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온라인 유통 전쟁 '2라운드']
-해외 직구 불편 사라지고 배송 기간 단축도…‘커머스 포털’ 11번가엔 약진 발판 될 수도
11번가 손잡고 한국 상륙…아마존 파괴력 얼마나 될까
[한경비즈니스=이명지 기자] 한국 1위 이동통신 사업자인 SK텔레콤은 최근 모빌리티·보안·콘텐츠 등 비통신 산업으로의 사업 영역을 넓히는 추세다. 그중 기대되는 것은 ‘이커머스’다. 성장 속도가 단연 빠르고 통신 사업과 시너지도 낼 수 있기 때문이다.

SK텔레콤의 이커머스는 설립 12년 차의 ‘11번가’가 도맡고 있다. 2018년 SK플래닛에서 분사한 후 성장에 주력해 왔다. 하지만 네이버쇼핑과 쿠팡에 밀려 좀처럼 힘을 쓰지 못했다.

하지만 최근 미국의 전자 상거래 기업 아마존이 한국 진출의 파트너로 11번가를 택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온라인 유통가에 긴장이 드리웠다. 이번 협력으로 11번가의 이커머스 시장 영향력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동시에 SK텔레콤과 아마존이 이커머스 외에도 다른 분야에서 협력을 강화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11번가, ‘글로벌 유통 허브’ 거듭날까

SK텔레콤은 아마존과 함께 11번가를 ‘글로벌 유통 허브 플랫폼’으로 키울 계획이다. 11번가의 모회사인 SK텔레콤은 11월 16일 세계 최대 전자 상거래 기업인 아마존과 이커머스 사업 혁신을 위해 협력을 추진하고 11번가에서 고객들이 아마존 상품을 구매할 수 있게 할 것이라고 밝혔다. 상세한 서비스 내용은 향후 론칭 준비가 되는 대로 공개된다.

동시에 SK텔레콤은 11번가의 성장을 바탕으로 한 커머스 사업 혁신을 위해 아마존과의 지분 참여 약정을 체결했다. 이를 통해 아마존은 11번가의 기업공개(IPO) 등 한국 시장에서의 사업 성과에 따라 일정 조건이 충족되면 신주 인수 권리를 부여받을 수 있다.

SK텔레콤은 “아마존과 커머스 영역을 포함해 다양한 정보통신기술(ICT) 영역에서 시너지를 지속 창출하며 산업 전반에 큰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아마존은 “11번가는 우리의 ‘고객 제일주의(customer obsession)’를 공유하고 있고 한국의 대표적인 이커머스 사업자”라며 “이번 협력을 통해 아마존 상품을 쇼핑할 수 있는 차별적인 경험을 제공할 것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아마존과의 협력은 11번가를 통해 아마존의 제품을 구입할 수 있는 형태로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11번가가 아마존의 축적된 데이터를 활용해 한국 소비자가 선호하는 아마존의 제품을 미리 재고로 확보하고 이를 11번가의 플랫폼에서 판매하는 방식이다. 김준성 KB증권 애널리스트는 “소비자로서는 해외 직구에 따른 관세와 언어에 불편함이 없는 직구, 배송 기간 단축과 배송료 부담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이 강점”이라고 분석했다. 여기에 아마존을 지금의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시킨 ‘풀필먼트(상품보관·배송대행)’가 11번가의 자체 배송 시스템과 접목된다면 11번가의 영향력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2008년 설립된 11번가는 10년 후인 2018년 SK플래닛에서 독립했다. 같은 해에는 나일홀딩스(사모펀드 H&Q, 국민연금 등)로부터 기업 가치를 2조5000억원 내외의 수준으로 평가받으며 5000억원 규모(18.18%)의 투자를 유치했다. 분사와 투자 유치로 성장 발판을 마련했지만 2019년 말 기준 11번가의 점유율은 6%로 네이버쇼핑·쿠팡·이베이코리아에 이은 4위다. 11번가로서는 아직까지 만족할 점유율은 아니다. 여기에 그간 11번가는 수익성 위주의 전략을 펼치면서 시장점유율 감소에 대한 우려가 적지 않았다.

11번가는 ‘커머스 포털’을 통해 이커머스 시장에서 차별점을 구축해 왔다. 2018년 9월 11번가 출범식에서 이상호 11번가 사장은 “11번가는 쇼핑 정보 취득, 상품 검색, 구매 등 기술 혁신을 통해 쇼핑과 관련한 모든 것을 제공하고 판매하는 쇼핑의 관문 ‘커머스 포털’로 진화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커머스 포털’은 11번가가 쇼핑 정보 취득부터 상품 검색, 결제 등 쇼핑과 관련한 모든 것을 제공해 ‘쇼핑의 관문’ 역할을 하겠다는 뜻이다.

11번가의 대표 프로모션으로 자리 잡은 ‘월간 십일절’은 단순한 할인 행사를 넘어 매달 매거진 느낌의 프로모션을 추진했다. 그 결과 2020 십일절 페스티벌 행사의 마지막 날인 11월 11일 하루 거래액 2018억원을 돌파하며 한국 이커머스 최고 기록을 달성했다. 또 동영상 리뷰를 모은 모바일 탭 ‘꾹꾹’, 콘텐츠 전문관 ‘콘텐츠랩(Lab)’을 통해 고객의 참여를 유도하고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SK텔레콤 비통신 분야 협력도 가능해

한국은 아마존이 공들이고 있는 시장이다. 유통업계에 따르면 아마존은 11월 18일 오전 0시를 기점으로 아마존닷컴에서 판매하는 자체 상품을 99달러 이상 구매한 한국 고객에게 무료 직배송하는 프로모션을 시작했다. 단일 상품뿐만 아니라 여러 상품을 구매해도 합계 99달러가 넘으면 자동으로 무료 배송 옵션이 적용된다. 이러한 프로모션은 한국 진출 전 아마존이 한국 시장 동향을 파악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아마존은 11번가의 모기업 SK텔레콤과도 제휴를 넓힐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SK텔레콤은 통신 사업에서 벗어나 비통신 사업의 영역을 넓히고 있다. 다양한 자회사 인수를 통해 사업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또 모빌리티 사업부를 분사하며 향후 무선(MNO)·미디어·보안·커머스·모빌리티 중심으로 사업을 재편한다는 그림을 그리고 있다.

SK텔레콤의 비통신 사업은 순항 중이다. 정지수 메리츠증권 애널리스트는 “미디어 부문 SK브로드밴드와 웨이브는 2020년 사상 최대 실적에 이어 향후 3~4년간 안정적인 성장이 전망된다”고 분석했다. 특히 2018년 10월 인수를 마친 ADT캡스와 정보 보안 전문 업체 SK인포섹 모두 2021년 최대 실적을 거둘 것으로 전망되면서 SK텔레콤과의 시너지도 기대해 볼 만하다.

또 SK텔레콤은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인 ‘웨이브’의 마케팅을 전격 지원 중이다. 지난해 9월 출범 1주년을 맞이한 웨이브는 1년 사이 유료 이용자 수 64.2% 성장, 전체 회원 수 1000만 명을 돌파했다. 최근 정보기술(IT) 기업, 콘텐츠 기업, 통신사 모두 너도나도 진출하는 분야가 OTT다. 자신이 원하는 콘텐츠를 골라 볼 수 있다는 장점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집에서 콘텐츠를 즐기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OTT 플랫폼에 뛰어드는 기업이 늘고 있다.

공교롭게도 아마존 또한 OTT 서비스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를 운영 중이다. 미국에서 시장점유율 4위를 차지하고 있는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는 한국 시장에서 웨이브와도 시너지를 낼 수 있다. OTT는 국내외를 가리지 않고 다양한 콘텐츠를 확보하는 것이 관건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양 사는 ‘누구(SK텔레콤)’와 ‘아마존 에코(아마존)’라는 인공지능(AI) 서비스를 하고 있다는 공통점도 있다.

무엇보다 아마존이 SK텔레콤을 매력적으로 여긴 것은 SK텔레콤이 보유한 ‘데이터’ 덕분으로 여겨진다. SK텔레콤은 통신·쇼핑 데이터는 물론 T맵 등을 통해 모은 모빌리티 데이터 등 수많은 데이터를 보유한 통신사다. 아마존이 유통회사를 넘어섰다는 평가를 받는 것은 고객의 빅데이터에 기반해 구축한 풀필먼트 물류 센터로 배송의 속도를 획기적으로 앞당겼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향후 양 사는 데이터에 기반한 다양한 사업을 시도할 가능성이 높다.

mj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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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305호(2020.11.30 ~ 2020.12.06)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