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 팬데믹에서 기후 위기까지...그린 스완 시대 ESG 투자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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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라지는 돈의 흐름’…글로벌 ESG 투자 40조 달러 돌파
[한경비즈니스=김영은 기자] 환경·사회·지배구조(ESG)가 금융 시장의 새 기준으로 자리 잡고 있다. ESG는 단순히 사회 공헌 차원에서 논의되는 수준을 넘어선 지 오래다. 기업의 비재무적 요소가 곧 투자의 핵심 지표가 되고 주가와 영업실적을 흔들고 있다.


지난 10월 2일 미국에서는 에너지 부문 주식 시가총액 1위 자리가 흔들렸다. 한때 세계 최대 상장 기업의 지위를 누리던 미국 석유 기업 엑슨모빌이 신재생에너지 업체 넥스트라에너지에 장중 한때 시가 총액을 추월당했다.


두 기업의 주가 흐름도 상반됐다. 엑슨모빌은 올해 주가가 49%나 하락했다. 반면 넥스트라에너지는 올해 주가가 20% 정도 올랐다. 미국 금융업계는 이를 석유 시대에서 신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을 보여주는 사건이라고 해석한다.


국제 금융 기구와 각국 중앙은행은 기후 리스크와 사회적 책임 요소를 산업과 금융의 가치 평가에 반영하려는 움직임을 본격화하고 있다.


금융안정위원회(FSB)·국제통화기금(IMF)·국제결제은행(BIS) 등 국제 기구들은 기후 위기가 심각한 금융 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또한 기후리스크를 통화 정책과 금융 안정 정책의 주요 고려 대상으로 삼겠다고 밝혔다.
‘달라지는 돈의 흐름’…글로벌 ESG 투자 40조 달러 돌파
◆ESG 투자 확대하는 글로벌 연기금


연기금과 글로벌 자산 운용사 등 ‘글로벌 돈줄’ 역시 ESG로 흘러들어 가고 있다. ‘투자의 정석’으로 불리는 노르웨이 국부펀드 GPFG는 ESG 투자에 꽂혔다. GPFG는 운용 자산의 30% 이상을 석탄에 의존하는 기업에 투자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또한 정부와 독립된 별도의 기구로 운영 중인 윤리위원회의 가이드라인에 따라 무기 또는 담배 생산, 군수 물자 판매, 광업 회사와 전력 생산 업체 등에는 투자하지 않는다. 원유와 가스의 탐사·개발 전문 업체들에 대한 투자도 중단했다. 석탄을 기반으로 에너지를 생산한다는 이유로 한국전력 역시 2017년 투자 리스트에서 제외했다.



스웨덴 공적 연기금 제2국가연금펀드(AP2)는 2018년부터 운용 자산의 약 30%를 ESG 투자에 할애하고 있다.



글로벌 자산 운용사들 역시 ESG를 투자 결정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데이터로 활용하고 있다. 세계 최대 자산 운용사 블랙록은 올해 1월 ESG 요인을 자산 운용에 적극 반영하겠다고 밝혔다.



올해부터 화석 연료 관련 매출이 전체 매출의 25%가 넘는 기업들은 투자 대상에서 제외하고 이사회 중 여성이 2명 미만이면 투자하지 않겠다는 원칙을 밝혔다. ESG를 추종하는 상장지수펀드(ETF)를 지금의 두 배인 150개 이상으로 늘리기로 했다. 자산 운용 규모가 8000조원이 넘는 블랙록이 기업의 비재무적 요소를 투자 기준으로 삼자 글로벌 기업과 금융회사 사이에서 ESG에 대한 중요성이 대두됐다.



모건스탠리는 최근 ‘석유의 종말’을 예고하며 “향후 10년 동안 ESG가 미국과 유럽의 재정 부양책에서 가장 큰 주제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최근 일본에서는 모건스탠리가 운용하는 ESG 주식형 펀드의 최초 자금 모집에 3830억 엔(약 4조3000억원)이 몰렸다. 일본 내 주식형 펀드의 최초 모집액 가운데 20년 만에 최대다.


글로벌 ESG 투자 자산 규모는 매년 증가하고 있다. OPAMAS에 따르면 ESG 글로벌 자산 규모는 2020년 6월 40조 달러를 기록했다.
‘달라지는 돈의 흐름’…글로벌 ESG 투자 40조 달러 돌파
올해 ESG 펀드는 사상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모닝스타에 따르면 상반기 글로벌 ESG 펀드로의 자금 흐름이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상반기 글로벌 ESG 펀드에 1168억 달러가 유입됐다. 올 상반기에만 이미 지난해(214억 달러)의 5배가 훌쩍 넘는 돈이 들어온 셈이다.


◆불확실성 커진 시대, ESG가 위기관리 지표



이처럼 투자 금액이 증가한 이유는 코로나19로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에서 ESG가 미래 가치를 판단할 수 있다는 인식 때문이다.


ESG 투자의 수익성도 가시화 되고 있다. ‘모닝스타’에 따르면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은 올해 1분기 ESG를 테마로 한 지수 57개 중 51개가 벤치마크(투자 성과를 판단하는 기준 지수) 수익률을 뛰어넘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글로벌마켓인텔리전스는 상반기 ESG를 테마로 하는 ETF와 뮤추얼 펀드 17개를 분석했다. 그 결과 14개 펀드가 수익률 1.8~20.1%를 기록하며 상반기 S&P500지수보다 수익률이 높았다.


국제 금융 기구가 기후 변화 대응책과 온실가스 감축 등 ESG 공시 의무화를 추진하고 있는 것 또한 ESG 펀드 확대의 배경이 됐다.



지역별로 ESG 펀드로의 자금 유출입을 살펴보면 ESG 공시 의무화가 추진되고 있는 유럽 지역 펀드로의 자금 순유입이 약 945억 달러로 전체의 80.9%를 차지했다.
‘달라지는 돈의 흐름’…글로벌 ESG 투자 40조 달러 돌파
유럽연합(EU)은 세계에서 ESG 경영이 가장 먼저 정착됐다. 최근에는 EU가 ESG 공시 의무화를 추진하며 ESG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EU 행정부 격인 집행위원회는 내년 3월 10일부터 역내 모든 금융회사를 대상으로 ESG 공시를 의무화한다. 은행·보험·연기금·자산운용사·투자자문사 등 고객 자금을 굴리는 모든 회사가 대상이다. EU 역내에서 활동하는 역외 금융사도 해당된다.



한국 금융사들도 국제 사회의 요구에 맞춰 ESG를 적극 반영하고 나섰다. 가장 적극적인 곳은 KB금융그룹이다. KB금융그룹은 지난 9월 국내외 석탄 화력 발전소 건설과 관련된 신규 프로젝트 파이낸싱(PF)과 채권 인수 사업 참여를 전면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새로운 투자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ESG 채권도 발행한다.



삼성증권은 지난 8월 ESG연구소를 설립하고 기업별 ESG 활동을 분석해 투자자에게 알릴 계획이다.



국민연금도 내년부터 약 450조원에 달하는 국내 주식·채권 투자에 ESG 기준을 적용한다고 밝혔다. 주식 위탁 운용(패시브)에서부터 주식 직접 운용(액티브), 채권 운용 등에까지 ESG 적용 대상을 확대하는 것이다. 또한 국민연금은 ESG 강화를 위해 현재 투자되고 있는 4000억원 규모의 국내 석탄 관련 대체 투자를 만기 도래 때 연장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현재 국민연금이 책임 투자 원칙을 적용하는 자산은 약 32조원(4%) 수준이다. 국민연금이 ESG 원칙을 확대 적용하면 ‘죄악주’ 투자액 또한 줄어들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2019년 말 기준 국민연금의 죄악주 투자액은 5조2487억원으로 집계됐다. 국민연금이 ESG 통합 전략을 적용해 내년부터 책임 투자 원칙을 적용하는 자산이 확대된다면 한국 자본 시장에도 변화가 생길 것으로 보인다.


kye0218@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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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99호(2020.10.17 ~ 2020.10.23)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