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스몰 브랜드의 힘]
-스몰 브랜드 성공 비결- 제주맥주
‘인생 맥주’에 콘텐츠를 더하다…제주 공장 투어·원데이클래스 운영
[한경비즈니스=이명지 기자] 대기업 브랜드와 수입 맥주로 점철됐던 한국 맥주 시장에 크래프트 맥주(수제 맥주)가 등장했다. 소규모 양조 업체가 대형 자본의 영향을 받지 않고 전통적인 방식으로 탄생시킨 크래프트 맥주는 애주가들에게 행복한 고민을 선사하고 있다.

지난 7월 맥주 스타트업 중 최초로 중소벤처기업부와 기술보증기금이 주관한 2020년도 ‘예비 유니콘 특별 보증’에 선정된 제주맥주는 크래프트 맥주를 앞세워 한국 맥주 시장에 신선한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양질의 제품 생산, 브랜드 론칭 후 매년 200%씩 이룬 꾸준한 성장, 제품군의 확대 등에 힘입어 론칭 3년 만에 예비 유니콘 기업(기업 가치가 1조원 이상인 스타트업)에 선정됐다.

제주맥주는 2017년 8월 세계적인 기업 브루클린 브루어리의 아시아 첫 자매 회사로 공식 출범했다. 식음료 업계에서 일하던 문혁기 제주맥주 대표는 2000년대 초 미국에서 크래프트 비어를 만나며 이 시장에 뛰어들었다. 문 대표는 브루클린 브루어리를 설득하고 설비 시스템을 갖추는 데만 5년의 시간을 투자했다.
‘인생 맥주’에 콘텐츠를 더하다…제주 공장 투어·원데이클래스 운영
◆“한국 맥주만의 ‘콘텐츠’ 만들 것”

제주맥주의 첫 제품인 ‘제주 위트 에일’은 자매사인 브루클린 브루어리의 양조 전문가와의 협업을 통해 탄생했다. 경력 17년 이상의 세계적 브루마스터들이 제주도에 상주하면서 개발했다. 또 제주맥주는 소비자가 맥주를 접하는 단계에 따라 선호하는 맛이 다르다는 점에 착안, ‘고객 세그먼트’를 설정했다. 섬세한 맛은 곧 제주맥주를 소비자의 ‘인생 맥주(인생에서 먹어본 맥주 중 최고)’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론칭 3년 만에 ‘제주 위트 에일’, ‘제주 펠롱 에일’, ‘제주 슬라이스’ 전 제품을 전국 5대 편의점 입점에 성공시켰다.

제주맥주는 이름에 걸맞게 제주도 제주시 한림읍에 연간 2000만 리터의 맥즙 생산이 가능한 첨단 설비의 양조장을 운영 중이다. 이곳은 세계적인 맥주 설비 컨설팅 회사인 ‘비어베브’가 설계했다. 맥주 양조 엔지니어링 프로그램인 브라우맛을 사용해 최첨단 설비를 구비한 것이 특징이다. 제주맥주의 일관된 품질을 좌우하는 기지 역할을 맡고 있다.

그간 한국 맥주는 천편일률적이고 맛이 없다는 ‘편견’에 시달려야만 했다. 제주맥주는 이러한 편견을 깨기 위해 품질을 높이고 다양한 경험을 제공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단순히 맥주를 마시는 것에서 벗어나 ‘경험’을 더한 것이 제주맥주가 소비자들에게 사랑받는 이유다. 문혁기 대표는 “전 세계가 찾는 한국 맥주만의 문화 콘텐츠를 만드는 것”을 강조한다.

이에 따라 제주맥주는 양조장은 생산 시설을 벗어나 투어 프로그램을 통해 맥주를 직접 체험하고 느낄 수 있는 복합 문화 공간으로 운영 중이다. 2020년에는 언택트(비대면) 마케팅의 일환으로 랜선 시음회 ‘취어스 클럽’을 개최했고 제주의 여유를 느낄 수 있는 체험형 온라인 공간을 론칭했다.

올해 상반기 제주맥주의 매출액은 148억원을 돌파했고 140억원의 추가 투자 유치에도 성공했다. 이러한 성과를 토대로 제주맥주는 제주 양조량을 두 배 정도 증설해 업계 최대 규모의 생산력을 갖출 예정이다.

mj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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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301호(2020.10.31 ~ 2020.11.06) 기사입니다.]