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tech 케이스 스터디 - 현대해상]
- 사람 수준의 대화 인식률 구현…디지털 소외계층·직장인 고객에 큰 도움

[AI 활용] 콜센터를 AI 음성봇으로…대출 신청에서 입금까지 5분 내 처리
[한경비즈니스=이현주 기자] “고객님께서 선택하신 예약 대출 신청을 도와 드리겠습니다. 대출 신청을 원하시면 ‘네’라고 말씀해 주세요. 생년월일을 말씀해 주세요. 대출 가능 금액은 100만원입니다.”


사람일까, 인공지능(AI)일까. 현대해상이 지난 7월 선보인 AI 음성봇 ‘하이봇’의 고객 응대 내용이다. 상담원과 통화하듯 필요한 이야기를 하고, 본인 인증을 받으면 대출이 완료된다. “네”와 “아니요” 같은 짧은 음성 뿐 아니라 개인인증에 필요한 휴대전화가 알뜰폰(MVNO)인지 여부 등 다소 복잡한 문장도 어려움 없이 처리한다.


현대해상은 AI 음성 인식과 지능형 대화 기술을 접목한 AI 음성봇을 통해 보험 계약 대출 서비스와 완전 판매 모니터링은 시행하고 있다.


해당 서비스는 작년 3월 금융위원회의 지정 대리인 과제로 선정됐고 한국 AI 분야 스타트업인 마인즈랩과 함께 개발했다.


음성 인식률 95% 수준의 음성봇
AI 음성봇은 기본적으로 텍스트(문자)로 대화하는 챗봇에 기술적인 기반을 둔다. 음성봇은 사람 음성을 실시간으로 문자로 변환하고 적당한 답을 텍스트로 찾고 그 텍스트를 실시간으로 음성으로 전환하는 기술을 활용했다.


현대해상 아나운서를 닮은 목소리로 대화가 가능하도록 시나리오를 만들고 상황별 최적의 답변이 제시될 수 있도록 대화 모델을 학습하고 테스트를 반복했다.


현대해상에 따르면 현재 접목된 음성 합성 기술은 구글과 동등한 글로벌 수준의 기술력으로 음성 합성 품질의 지수를 표현하는 MOS(Mean Opinion Score)로 비교해 보면 실제 사람 음성이 5.48, 현 기술 수준 5.43으로 사람과 같은 발화 품질을 낸다. 음성 인식률 또한 90%인데 서비스에서 제공하고자 하는 정형 대화는 사람의 인식에 준하는 95% 수준으로 구현됐다.


AI 음성봇 개발을 주도한 현대해상 디지털전략본부는 현대해상만의 차별화된 음성을 만들면서 동시에 ‘AI인 것을 속이지 않아야 한다’는 데 주안점을 뒀다. 금융 거래인 만큼 사람처럼 보이는 것은 지양했다. 여창준 현대해상 디지털전략본부 차장은 “기술적으로는 좀 더 완전하게 사람인 것처럼 음성을 구현할 수 있었지만 고객에게 음성봇이라는 것을 명확하게 인지시키기 위해 오히려 수준을 낮추기도 했다”고 말했다.


현대해상은 ‘디지털은 목적이 아닌 수단’이라는 명확한 지침을 세웠다. 유행하는 디지털 기술을 업무에 성급하게 적용하거나 테스트하는 노력은 지양했다. 업무 개선이 필요한 특정 영역으로 활용 범위도 명확히 했다.


또한 ‘선택과 집중 그리고 확대’ 전략을 폈다. 개선 필요성이 있고 현업 수행 의지가 높은 영역에서 먼저 성공 사례를 도출한 후 적용 가능한 업무 대상과 조직에 확대 추진할 방침이다.


이와 함께 단기적 성과에 머무르지 않고 ‘중·장기 관점에서 꾸준히 추진’할 필요성을 재확인했다.

[AI 활용] 콜센터를 AI 음성봇으로…대출 신청에서 입금까지 5분 내 처리

[AI 활용] 콜센터를 AI 음성봇으로…대출 신청에서 입금까지 5분 내 처리



대출까지 소요되는 시간은 단 5분 이내
AI 음성봇은 크게 두 가지 기능을 수행한다. 보험 계약 대출은 기존 PC·모바일과 자동응답시스템(ARS)을 통해 직접 신청하거나 콜센터와 창구 방문을 통해 가능했다. 보험 계약 요청자 중 10명 중 3명은 전화를 이용한다. 디지털전략본부는 이들을 디지털 취약 계층과 고령층으로 봤다.


그 때문에 월요일 오전 10시쯤이면 콜센터에 전화가 폭주하게 되고 고객은 대기해야 한다. 현대해상은 이들의 고충을 해결하기 위해 AI 음성봇을 소액 대출 상담에 도입했다. 기존 이원화된 시스템을 일원화하면서 대출 신청부터 입금까지 단 5분 이내에 즉시 처리가 가능해졌다.


현대해상은 완전 판매 모니터링 업무에도 AI 음성봇을 활용 중이다. 완전 판매 모니터링은 고객이 신규 보험 계약을 체결할 때 충분한 설명과 주요 서류 등을 전달받았는지 확인하는 업무다. 월 8만 건 이상 모니터링된다. 그동안은 상담사가 직접 고객에게 업무 시간에 전화를 걸어 하나하나씩 확인해야 했다. 고객과의 통화가 되지 않으면 상담사의 업무가 누적되는 고충도 있었다. AI 음성봇의 상담 업무가 24시간 이뤄지면 완전 판매 모니터링을 비롯한 상담사들의 업무 효율성은 더 높아질 것으로 현대해상은 판단하고 있다.


AI 음성봇을 개발한 디지털전략본부는 지난해 12월 부서에서 본부로 승격됐다. 이곳에서 본부장 이상 33명의 임직원은 단 4명의 외부 전문가를 제외하면 대부분 AI를 전공하지 않은 인력들이다. 이들은 AI 음성봇 개발에 앞서 약 6개월에 걸쳐 4차 산업혁명 기술을 학습하고 이후 도입 과정에선 외부 전문 업체와의 협업을 진행했다.


AI 음성봇은 대고객 서비스인 만큼 업무 정의 등 ‘요건 수립’에 오랜 시간을 투자했다. 로봇 프로세스 자동화(RPA)와 같은 디지털 전환은 금융사에 충분한 레퍼런스가 형성돼 있어 적은 비용으로 높은 효율을 내는 쪽으로 추진하면 된다. 반면 AI는 최초의 사례일 뿐만 아니라 돈이 오고 가는 금융 서비스인 만큼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서비스 제공에 방점을 찍었다.


동시에 업무 효율성과 생산성이 개선돼야 했다. 보험사의 수많은 업무 가운데 콜센터, 그중에서도 보험 계약 대출과 완전 판매 모니터링 업무에 AI 음성봇을 우선 적용한 것도 시나리오 기반의 단순 반복적인 업무이면서 지속적으로 일의 양이 늘어날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현대해상 연간 고객 콜센터 상담 건수는 지난해 1000만 건을 넘어섰다. 이에 따라 완전 판매 모니터링의 숫자도 함께 증가하고 있다.


여창준 차장은 “콜센터의 퇴사율이 30%에 달하는 반면 콜 수는 계속 늘어나면서 시간과 비용이 들어갔던 부분을 AI 음성봇을 통해 효율화할 방침”이라며 “콜센터 내에서도 특히 단순 반복적인 업무들이 있는데 기존 인력이 줄어드는 개념이 아니라 늘어나는 업무만큼 사람을 더 뽑지 않아도 현재의 서비스를 유지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해상 정규완 디지털전략본부장은 “AI 음성봇을 이용한 서비스는 모바일 거래가 익숙하지 않은 디지털 소외 계층과 직장인 등 시간적 제약이 있는 금융 소비자에게 편리한 서비스”라며 “향후에도 다양한 업무에서 AI 기술을 활용해 고객 편의성을 지속적으로 향상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현대해상은 카카오톡 채팅만으로 보험 계약 대출과 마일리지 특약용 주행 거리 사진 등록이 가능한 ‘카카오톡 업무 플랫폼’ 서비스를 출시했다. 기존에는 주행 거리 사진 등록을 위해 담당 설계사나 보험회사로 사진을 별도 전송해야 했지만 고객이 직접 카카오톡으로 등록이 가능해져 신속·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다. 현대해상은 이 밖에 보험 가입, 보험금 청구 업무에도 카카오톡 업무 플랫폼을 적용할 계획이다.
[AI 활용] 콜센터를 AI 음성봇으로…대출 신청에서 입금까지 5분 내 처리
charis@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93호(2020.09.07 ~ 2020.09.13)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