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 포커스]
-삼성바이오로직스, 하반기 세계 최대 4공장 착공
-셀트리온도 3공장 신축에 속도

[한경비즈니스=최은석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계속되면서 제약·바이오업계가 공장 증설에 속도를 내고 있다. 코로나19 치료제와 백신 개발 관련 의약품 위탁 생산(CMO)·위탁 개발(CDO) 등의 수요 증가에 대응하기 위한 조치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대규모 공장 신축을 결정한 데 이어 에스티팜 등도 공장 증설에 나섰다. 셀트리온은 신공장 건설과 함께 ‘글로벌 바이오 혁신 클러스터’를 조성한다는 목표다.

◆역대 최대 금액 투자하는 삼성바이오로직스
코로나19 특수·위탁 생산 수요 증가…제약·바이오 대규모 증설 ‘봇물’
삼성바이오로직스는 8월 11일 4공장 증설을 발표했다. 올해 하반기 기공식을 시작으로 2022년 말부터 부분 생산에 돌입할 계획이다. 4공장의 연간 생산 규모는 25만6000리터다. 현재 단일 공장 기준 세계 최대 생산 시설인 3공장(18만 리터)을 훌쩍 뛰어넘는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4공장 건설에 1조7400억원을 투입한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지난 9년간 들인 2조1000억원에 맞먹는 역대 최대 규모의 투자다. 2017년 완공한 3공장 투자비 8500억원의 2배가 넘는 액수다.

김태한 삼성바이오로직스 사장은 “고객사들의 공급 요청과 함께 바이오 의약품 시장의 성장 속도, 글로벌 제약사들의 CMO·CDO 비율이 빠르게 높아지는 추세를 감안해 4공장 증설 계획을 최종 확정했다”고 말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4공장의 총면적은 약 23만8000㎡(7만2000평)다. 1, 2, 3공장의 전체 총면적 24만㎡(7만3000평)에 육박한다. 서울 상암월드컵 경기장의 약 1.5배에 달한다.
코로나19 특수·위탁 생산 수요 증가…제약·바이오 대규모 증설 ‘봇물’
4공장이 가동하면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총 62만 리터의 생산 규모를 보유하게 된다. 글로벌 전체 CMO 생산 규모의 약 30%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게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설명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4공장 건설로 임직원 1800여 명을 추가 채용할 계획이다. 또한 별도 건설 인력 6400여 명을 고용한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이를 통해 약 5조6000억원의 생산 유발 효과와 약 2만7000명의 고용 창출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글로벌 경제 침체 속에서도 올 상반기에만 지난해 매출의 2.5배 수준인 1조8000억원이 이상의 금액을 수주했다. 품질 경쟁력과 최첨단 설비 기술을 바탕으로 코로나19 치료제 등의 위탁 생산과 개발 수요에 적극적으로 대응한 것이 주효했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진홍국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2조원에 육박하는 최근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수주 흐름 등을 고려하면 4공장 가동률은 2027년 100%에 도달할 것으로 보인다”며 “2027년 4공장 매출만 1조2000억원, 회사 전체 매출과 영업이익은 2조9300억원, 1조6300억원을 각각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김 사장은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011년 설립 이후 주주·고객·정부·지역사회의 지원과 협력을 바탕으로 단기간에 세계 최고의 CMO·CDO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며 “4공장 건설을 통해 바이오 의약품 시장에서 초격차 경쟁력을 확보하고 바이오산업이 한국의 신성장 동력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 특수·위탁 생산 수요 증가…제약·바이오 대규모 증설 ‘봇물’
셀트리온도 공장 증설에 속도를 내고 있다. 셀트리온은 송도 11공구 공장 부지를 매입해 연간 20만 리터 규모의 바이오 의약품을 생산할 수 있는 3공장을 건설할 계획이다. 3공장은 1공장(10만 리터)과 2공장(9만 리터)의 생산 규모를 넘어서는 대형 공장이다. 셀트리온은 인천시와 부지 매입 등에 대한 막바지 행정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코로나19 특수·위탁 생산 수요 증가…제약·바이오 대규모 증설 ‘봇물’
셀트리온은 관련해 8월 5일 인천광역시와 인천 송도를 거점으로 하는 ‘글로벌 바이오 혁신 클러스터’를 조성하기 위한 업무협약(MOU)을 맺었다. 3공장 건설과 별도로 국내외 바이오 헬스케어 기업과 연구소 유치, 원부자재 국산화 등을 목적으로 하는 바이오 클러스터를 조성할 계획이다.

이번 업무협약은 ‘셀트리온그룹 비전 2030’을 실현하기 위한 후속 조치로 이뤄졌다.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은 지난해 5월 인천시청에서 2030년까지 바이오 의약품 분야 25조원, 케미컬 의약품 분야 5조원, U-헬스케어 10조원 등 총 40조원을 투자해 11만 명의 직간접 고용 창출을 목표로 하는 중·장기 성장 계획을 발표했다.

서 회장은 “인천 송도에서 출발해 지역 사회와 함께 바이오산업의 꿈을 키워 온 셀트리온이 이제는 명실상부한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게 됐다”며 “인천시와 함께 한국 바이오 생태계가 세계 수준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도울 것”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 특수·위탁 생산 수요 증가…제약·바이오 대규모 증설 ‘봇물’
보건용 KF마스크를 생산하는 국제약품도 최근 경기 안산공장의 마스크 생산 시설을 2배로 늘렸다. 이 회사의 ‘메디 마스크’는 올 상반기 11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에스티팜은 코로나19 백신 원료 공장 증설

동아쏘시오홀딩스의 자회사인 에스티팜은 9월 초 경기 안산 반월공장의 올리고핵산 치료제 원료 생산 설비의 증설 작업에 돌입했다. 코로나19 백신 개발에 필요한 원료 의약품 수요 증가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일부 코로나19 백신의 필수제인 애주번트(Adjuvant : CpG 면역 증강제)를 생산하기 위해서는 올리고핵산 치료제 원료가 반드시 필요하다. 매년 6억~12억 개의 애주번트를 생산하려면 약 1.8~3.6톤의 올리고핵산 치료제 원료가 필요할 것으로 전망된다는 게 에스티팜의 설명이다.

올리고핵산 치료제 원료는 고지혈증 등 만성 질환 치료제를 생산하는 데도 필수다. 글로벌 시장 조사 기관 이밸밸류에이트파마 등에 따르면 핵산 치료제 관련 시장은 2024년 약 36조원 규모로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에스티팜 관계자는 “내년 12월까지 307억원을 투자하는 이번 증설은 만성 질환에 대한 올리고핵산 치료제의 상업화 물량 공급과 올리고핵산 치료제 파이프라인(신약 후보 물질) 증가에 따른 신규 라인 확보, 코로나19 백신용 올리고핵산 치료제 원료 수요 증가에 선제적으로 대비하기 위한 것”이라며 “에스티팜의 올리고핵산 치료제 생산 규모는 2022년 세계 2위로 올라설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choies@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94호(2020.09.14 ~ 2020.09.20)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