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 리포트]
-미증유 위기 속 신사업 강화하며 내실 다지기 돌입한 철강업계
-신소재 개발부터 해상 풍력 발전까지…미래 사업 전환
·신시장 개척 잰걸음
-성장·수익성 확보 두 마리 토끼 잡기 '총력'
코로나19를 담금질 기회로…철강 4사 4색 위기 돌파 전략
[한경비즈니스=안옥희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재확산으로 인해 철강 수요의 핵심인 자동차와 조선 등 전방 산업이 극심한 부진에 빠진 가운데 원자재 부담까지 겹친 철강업계가 악전고투하고 있다.

포스코·현대제철·동국제강·세아제강지주 등 철강 ‘빅4’는 코로나19발 불황의 파고를 넘기 위해 새 먹거리 발굴에 속도를 높이는 중이다. 신사업으로 외형 성장과 수익성 확보까지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겠다는 전략이다. 철강업계 최고경영자(CEO)들의 코로나19 위기 대응 전략을 들여다봤다.


◆ 포스코, 신기술 개발·비철강 부문에 집중
코로나19를 담금질 기회로…철강 4사 4색 위기 돌파 전략
철강업계 맏형인 포스코는 올해 2분기 사상 첫 영업적자를 냈다. 자회사를 포함한 연결 기준으로는 2분기에 매출 13조7216억원, 영업이익 1677억원을 기록했다. 하지만 개별 기준 매출액은 5조8848억원으로 1085억원 영업 적자였다. 코로나19로 인한 글로벌 수요 산업 부진과 시황 악화로 철강 부문에서 판매량과 판매 가격이 하락했기 때문이다.

2분기 철강 제품 판매량은 776억2000톤으로 전년 동기 대비 11.3% 정도 감소했다. 수익성이 높은 고부가 가치 월드 톱 프리미엄(WTP) 제품의 판매 비율이 자동차 강판 판매 급감의 영향으로 지난 1분기 27.6%에서 23.8%로 뚝 떨어진 것이 실적에 큰 영향을 끼쳤다.

올해 취임 2년을 맞이한 최정우 포스코 회장은 포스코그룹의 지속 성장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비철강 부문을 확대하고 신사업 발굴에 힘을 쏟고 있다. WTP 등 고부가가치 제품 판매에 주력하며 비철강 부문 사업도 강화해 차세대 배터리 소재 사업, 액화천연가스(LNG) 사업, 물류 통합 운영 법인 출범,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를 활용한 스마트 팩토리 확산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미래 신사업 투자를 확대하고 제품 경쟁력 강화에 ‘올인’하는 모습이다.

강건재 사업을 차세대 핵심 먹거리로 육성하고 있는 포스코는 최근 관련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다. 강건재는 빌딩·주택과 같은 건축물이나 도로·교량 등 인프라를 건설하는 데 쓰이는 철강 제품이다. 건축물의 골격이 되기 때문에 밖으로 드러나지 않아 어떤 철강 제품을 사용했는지 알아보기 어렵다. 포스코는 지난해 11월 소비자가 쉽게 알아보고 믿고 선택할 수 있는 프리미엄 강건재 통합 브랜드 ‘이노빌트(INNOVILT)’를 출범하고 제품 판매 확대에 집중하고 있다. 이노빌트 출범 이후 지금까지 총 46개사 72개 제품이 인증을 받았다.
코로나19를 담금질 기회로…철강 4사 4색 위기 돌파 전략
최 회장은 주력인 철강 부문의 수익성 악화를 해소하기 위해 수출 시장 개척, 철강 산업의 스마트화·친환경화 등을 제시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포스코는 최근 인도 이륜차 연료탱크 시장에 진출했다. 지난 8월 초도 양산한 ‘편면도금 전기아연도금강판’을 인도에 수출하기 시작했다. 편면도금 전기아연도금강판은 내식성과 용접성이 우수해 인도 이륜차 연료탱크 소재로 쓰이며 그동안 전량 일본에서 들여왔다.

올해 인도 정부가 배기가스 배출 규제를 대폭 강화하면서 전기아연도금강판에 대한 수요가 늘어 수입 구매처 다변화의 길이 열렸다. 기회를 포착한 포스코는 코로나19의 확산으로 철강 수요가 급감한 상황에서 현지 시장 수요를 빠르게 파악하고 인도 가공 법인과 기술서비스센터(TSC) 등과 생산부터 판매, 연구 부서까지 언택트(비대면) 방식으로 긴밀히 협업해 6개월 만에 신제품을 개발한 것이다.

친환경 기술 개발에도 적극적이다. 이와 관련해 포스코가 개발한 흑연 쾌삭강(PosGRAM)도 새로운 수익원으로 부상하고 있다. 기존 쾌삭강은 절삭성을 높이기 위해 유해 물질인 납을 첨가했는데 포스코가 2017년부터 3년간 연구해 친환경 소재인 흑연을 활용한 흑연 쾌삭강의 양산 제품 개발에 성공해 판매 확대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친환경 흑연 쾌삭강이 유해 물질이 함유된 납 쾌삭강의 수요를 상당 부분 대체할 것으로 기대된다. 글로벌 기업을 중심으로 납이 함유된 부품 사용을 금지하는 추세가 확대되고 있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 현대제철, 모빌리티 신소재 개발 박차
코로나19를 담금질 기회로…철강 4사 4색 위기 돌파 전략
현대제철의 코로나19 위기 대응 전략의 핵심 키워드는 ‘프리미엄’과 ‘친환경’이다. 현대제철은 현대차그룹의 미래차 전략에 발맞춰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대비해 프리미엄 신강종과 친환경 모빌리티 소재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미래 모빌리티 시대에 맞춰 자동차 소재 본연의 경쟁력을 높이고 친환경 시대를 대비한 새로운 기회를 발굴한다는 방침이다.

모빌리티 트렌드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차체 경량화 솔루션과 친환경 자동차 소재 개발이 선행돼야 한다. 수소전기차와 개인용 비행체(PAV) 등 미래형 이동 수단의 핵심은 결국 운전자의 안전과 주행 거리에 영향을 미치는 차체의 안전성과 경량화다. 이를 위해 현대제철은 가벼우면서도 더 튼튼한 차세대 고성능 초고장력강 개발을 비롯해 차량 설계 단계부터 협업해 안전성을 최대한 높이는 구조 솔루션을 제공한다.

자동차 안전 규정 강화와 환경 규제 대응을 위한 신강종 개발에도 투자를 이어 가고 있다. 현대제철의 경량화 솔루션은 올해 출시된 현대차 제네시스 ‘G80’와 ‘올 뉴 아반떼’에 적용됐다. 초고장력강·핫스탬핑강의 적용 비율을 늘려 공급하면서 차체는 더 가벼우면서 평균 강도는 G80는 약 5%, 아반떼는 8% 정도 향상됐다.

브랜드 전략에도 집중하고 있다. 현대제철의 대표 프리미엄 강재로 자리 잡은 에이치 코어(H-Core)와 자동차 소재 서비스 브랜드 에이치 솔루션(H-Solution)에 이어 초고강도 자동차 강판 브랜드인 ‘울트렉스’도 최근 출시했다. 울트렉스는 강도와 성형성이 우수해 자동차 내·외판, 구조재와 섀시 부품이 요구하는 특성에 최적화된 핵심 소재다.
코로나19를 담금질 기회로…철강 4사 4색 위기 돌파 전략
현대제철의 모빌리티 소재 개발은 신강종에 머무르지 않고 탄소섬유 강화 플라스틱(CFRP), 알루미늄 등 비철 경량 소재의 적용에 대한 선행 연구와 친환경 자동차 소재 개발에까지 이르고 있다.

수소차 시장 확대에 대비해 수소연료전지용 금속 분리판 사업, 연료용 수소 공급, 친환경차용 경량 철판 등도 개발·공급하고 있다. 현대제철이 운영하는 연 3500톤의 수소를 생산할 수 있는 수소공장에서 생산되는 수소의 순도는 99.999%로 추가 정제 과정 없이 바로 수소전기차의 연료로 사용할 수 있다.

조직 슬림화, 비핵심 사업 구조 조정 등 선제적인 사업 재편 전략의 성과도 가시화하고 있다. 2019년 안동일 현대제철 사장 취임 이후 가속화한 수익성 위주의 성장 전략이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현대제철은 안 사장이 올해 경영 방침으로 내세운 체질 강화 전략에 힘입어 올 2분기 영업이익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올해 2분기 연결 기준 매출액 4조1133억원, 영업이익 140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각각 26.2%, 94.0% 감소한 규모지만 지난해 4분기부터 이어 온 분기 기준 영업적자 행진을 3분기 만에 마무리했다는 점에서 코로나19에도 불구하고 선방한 실적이라는 평가다.

안 사장은 수익성 회복을 위해 단조사업부문 분할, 강관사업부 매각, 중국법인 인력 조정, 현대오일뱅크 지분 매각 검토 등 군살 빼기를 진행 중이다. 적자 사업인 컬러 강판 사업에 대한 구조 조정도 추진하고 있다. 안 사장은 “지속 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핵심 사업과 고부가 가치 제품에 집중할 계획”이라며 “올해는 본원적 경쟁력에 방점을 두고 최적 생산, 최고 수익 실현을 통한 질적 성장을 이뤄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 동국제강, 컬러 강판 초격차로 수익성 강화
코로나19를 담금질 기회로…철강 4사 4색 위기 돌파 전략
동국제강은 코로나19의 여파로 포스코와 현대제철 등이 올해 고전하는 가운데 ‘나 홀로 호실적’을 기록했다. 올해 2분기 연결 기준 매출 1조3019억원, 영업이익은 998억원을 올렸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2.9% 줄었지만 영업이익은 26.1% 증가했다.

상반기 연결 기준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1.8% 감소한 2조5303억원,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22.3% 증가한 1560억원을 기록했다. 코로나19 사태 속에서도 실적이 지속 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은 원가 절감 노력과 컬러 강판 등 고부가 가치 제품 판매 확대 등 수익성 중심 전략에서 찾을 수 있다.

무엇보다 장세욱 동국제강 부회장이 주도하는 컬러 강판 초격차 전략이 빛을 발했다. 동국제강의 컬러 강판 매출은 꾸준히 늘고 있다. 2012년 동국제강 매출의 12%였던 컬러 강판 매출 비율은 지난해 18%까지 증가했다. 이 같은 사업 성장의 비결은 브랜드 마케팅을 기초로 한 초격차 전략에서 찾을 수 있다.

동국제강은 2011년 고급 건재용 컬러 강판 브랜드 ‘럭스틸’을 론칭하며 업계 최초로 철강 제품에 브랜드 마케팅을 도입했다. 2018년에는 충남 당진 도성에 컬러 강판 가공센터를 준공하고 컬러 강판의 가공과 시공까지 지원하는 ‘솔루션 마케팅’을 도입하는 등 국내 컬러 강판 시장 1위 업체답게 혁신을 이끌고 있다.
코로나19를 담금질 기회로…철강 4사 4색 위기 돌파 전략
꾸준한 연구·개발(R&D) 투자를 통해 다양한 컬러 강판 신제품을 시장에 선보였다. 항균 컬러 강판 ‘럭스틸 바이오(Luxteel Bio)’와 초고내후성 단색 컬러 강판인 ‘슈퍼smp(Supersmp)’, 불연 성능을 강화한 ‘럭스틸 유니세라(Luxteel UNI-CERA)’ 등은 동국제강의 혁신 기술력을 통해 탄생한 프리미엄 신제품들이다.

럭스틸 바이오는 특수 금속 세라믹 항균제와 특수 첨가제를 이용해 살균·항균 효과를 극대화한 제품으로 2018년 개발된 이후 판매가 계속 늘어 동국제강의 매출을 끌어올리는 효자 상품으로 자리 잡았다. 수술실, 제약회사, 식품 공장, 반도체 공장, 업소용 냉장고 등 세균에 민감한 공간의 내·외장재로도 폭넓게 적용되고 있다. 럭스틸 바이오는 특히 전례 없는 보건 위기가 지속되는 코로나19 국면에서 더욱 주목받고 있다. 항균 기능을 앞세워 코로나19 선별진료소 시공 현장에도 납품될 예정이다.

동국제강은 업계에서 확고한 경쟁 우위를 점하고 있는 컬러 강판에 대한 대규모 투자도 단행한다. 약 250억원을 투입해 내년 하반기 가동을 목표로 연간 7만 톤 생산 능력의 최고급 컬러 강판 생산 라인인 ‘S1 CCL’을 부산에 증설하기로 했다.

신규 라인인 S1 CCL이 가동되면 동국제강 부산공장은 9개 생산 라인에서 연간 85만 톤의 생산 능력을 보유하게 된다. 철 스크랩(고철)을 이용한 전기로 중심의 생산 체제를 바탕으로 한 봉형강 사업 전략도 올해 상반기 실적 돌풍을 이끈 일등 공신이었다. 현재 동국제강의 매출 비율은 봉형강이 48%, 냉연이 35%, 후판이 13%를 차지하고 있다.

동국제강은 또 2010년 한국에서 처음으로 도입한 친환경 전기로인 인천공장의 ‘에코아크전기로’를 통해 저탄소·친환경 철강 생산 시대를 열었다. 동국제강은 올해 하반기에도 전기로 조업 방식의 장점을 활용한 균형 잡힌 판매·생산 전략으로 수익성 중심 경영을 강화하면서 친환경 사업으로서의 지속 가능성을 높인다는 전략이다.


◆ 세아제강지주, 영국 해상 풍력 시장 진출
코로나19를 담금질 기회로…철강 4사 4색 위기 돌파 전략
세아제강지주는 주력 수출 지역인 미국 내 코로나19 확산과 국제 유가 급락 등으로 부진했던 2분기 실적을 회복시키기 위해 다른 해외 시장으로 눈을 돌렸다. 이순형 세아그룹 회장 아들인 이주성 세아제강지주 경영총괄 부사장의 지휘 아래 신사업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며 돌파구를 모색하던 중 미래 먹거리로 해상 풍력 발전 구조물 사업을 낙점했다.

주력 사업인 북미 오일·가스에 공급되는 유정용강관·송유관 제품에서 최근에는 해상 풍력을 신성장 동력으로 육성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전통 에너지 제품에 편중돼 있던 회사의 제품 포트폴리오를 신재생 에너지 분야로 확대해 새로운 성장 축으로 만든다는 전략이다.

지난 8월에는 세계 해상 풍력 시장을 주도하는 영국 현지에 해상 풍력 하부 구조물 생산 법인을 설립하기 위해 영국 정부와 양해각서(MOU)도 맺었다. 한국 기업이 영국 해상 풍력 기초 구조물 시장에 직접 진출한 것은 세아제강지주가 처음이다.

모노파일은 해상 풍력 발전 기초 구조물의 한 종류로, 유럽 기초 구조물 시장의 70%를 차지한다. 해상 풍력 강국인 영국은 유럽 모노파일 수요의 45%를 차지하지만 자국 내 생산 설비 부재로 전량을 수입에 의존해 왔다. 특히 초대형 규격의 모노파일은 물류 등 비용이 크고 납기 준수가 쉽지 않아 내수화된다면 가격과 납기 경쟁력에서 세아제강지주가 우위를 점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영국 정부가 ‘그린 산업혁명을 통한 경제 부흥’을 내세워 해상 풍력을 중점 육성 산업으로 지정했는데 세아제강지주를 파트너로 선택한 것이다. 세아제강지주의 글로벌 해상 풍력 수주 경험과 인프라, 오랜 업력, 품질 등 관련 사업에 대한 풍부한 경험과 노하우가 주효했다. 세아제강지주는 2017년부터 영국·대만 등 글로벌 주요 풍력 발전 프로젝트에 기초 구조물 부품인 재킷(Jacket)을 납품하며 인지도도 확보했다.
코로나19를 담금질 기회로…철강 4사 4색 위기 돌파 전략
이번 MOU를 통해 초대형 사이즈의 모노파일용 철강 제작이 가능한 연간 16만 톤 생산 규모의 공장을 영국 현지에 설립할 예정이다. 이는 단일 공장으로는 세계 최대 규모다. 영국 생산 법인은 2021년 착공에 들어가 2023년 상업 생산을 시작해 연 100개 이상의 모노파일 판매를 목표로 하고 있다. 세아제강지주 관계자는 “통상적으로 대형 모노파일 1기를 약 1500톤으로 가정해 생산 능력을 풀가동하면 연간 5000억원의 매출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 부사장은 “이번 사업을 계기로 해상 풍력 분야의 비즈니스를 더욱 다각화·전문화하고 글로벌 해상 풍력 구조물 시장의 ‘톱 플레이어’로 도약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 해상 풍력 발전 시장에도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세아제강은 전라남도 순천에 있는 신텍의 공장 부지와 건물 등을 125억원에 인수해 해상 풍력 재킷용 핀파일 생산 라인 증설에 나섰다. 5만2627㎡(1만5920평)의 부지에 연간 7만2000톤 규모의 생산 라인을 증설할 예정이다.

올해 세아제강은 영국 NNG 프로젝트, 프랑스 상브리외 프로젝트, 대만 CFXD 프로젝트 등 해상 풍력 구조물 재킷용 핀파일 공급 계약을 잇달아 체결해 약 11만 톤 정도의 수주 잔액을 확보했다. 기술력과 생산 라인 증설을 통한 공급 능력 확보, 글로벌 트랙 레코드를 기반으로 해상 풍력 구조물 시장의 톱 플레이어로 도약하기 위한 발판을 마련할 계획이다.



ahnoh05@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94호(2020.09.14 ~ 2020.09.20)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