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USINESS FOCUS]

-작년 적자 5322억원…‘올라인’ 전략 추진하지만 점포 매각 잡음으로 투자 여력 부족

‘체질 개선도 못하게 하면 어쩌나’…발목 잡힌 마트 2위 홈플러스
[한경비즈니스 = 이홍표 기자] 홈플러스가 진퇴양난이다.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유통의 중심이 빠르게 변하는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까지 덮쳐 사상 최대 적자를 떠안았다. 신규 투자를 위한 구조 개편안엔 노조와 정치권이 반발하고 나섰다. 상황이 꼬일수록 경영 지표는 경고음이 점점 커진다.

9월 21일 민주노총 산하 마트산업노동조합 홈플러스지부는 기자 회견을 열었다. 홈플러스의 대주주 MBK파트너스가 안산점 매각 계획을 철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노조는 사측이 그나마 영업이 잘되는 매장을 매각해 이익을 챙기려 한다는 이른바 ‘먹튀론’을 내세웠다. 이날에는 9월 18일 개정된 안산시 조례 개정안을 근거로 안산점의 매각이 사실상 무산될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안산시 개정 조례안에는 주상복합에 한해 용적률을 기존 1100%에서 400%로 축소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디벨로퍼 ‘화이트코리아’가 홈플러스 안산점을 주상복합 건물로의 재건축을 전제로 계약한 만큼 용적률이 낮아진 현재 상황에선 매각이 진행되지 않을 것이란 설명이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화이트코리아와의 안산점 자산 유동화 계약은 이미 완료된 상황으로 이번 조례의 수정 여부에 따른 영향은 없다”며 “정상적인 회사 운영과 재무 구조 개선을 위한 필수적인 유동성 확보가 시급한 상황”이고 말했다. 홈플러스는 자산 유동화를 위해 현재까지 안산점과 함께 대전탄방점·대전둔산점의 계약을 모두 마친 상태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안산점·대전둔산점 등 영업 종료에도 인력에 대한 구조 조정은 없다”면서 “입점 점주가 변화에 유연하게 대비할 수 있도록 최소 1년 이상 영업을 유지하면서 충분한 대화를 이어 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마트업계 “홈플러스 위기, 남의 일 아니다”


홈플러스는 이마트에 이어 한국 대형마트 2위 기업이다. 1999년 영국 테스코와 삼성물산의 합작으로 탄생한 홈플러스는 140개 점포(홈플러스스토어즈 32개 포함)를 운영하고 있다.

사모펀드 MBK파트너스가 영국 테스코로부터 홈플러스를 인수한 것은 2015년이다. 실적은 그 후로 줄곧 지지부진이다. 2016년 3209억원이던 영업이익은 2018년 1091억원으로 줄었다.

지난해엔 최악이다. 홈플러스의 2019년 매출액은 전년 대비 4.69% 감소한 7조3002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38.39% 줄어든 1602억원이었다. 외형상으로는 버틸 만해 보인다. 하지만 내용을 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운용 리스 비용이 영업외 비용(이자 비용)으로 적용된 ‘신 리스 회계 기준’을 미적용하면 2019년 영업이익은 100억원에도 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더욱 심각한 것은 손실이다. 영업이익에 반영되지 않는 이자 비용은 당기순익에 영향을 줬다. 신 리스 회계 기준에 따라 리스료가 부채로 설정되면서 무형 자산과 사용권 자산 등에 대한 손상 차손 비율이 높아졌다. 이에 따라 홈플러스의 2019년 당기순손실은 5322억원을 기록했다. 불과 1년 만에 손실 규모가 네 배 정도 늘었다.

마트업계 관계자들은 홈플러스가 직면한 상황을 “남의 일이 아니다”고 본다. 홈플러스뿐 아니라 대형마트는 사실상 절체절명의 위기다. 전체 유통 시장에서 온라인 거래 비중은 37%(8월 말)로 커졌다. 최근 코로나19 확산까지 겹치면서 유통 시장은 빠르게 온라인으로 전환 중이다.

아직도 유지되는 대형마트 영업 규제는 산업의 가장 큰 대못이다. 2010년 출점 규제, 2012년 월 2회 영업 금지를 못 박으면서부터 홈플러스뿐만 아니라 다른 대형마트 실적 역시 내리막길이다. 대형마트는 출점할 때마다 지역 상인들과의 합의를 위해 수십억원의 상생기금을 내야한다. 또 황금 시간인 주말 영업시간을 제한받고 있다. 예를 들어 일요일 하루 휴무 시 점포당 약 3억3000만원(홈플러스 추산)의 매출이 허공에 날아간다. 전국 140개 모든 점포가 연 24회 의무 휴업 시 연간 약 1조1088억원의 매출이 감소하는 셈이다. 결국 홈플러스 전국 140개 매장 중 흑자를 내는 곳은 손에 꼽을 정도다.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전환되는 유통 산업의 격변기에서 대형마트업계는 미래를 위한 혁신에 나서야 하지만 방법이 마땅하지 않다. 당장 돈이 들어오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이마트나 롯데마트와 같이 그룹사가 지원할 수 있는 곳과 사모펀드가 운영하는 홈플러스와 같은 곳은 출발선이 또 다르다.

그래서 홈플러스의 선택지는 더 한정적이다. 결국 보유하고 있는 자산을 유동화하는 방법 이외에는 뾰족한 수가 없다. 홈플러스는 2018년 부천 중동점, 경남 동김해점 등 2개 점포를 매각했다. 올해는 지난 3월 울산점, 구미 광평점, 시화점을 세일즈 앤드 리스백 방식으로 매각해 3002억원 규모의 자금을 조달했다.

홈플러스도 매장 매각 이전에 다른 방안을 고려했다. 리츠(REITs : 부동산투자회사) 상장을 통해 자산을 유동화하는 방법이다. 하지만 리츠도 상장을 철회했다. 한국의 대형마트 업황이 좋지 않은 점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최근에는 창사 이후 최초로 임원들이 급여의 20%를 자진 반납하기로 했다. 그만큼 사정이 어렵다는 얘기다.

업계 관계자는 “홈플러스는 이마트와 롯데마트에 밀려 업계에서 경쟁력이 지속적으로 약화되고 있었다”며 “따라서 코로나19 확산이라는 대형 악재에 제대로 대응할 여력이 부족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자산 유동화는 홈플러스가 선택할 수 있는 가장 최선의 현금 확보 전략”이라며 “문제는 자산 유동화를 통한 버티기는 한계가 분명한 만큼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체질 개선도 못하게 하면 어쩌나’…발목 잡힌 마트 2위 홈플러스
◆네이버와 연계해 온라인 강화하기로


물론 홈플러스도 단지 자산 매각에만 매달리고 있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 홈플러스는 온·오프라인 경계를 허문 ‘올라인(Online+Offline)’ 전략 강화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신사업 창출과 매장 차별화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는 얘기다. 홈플러스는 2021년까지 기존 모든 점포를 ‘온라인 물류센터’로 전환할 계획을 세워 뒀다. 여타 대형마트가 별도의 온라인 물류센터를 가동하는 것과 달리 기존 점포 내 창고와 물류 차량 입출차 공간이 넉넉한 것을 활용할 계획이다. 창고형 할인 매장과 대형마트의 장점을 결합한 ‘홈플러스 스페셜’도 확대하기로 했다.

또 홈플러스는 최근 새로운 콘셉트의 몰 ‘코너스’를 부산 연제구 아시아드점에 선보였다. 코너스는 홈플러스와 차별화하고 독립적인 느낌의 공간으로 조성한 지역 주민들이 직접 만들어 가는 ‘지역 밀착형 패밀리 커뮤니티 몰’을 말한다. 이는 임일순 홈플러스 사장이 2018년 취임 이후부터 구상했던 사업이다. 홈플러스는 향후에도 관련 법규를 준수하면서 코너스를 추가할 계획이다.

온라인 대응도 속도를 낸다. 홈플러스는 네이버와 제휴해 ‘장보기’ 서비스에 공식 입점했다. 점포를 온라인 물류센터화하면서 자사 온라인몰 전 제품을 네이버에서도 선보이는 한편 고객 위치와 근접한 점포에서 제품을 직접 당일 배송하는 시스템을 구축할 방침이다. 홈플러스는 ‘장보기’ 서비스 제휴를 통해 첫해에만 연간 160만 명의 온라인 고객을 모으고 10% 이상의 추가 매출을 확보할 계획이다.

홈플러스는 리츠 상장 역시 계속 준비할 예정이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앞서 기대치를 밑돌아 상장을 철회하지만 다시 검토해 본 뒤 리츠 상장에 도전하겠다”고 말했다.hawlling@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97호(2020.09.26 ~ 2020.10.02)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