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광석 변호사의 법으로 읽는 부동산]
-‘임대인 실거주’ 입증 어려워 법적 분쟁 소지 다분
임대차 중인 주택의 매각, 임차인 갱신요구권 잘 살펴야 [최광석 변호사의 법으로 읽는 부동산]
[한경비즈니스 칼럼=최광석 로티스 법률사무소 변호사] 최근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을 통해 임차인의 갱신요구권이 도입되면서 극심한 분쟁 발생이 예상된다. 임대차 만기 무렵 주택을 매매하는 경우가 대표적일 수 있다. 갱신 요구를 거절할 수 있는 예외 사유 중 ‘임대인의 실거주’와 관련한 논란 때문이다.

‘임대인 실거주’는 임차인 계약갱신요구권의 예외 사유인 만큼 이를 주장하는 임대인에게 입증 책임이 있다는 점은 법체계상 분명하다. 하지만 임대인이 어느 정도까지 입증해야 하고 어떻게 입증해야 할지 실무상 논란이 될 수 있다.

입증의 기본 원칙은 법관에게 ‘확신’의 단계까지 도달하게 해야 하는 것인데, ‘임대인이 실제 거주하겠다’는 것이 진심인지 아니면 임차인의 갱신 요구를 방해하기 위한 거짓인지 명확하게 판단할 수 있는 입증 방법을 제시하는 것이 쉽지 않을 수 있다. 그 때문에 임대인의 진의를 둘러싼 의심과 갈등은 건물 명도 소송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고 결국 이 재판에서 ‘실거주’에 대한 임대인의 입증 방법과 정도가 쟁점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재판에서의 입증은 과거의 사실 관계, 예를 들어 돈을 빌려줬다거나 임대차 기간이 만료됐다거나 하는 이미 지나간 사실 관계를 입증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임차인의 갱신 요구 거절 사유로서의 ‘실거주’는 과거가 아닌 ‘미래’의 계획이라는 영역이라는 점에서 입증의 정도가 달라질 것으로 짐작된다. 여러 가지 정황상 임대인의 실거주 주장이 갱신 요구를 거절하기 위한 ‘거짓’이라는 특별한 의문이 없다면 일단 임차인에게 명도하라고 판단할 가능성이 높다.

합의에 의한 자진 명도가 아니라 기간을 예측할 수 없는 재판으로 분쟁이 이어지게 되면 집주인으로서는 매매나 임대차 계약 등 다른 계획을 세우는 데 곤란해지면서 주거용 부동산 시장의 혼란이 커질 수밖에 없다.

◆ 계약갱신요구권, 시장 ‘대혼란’ 불가피

이처럼 기존 임대인의 실거주 여부 그 자체만으로도 법적 분쟁 소지가 다분한데 더 나아가 임대차 만기 무렵 임대 목적물인 주택이 매각되면 혼란은 더 커질 수 있다. 새로운 집주인이 실거주를 이유로 갱신을 거절할 수 있는지에 관한 분명한 기준이 없기 때문이다.

시장의 혼란이 커지자 최근 국토교통부는 “실거주를 이유로 한 갱신 거절과 가능 여부는 임차인이 계약 갱신을 요구할 때의 임대인을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취지로 유권 해석한 바 있다. 즉 매수인이 임차 주택의 소유권을 이전받은 이후 임차인이 갱신을 요구하면 실거주를 이유로 갱신 거절이 가능하지만 기존 임대인에게 계약갱신요구권이 행사된 후 소유권을 이전받은 매수인은 본인의 실거주를 이유로 갱신을 거절할 수 없게 된다.

이런 해석은 법리상 논란이 다분할 수 있지만 기준의 명확함이라는 면에서는 합리적일 수 있어 법원 판결이 선고되기 이전에는 국토부의 유권 해석이 주택 거래에 유력한 기준이 될 것이다.

그렇다면 임차인 의사와 상관없이 실거주를 목적으로 하는 매수자에게 주택을 매매하기 위해서는 임대차 계약 만료 6개월 전에 이전 등기를 마쳐 매수자가 임대인 쪽에서 실거주 의사를 직접 밝히도록 하는 것이 안전하다.

반대로 임차인 쪽에서는 갱신요구권을 머뭇거리는 동안 건물주가 변경되면서 실거주를 이유로 갱신 거절 통지를 받을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계약 만료 6개월이 되면 갱신요구권을 되도록 속히 행사하는 것이 임차인의 주거 안정을 위해 필요할 수 있다.

종합하면 법 개정 이전과 비교할 때 임대차 중인 주택 거래는 훨씬 위축될 가능성이 높다. 거래 시점이나 임차인의 계속 거주 여부가 매매 계약 체결에 걸림돌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상의 갱신요구권이 기존 5년에서 10년으로 연장되고 권리금회수청구권이 새롭게 도입되는 등 임차인 권리가 대폭 강화되면서 거액의 임차인 명도비용 때문에 상가 건물의 매매가 크게 위축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데 주택 거래 역시 마찬가지 전철을 밟을 수 있다. 과거처럼 주택 매매를 너무 만만하게 생각하면 자칫 예상하지 못한 큰 손해를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주택 거래 시 더 세심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300호(2020.10.26 ~ 2020.11.01)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