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SK이노베이션 양 사에 장기간 리스크로 작용
-‘불타는 코나EV 사태’에 1라운드는 극적 합의 가능성도
[프리뷰]LG·SK 배터리 전쟁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한경비즈니스=안옥희 기자]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소송 ‘1라운드’에 대한 결과 발표가 임박했다.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는 10월 26일(현지 시간) LG화학이 SK이노베이션을 상대로 지난해 4월 제기한 영업 비밀 침해 소송에 대한 최종 판결을 내릴 예정이다.

당초 10월 5일 최종 판결이 나올 예정이었지만 ITC 측의 일정 조정에 따라 판결 일정이 3주 연기된 것이다. LG화학은 SK이노베이션이 자사의 배터리 핵심 인력을 빼가고 영업비밀을 침해했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ITC는 지난 2월 SK이노베이션에 대해 조기 패소 결정을 내렸다. 그러던 중 지난 4월 ITC가 SK이노베이션에 대한 조기 패소 판결에 대해 전면 재검토를 결정하면서 다소 불리한 상황에 놓여있던 SK이노베이션에 반전의 기회가 생긴 셈이다.

SK이노베이션이 ITC 최종 판결에서 패소하게 되면 미국에서 배터리 셀과 모듈, 팩 등 관련 제품의 수입 금지 조치가 이뤄지면서 3조 원을 투자한 미국 사업이 사실상 ‘올스톱’ 될 수밖에 없다.

영업비밀 침해 건은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 배터리 분쟁의 1라운드에 속한다. 10월 26일 ITC 최종판결은 1라운드에 대한 결과일 뿐 양 사가 18개월이나 끌어온 세기의 소송전의 완전한 끝을 의미하지 않는다.

2라운드인 특허침해 소송에 대한 결과 발표도 남아있다.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이 지난해 9월 각 사를 상대로 ITC에 제기한 배터리 기술 특허침해 소송과 관련한 청문회는 12월 10∼11일 이틀 동안 화상으로 열릴 예정이다. 영업비밀 침해 소송건 결과가 나와도 특허침해 소송도 아직 남은 만큼 두 회사의 법적 분쟁은 장기간 이어질 전망이다.

물론 최종 판결 결과 직후 극적인 합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앞서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은 지난 10월 초만 해도 ITC 최종 판결을 앞두고 양 사의 신경전이 고조되는 모습이었으나 10월 21일 ‘인터배터리 2020’ 행사에서는 지동섭 SK이노베이션 배터리부문 대표가 계획에 없던 LG화학의 부스를 깜짝 방문하면서 또다시 극적 합의가 이뤄질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날 지 대표는 소송전 상대인 LG화학 부스 방문에 이어 LG화학의 배터리 제품에도 큰 관심을 보여 화제를 모았다. 또 “소송은 두 회사의 문제일 뿐 아니라 국내 K 배터리 산업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쳐 빨리 해결해야 할 것”이라며 대화를 이어갈 의지도 공개적으로 밝혔다.


◆ SK의 LG 부스 깜짝 방문으로 화해 무드…극적 합의 할까

무엇보다 LG화학에 최근 배터리 분사에 따른 소액주주들의 반발과 안전성 이슈가 발생하면서 LG화학이 장기 소송전에 따른 불확실성을 해소하기 위해 SK이노베이션과 극적 합의를 이룰 수 있다는 것이 업계의 관측이다.

최근 LG화학은 석유화학사업과 배터리 사업에 힘입어 3분기 매출 7조573억원, 영업이익 9021억원을 기록해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했으나 내부적으로는 다소 뒤숭숭한 분위기다. 배터리 공장 증설 등을 위한 자금 마련을 위해 최근 전지사업본부의 물적분할을 추진하면서 소액주주들의 거센 반발에 부닥쳤고, 설상가상으로 LG화학 배터리를 채택한 현대차 코나EV에서 화재가 잇따르며 배터리 안전성 이슈까지 불거진 상황이다.

현대차는 코나EV의 리콜을 진행 중이다. LG화학도 자사 홈페이지를 통해 화재 관련 고객 공지를 띄우고 있다. 코나EV 화재의 정확한 원인은 아직 규명되지 않았으나 이번 이슈로 LG화학은 배터리 명가 자존심에 상처를 입었다. LG화학은 3분기 콘퍼런스콜에서 “리콜 결정 이후 고객사 현대차와 함께 공동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서 화재원인을 규명하고 있다”며 “현재 원인이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은 상태에서 충당금 비용규모나 분담률을 알려줄 수 없다”고 말했다.

현대차 주력 전기차 모델 코나EV에서 화재가 잇따르면서 그동안 돈독한 협력관계를 이어오던 현대차와도 불편한 기류가 형성되고 있는 점도 부담이다. LG화학은 현대차와 함께 인도네시아 전기차용 배터리 합작사 설립도 추진 중이다. 배터리 공급선 다변화를 모색하고 있는 현대차는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 1차 배터리 물량을 모두 SK이노베이션에 주고, 그보다 적은 2차 물량은 LG화학과 중국의 CATL에게 나눠 넘겼다.


ahnoh05@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99호(2020.10.17 ~ 2020.10.23)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