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배터리에 미래 건 10대 그룹
- 완성 배터리부터 소재·충전 인프라까지
- 10대 그룹 중 농협 제외하고 모두 뛰어들어
글로벌 배터리 전쟁, 한국 재계 판도 뒤흔든다
[한경비즈니스 = 이홍표 기자] 지금 세계에서 전기차는 가장 핫한 산업으로 떠오르고 있다. 한국도 마찬가지다. 제조업에 강점을 가지고 있는 한국 기업들로서는 전기차는 결코 놓칠 수 없는 사업이다. 전기차의 핵심 부품은 배터리다. 전기차에서 배터리는 내연기관차의 엔진 그 이상의 역할을 한다. 아주 단순히 말해 제대로 된 배터리만 있으면 차 한 대를 뚝딱 만들어 낼 수 있다.


특히 유럽연합(EU)이 배출 가스 규제를 대폭 강화하면서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의 친환경차 생산·판매 비중 확대 필요성이 더욱 커졌다. 전기차업계 선두 주자인 미국 테슬라가 기존 배터리 납품처인 파나소닉 외에 중국 CATL과 협력하기 시작하는 등 완성차 업체와 배터리 업체 간 합종연횡도 본격화했다. 용량이 기존보다 2배 큰 전고체 배터리 개발 등 관련 기술이 한 단계 퀀텀 점프할 시기가 됐다는 시각도 적지 않다.


당연히 배터리 산업의 성장세도 매우 가파르다. 해외시장 조사 업체인 IHS마킷은 배터리 시장의 연평균 성장률을 25%로 추정했다. 2025년에는 시장 규모가 182조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시대의 최대 수혜 품목 중 하나로 평가 받는 메모리 반도체보다 큰 수준이다. 메모리 반도체의 2025년 시장 규모는 169조원 정도로 예상된다.


그 결과 한국 재계 최상위권 그룹사들도 모두 관련 사업에 뛰어들었다. 공정거래위원회 대기업집단 기준 10위권 기업 중 전기차 혹은 배터리 관련 사업을 하지 않는 곳은 금융과 유통 중심인 NH농협밖에 없다.

◆세계 배터리 1·4·6위가 한국 기업


글로벌 배터리 전쟁, 한국 재계 판도 뒤흔든다

삼성은 SNE리서치가 발표한 올해 8월 기준 글로벌 4위의 전기차 배터리 회사인 삼성SDI를 두고 있다. 현대차는 올해 글로벌 전기차 판매량 기준 4위를 기록했다. SK는 SK이노베이션을 중심으로 배터리 사업을 펼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의 전기차 배터리 점유율은 글로벌 6위다. LG화학은 글로벌 배터리 점유율 1위 기업이다. 롯데는 롯데알미늄을 통해 배터리 소재 알루미늄을 생산하며 두산솔루스의 경영권을 확보했다. 포스코는 포스코케미칼을 중심으로 음극재·양극재 등 배터리 재료 사업에 한창이다. 한화는 (주)한화가 테슬라에 배터리 제작 기계를 납품하면서 관심을 끌었다. 한화솔루션 첨단소재부문은 배터리 소재 사업을 한다. GS는 GS칼텍스를 통해, 현대중공업은 현대오일뱅크를 통해 전기차 배터리 충전 인프라 사업을 하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10월 20일 응우옌 쑤언 푹 베트남 총리와 만나 투자 확대를 논의했다. 코로나19의 팬데믹(세계적 유행) 상황에 이뤄진 베트남 최고 정치인과 한국 최대 기업 총수의 만남이다.


재계 관계자와 현지 언론은 이 자리에서 배터리 관련 투자 방안이 논의된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삼성SDI가 베트남 전기차 배터리 공장 신설 계획을 발표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삼성SDI는 휴대전화 배터리를 조립해 삼성전자 베트남 법인에 납품하는 현지 조립 라인을 갖고 있지만 배터리 제품 관련 생산 라인은 없다.


업계에서는 삼성SDI의 시장점유율 확대를 위해 공장 신설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삼성SDI의 전기차 배터리 순위는 LG화학, 중국의 CATL, 일본의 파나소닉에 이어 4위다.


삼성SDI가 지난해 배터리 생산 능력을 키우기 위해 시설 투자에 사용한 금액만 1조5900억원에 달한다. 구체적인 투자 계획을 제시하지 않았지만 올해 역시 공격적인 투자를 이어 간다는 방침이다. 실제로 삼성SDI는 최근 헝가리 괴드 공장 라인 증설 작업을 시작했다. 현재 운영 중인 4개 라인에 4개의 신규 라인을 추가할 예정이다. 신규 라인을 구축하면 삼성SDI는 헝가리에서만 20GWh의 전기차 배터리를 생산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지난해 삼성SDI 연간 생산량과 맞먹는 수준이다.
글로벌 배터리 전쟁, 한국 재계 판도 뒤흔든다


◆SK 배터리 매출 내년 4조6140억원 예상




SK는 SK이노베이션을 중심으로 배터리 투자를 진행한다. SK이노베이션은 최태원 SK 회장의 적극적인 지원 속에 괄목할 만한 성장세를 이어 가고 있다. 최 회장은 2018년 미국 조지아 주에 16억 달러(약 1조9440억원)의 전기차 배터리 공장 투자 계획을 밝히며 최대 50억 달러(약 6조원)까지 투자를 확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계획한 투자를 모두 마치면 SK이노베이션은 충남 서산, 중국 창저우, 유럽 헝가리, 미국 조지아 주 등에 생산 거점을 갖추게 된다. SK이노베이션은 투자도 확대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7월 콘퍼런스 콜에서 “올해 연말 기준 20GWh인 배터리 생산 능력을 2023년 71GWh, 2025년 100GWh까지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동안 배터리 후발 주자인 SK이노베이션은 정유 사업의 비중이 커 상대적으로 덜 주목받았다. 게다가 공장 건설과 설비 투자 등 초기 비용으로 인해 수년째 영업 적자가 지속된 점도 우려가 있었다. 하지만 사업이 안착할 조짐을 보이면서 성과가 점점 가시화되고 있다.


실제로 SK이노베이션 배터리·분리막 사업의 지난해 매출액은 9533억원으로 전체 매출액의 1.9%에 불과했다. 이에 대해 황규원 유안타증권 애널리스트는 올해 해당 부문 매출액이 2조3034억원(5.6%), 내년에는 4조6140억원(9.8%)까지 늘어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특히 2022년에는 배터리·분리막 사업에서 4239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해 흑자 전환하고 2030년에는 매출액 18조4000억원에 영업이익 1조2000억원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황성현 유진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생산 용량은 2025년까지 동종 업계에서 가장 빠른 외형 성장을 보일 전망”이라고 말했다.


SK는 배터리 소재 분야도 집중 육성하고 있다. 올해 초 SKC를 통해 국내 동박사 SK넥실리스(옛 KCFT) 인수를 마무리 지은 데 이어 SK(주)가 중국 동박 기업 왓슨에 대한 추가 투자를 단행했다. SK(주)는 10월 왓슨에 약 1000억원을 추가 투자하는 계약을 했다고 밝혔다. SK(주)가 지난해 4월 2700억원 규모의 투자를 단행한 지 약 1년 반 만이다.


SK(주)의 왓슨 투자는 중국 시장에서 확장을 시도하고 있는 SK이노베이션을 지원하기 위한 포석으로도 풀이된다. SK이노베이션은 올 상반기 중국 창저우 전기차 배터리 공장을 본격 가동했다. 중국 배터리 회사 EVE에너지와 합작해 2공장 설립도 결의한 상태다. SK(주) 관계자는 “SK는 전기차 관련 부품·소재 사업을 성장 동력으로 육성하고 있다”며 “선제적 추가 투자로 기업 가치 증대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LG화학은 글로벌 1위 전기차 배터리 생산 기업이다. LG화학은 현재 폴란드 브로츠와프, 미국 미시간 주, 중국 장쑤성 난징, 충북 청주에 배터리 생산 공장을 확보하고 있다. 유럽·아시아·미국·한국을 포함한 글로벌 4각 생산 체제를 구축하고 연간 35GWh의 배터리 생산 능력을 갖췄다. LG화학 관계자는 “올해 3월 말 기준으로 수주 잔액이 110조원이었는데 수주 물량이 계속 늘어나고 있다”며 “수주 물량 증가에 대응하기 위해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완성차 업체인 제너럴모터스(GM)와 손잡고 미국에 합작법인 얼티엄셀즈 설립을 추진 중이다. 단계적으로 2조7000억원을 투자해 미국 공장을 짓고 연간 30GWh 이상의 생산 능력을 확보하겠다는 계획이다.


특히 LG화학이 전지사업 부문을 분사해 별도 법인으로 출범시킬 계획이다. LG화학의 전지 사업은 1995년 리튬이온 배터리 개발을 시작으로 관련 사업에 뛰어든 지 25년 만에 본격적인 승부를 보겠다는 뜻이다.


LG화학은 폭스바겐과 BMW·벤츠 등 글로벌 주요 완성차 업체에 전기차 배터리를 납품하고 있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LG화학은 올 상반기 전 세계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 점유율 24.6%로 1위에 올라 있다. 2위와 3위인 중국 CATL(23.5%)과 일본 파나소닉(20.4%)이 바짝 뒤따르며 ‘빅3’를 형성하고 있는 구조다. LG화학이 전지사업 부문 분사 이후 상장을 통해 대규모 투자 자금을 유치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것도 생산 설비 투자를 늘려 경쟁 업체들과의 격차를 확실히 벌려야 하기 때문이다. 재계에서는 LG그룹 총수에 오른 지 3년 차인 구광모 회장이 ‘제2의 반도체’로 불리는 배터리 시장에 승부수를 띄웠다는 분석이다.


또한 전지사업 부문의 자체적인 이익 창출 기반이 마련됐다는 점도 분할 결정에 주요한 요인이다. LG화학은 지난 2분기 매출 6조9532억원, 영업이익 5716억원의 깜짝 실적을 내놓았다. 관심사인 전기차 배터리 부문의 실적은 별도로 공개되지 않았지만 2018년 4분기 일회성 흑자 이후 사실상 처음으로 의미 있는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전지사업 부문 분사는 LG화학이 100% 모회사가 되는 물적 분할 방식으로 추진된다. LG그룹 지주사인 (주)LG-LG화학-배터리 신설 법인으로 이어지는 지배구조가 형성되게 된다. 물적 분할은 기업공개(IPO) 등을 통해 투자금 유치에 더 용이하다는 장점이 있다.
글로벌 배터리 전쟁, 한국 재계 판도 뒤흔든다
롯데는 그간 배터리 투자에 적극적인 편은 아니었다. 롯데알미늄이 양극재 소재 알루미늄박을 생산해 왔다. 그런데 최근 분위기 달라졌다. 대표적인 것이 롯데정밀화학의 두산솔루스 지분 투자다. 롯데정밀화학은 9월 23일 스카이레이크에쿼티파트너스가 설립하는 스카이스크래퍼 롱텀 스트래지틱 사모투자 합자회사에 2900억원을 출자하기로 했다. 두산솔루스 인수에 참여하는 목적이다. 9월 초 스카이레이크는 두산솔루스 지분 53%를 6986억원에 인수하는 주식 매매 계약(SPA)을 체결한 바 있다. 롯데정밀화학은 “스카이스크래퍼 롱텀 스트래지틱 사모투자 합자회사에 유한책임사원으로 참여할 것”이라면서 “스카이레이크가 두산솔루스 인수를 위해 설립하는 사모펀드에 기관투자가로 참여하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배터리 소재 투자 시동 거는 롯데




롯데정밀화학은 이번 지분 투자로 전기차 배터리 소재 사업을 본격화할 발판을 마련했다. 두산솔루스는 동박과 전지박 등 전기차 배터리 핵심 소재 사업이 주력이다.


업계는 롯데그룹이 계열사 롯데알미늄의 배터리용 알루미늄박 사업과 시너지를 낼 것이라고 전망한다. 롯데알미늄은 올해 초 1100억원을 투자해 헝가리에 배터리용 양극박 생산 공장을 짓겠다고 발표했다. 헝가리 등 동유럽은 글로벌 완성차와 배터리 회사의 생산 기지가 밀집된 곳으로 현지 생산, 현지 납품 체계를 만들려는 계획이다. 이와 함께 280억원을 투자해 국내 안산공장에 2차전지 전용 알루미늄박 생산 공장을 만들기로 했다.


포스코는 포스코케미칼 중심으로 배터리 소재 생산에 집중한다. 포스코캐미칼은 올해 초 양극재와 음극재 사업을 기존 라임케미칼본부에서 에너지소재사업부문으로 분리했다. 포스코케미칼의 반기 보고서에 따르면 상반기 내화물본부는 2463억원(33.9%), 라임케미칼본부는 2997억원(41.2%), 에너지소재본부는 1815억원(24.9%)의 매출을 기록했다. 올해 첫 독립한 에너지소재본부가 음극재와 양극재만으로 회사 전체 매출의 4분의 1 정도를 책임진 것이다. 음극재와 양극재 등 소재 사업은 2차전지 산업의 핵심 소재 사업이다. 전기차 시장의 성장세를 감안할 때 포스코케미칼의 소재 사업은 높은 성장세를 지속할 것으로 전망된다.


포스코케미칼은 10년 전부터 관련 사업을 꾸준히 키워 왔다. 2010년 8월 LS엠트론의 음극재 사업부문을 인수한 것이 시작이었다. 지난해 4월 양극재 회사인 포스코ESM을 흡수합병했다. 이에 따라 포스코케미칼은 2차전지의 4대 원료(음극재·양극재·전해질·분리막) 가운데 미래 고부가 가치 소재로 각광 받은 음극재와 양극재를 모두 생산하는 한국 유일의 업체로 자리매김하게 됐다.
글로벌 배터리 전쟁, 한국 재계 판도 뒤흔든다
포스코케미칼은 음극재·양극재 사업이 폭발적으로 성장한 것은 2017년 LG화학과 맺은 계약이 기폭제가 됐다. 포스코케미칼은 당시 LG화학과 2020년까지 총 계약금액 3060억원의 음극재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LG화학 공급분만으로도 기존 음극재 매출을 웃도는 규모였다. 포스코케미칼 관계자는 “에너지 소재 사업은 해외 전지 회사를 대상으로 한 통합 마케팅을 확대해 올해 여러 회사에서 샘플 평가를 진행 중”이라면서 “신규 고객사 확보를 통해 고객 다변화의 기반을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과거 완성 배터리 사업을 추진했다가 철수했던 한화그룹 역시 도전의 기회를 이어 가고 있다. 전기차 배터리를 그룹의 미래를 이끌 신산업 중 하나로 보고 배터리용 소재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주)한화 기계부문은 올 초 테슬라와 2차전지(배터리) 생산 관련 장비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이 장비는 전극·전해액·분리막 등을 조립해 만든 배터리 셀에 일정한 전류를 흘려보내 셀의 작동을 돕는 기능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화는 테슬라 캘리포니아 주 프리몬트 공장을 시작으로 네바다 주와 중국 상하이, 독일 베를린 기가팩토리에 납품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계약 시점을 고려하면 이미 일부 설비가 테슬라에 공급됐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한화솔루션 첨단소재부문은 경량화 배터리 패키징 등을 생산 중이다.


◆충전 인프라 구축에 한창인 GS와 현대중공업


GS그룹과 현대중공업은 전기차 배터리 충전 인프라를 중심으로 사업을 벌인다. GS칼텍스는 ‘전기차 충전’ 사업을 미래 신성장 동력으로 정하고 이를 실행하기 위한 행보를 이어 가고 있다.


GS칼텍스는 지난해 1월 LG전자와 함께 전기차 정보 제공 스타트업 ‘소프트베리’, 전기차 충전기 제조업체 ‘시그넷이브이’, 공유 전기차 운영 업체 ‘그린카’와 업무 협약을 맺고 주유소에서 전기차 충전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을 시작했다. 이와 함께 GS칼텍스는 완성차업계는 물론 전기차 배터리업계, 렌털업계 등과 잇따라 전기차 충전 사업 제휴를 위한 업무 협약을 체결하는 등 전기차 관련 사업을 다양화하는 모습이다.


그 결과 GS칼텍스는 지난 6월 말 환경부가 발표한 주유소별 전기차 충전기 설치 현황에서 총 44곳을 기록해 SK에너지(37곳), 현대오일뱅크(20곳) 등 경쟁 업체에 비해 전기차 충전 서비스 사업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다.


현대중공업그룹은 계열사인 현대오일뱅크를 중심으로 움직인다. 현대오일뱅크는 현재 직영 주요소 20곳에 운영 중인 전기차 고속 충전소를 2023년까지 200개로 확대한다. 현대오일뱅크는 전기차 충전기 제조업체인 차지인과 도심권 주유소에 100kw급 이상의 충전기를 설치하는 내용을 담은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현대오일뱅크는 장기적으로 전기차 제조업체와 △제휴 △세차 △공유 주차 △차량 렌트 △경정비 할인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멤버십도 출시할 계획이다.


[돋보기 ]국내 배터리 합종연횡의 가교 ‘현대차’


세계 4위 전기차 기업…질 좋은 배터리 확보가 경쟁력의 원천
글로벌 배터리 전쟁, 한국 재계 판도 뒤흔든다
배터리 사업을 놓고 재계의 합종연횡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배터리 사업은 기업 총수들이 주도하고 있는 것이 더 눈에 띈다. 합종연횡의 가교 역할은 아무래도 완성차 업체를 이끄는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맡고 있다. 정 회장은 올해 5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6월 구광모 LG 회장, 9월 최태원 SK 회장을 잇달아 만나 전기차 배터리 사업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정 회장을 중심으로 재계 총수 회동이 정례화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현대·기아차는 2025년까지 총 44종의 친환경차를 선보일 예정이고 그중 절반이 넘는 23종을 순수 전기차로 출시할 계획이다. 현대차는 2025년 전기차 56만 대를 판매해 수소전기차를 포함해 세계 3위권 업체를 목표로 하고 있다. 기아차는 전기차 사업이 본격적인 궤도에 오르는 2026년까지 중국 시장을 제외하고 50만 대를 판매할 계획이다.


현대차는 전기차 시대를 맞아 품질이 우수한 배터리를 확보해야 한다. 삼성·SK·LG 등의 배터리 공급사들도 현대차를 안정적인 공급처로 확보한다면 공격적인 투자가 가능하다. 한국 대기업 계열사의 간의 협력을 통해 보기 드문 윈-윈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재계 일각에선 현대차그룹과 삼성·LG·SK 등 전기차에 배터리를 납품하는 것을 뛰어넘어 넓은 관점에서 미래 모빌리티 사업 전반의 협업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평가한다. 삼성SDI·LG화학·SK이노베이션 등 전기차 배터리 기업뿐만 아니라 디지털 콕핏와 발광다이오드(LED) 램프 등 전장 부품에서도 협업이 기대되고 있다.


삼성전자는 자회사인 글로벌 전장 기업 하만을 통해 전장 사업을 하고 있고 LG는 LG전자·LG디스플레이·LG이노텍 등 전자 계열사를 중심으로 전장 부품 생산을 확대하고 있다. 특히 LG전자는 오스트리아 차량용 조명 기업 ZKW를 인수해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명목상 전기차 배터리 협업을 위한 만남이라고 하지만 실무자가 아닌 각 그룹 총수의 회동은 이례적인 일”이라며 “사업 영역을 감안해 볼 때 앞으로 더 많은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재계 총수 간 사업 관련 회동이 연이어 성사된 배경에는 산업 트렌드의 급변이 자리 잡고 있다”며 “차세대 배터리 도입을 선제적으로 준비하는 한편 유럽을 중심으로 성장이 예상되는 전기차 시장 선점을 도모할 수 있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hawlling@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300호(2020.10.26 ~ 2020.11.01)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