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수 변호사의 법으로 읽는 부동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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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가임대차법 개정, 제1급 감염병에 의한 경제 사정의 변동도 임대료 감액 사유



코로나19 사태를 이유로 상가 임대료를 조정할 수 있을까? [이승수의 법으로 읽는 부동산]



[한경비즈니스 칼럼=이승수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 시중에 여유 자금이 넘쳐나면서 상가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이 늘고 있다. 상가는 그 자체의 가치 상승과 함께 매월 임대료도 받을 수 있어 투자처뿐만 아니라 노후 보장 수단으로도 각광 받는 것이다. 최근에는 아파트 가격이 급등하면서 재건축 단지의 상가에 투자해 아파트를 분양받으려는 투자자들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하지만 실제로 상가를 매입할 때 임대에 어려움을 겪기도 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임차인과 갈등을 빚기도 하는 등 어려움도 적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 6개월간 임대료 연체해도 계약 해지 못 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모든 이들이 신음하고 있는 요즘, 임대료 조정이나 연체 문제는 임대인과 임차인 모두에게 중요한 관심사가 아닐 수 없다. 이를 반영해 최근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이 개정됐다. 임차인이 임대료를 연체할 때 각종 불이익이 따르게 되는데 그에 대한 예외를 인정해 개정법 시행일인 2020년 9월 29일부터 2021년 3월 29일까지 6개월 동안 임차인이 임대료를 연체하더라도 임대인이 임차인의 임대차 계약 갱신 요구를 거절할 수 없고 임차인이 권리금을 회수하는 것을 방해해서도 안 되며 임대차 계약을 해지할 수도 없게 한 것이다.

코로나19 사태 등을 이유로 임대료를 조정할 수 있는 근거도 도입됐다. 코로나19와 같은 제1급 감염병 등에 따라 경제 사정이 변경됐다면 임대료 또는 보증금을 증감할 수 있는 근거를 명시한 것이다. 임대료 또는 보증금의 증액은 5% 범위에서만 가능하지만 감액에 관해서는 그러한 제한이 없는데 코로나19 사태 등을 이유로 감액이 이뤄진다면 종전의 임대료 또는 보증금 수준까지는 법령에 따른 제한(5%) 없이 증액이 가능하게 했다. 코로나19 여파로 인한 임대료 등의 감액을 허용하되 이러한 사태가 해소되면 종전 수준까지는 법령에 따른 제한 없이 증액이 가능하게 해 형평을 꾀하도록 했다.

코로나19 사태가 아니더라도 이전의 금융 위기,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 체계) 문제 등 예상하지 못한 사정 변경으로 임차인이 어려움을 겪을 경우 임대료를 감액 받는 길은 열려 있었다. 다만 임대인이 임차인의 임대료 감액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감액 여부와 범위는 법원의 판단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임대료의 감액은 경제 사정이 변동되고 그로 인해 종래 약정한 차임이 상당하지 않게 됐다는 사정이 입증돼야만 가능하다. 일반적으로 법원은 감액을 쉽사리 허용하고 있지는 않다.

임대료의 감액 여부와 관련해서는 여러 가지 요소가 고려될 수 있다. 임대료를 조정하는 내용의 약정이 있는 경우, 임대차 계약 체결 당시 예정했던 영업 환경이 급격히 변경된 경우, 사정 변경으로 인해 매출이 하락했다는 사실이 명확한 경우, 객관적 또는 상대적으로 임대료 수준이 높은 경우 등은 임대료 감액에 긍정적인 요인이 될 수 있다. 반면 임차인이 입찰 절차를 통해 스스로 임대료를 제안해 결정한 경우, 영업이익 감소 등을 이유로 임대료를 감액할 수 없음이 계약서에 명시된 경우, 사정 변경이 예견됐던 경우, 매출 감소가 경영 예측을 잘못한 데서 기인하거나 그 원인이 명확하지 않은 경우, 사정 변경이 일시적인 것에 그치는 경우 등은 임대료 감액에 부정적 요인으로 평가될 수 있다.

실제 사례를 보면 탑승객 보안 검색장의 위치가 이전돼 공항 내 판매점 매출이 급감한 경우, 병원의 폐업으로 약국 매출이 급감한 경우, 사드 문제로 면세점의 매출이 급감한 경우에는 임대료의 감액이 인정된 사례가 있다. 반면 외환 위기 당시 매출이 급감한 경우, 주변에 호텔 등이 들어설 것을 기대하고 임대차 계약을 체결했으나 무산된 경우, 경기 또는 상권 악화로 인해 매출이 감소한 경우에는 임대료 감액이 허용되지 않았다.

계약은 지켜져야 하므로 경제 사정이 악화됐다는 이유만으로 당연히 임대료를 감액할 수는 없다. 다만 사정 변경을 이유로 임대료를 조정할 수 있는 법적 제도가 있고 실제로 이를 이유로 임대료가 감액되는 사례도 있으므로 상가 투자자는 이를 유념해야 한다.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99호(2020.10.17 ~ 2020.10.23)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