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따라잡기]


헬싱키대 연구팀, 신경 적응 생성 모델링 실험 성공…
의사소통 장애 해소 등 활용 분야 무궁무진
[Hello AI]‘당신이 떠올린 머릿속 추억을 읽는다’… AI가 뇌파 해석해 이미지 생성
[한경비즈니스 칼럼=심용운 SKI 딥체인지연구원 수석연구원] 최근 오픈 액세스 온라인 저널인 사이언티픽 리포트에 흥미로운 논문이 게재됐다. 이 논문이 눈길을 끄는 것은 인간이 생각하는 것을 추정해 이미지로 구현할 수 있는 인공지능(AI) 기술을 제안했다는 것이다. 이 연구에 따르면 컴퓨터가 인간의 뇌 신호를 모니터링해 사람의 머릿속에 있는 것을 시각적 이미지로 생성할 수 있게 된다. 마치 우리가 어렸을 때 기억하고 있던 추억의 장면을 한 장의 사진으로 인화할 수 있게 되는 것처럼….


지난 9월 헬싱키대의 연구자들에 의해 수행된 이번 연구는 AI를 이용해 컴퓨터의 정보와 뇌 신호를 동시에 모델링한 최초의 연구로 알려져 있다. 특히 인간의 뇌 신호 반응을 통해 인간의 시각 범주와 일치하는 이미지를 생성하는 신경 적응 생성 모델링(neuroadaptive generative modelling) 방식을 제안하고 있다.

AI를 적용한 한 단계 진화된 BCI 기술 :
신경 적응 생성 모델링

이번에 제안된 신경 적응 생성 모델링 기술은 기본적으로 뇌·컴퓨터 인터페이스(BCI : Brain Computer Interface) 기술에 기반하고 있다. BCI는 인간의 뇌와 컴퓨터를 침습적·비침습적 방식으로 연결해 뇌와 컴퓨터가 상호 작용할 수 있게 해 주는 융합 기술이다.


과거에는 이러한 BCI 기술이 컴퓨터 화면에서 커서를 이동하거나 알파벳의 특정 문자를 입력하는 정도의 제한된 용도로만 사용됐다. 따라서 이러한 기능은 미리 설정된 동작만 실행할 수 있다는 한계를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이번에 제안된 신경 적응 생성 모델링 기술은 기존의 BCI를 한 단계 진화시킨 기술로 평가된다. 무엇보다 신경 적응 생성 모델링 기술과 기존 BCI 기술과의 차이점은 AI를 사용해 뇌 신호와 컴퓨터 생성 이미지를 동시에 모델링하는 기능을 가지게 됐다는 것이다. 즉, 생성 신경망(generative neural network)과 신경 적응 뇌 인터페이스(neuroadaptive brain interfacing)를 결합하는 새로운 모델링 접근 방법이 특징이다.


이러한 신경 적응 생성 모델링이 가능한 것은 신경과 진료에서 검사 도구로 쓰이는 뇌파 검사(EEG : Electroencephalogram)가 발견되면서부터다. 뇌파 검사는 두피 표면에 배치된 전극을 통해 뇌에서 생성된 전기 신호를 기반으로 인간의 뇌 활동을 기록하고 판독하는 생리학적 방법이다. 뇌파는 1924년 독일의 신경정신학자인 한스 베르거에 의해 처음 측정되고 기록됐다.


뇌파 검사가 가능하게 됨에 따라 인간의 뇌를 지도화(mapping)할 수 있게 됐고 이를 통해 BCI 시스템의 수많은 혁신으로 이어지게 된 것이다.


BCI 기술 이외에도 이번 연구에는 이미지를 생성하기 위해 사전에 훈련된 적대적 신경망인 GAN(Generative Adversarial Network)이 활용됐다. GAN은 두 개의 인공 신경망, 즉 생성기(generator)와 판별기(discriminator)가 상호 경쟁을 통해 동시에 서로를 훈련시키는 소위 적대적인 학습(adversarial training)을 수행하는 AI능 기계 학습 방법론의 하나다.


GAN을 통한 데이터 생성은 이번 연구와 같은 이미지 분야에서 넓게 활용되고 있다. 실재하지 않은 데이터를 생성하거나 기존의 데이터의 특징에 따라 변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가짜 이미지를 진짜 이미지처럼 만드는 등 새로운 개념의 이미지를 생성하기도 한다.


그러면 이번 연구 결과는 어떤 과정을 통해 이뤄졌을까. 이번 연구는 뇌파 신호를 기반으로 사람이 생각하는 것을 시각화할 수 있는 새로운 AI 시스템을 만들기 위한 실험으로 진행됐다. 실험 과정에서는 31명의 피실험자들에게 AI가 생성한 다양한 외모를 가진 수백 개의 얼굴 이미지가 제시됐고 이 과정은 뇌파로 기록됐다. 이들 이미지들은 여성·남성·미소·무표정·금발·검은머리·젊음·늙음 등 8가지 얼굴 카테고리로 분류됐다. 피실험자들은 이미지에 있는 금발 또는 검은 머리 개인이 웃고 있는지 여부에 따라 마음속의 얼굴에 데이터 속성(label)을 지정하도록 요청 받았다.


그리고 컴퓨터는 이러한 일련의 얼굴 이미지를 본 피실험자의 뇌파를 신경망에 연결해 피실험자가 찾고 있는 것과 일치하는 이미지가 뇌에 의해 감지됐는지 여부를 추론했다. 이 정보를 기반으로 신경망은 피실험자들이 생각하는 얼굴의 특징에 대해 추정하고 마지막으로 피실험자는 컴퓨터에서 생성된 이미지를 평가하도록 했다.


실험 결과 이 새로운 AI 시스템은 뇌 신호를 해석해 피실험자가 생각하는 특징과 일치하는 얼굴 이미지를 생성했다. 결국 컴퓨터가 인간의 뇌 반응을 통해 생성되는 이미지와 그 이미지에 대한 인간의 반응을 모델링하고 그로부터 컴퓨터는 사용자의 의도와 일치하는 완전히 새로운 이미지를 생성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심리학·인지신경과학에 폭넓게 활용될 전망

그동안 뇌와 컴퓨터를 연결해 인간의 생각을 해독하거나 이러한 생각을 통해 기계나 장치를 조작하려는 시도는 꾸준히 있어 왔다. 특히 최근의 BCI 기술은 뇌파 신호를 이용해 음성과 이미지를 생성하는 다양한 혁신을 이뤄 오고 있는 중이다.


예를 들어 AI 기술을 활용해 뇌파 신호를 음성으로 변환시키는 기술이 미국 캘리포니아대 에드워드 창 신경외과 교수팀에 의해 개발됐다. 최근에는 발성 기관 이미지나 근육의 움직임을 포착해 무성 언어 인식이 가능한 AI 시스템이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MIT) 연구팀에 의해 발표됐다.


음성 인식 이외에도 인간의 뇌를 스캔해 사람이 무엇을 보고 있는지 개략적으로 알 수 있는 기술, 즉 뇌파로 시각 이미지를 재구성하는 기술도 발표된 바 있다. 몇 년 전에는 AI를 이용해 사람의 마음을 읽는 장치가 개발돼 사람의 생각과 꿈에 접근할 수 있다는 연구 성과도 발표된 적이 있는데 이는 향후 인간의 생각을 읽고 예측할 수 있는 컴퓨터가 등장한다는 의미를 가진다.


현재 이처럼 뇌와 컴퓨터를 연결해 새로운 혁신을 이루려는 기업들 중 대표적인 기업으로는 브라이언 존슨의 커널(Kernel)과 엘론 머스크의 뉴럴링크(Neuralink)가 있다.


브라이언 존슨은 주문형 비침습적 뇌기록 기능을 제공하기 위해 나스(NaaS : Neuroscience as a Service) 플랫폼을 공개한 바 있다. 커널의 나스는 인간의 마음을 엿볼 수 있는 2가지 뇌기록 기술, 즉 뇌에서 뉴런의 집단적 활동에 의해 생성된 자기장을 감지하는 플럭스(flux)와 뇌를 통한 혈류를 측정하는 플로(flow)를 개발하고 있다.


뇌에 전극을 심어 뇌 신호를 파악하는 기술인 BMI(Brain Machine Interfaces)로 유명한 뉴럴링크도 지난 8월 돼지 뇌에 8mm짜리 ‘링크 0.9’라는 컴퓨터 칩을 이식해 돼지의 뇌 세포 신호를 수집하는 실험을 공개한 바도 있다. 향후 뉴럴링크는 라식 수술처럼 편리하고 저렴한 비용에 사람을 대상으로 한 임상 시험을 통해 완성도를 높여 갈 예정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번에 발표된 신경 적응 생성 모델링 기술은 향후 심리학·인지신경과학 분야에 폭넓게 활용될 것으로 전망된다. 투카 로살로 헬싱키대 교수는 이번 연구로 과거에 존재하지 않았던 가상의 이미지와 같은 새로운 정보를 생성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예를 들어 자신이 무언가를 그리거나 설명하고 싶어도 그렇게 할 수 없을 때 AI가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번 연구 성과가 단순히 얼굴 이미지 생성에 그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이미지 생성은 신경 적응 생성 모델링 기술을 가지고 적용할 수 있는 분야 중 하나일 뿐이라는 것이 대부분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그만큼 활용 분야가 무궁무진할 것이라는 이야기다. 현재로서는 의사소통에 문제가 있는 사람들을 돕거나 인간의 지각과 마음 과정에 대한 이해를 얻는 데 사용될 것으로 보이지만 궁극적으로는 인간의 창의력을 높이는 데 사용될 것으로 보인다.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300호(2020.10.26 ~ 2020.11.01)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