 수준까지 뛰었다.


게임사들의 하반기 신작 출시와 해외 진출까지 줄줄이 예정되자 기대감은 더 커졌다. 여기에 코로나19까지 재확산되자 증권업계에서는 게임주 ‘2차 랠리’를 전망하고 있다.



김학준 키움증권 애널리스트는 “전통적으로 4분기는 날씨와 연말 효과 등으로 활동성이 떨어지면서 게임 수요가 증가하는 시점”이라며 “코로나19의 영향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에 4분기에 관련된 콘텐츠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분석했다.



게임 수요가 증가하자 가전과 스마트폰업계도 ‘게임 하기 좋은 기능’을 내세우고 있다.


삼성전자는 최근 갤럭시 노트 20를 출시하면서 마이크로소프트와의 파트너십을 게이밍 분야로 확대했다. 엑스박스의 PC와 콘솔 게임을 클라우드를 통해 ‘갤럭시 노트20’에서 즐길 수 있게 했다.


스마트폰으로 ‘마인크래프트 던전’, ‘포르자 호라이즌4’ 등 100여 개의 엑스박스 인기 게임을 즐길 수 있다는 점을 강점으로 내세웠다. 애플은 지난해 클라우드 게임 구독 서비스 ‘애플 아케이드’를 선보이며 게임을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삼고 있다.



LG전자와 삼성전자는 게임에 특화된 ‘게이밍 모니터’를 출시한 데 이어 TV 시장에서도 게임 수요를 잡기 위해 경쟁하고 있다.



◆키워드 2
해외 출시 성공과 모바일 게임 인기

코로나19로 인해 글로벌 게임 다운로드는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구글플레이의 글로벌 게임 다운로드는 코로나19 이후 전년 대비 약 50% 수준까지 급증했다. 글로벌 게임 콘텐츠 수요가 증가하면서 게임 시장 역시 활력을 찾을 것으로 기대된다.


게임 시장 조사 업체 뉴주(Newzoo)에 따르면 올해 게임 시장은 1590억 달러까지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2019년에는 5.1%의 성장에 그쳤지만 2020년에는 9.3% 성장하면서 게임 시장이 들썩일 것으로 보인다.



상반기 눈에 띄는 성과를 거둔 곳은 해외 매출과 모바일 매출이 증가한 기업이었다. 특히 북미와 유럽 성과가 크게 확대된 넷마블과 크래프톤의 질주가 돋보였다.



상반기 전체 매출의 73%가 해외에서 발생한 넷마블은 이 기간 매출액이 1조2186억원을 기록하며 21.4% 성장했다. 영업이익 역시 1021억원을 기록하며 52.2% 늘어났다.
뜨거워지는 ‘게임판’, 흥행 이끈 키워드3
지난해 매출(2조1787억원)에서 해외 매출 비율이 67%였던 것과 비교하면 올해 해외 매출 비율은 더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2분기 지역별 매출 비율을 살펴보면 북미 36%, 한국 25%, 유럽 12%, 동남아 11%, 일본 10%, 기타 6%로 고르게 분포하고 있다.



해외 매출을 견인한 게임은 ‘일곱개의 대죄 : 그랜드크로스(이하 일곱 개의 대죄)’다. 지난 3월 전 세계 170여 개국에 출시한 ‘일곱 개의 대죄’는 서비스 하루 만에 47개국 앱스토어 인기 톱10에 진입했다.


이와 함께 북미 애플 앱스토어 매출 3위(4월 기준), 프랑스 1위, 독일 1위를 차지하는 등 한국 기업이 성공하지 못한 서부 게임 시장에서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뒀다.



‘일곱 개의 대죄’ 상반기 매출(2053억원)의 70%가 아시아 시장이 아닌 미국과 유럽에서 발생했다.



상반기 매출의 93.8%가 해외에서 발생한 크래프톤 역시 해외 모바일 매출 증가에 힘입어 새로운 신화를 썼다.



크래프톤의 상반기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8872억원, 5137억원이다. 영업이익률이 57%에 달한다. 같은 기간 넷마블과 엔씨소프트의 영업이익보다 높은 수치다.


인기 게임 ‘플레이어언노운스 배틀그라운드(이하 배틀그라운드)’의 성공에 힘입어 2분기에 전년 대비 5배 증가한 영업이익(1612억원)을 기록하는 등 전례 없는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크래프톤의 상반기 전체 매출에서 모바일이 차지하는 비율이 약 80%에 달한다. ‘배틀그라운드’ 모바일은 2018년 5월 출시 이후 약 2년 만에 세계 누적 다운로드 6억 건을 기록했다.



크래프톤의 질주가 계속되자 이르면 올 연말 진행될 것으로 예상되는 IPO에 대한 기대감도 덩달아 높아지고 있다.


크래프톤의 장외주식 거래가는 이미 100만원을 넘어섰다. 지난 3월까지 40만원대였던 거래가가 100만원을 돌파하자, 업계는 크래프톤 상장 후 시가총액을 최대 40조원으로 전망하고 있다.



중견게임업체 컴투스는 2014년 출시한 게임 ‘서머너즈 워’의 글로벌 흥행에 힘입어 올 2분기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서머너즈 워’가 한국보다 미국·중국·일본 등 해외 시장에서 선전하면서 컴투스의 매출 80%가 해외에서 나왔다. '서머너즈 워' 가 달성한 누적 매출은 약 2조 4000억원에 달한다.


◆키워드 3
잘 키운 IP, 10게임 안 부럽다



넥슨은 올해 기존 온라인 게임 지식재산권(IP)의 모바일화에 성공하며 상반기 역대 최대 실적(매출액 1조6674억원, 영업이익은 7730억원)을 기록했다.



넥슨의 매출을 견인한 국가는 한국이었다. 상반기 중국 매출이 줄며 위기를 맞을 뻔한 넥슨은 탄생한 지 16년, 24년이나 된 IP로 부활했다.



넥슨의 대표 IP인 ‘카트라이더’와 ‘바람의나라’를 모바일로 들고 나오며 그동안 점유율이 낮았던 모바일 시장에서 흥행에 성공했다.



두 게임은 그야말로 돌풍을 일으켰다. 올해 상반기에 카트라이더 러쉬플러스의 이용자 수는 107만명(2020년 7월 23일 기준)으로 전체 모바일게임 중 가장 높았다.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 분석 업체 아이지에이웍스가 발표한 2020 상반기 모바일 게임 시장 데이터 분석 자료에 따르면 지난 5월 국내 모바일 시장점유율 3위에 머물렀던 넥슨이 ‘카트라이더 러쉬플러스’ 출시 이후 넷마블을 제치고 2위에 올라섰다.

‘바람의나라 연’은 출시 이후 구글플레이 스토어에서 2년 넘게 선두를 지켜 온 엔씨소프트의 ‘리니지 형제(1위 리니지 M, 2위 리니지2M)’ 체제를 깨고 2위에 올랐다.


넥슨의 기존 흥행 IP 중에서도 최종 병기는 ‘던전앤파이터 모바일’이다. 이 게임은 중국 출시를 앞두고 사전 예약자를 6000만 명이나 모아 화제가 됐다.


지난 8월 12일 출시할 예정이었지만 중국의 ‘게임 내 과몰입 방지 시스템’에 대한 대책이 필요해 잠정 연기됐다. 출시일은 추후 공개될 예정이다. ‘던전앤파이터 모바일’의 중국 출시 여부가 넥슨의 글로벌 시장 매출을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엔씨소프트의 성패도 대표 IP인 ‘리니지’와 ‘블레이드&소울(이하 블소)’에 달려 있다.


엔씨소프트는 올해 상반기 매출액 1조2697억원, 영업이익은 4504억원을 달성했다.실적 상승은 ‘리니지’가 이끌었다.


특히 ‘리니지2M’의 화력이 줄어든 2분기에도 영업이익 2090억원을 올렸다. ‘리니지2M’이 주춤하며 1분기보다 35% 감소했지만 지난해 2분기와 비교해선 64% 증가했다.



상반기 실적을 ‘리니지’ IP가 견인했다면 하반기 실적은 ‘블소’ IP가 이끌 것으로 보인다. 엔씨소프트는 ‘블소’ IP를 활용한 모바일 게임 ‘블소2’의 출시를 예고하면서 ‘리니지’ 유저보다 젊은 2030세대를 타깃으로 할 것이라고 밝혔다. ‘블소2’는 ‘리니지’ 시리즈에 의존하고 있는 엔씨소프트의 모바일 매출 구조를 바꿔줄 구원투수로 평가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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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게임사들의 IP 매출은 세계적으로 인기를 끈 영화나 드라마 부럽지 않다. 넥슨이 2005년 출시한 ‘던전앤파이터’로 올린 누적 매출은 지난해 말 기준 150억 달러(약 17조7660억원)다. 엔씨소프트는 ‘리니지’ IP로 올 1분기까지 10조7071억원에 달하는 누적 매출을 올렸다.


한국에서 역대 1000만 관객을 돌파한 영화의 매출을 모두 더 해도 약 2조원에 불과한 것을 고려하면 게임 IP 하나가 국내외 콘텐츠 산업에 미친 영향력이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있다.



올해 IP의 확장성은 더 커졌다. 그래픽이나 캐릭터를 기반으로 하는 게임 IP에는 국경이 없다. 그 대신 영화나 드라마 뺨치는 세계관과 스토리가 존재한다.


넷플릭스 등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플랫폼이 발달하면서 게임 IP의 드라마, 영화화 가능성이 더 높아졌다.


넷플릭스에서 드라마로 제작된 ‘위쳐’와 중국 텐센트 비디오를 통해 방송돼 조회 수 16억 뷰를 달성한 ‘크로스파이어’가 게임 IP의 화제성과 성공 가능성을 입증하고 있다. 스마일게이트가 2007년 출시한 '크로스파이어'는 누적 매출이 105억 달러(약 12조65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게임사들 역시 엔터테인먼트 부문에 대한 투자를 이어 가며 IP 확장에 대비하고 있다.



엔씨소프트는 최근 ‘클렙’이라는 엔터테인먼트 자회사를 설립했고 크래프톤도 드라마 제작사인 히든시퀀스에 투자를 진행하면서 IP 확장과 준비 태세에 돌입했다.


김영은 기자 kye0218@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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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포그래픽 : 한눈에 보는 게임 시장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93호(2020.09.07 ~ 2020.09.13)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