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LLO AI=활용 사례]
-알파고 이후 ‘보물섬 프로젝트’에서 시작된 ‘네오(NEO)’…시장 급락 경고 시스템도 개발 [한경비즈니스=이현주 기자]“우리는 금융사가 아닙니다. 스타트업입니다.”
서울시 영등포구 신한금융투자타워 26층에 있는 신한AI 사무실을 둘러보던 중 배진수 신한AI 대표가 말했다. 칠판으로 뒤덮인 회의실은 낙서처럼 보이는 글자로 가득 차 있었다. 정장이 아닌 캐주얼 차림의 직원들이 삼삼오오 모여 있다. 시장 전문가와 인공지능(AI) 개발자로 이뤄진 팀이다. 배 대표는 “최고의 모델을 만들기 위해서는 개발자와 현업 전문가의 집단지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신한 네오, 7개 국가의 15개 지수와 상품 예측
신한AI는 지난해 9월 출범한 신한금융그룹 자회사다. 투자 자문업 인가를 받고 지난 1년간 크게 두 개의 축에서 활동을 전개해 왔다. 특히 금융의 미들(middle) 영역에서 AI 기반의 금융 가치 사슬 혁신을 진행했고 그 결과 투자·운영 관리, 상품·서비스, 리스크 분야에서 세 개의 서비스를 선보일 수 있었다.
최근 금융사에서 AI의 활용에 대한 관심이 높다. 신한금융그룹이 전문 자회사까지 세운 이유는 뭘까. 그 시작은 ‘보물섬 프로젝트’로 거슬러 올라간다. 알파고와 이세돌 기사의 바둑 결전을 벌인 2016년 조용병 신한금융그룹 회장은 AI를 금융에 접목하라는 특명을 내렸다. 보물섬 프로젝트 시장 예측률이 87%에 이르자 조 회장은 “이 정도면 독립된 자회사로 출발해도 되겠다”고 결단했다.
국내 1세대 외환 딜러이자 시장 전문가인 배 대표가 합류하고 보물섬 프로젝트의 계보를 이은 AI 투자 자문 플랫폼 ‘네오(NEO)’가 본격적으로 가동되기 시작했다. 네오는 ‘새로운(New)’과 ‘원 신한(One shinhan)’을 합성한 단어로, “금융의 새로운 지평을 열어갈 인공지능 솔루션”을 의미한다. 글로벌 주요 시장을 분석하고 이를 기반으로 최적의 포트폴리오와 상품을 추천하고 있다.
여기에는 과거 30년 이상의 빅데이터가 활용됐다. 43만 개의 정형 데이터, 1800만 건의 비정형 데이터를 분석했다. 이를 위해 신한AI는 5만 개가 넘는 금융 특화 지식 사전과 분류 체계 등을 직접 개발했고 이는 회사의 핵심 자산 중 하나가 됐다.
이렇게 확보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다양한 AI 기법을 활용해 글로벌 7개국, 약 15개 자산에 대한 미래 지수 값을 예측하고 분석할 수 있는 ‘글로벌 마켓 센싱 모델’을 개발했다. 한국·미국·영국·독일·일본·중국·브라질 등 7개 국가의 주요 주가 지수, 10년 국채, 금 현물 등을 1·3·6개월 단위로 예측할 수 있다. 강화 학습을 활용한 ‘자산 배분 모델’과 약 26만 개의 글로벌 상품을 분석해 최적의 상품을 추천하는 ‘상품 추천 모델’도 나왔다.
신한AI는 이르면 올해 말 2.0 버전을 새롭게 선보일 계획이다. 금융 시장은 계속해 새로운 이벤트가 발생하는 만큼 서비스 고도화 작업을 필요로 한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내년에는 네오 3.0으로 지속적인 발전을 도모할 방침이다.
최근 여러 금융사에서 AI를 통한 시장 예측에 도전하는 가운데 네오의 차별점은 무엇일까. 배 대표는 “일찍이 국내 금융사 중 처음으로 AI를 통해 시장을 예측하는 모델을 만들어 격차를 벌리고 있고 퀀트 모델로 로보어드바이저를 하는 곳들과도 다른 순수 AI 기술”이라며 “최근 ‘저금리 기조’ 속에 투자처에 대한 갈증이 있는데 AI를 통한 자산 배분과 펀드 포트폴리오 구성이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두 개의 AI 펀드 상품과 마켓 워닝 시스템
네오를 기반으로 올해 초 ‘신한NEO AI 펀드랩’, ‘신한 BNPP SHAI네오 펀드’도 출시됐다. 네오가 추천한 우수 펀드들의 최적의 조합(5개)으로 구성된 펀드랩과 최신 강화 학습 알고리즘으로 만든 자산 배분 펀드다. 급락장에서 러시아와 브라질과 같은 대체 시장을 선택하고 과열 양상에서 금 자산을 편입하는 등 일반적인 투자 패턴과 다른 모습을 보여 왔다. 사람이 두려움을 느끼는 것과 달리 기계는 과감한 투자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지난 9월부터 1개월 내 금융 시장 급락을 예측하는 ‘마켓 워닝 시스템’도 서비스하고 있다. 마켓 워닝은 과거 시장의 하락 국면 중 역대 상위 5% 하락률에 해당되는 시장 급락 구간을 의미한다. 2000년 이후 주요 워닝 국면은 연평균 2~3회, 총 53회 펼쳐졌다. 이와 같은 과거 국면과 이후 시장 상황 등을 분석해 ‘조기 위험 감지 시스템’을 만들었다.
실제 이 시스템에선 지난 9월 1일 유가증권시장의 하락을 예고하는 알림을 울렸다. 당시 유가증권시장이 상승 추세였음에도 불구하고 워닝 시스널이 발생했다. AI가 유가증권시장이 위험하다고 판단하는 근거는 현재 기술로는 설명하기 어렵다. 총 600여 개 변수 중 중요도가 높은 변수를 우선적으로 보여준다. 이를 통해 현업 전문가들은 현재와 1개월 후 시장 환경을 예측하는 주요 변수를 파악해 추가 분석할 수 있다. 배 대표는 “한창 장이 좋았을 때 워닝 시스템이 울려 많은 이들이 반신반의하면서 유동성 장세에 대한 학습이 덜 된 것 아니냐고 우려했지만 실제 9월 중순부터 유가증권시장이 급격히 하락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마켓 워닝 시스템은 현재 글로벌 10개 시장의 리스크를 사전 탐지하고 있다. 신한AI는 올해 연말까지 20개로 분석할 수 있는 시장을 확대할 계획이다.
지난해 투자 자문업 라이선스를 확보한 데 이어 2021년 투자 일임업 인가에도 도전한다. 이를 통해 B2C AI 투자자산 관리 플랫폼을 구축하는 게 향후 목표다. 장기적으로는 금융을 넘어 예측과 추천 등 AI 핵심 알고리즘을 활용해 제조업 등 타 분야로 활동 무대를 넓힐 계획이다.
배 대표는 “‘일기 예보’와 같은 시장 예측을 하는 게 목표”라며 “일기 예보를 통해 사람들이 일상생활에 유용한 정보를 얻듯이 우리는 시장 예측을 통해 ‘저위험·고수익’을 얻도록 도와줄 것”이라고 말했다.
charis@hankyung.com
[HELLO AI=신한 AI 활용 사례 기사 인덱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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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98호(2020.10.12 ~ 2020.10.18)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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