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돋보기] [한경비즈니스 칼럼=강문성 고려대 국제학부 교수]
지난 8월 31일 정부의 ‘1차 긴급재난지원금’의 사용 기한이 종료됐다. 1차 긴급재난지원금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경제적 어려움을 줄이기 위해 한국에서 처음으로 시행한 정책이었다. 특히 지급 대상을 두고 논란도 있었지만 모든 국민이 지급 대상으로 정해졌다. 정부 발표에 따르면 전국 2216만 가구에 총 14조2357억원이 지급됐다.
2차 긴급재난지원금도 지원된다. 정부는 소상공인과 특수고용직(특고), 프리랜서, 아동 돌봄 등에 대한 2차 긴급재난지원금을 9월 24일부터 지급한다. 총 1023만 명에게 6조3000억원 규모의 자금을 지원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1차 긴급재난지원금이 원래 취지에 맞게 사용됐는지, 효과는 있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그 효과를 구체적으로 살펴보기 위해서는 가구별 소비 행태를 추적할 수 있는 통계가 있어야 한다. 하지만 아직 그와 같은 통계가 공표되지 않았기 때문에 계층별 행태를 논리적으로 추론하며 분석할 수밖에 없다.
먼저 생계 지원이라는 첫째 목표 측면에서 저소득층에게는 확실히 효과가 있었을 것으로 평가된다. 소득 수준이 낮거나 고용이 불안정해진 계층은 부족한 생활비를 긴급재난지원금으로 해결할 수 있었다. 이 때문에 생계 지원의 효과가 있었던 것으로 평가된다. 특히 통계청의 소득 5분위별 가구당 가계 지출 통계를 보면 소득이 낮은 하위 20% 가구의 소비 지출은 월 115만원 수준(가장 최근 통계인 2018년 기준)이어서 100만원의 긴급재난지원금은 생계에 도움이 됐을 것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이보다 소득이 높은 계층으로 올라가면 얘기가 달라진다. 긴급재난지원금의 원래 취지는 긴급재난지원금 지급을 통해 국내 소비를 활성화하고 이를 통해 경기를 부양하는 것이다.
하지만 월평균 200만원의 생활비로 생계를 유지하던 가구가 갑자기 소비를 더 하지는 않는다. 즉, 200만원을 소비하던 가구는 정부가 지급한 100만원과 본인 계좌에서의 100만원으로 생활하는 것이지 기존의 200만원 소비에서 100만원을 추가해 300만원을 소비하지는 않는다. 경제 전체의 소비가 늘어나는 것은 아니라는 의미다.
물론 언젠가는 이 100만원의 긴급재난지원금이 소비될 것이다. 하지만 긴급재난지원금의 원래 취지는 현재의 경기 부양이지 코로나19가 끝난 뒤의 경기 부양을 목표로 하지는 않았다. 특히 경기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는 조금이라도 아껴 경기 불확실성에 대비하는 것이 그동안의 경기 침체에 한국의 가계가 보여준 소비 행태다. 또 5월과 6월 두 달 동안 긴급재난지원금의 91.1%가 사용되면서 지난 2분기의 민간 소비 실적에 모두 반영됐다. 그러나 2분기 민간 소비는 극심하게 추락했던 1분기보다 1.4% 증가하는 데 그쳤고 2019년 2분기에 비해 무려 4.1% 하락했다. 따라서 중산층 이상은 긴급재난지원금을 미래 소비를 위해 저축했거나 3월부터 시작된 ‘동학개미운동’의 후속 투자 자금으로 활용됐을 가능성이 높다.
또 다른 원래의 취지는 ‘동네 상권 활성화’였다. 대형마트나 백화점에서는 긴급재난지원금을 사용할 수 없었다. 행정안전부의 자료에 따르면 가맹점 크기별 비율이 대형 가맹점(연매출 30억원 초과) 36.5%, 중소 가맹점(3억원 초과~30억원 이하) 38.6%였던 반면 원래 취지가 무색할 정도로 영세 가맹점(3억원 이하)은 24.9%에 불과했다.
결국 1차 긴급재난지원금은 저소득층의 생계 지원에 일부 효과가 있었을 뿐 경기 부양 효과와 동네 상권 활성화 효과는 원래 취지와 비교하면 그리 크지 않았다. 따라서 정부는 모든 국민보다 피해 계층에 집중해 정책을 세밀히 디자인할 필요가 있었고 중·장기적인 재정 수지에 대한 고려 역시 필요했던 것으로 평가된다.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97호(2020.09.26 ~ 2020.10.02)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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