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시가총액 100조 시대 열린다 'K-게임 폭풍 성장의 비밀']
-원조 스타크래프트 이어 ‘LOL’이 대세
-국내 e스포츠 산업 키우는 SK텔레콤·KT·한화생명·농심

[한경비즈니스=최은석 기자] e스포츠는 네트워크 게임을 통한 각종 대회나 리그를 뜻한다. 대회는 물론 리그에서 활동하는 프로 선수와 해설자 등을 포함한 관련 산업을 총칭하기도 한다.

게임 전문 조사 기업 뉴주(Newzoo)에 따르면 글로벌 e스포츠 산업은 미국과 중국을 중심으로 2013년부터 5년간 연평균 약 28.0%의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시장 규모는 2018년 8억6500만 달러(약 1조265억원)에서 지난해 전년 대비 26.7% 늘어난 10억9600만 달러(약 1조3006억원)를 기록했다.

2022년에는 그 규모가 17억9000만 달러(약 2조1242억원)로 커질 것으로 보인다.
‘2022년 NFL 시청자 추월’ e스포츠에 기업 돈도 몰린다
◆EPL 구단주도 e스포츠 ‘찜’

향후 e스포츠 산업은 더욱 가파른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와 미국프로농구(NBA)를 비롯해 세계 최대 자동차 경주 대회 포뮬러원(F1) 등의 전통 스포츠 팀들도 최근 잇따라 프로 게임단을 창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e스포츠가 정식 스포츠 종목으로 인정될 날도 머지않았다. ‘2018 자카르타 팔렘방 아시안 게임’에서 6개의 e스포츠 종목이 시범 종목으로 운영된 데 이어 최근에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정상회담에서 e스포츠 관련 논의가 진행됐다.

골드만삭스에 따르면 글로벌 e스포츠 시청자 수는 2018년 1억6700만 명에서 2022년 2억7600만 명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최대 스포츠인 미국프로풋볼(NFL)의 2022년 시청자 2억7000만 명을 훌쩍 뛰어넘을 것으로 보인다.

e스포츠 산업의 성장세에 글로벌 기업들의 투자도 이어지고 있다. 미국에서는 e스포츠팀 프랜차이즈화를 바탕으로 기존 전통 스포츠 구단 등의 참여가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e스포츠 산업의 후발 주자로 꼽히는 중국도 기업들의 막대한 자본력을 바탕으로 시장을 키우고 있다.

뉴주에 따르면 2018년 기준 세계 e스포츠 산업 전체 매출 중 기업 후원은 3억5940만 달러(약 4264억원) 규모로 전체의 약 40%를 차지한다.

한국의 e스포츠 산업도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한국 e스포츠 산업 규모는 2017년 973억원에서 2018년 전년 대비 17.1% 증가한 1139억원으로 커졌다.
‘2022년 NFL 시청자 추월’ e스포츠에 기업 돈도 몰린다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은 e스포츠 종주국으로 꼽힌다. 세계적 선수를 배출한 것은 물론 국제 대회에서도 꾸준히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다. 기업들이 나선 덕분이다. KT·SK텔레콤·한화생명 등이 투자를 이어 오고 있다.

다만 국내에서 기업이 운영하는 프로게임단 수는 과거에 비해 줄었다. 한국의 e스포츠 산업은 2000년대 들어 전성기를 맞았다. e스포츠의 원조 격인 스타크래프트가 엄청난 인기를 끌면서 기업들의 프로게임단 창단, 리그 후원 등이 이어졌다. 1세대 프로게이머인 임요환 선수는 ‘e스포츠의 황제’로 통했다.

하지만 2010년대에 들어서면서 기업들이 경영난과 사업 축소 등을 이유로 하나둘 e스포츠 사업 중단을 선언했다. 2017년에는 삼성과 CJ가 e스포츠협회를 탈퇴하고 프로게임단을 매각하면서 기업 팀 수가 크게 감소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한국에서는 지난해 기준 47개 프로게임단이 운영되고 있다. 이들 프로게임단이 운영하는 팀은 총 80개 팀이다. 481명의 프로 선수가 활약 중이다. 현재 국내에서 가장 인기 있는 리그 오브 레전드(이하 LOL) 리그에 18개 팀 144명이 포진해 있다. 이어 배틀그라운드(22개 팀 120명), 오버워치(12개 팀 108명) 등의 순이다.

한국콘텐츠진흥원 관계자는 “e스포츠 실태 조사를 진행한 결과 2018년 기준 한국 선수들의 연봉은 2000만원 미만이 35%로 가장 많았고 1억원 이상 고액 연봉자의 비율은 LOL 종목에서만 나타났다”며 “한국 e스포츠 산업 인프라와 체계가 탄탄해지기 위해서는 기업은 물론 공공 차원의 지원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기업 후원 크게 늘어
‘2022년 NFL 시청자 추월’ e스포츠에 기업 돈도 몰린다
한국 프로게임단의 원조는 KT가 1999년 창단한 ‘n016’이다. 2009년 ‘kt 롤스터’로 구단명을 바꾼 이후 스타크래프트 종목 프로팀 등을 운영하다가 2012년 LOL팀을 창단했다.

LOL은 세계적으로 인기 있는 다자간 전략 액션 게임의 일종이다. 2009년 10월 출시 이후 대륙·지역별로 약 25개 언어로 서비스되고 있다. 월 1억 명 이상이 이 게임을 즐기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기업들은 LOL 리그를 중점 지원하고 있다. KT 롤스터는 ‘2018 LOL 월드 챔피언십(통칭 롤드컵)’에서 8강에 오르는 등 꾸준한 성적을 거두고 있다.

LOL 제작사 라이엇 게임즈는 각국 LOL 리그가 종료되는 매년 10월 24개 팀을 초청해 최강팀을 가리는 세계 대회 롤드컵을 연다. 롤드컵은 유럽·아메리카·아시아 등 해마다 대륙을 옮겨 가며 열린다. 서울 상암월드컵경기장, 중국 베이징 국립경기장, 미국 스테이플센터 등 대형 공연장을 가득 채운 행사의 열기를 수십억 글로벌 시청자에게 전파하며 세계에서 가장 성공한 e스포츠 행사로 자리 잡았다.

SK텔레콤은 2004년 스타크래프트 종목 프로팀을 시작으로 올해 창단 15년째를 맞은 프로게임단 ‘T1’을 운영하고 있다. 2013년 e스포츠에 데뷔해 롤드컵 3회 우승을 이끈 ‘페이커(이상혁)’가 T1 소속이다. SK텔레콤의 연간 e스포츠 투자비는 국내 프로농구·배구 구단의 연간 운영비를 웃도는 것으로 알려졌다.

LOL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커리어를 쌓은 T1은 글로벌 팬들로부터 자국 최고 인기 팀에 버금가는 인기를 끌고 있다. 이상혁 선수의 인기도 상상을 초월한다. e스포츠를 즐기지 않는 젊은 층도 유튜브나 커뮤니티 인기 게시글 등을 통해 페이커를 알고 있을 정도다. 미국 CNN은 2016년 이상혁 선수를 ‘e스포츠계의 메시이자 마이클 조던’이라고 평했다.
‘2022년 NFL 시청자 추월’ e스포츠에 기업 돈도 몰린다
한화생명은 2018년 4월 ‘한화생명e스포츠’ LOL 프로게임단을 창단하며 보험업계에서 가장 먼저 e스포츠업계에 진입한 ‘퍼스트 무버’가 됐다. 한화생명e스포츠는 베트남 등 동남아 시장 공략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베트남은 전체 인구의 약 34%인 3300여만 명이 15~34세의 젊은 층이다. 한화생명e스포츠는 2018년부터 베트남 현지에서 e스포츠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한화생명 관계자는 “베트남 e스포츠 산업의 성장에 발맞춰 현지에서 트라이아웃 형식의 토너먼트 대회로 유망주를 발굴하고 있다”며 “프로암 대회, 사인회, 토크쇼 등의 부대 행사를 통한 팬들과의 소통에도 신경 쓰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들어서는 은행들이 e스포츠를 활용한 마케팅에 나섰다. 우리은행은 지난해부터 LOL 한국 프로 리그인 ‘리그오브레전드 챔피언스 코리아(LCK)’를 공식 후원하고 있다.

하나은행은 최근 T1과 파트너십 계약을 체결하고 소속 프로 선수들의 자산 관리를 전담하는 팀을 출범시켰다. 이상혁 등 T1 소속 선수 66명을 대상으로 한 맞춤형 자산 관리를 통해 후광 효과를 누린다는 계획이다.

내년 LOL 한국 프로리그(프랜차이즈) 출범을 앞두고 관련 홍보 효과를 노리는 기업들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LCK는 그동안 팀들이 성적에 따라 1부와 2부 리그를 오르내리는 승강제로 운영했지만 내년부터는 승강제 없이 10개 팀으로 프랜차이즈 리그를 운영할 계획이다.

한국야쿠르트는 6월 18일 LOL 프로게임단 ‘브리온 블레이드’와 네이밍 파트너십을 맺었다. 구단 이름에 기업명을 넣는 방식이다.

카카오도 최근 LOL 게임단을 운영하는 e스포츠 전문 기업 DRX를 후원하기로 했다.

농심은 최근 LOL 프로게임단 ‘팀 다이나믹스’를 인수해 눈길을 끌었다. 농심의 팀 다이나믹스 인수 가격은 100억원 이상으로 알려졌다.

choies@hankyung.com

[시가총액 100조 시대 열린다 'K-게임 폭풍 성장의 비밀' 커버스토리 기사 인덱스]
-뜨거워지는 '게임판', 흥행 이끈 키워드3
-'2022년 NFL 시청자 추월' e스포츠에 기업 돈도 몰린다
-'집콕 효과' 콘솔 게임의 재발견...클라우드 게임은 5G 킬러 콘텐츠로
-이젠 게임업계도 '저녁 있는 삶'...파격 복지로 개발자 잡기 경쟁
-인포그래픽 : 한눈에 보는 게임 시장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93호(2020.09.07 ~ 2020.09.13)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